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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lis: 슈퍼라이온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2 10:55:37

* 포성이 멎은 밤의 밀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다. 베트남의 우기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대지를 적셨다. 눅눅한 습기는 군복을 통과해 살가죽에 달라붙었고, 장화 속은 이미 진흙탕물로 가득 차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한이준은 막사 처마 밑에 서서 빗줄기 너머의 어둠을 응시했다. 낮에 있었던 교전의 여파로 마을 전체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적막만이 감도는 거리에는 빗소리만이 요란했다.

'린은 무사할까.'

이준은 가슴 한쪽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까 낮에 보았던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자꾸만 눈앞을 아른거렸다.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이 노골화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다정한 이웃이었던 이들이 밤이 되면 어느 쪽의 눈에 들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광기 어린 침묵. 그 속에서 홀로 아이들을 지키는 린의 안위가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이준은 소대장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주둔지를 빠져나왔다. 탈영이나 다름없는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군법보다 린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것이 더 절실했다. 빗물을 뚫고 도착한 린의 거처는 마을 변두리의 작은 목조 가옥이었다. 창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등잔불 빛이 이준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 앞에 선 이준이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안에서 짧은 비명이 들리더니 이내 정적이 흘렀다.

"린, 나입니다. 한이준입니다."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 안쪽에서 급히 빗장을 지르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고 젖은 이준의 모습이 드러나자 린은 눈을 크게 뜨며 그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한! 이 빗속을 어떻게... 미쳤어요, 정말 미쳤어!"

린은 젖은 이준의 군복을 보며 울먹이는 소리로 나무랐다. 그녀는 서둘러 마른 수건을 가져와 그의 머리와 어깨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이준은 자신을 돌보는 그녀의 손길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좁은 방 안에는 낡은 책 몇 권과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곳 전장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냄새가 나는 공간이었다.

린의 손길이 이준의 뺨에 닿았을 때, 이준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린의 움직임이 멈췄다. 등잔불 밑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벽면에 길게 겹쳐졌다.

'이 여자를 두고 내가 떠날 수 있을까?'

이준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통증을 느꼈다. 전쟁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고, 군인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는 일개 병사가 아닌, 한 여자를 연모하는 사내였다.

"린, 겁나지 않습니까? 내가 오면 당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걸 압니다."

린은 잡힌 손목을 빼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등잔불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났다.

"무서워요. 매일 밤 문 밖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저들의 것일까 봐, 내일 아침 아이들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 봐 숨이 막혀요. 하지만 한... 당신이 오지 않는 밤이 더 무서워요. 당신이 죽었을까 봐, 다시는 그 따뜻한 눈을 보지 못할까 봐 그게 더 견딜 수 없어요."

린의 고백은 화살이 되어 이준의 가슴을 꿰뚫었다. 언어는 서툴렀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세상 그 어떤 문장보다 무거웠다. 이준은 그녀의 손을 당겨 가슴팍에 기대게 했다. 두꺼운 군복 너머로 그의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전달되었다.

"나는 죽지 않습니다. 린을 혼자 두지 않을 겁니다. 저 붉은 사상들이 이 땅을 뒤덮는다 해도, 내가 당신의 방패가 되어줄 겁니다."

이준은 품 안에서 작고 낡은 회중시계를 꺼내 린의 손바닥에 쥐여주었다. 그의 아버지가 전장에 나가는 아들에게 건넸던, 집안의 유일한 가보였다.

"이게 뭡니까?"

"나의 시간입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의 시간이기도 하죠. 이걸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반드시 당신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입니다."

린은 차가운 금속 시계를 손에 꽉 쥐었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이준의 생명 그 자체였다. 그녀는 시계를 가슴에 품고 이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고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간헐적인 총성은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은 방 안에서만큼은 시공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마을 쪽에서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준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창밖을 살폈다. 횃불을 든 무리가 마을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검열이다! 반동분자들을 색출하라!"

악에 받친 외침이 빗소리를 뚫고 전달되었다. 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야간 기습 검열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한국군이나 정부군에 협조적인 인물들을 찾아내 '인민재판'이라는 이름의 학살을 자행하곤 했다.

"한, 어서 나가야 해요! 여기서 당신이 발견되면... 나뿐만 아니라 한도 무사하지 못해요!"

린이 다급하게 이준의 등을 떠밀었다. 이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를 이 공포 속에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잡히는 것은 최악의 결과였다.

"린, 뒷문으로 나가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만약 그들이 들이닥치면... 그냥 모른다고 하세요."

"걱정 마요. 제발 몸 조심하세요."

이준은 린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빗줄기가 시야를 가렸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기지를 향해 달렸다.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아야 했다.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그녀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기지에 도착해 간신히 막사로 숨어든 이준은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잠시 후, 소대 전체에 비상소집령이 내려졌다. 마을에서 베트공에 의한 양민 학살 징후가 포착되었다는 정보였다.

'안 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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