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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作者: 삼계절
이라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룸 바깥에는 고요한 밤만 내려앉아 있을 뿐, 어둠 속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옅은 우드 향기는 여전히 주변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그 익숙한 향기가 이라의 숨결을 흐트러뜨리고, 이미 무뎌졌다고 믿었던 감각을 조용히 흔들었다.

이라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가슴속에 알 수 없는 뻐근함이 느껴졌다.

‘술을 많이 마신 건가? 왜 그 사람의 몸에서 나온 향가가 느껴지는 거야?’

보운정의 각 채에는 따로 화장실이 있었다.

룸 밖으로 조금만 걸으면 닿는 거리였다.

달빛이 구불구불한 돌길을 비추고 있었다.

이라는 잘게 부서진 달빛을 밟으며 화장실로 갔다.

대리석 세면대에 두 손을 짚고 조명 아래 섰다.

거울 속 여자는 곱고 선명했다. 옅은 화장이 또렷한 이목구비를 돋보이게 했다.

술을 마신 탓에 맑은 눈은 조금 흐렸고, 흰 피부는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딘가 가엾게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라는 살짝 웃었다. 입가에 작은 보조개가 생겼다.

이런 이라조차 은후의 차가운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했다.

그녀는 손목시계를 보니 룸 안의 ‘연극’이 곧 시작될 시간이었다.

화장을 고친 뒤 화장실을 나섰다.

문 앞에 이르자 매서운 박하와 담배 냄새가 먼저 닿았다.

그 사이에 익숙한 우드 향기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이라의 심장이 세게 조였다. 앞을 바라보았다.

밤빛 속에서 작은 붉은 불씨가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은후의 길고 곧은 그림자는 어둠과 구별되기 어려웠다.

한 손은 주머니에 꽂고, 다른 손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내려뜨린 채였다.

고운 손가락 사이에는 불붙은 담배가 들려 있었다.

온몸에서는 귀티와 냉기가 함께 흘렀다.

주변은 조용했다. 들리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이라의 빨라지는 심장 박동 소리뿐이었다.

얼마나 오래 떨어져 있었든 은후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이라의 마음을 흔들었다.

은후는 손끝의 담배를 비벼 끄고 고개를 돌렸다. 맑게 흔들리는 이라의 눈과 마주쳤다.

“이젠 정말 남처럼 대하네.”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겨울 바다처럼 몸을 움츠리게 했다.

이라는 정신을 차렸다. 입가에 달콤한 웃음을 올렸다.

“삼촌, 여기서 뭐 하세요?”

몇 걸음 다가가 은후 앞에 섰다.

은후는 온통 검은색으로 맞춘 핸드메이드 수트를 입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원단은 몸에 딱 맞게 떨어졌고, 큰 키와 곧은 어깨를 더 돋보이게 했다.

안에는 검은 셔츠를 입었고, 밑단은 허리띠 안으로 정리되어 군더더기 없는 허리선이 드러났다.

정장 바지 아래로 이어진 긴 다리는 말도 안 되게 길었다.

옆으로 빗어넘긴 검은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깊고 단단한 눈썹뼈 위로 살짝 내려왔다.

길고 날카로운 눈은 차가운 못처럼 깊었다.

“술 마셨어?”

은후의 낮은 목소리가 지나갔다. 잔잔한 시선이 아래에서 위로 이라를 훑은 뒤 붉어진 얼굴에 멈췄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은후의 우드 향기와 이라의 술기운이 섞였다.

이라는 자신이 취했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은후의 얼굴을 보자 술이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는 말을 알 것 같았다.

예전엔 은후가 이라를 꽤 엄하게 단속했다. 술 같은 건 아예 입에도 못 대게 했다.

그런데 해외에서 지낸 몇 년 동안, 이라도 어느새 술에 제법 강해져 있었다.

이라는 맑은 눈을 깜박이며 달게 웃었다.

“조금 마셨어요.”

‘조금이 아니라 취객에 가깝지.’

은후의 눈빛이 깊은 물 속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술기운에 젖어 흐릿해진 이라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강이라, 겁도 없이.”

은후는 화가 나면 늘 성과 이름을 붙여 불렀다.

이라는 달콤하게 웃으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하이힐 끝이 은후의 단단한 구두 끝에 닿았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얼굴에는 술처럼 향기로운 미소가 담겨 있었다.

