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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Author: 라나리아

제1화 거액의 성과금

“정 사장님,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강하영 씨는 각종 산부인과 검사 결과 모두 깨끗합니다. 완벽한 처녀입니다.”

병원 검사실 입구에서 경호원이 전화기 저편에 있는 남자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강하영은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행인들의 이상한 시선을 최대한 견뎌야 했다.

어머니는 아픈 상태이고, 아버지는 거액의 노름빚을 졌다.

이 두 큰 짐은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을 밑천으로 삼아 정유준의 침대에 올랐다.

잠시 후, 경호원의 전화에서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원으로 보내.]

……

난원.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하영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로 긴장한 채 이불 속에 움츠러들었다.

침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잘생기다 못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의 그림 같은 눈썹 아래에는 깊고 차가운 봉황의 눈동자가 있다.

정유준, 김제를 휩쓸고 있는 막강한 제왕.

하영은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

남자가 이불을 들추자 강하영의 깨끗하고 매끈한 몸이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들어왔다.

곧 뜨거운 키스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

몸의 마지막 장애물이 뚫렸을 때 강하영은 아픈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정유준은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눈물 흘리지 마. 네가 선택한 일이야. 그리고 기억해. 아무나 내 침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

어느덧 잠에서 눈을 뜬 하영은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정유준은 옆에서 고요히 자고 있었다.

하영의 기억이 잠시 흐릿해졌다.

어느덧 정유준과 알게 된 지 이미 3년이 흘렀다.

3년 동안 그녀는 그의 개인 비서였고, 더욱이 그의 오피스 와이프였다.

뜻밖에도 어젯밤에 그들이 처음 만난 날의 꿈을 꾸었다.

하영은 지긋지긋 아파오는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려고 했다. 이 때 침대 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 유준은 재빨리 일어나 핸드폰을 받았다.

“얘기해.”

그는 핸드폰을 귓가에 바짝 붙였다. 날카롭고 깔끔한 윤곽의 옆모습이 하영의 눈에 그렸다.

핸드폰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하영은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알아봤는데…… 그 여자는 사장님께서 찾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한순간, 유준의 그윽한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졌다.

하영은 남자의 흐린 얼굴을 보고 씁쓸했다.

정유준의 애인으로 산 지 3년, 그동안 그는 줄곧 첫사랑 그녀를 찾고 있었다.

어렸을 때 그의 목숨을 구했던 소녀, 정유준은 지금까지도 그 여자를 잊고 못하고 있다. 백방으로 찾고 수소문하고 있지만,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영의 시선을 느끼자, 정유준은 곁눈질로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

하영은 아무 말없이 무덤덤하게 침대에서 내렸다. 바닥에 있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맨발로 방문을 나섰다.

욕실에 들어간 그녀는 샤워기를 틀었다. 해바라기 샤워기에서 뿌려지는 물보라가 얼굴을 사정없이 뿌려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남자의 태도는 그녀를 슬프게 했다. 하지만, 하영은 자신이 슬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단지 자기의 오른쪽 귓불에 그가 찾고자 하는 여자와 비슷한 붉은 반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준의 눈에 하영은 단지 그가 줄곧 찾고 있는 첫사랑의 대역일 뿐이다. 그리고 돈으로 정욕을 해소하고 있는 노리개.

……

강하영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정유준도 성큼성큼 침실을 나왔다.

적절하게 재단된 양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몸에서 제왕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하영은 평소대로 말을 걸었다.

“아침 준비할게요.”

정유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하영을 힐끗 보고,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영이 커피와 아침밥을 내놓았을 때, 유준의 비서 허시원이 문 어귀에서 걸어 들어왔다.

검은색 약봉지를 들고.

“강 비서님, 약입니다.”

하영은 잠깐 머뭇머뭇했다가, 음식을 정유준 앞에 놓고서야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알았어요.”

그녀는 하얀 알약을 꺼내 아무렇지 않은 듯 먹었다.

하영이 약을 먹는 것을 보고서야 허시원은 별장을 나와 밖에서 기다렸다.

하영은 냉담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유준을 멀리 지켜봤다.

“사장님, 아침 식사 준비 다 됐습니다.”

유준은 손에 든 신문을 놓고, 식탁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는 커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나른하게 눈을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

“내 곁에 남아 있는 것은 너의 자발적 선택이야. 그러니까 자신의 위치를, 주제를 잘 파악하길 바란다, 네 기분 너무 티 내지 말고…… 근데 너무 티 난다.”

하영도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려고 무진장 애쓰는데, 왠지 유준 앞에서는 모든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정유준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들었다.

“사장님, 별걱정 다 하시네요. 단지 오늘의 스케줄때문에 잠깐 딴생각했어요.”

‘들키면 어때? 둘러대면 되지.’

그녀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정유준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오늘 아침 식사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다.

……

여덟 시.

허시원은 차로 두 사람을 회사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김제시 제1의 기업인 정유준의 회사는 시내에서 가장 중심가의 위치에 우뚝 솟아 있다.

건물의 오만한 기세가 그 주인처럼 기세등등하였다.

하영이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유준은 갑자기 서류 한 부를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오늘 저녁에 모임이 하나 있는데, 나 대신 참석해. 매튜의 계약만 따면 5천만원의 성과금도 있을 꺼야.”

하영은 멍하니 놀라서 손에 든 계약서를 쳐다보았다.

독이든 성배다.

매튜, 김제시 RT 외국기업 대표.

전해지는 소문에 의하면, 매튜는 양성애자로 남녀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게임을 즐기는 변태 성애자이다.

무릇 그놈의 손아귀에 들어간 사람은 남녀 불문하고 멀쩡하게 방에서 걸어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혈혈단신 여자 혼자 간다는 건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5천만 원 성과금의 유혹이 너무 크다.

이 돈만 있으면 어머니의 병원비와 아버지의 도박 빚도 모두 해결된다.

“싫으면 거절해도 되.”

정유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영을 쳐다보았다. 목소리도 냉담했다

하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계약서를 꽉 쥐었다.

“할게요.”

정유준의 입술꼬리가 부자연스럽게 올라가며 냉소하였다.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하영은 그의 얼굴에 자신에 대한 경멸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느꼈다.

역시 정유준의 눈에, 자신은 돈만 밝히는 속물이다.

……

저녁 무렵.

하영은 보수적이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드레스로 갈아입고 계약서를 가지고 가람호텔에 도착했다.

호텔로 오는 30분 동안, 괜찮을 거라고, 할 수 있을 거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그러나 호텔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오늘 매튜에게 연락했을 때, 매튜는 1층 호텔 라운지가 아닌 스위트 룸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매튜의 목적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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