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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자격 없어

ผู้เขียน: 라나리아
강한 현기증을 참으며, 하영은 문 쪽으로 도망쳤다. 방문을 나서기 전, 테이블 위의 계약서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순간, 높고 큰 인간 벽에 부딪혔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건 더없이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영은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계약서를 유준의 가슴으로 밀어 넣었다.

비록 유준의 옷을 꽉 잡았지만, 가녀린 몸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져 바닥에 축 처졌다…….

그러고는 힘없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장님,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5천만 보너스 준다고 약속한 거 잊지 마요…….”

하영이 쓰러지는 것을 본 유준은 즉시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

이때 매트도 방에서 쫓아 나왔다.

하영을 안고 있는 유준을 본 매트가 분노를 참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았다.

“미스터 정! 그 여자 내놔!”

매트의 말을 들은 유준의 눈빛은 순식간에 분노로 휩싸였다.

이어 뒤따라온 허시원이 매튜를 가로막으며 경고했다.

“매튜 사장님, 지금 감히 우리 사장님의 사람을 건드리겠다는 겁니까?”

매튜는 피 흘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글자씩 내뱉었다.

“그럴 리가! 저 여자 혼자 왔다고!”

허시원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럼 우리 사장님이 여기에 나타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매튜는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

검은색 마이바흐 뒷좌석.

유준의 다리에 누워 있던 하영은 갑자기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린 입술을 벌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꼬대를 했다.

약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 뺨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윽한 차 안의 불빛 아래 유준의 칠흑 같은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예리한 턱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하영의 작은 손을 잡고 눈을 치켜뜨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젝트팀에 연락해. 매튜와 합작한 프로젝트, 지금 당장 자금 투입 중단하라고……. 그놈이 찾아와 바짓가랑이 붙잡고 애원할 때까지…….”

허시원은 잘 알고 있다. 정유준이 이 말을 뱉었다는 건 프로젝트를 포기하더라도 매튜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걸.

정유준은 강 비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강 비서가 회사를 나서서 호텔로 출발하는 순간, 즉시 차를 대동하여 따라왔다.

이러면서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누가 믿겠는가?

허시원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정유준, 도와줘, 제발, 도와줘요, 더워…….”

갑자기 하영은 손을 뻗어 정유준의 옷을 잡아 계속 자기 몸쪽으로 끌어당겼다.

농염하고 교태가 섞인 목소리에 운전석의 허시원의 귀도 붉어졌다.

하영의 이마에서 끊임없이 배어 나오는 땀방울과 찢긴 옷깃 사이로 드러난 하얀 가슴살이 유준의 눈길을 빼앗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낮고 무거운 소리로 입을 열었다.

“허시원, 차 세워…… 넌 잠시 내려!”

허시원은 즉시 차를 세운 후, 바로 차에서 내려 십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가서 차를 등지고 서 있었다.

차 안에서 유준의 시선은 다시 하영에게로 향했다.

그는 하영을 안아서 자기 다리에 앉혔다.

큰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쥐고 자신의 차가운 입술로 그녀의 뜨거운 입술을 받아내었다.

차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는 차 안을 가득 메웠다.

……

다음날.

침대에서 어렴풋이 눈을 뜬 하영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목구멍이 따가웠다.

온몸의 근육통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주위의 익숙한 환경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젯밤에…… 내가 어떻게 돌아왔지?’

“깼어?”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영은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순간 어젯밤의 기억이 밀물처럼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붉어졌다. 부끄러운 나머지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어젯밤에 그녀가 유준을 덮친 것이 틀림없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그녀는 쉽게 욕망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계약서가 변경된 일에 대해 분명하게 따져야겠다.

하영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현기증 나는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유준의 희미한 시선과 마주했다.

“사장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계약서를 수정하고 저에게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유준이 실눈을 뜨고 하영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하영은 마치 성난 고슴도치 같았다.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을 때, 그녀는 순종적이지만, 일단 화가 나면 가시를 세우고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유준은 입을 다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하영에게 말했다.

“강 비서, 회사에 첫 출근하는 날부터 얘기해주지 않았어. 부하는, 상사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다……”

“…….”

정유준이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렸다. 하영과 이번 일에 대해 좀 더 얘기하고자 할 때 침대 옆의 휴대전화가 요란스레 울렸다.

그는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돌려놓고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얘기해.”

허시원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사장님, 방금 소식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화진 쪽에 사장님이 찾는 사람과 비슷한 여자가 있다고 합니다. 잠시 후에 제가 자료를 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유준은 단추로 향하던 손을 멈칫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전화를 끊은 후 유준은 하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5천만 원이나 받으면서 어젯밤 그 계약이 그렇게 쉽게 체결될 줄 알았나 보군?”

하영은 갑자기 침대 시트를 꽉 잡았다.

반박할 수 없는 그녀는 눈을 감아 흔들리는 감정을 감추려 애썼다.

첫사랑을 계속 찾고 있는 것도, 상의 한마디 없어 계약을 바꾼 것도, 모두 다 그녀를 숨도 못 쉬게 할 만큼 괴로운 일들이다.

하지만 유준의 말이 맞다. 그녀는 단지 계약 관계의 여자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그에게 따져 묻는단 말인가?

‘강하영, 이 바보야, 정신 차려.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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