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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기서 할까.

Autor: 크리스탈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21 19:29:51
한바탕 폭풍 같은 소란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숨 막히도록 고요한 차 안을 주기적으로 밝혔다가 어둡게 물들였다.

다영은 조수석에 앉아, 한 손으로 능숙하게 핸들을 쥐고 있는 정하의 터진 입술 모서리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라주었다.

"...누가 그렇게 무식하게 주먹부터 날리래요? .. 도대체 왜 그런 거예요?"

다영이 속상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타박하자, 정하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어떤 미친놈이 자기 여자가 뺨을 맞았는데 거기서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습니까."

그 담백하고 확고한 대답에 다영은 할 말을 잃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사실 다영은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똑똑히 보았다.

정하가 그 미친놈을 흠씬 두들겨 팰 때, 다영 자신이 맞았던 부위가 오른쪽 뺨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는 다른 곳은 일절 건드리지 않은 채 오로지 그 자식의 오른쪽 뺨만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박살 내버렸다는 것을.

차라리 식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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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넘는 남자   23. 구걸하듯 애정을 구하지는 않거든

    "..말조심해."다영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전처럼 억울함에 눈물을 글썽이거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유약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지연은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자존심이 뭉개진 광기 어린 눈빛으로 실실 웃어대며 다영의 와이셔츠 멱살을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허우대는 멀쩡해서 어디 이상한 취향이라도 있나보네. 주변에 예쁜 애들은 널렸을텐데 어떻게 너 같은애를..."지연의 가시 돋친 언사가 엘리베이터 안의 밀폐된 공기를 더럽혔다. 가슴 밑바닥에서 요동치는 비틀린 열등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추악한 발악이었다. 다영은 지연의 열등감 섞인 비아냥을 들으며, 오히려 슬몃 가엾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다영의 시선이 지연의 떨리는 눈동자를 가만히 꿰뚫었다. 그리고 단호하고 빠른 동작으로 지연의 손목을 단단히 낚아챘다. 다영의 악력에 놀란 지연이 멈칫하는 사이, 다영은 지연의 손가락을 하나씩 강제로 비틀어 자신의 멱살에서 떼어냈다."아윽...! 너, 뭐 하는 짓이야!"지연이 비명을 지르며 손목을 빼려 했지만, 다영은 손끝 하나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얼굴로 지연의 손목을 거칠게 내던졌다. 헐거워진 와이셔츠 깃을 단정하게 정돈하며, 다영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하정하 씨가 날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다영은 한 걸음 다가가 지연의 귓가에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속삭였다."최소한 난 너처럼 남의 사생활이나 들먹이면서 구걸하듯 애정을 구하지는 않거든.""너...!"지연이 이성을 잃고 손을 들어 다영의 뺨을 내려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밖에는 교수진 몇 명과 이미 강의실로 향하려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서 있었다.지연은 재빨리 올라가 있던 자신의 오른손을 뒤로 숨기며 밝게 미소지었다.지연의 허공에 뜬 오른손이 순식간에 뒷짐을 지듯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찌푸러졌던 미간은 거짓말처럼 펴졌고, 입꼬리는 교수진과 학생들을 향해 유려하고 가식적인 호선을 그려냈다.

  • 선 넘는 남자   22. 깨끗한 척은 다하더니.

    창가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 포근한 아침 햇살이 눈꺼풀을 간지럽혔다.다영은 온몸이 부서질 듯 뻐근하게 쑤셔오는 감각에 겨우 의식을 되찾으며 눈을 떴다.은은한 오크 향과 고급스러운 실크 이불, 그리고 자신을 짓눌러 오듯 감싸 안고 있는 뜨거운 체온.지난밤, 정하의 펜트하우스에서 정신없이 몰아치던 거친 열락의 기억들이 뒤늦게 뇌리를 스치자 얼굴이 순식간에 터질 듯 화끈거렸다.다영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쥐고 있는 정하의 커다란 팔을 조심스럽게 치워내며 자리에서 빠져나가려 애썼다.엉킨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까치발을 들고 침대 밖으로 무릎을 일으키려던 그 순간, 허리를 낚아채는 매서운 악력과 함께 몸이 덜컹 떠올랐다.순식간에 정하의 두터운 가슴팍에 밀착된 다영이 놀라 커다란 눈을 굴렸다.정하는 여전히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낮고 나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영의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며 중얼거렸다."어디 가.""아, 아니... 그냥 옷 좀 입으려고..."지난밤의 격렬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맨살을 감추려 다영이 붉어진 얼굴로 몸을 웅크리자, 정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짙고 차가운 눈동자가 온전히 다영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그 눈빛에 담긴 노골적이고 짙은 열기에 다영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옷을? 왜?""네...? 그야 당연히... 옷을 입어야...""안 입어도 예쁜데."그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다영의 귓가를 집어삼켰다.정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영의 턱 끝을 가볍게 쥐고 깊게 입을 맞춰 왔다. 아침의 나른함을 핑계 삼은 듯했으나, 다영의 입안을 헤엄치는 그의 혀 끝에 실린 열기는 지난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다영의 작고 조심스러운 숨결을 모조리 빼앗아 가듯 집요하게 집어삼키는 정하의 손길이, 다영의 가녀린 허리를 타고 내려가 은밀한 곳을 가볍게 쓸어내렸다."정하 씨, 잠시만요... 아침부터...""어제 다 못 끝냈잖아."정하는 다영의 항변을 기어이 자신의 입술 속으로 삼켜버