“화났어요?”

은후는 고개를 숙여 이라를 내려다보았다.

길고 짙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고, 술기운이 번진 뺨은 희고 고운 피부 위로 옅게 달아올라 있었다.

말을 할 때마다 달큰한 숨결이 은후의 턱끝에 스쳤다. 잘 익은 복숭아처럼, 사람을 어지럽게 하는 향기였다.

이라와 은후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옷차림마저 가벼웠다. 허리를 따라 잘록하게 잡힌 흰 원피스는 허벅지를 겨우 살짝 덮고 있을 뿐이었다.

은후가 시선을 조금만 내리니, 이라의 쇄골 아래로 이어지는 아찔한 선이 눈에 들어왔다.

이라는 청순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사람을 흔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마 어떤 남자라도, 지금의 이라에게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할 터였다.

이라는 일부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은후를 보았다.

은후의 얼굴에는 파문이 일지 않았지만, 눈빛만 조금 어두워졌다.

곧 자기 재킷을 벗어 이라의 어깨 위에 걸쳤다.

낮은 목소리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누구랑 마셨어?”

넓은 재킷은 이라를 통째로 감쌀 만큼 컸다.

익숙한 온도보다 먼저 닿은 것은 재킷에 밴 향이었다.

강하고 선명한 향기가 코끝을 지나 온몸을 둘러쌌다.

마치 은후에게 단단히 안긴 것 같았다.

이라는 사춘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자신은 은후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수치스럽고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밤마다 잠을 빼앗았다. 매일 커다란 다크서클을 눈밑에 매달고 등교했다.

나중에는 은후의 셔츠 한 장을 몰래 방에 숨겨 두었다.

밤마다 그 흰 셔츠를 베개 옆에 놓고 향을 맡으며 잠들었다.

그 작은 행동은 이라를 두렵게 했지만, 이상하게도 자는 내내 편안했다.

사춘기에 생긴 감정은 쇠사슬과 감옥 같았다.

이라는 그 안에 묶여 빠져나오지 못했다.

“묻잖아.”

답이 없자 은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말투에도 짜증이 조금 섞였다.

이라는 차가운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손끝으로 재킷 자락을 살짝 쥐었다.

이제 이라와 은후는 예전처럼 모든 일을 보고하고 허락받는 사이가 아니었다.

이라는 눈을 깜박이며 호박빛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저 이미 미성년자 아니예요. 삼촌도 더는 제 보호자가 아니고요. 사생활을 그렇게 자세히 물을 필요는 없잖아요?”

은후의 눈은 조용하고 차가웠다. 목 안에서 낮은 웃음이 흘렀다.

이라의 철없음을 비웃는 소리 같았다.

그 웃음에 이라의 술기운이 조금 깼다.

은후는 늘 그렇게 차가운 눈으로 이라가 불을 향해 뛰어드는 모습을 보았다.

이라의 추락과 부서짐까지 멀리서 지켜보며 웃었다.

이라는 어깨 위의 재킷을 벗어 은후의 품에 던졌다.

“친구가 기다려요. 먼저 갈게요.”

몸을 돌리려 하자, 손목이 붙잡혔다.

마른 손목을 감싼 손바닥은 건조하고 따뜻했다. 온기가 피부를 타고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은후의 긴 손가락이 가는 손목을 붙들었다. 큰 몸이 이라를 그림자처럼 덮었다.

“왜 돌아왔어?”

차갑고 담백한 몇 글자에 이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말은 이라가 돌아오지 않길 바랐다는 뜻처럼 들렸다.

가슴속의 시큰함이 퍼져 뼈 사이로 스며들었다.

이라는 눈을 깜박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결혼하러요.”

은후가 낮게 웃었다. 얇은 입술이 비스듬히 휘었다.

“강이라, 그런 꼴을 당하고도 결혼할 생각이야?”

이라는 그 말뜻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곧이어 은후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씨 집안 그 자식이 밖에서 벌인 여자 문제만 해도 네가 평생 감당하기 힘들 텐데, 그런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목소리는 차갑고 맑았으며, 말투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묻어났다.

마치 높은 곳에 선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조롱하는 것 같았다.

“그럼요?”

이라는 입가에 보조개를 띠고 속눈썹을 깜박였다.

“삼촌이랑 결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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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촌이라 부르지 마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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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촌이라 부르지 마   제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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