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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녀를 괴롭히지 마

아침을 먹고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회사로 갔다.

3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가 회사 앞에 세워졌다.

운전기사가 공손하게 차에서 내려 유준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차 안의 남자는 긴 다리를 내디디고 차안에서 내렸다.

몸에 맞게 맞춤 제작한 블랙 코트는 그의 존재가치를 극도로 부각시켰다.

눈부신 태양아래, 그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같았다. 그의 카리스마는 모든 사람을 주눅 들게 했다.

정유준은 희고 긴 손가락을 내밀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는 손에 든 자료를 옆좌석의 하영에게 건네주었다.

한순간, 그윽한 눈동자가 살짝 멈추었다.

유준은 하영의 꽃잎 같은 핑크색 입술을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 모서리를 가볍게 문질렀다.

“립스틱 제대로 발라.”

말이 끝나자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가장자리에 묻은 립스틱을 지워주었다.

따뜻하고 가벼운 촉감에 하영의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

유준의 눈동자 속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 있는 것을 보고, 하영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심장은 터질 듯 빨리 뛰어도, 하영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평온했다.

하지만, 정신은 혼미해지는 듯했다…….

정유준은 손을 거두고 얇은 입술을 위로 올리며, 몸을 돌려 회사로 향했다.

하영은 마음속의 가벼운 설렘을 뒤로하고 아이패드를 열어 신속하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정유준에게 오늘의 스케줄을 보고했다.

“9시에 고위층 회의가 있고…….”

“정 사장님!!”

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낯선 여자의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여자는 직접적으로 정유준을 향해 달려왔다. 하얀 두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 애걸복걸했다.

“사장님, 제발…… 인사팀에 남게 해주세요.

저는 정말 이 직장이 필요합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정유준의 준엄한 표정엔 짙은 혐오가 떠올랐다.

그는 한쪽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눈빛을 보내며 낮은 소리로 명령했다.

“끌어내!”

경호원이 재빨리 앞으로 나가 여자의 팔을 잡고 회사 밖으로 끌고 갔다.

여자는 미친 듯이 온 힘을 다해 반항했다.

“제발 저에게 시간을 좀 주세요. 정사장님, 몇 분만…….”

정유준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경호원은 서둘러 손에 힘을 실었다.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여자 양쪽 볼의 긴 머리가 흩날렸다.

햇빛 아래, 그녀의 하얀 귓불 위의 붉은 반점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유준은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시선이 그 점에 철저히 고정되었다.

즉시 소리를 질러 경호원의 동작을 멈췄다.

“잠깐!”

경호원들이 손을 놓는 순간, 여자는 기회를 찾은 것처럼 재빨리 정유준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떨리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진정하려 했다.

고개를 드는 순간, 눈가의 눈물이 조용히 떨어졌다.

“정 사장님, 저는 양다인이라고 합니다.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발요.”

정유준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흔들렸다. 여자의 귓불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조차 부드러워졌다.

“따라와.”

여자는 흥분해서 대답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유준은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회의는 잠시 뒤로 미뤄.”

하영은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여자를 데리고 떠나는 유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

유준이 시킨 일을 다 처리하고 하영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조금 전 눈앞의 장면이 몇 번이나 아른거렸다.

하영은 얼른 손을 뻗어 옆 탁자를 붙잡았다.

몸을 진정시키고나니 귓가에 이명이 울리는 듯했다. 심지어는 양다인의 은방울 같은 가벼운 웃음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

하영은 유리를 사이에 둔 사장실을 바라보았다.

안에 있는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유쾌한 표정으로 볼 때, 아마도 양다인 그 여자가 유준이 애타게 찾던 사람인 것 같았다.

하영은 씁쓸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

오후에 인사팀이 발령 공고를 냈다.

양다인이 패션디자인팀 부팀장이 합류한다고.

공고를 본 하영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3년 전 하영이 유준의 수석비서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오른쪽 귓불에 있는 붉은 반점 덕분이었다.

이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이 돌아왔으니 결코 이 여인을 박대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에 잠겼던 찰나 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강 비서님.”

하영은 마음속 쓰라림을 접고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엄숙한 표정의 허시원이 들어왔다.

“강 비서님, 사장님께서 양 부팀장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하영은 멍해졌다.

패션 디자인부는 자신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부서도 아닌 데다, 어떻게 한 번 본 사람을 챙긴단 말인가?

하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허시원은 계속 말을 이어 나아갔다.

“또…… 디자인팀 팀원들에게 양다인을 괴롭히거나 난처하게 굴지 말아 달라는 얘기도 부탁했습니다.”

하영은 다리 위에 놓인 두 손을 꼭 쥐었다. 허시원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하려고 애썼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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