  • 선 넘는 남자   21. 다시 느낀 그 날의 감각들

    입술이 닿은 순간, 숨을 쉴 공간조차 없었다. 정하의 집요하고 깊은 입맞춤에 다영의 사고 회로가 통째로 멎어버렸다.차 안의 좁은 밀폐된 공간은 두 사람의 더운 숨결과 감당하기 힘들 만큼 뜨거운 열기로 순식간에 차올랐다.정하의 단단한 손길이 다영의 뒷목을 감싸 쥔 채 도망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터진 입술 모서리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연고 향과 그 너머로 밀려드는 낯설고도 위험한 감각에, 다영은 그의 정장 어깨를 꽉 쥐어 잡았다."하아, 정하 씨..."간신히 입술이 떨어졌을 때, 다영은 타오를 듯 뜨거워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가쁜 숨을 헐떡였다.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빛나는 정하의 깊은 눈동자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그녀를 가둬두고 있었다.정하의 시선이 다영의 가빠진 숨통, 그리고 붉게 물든 목선으로 천천히 떨어졌다.당장이라도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키고 싶은 열망이 전신을 감쌌지만, 정하는 다영의 떨리는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데서 하고 싶진 않겠죠."그가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차가운 지하 주차장의 공기가 무색할 만큼 그가 내뱉는 한숨 하나하나가 다영의 피부를 간질였다.정하는 미련 없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었다.그리고는 반대편으로 걸어가 조수석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얼떨결에 그를 바라보는 다영의 무릎 밑과 등 뒤로 커다란 팔을 들이밀어, 그녀를 한 손에 들어 올리듯 번쩍 안아 들었다."꺄악! 정, 정하 씨, 내려줘요! 걸을 수 있어요!""..가만히 있어."서늘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무게감이 실린 목소리였다.정하는 품에 안긴 다영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꽉 껴안은 채, 현관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탔다.그리고 이어서 더욱 뜨거운 입맞춤이 계속됐다.그의 혀가 다영의 입안에서 부드럽고 야릇하게 움직였다."하아...."그리고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자그마한 숨결까지 모조리 삼키겠다는듯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그렇게

  • 선 넘는 남자   20. 여기서 할까.

    한바탕 폭풍 같은 소란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숨 막히도록 고요한 차 안을 주기적으로 밝혔다가 어둡게 물들였다.다영은 조수석에 앉아, 한 손으로 능숙하게 핸들을 쥐고 있는 정하의 터진 입술 모서리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라주었다."...누가 그렇게 무식하게 주먹부터 날리래요? .. 도대체 왜 그런 거예요?"다영이 속상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타박하자, 정하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어떤 미친놈이 자기 여자가 뺨을 맞았는데 거기서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습니까."그 담백하고 확고한 대답에 다영은 할 말을 잃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사실 다영은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똑똑히 보았다.정하가 그 미친놈을 흠씬 두들겨 팰 때, 다영 자신이 맞았던 부위가 오른쪽 뺨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는 다른 곳은 일절 건드리지 않은 채 오로지 그 자식의 오른쪽 뺨만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박살 내버렸다는 것을.차라리 식당 가드들이 제때 말려주어 그 정도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였다.연고를 다 바르고 난 뒤, 차 안에는 다시 한참 동안 묵직한 정적이 흘러내렸다.오직 규칙적인 엔진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다.시선을 아래로 툭 떨어뜨린 채 만지작거리던 다영이 먼저 조심스럽게 침묵을 깼다."…나한테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아까 거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하지 않아요?"그녀의 물음에 정하는 전방을 주시하던 시선을 거두고, 신호 대기에 걸려 차가 멈춰 선 틈을 타 다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한참의 깊은 정적이 이어진 끝에, 그가 무겁게 입을 뗐다."말하고 싶어 보이지 않아서요.""…….""말하기 싫으면 굳이 억지로 안 해도 됩니다."그 다정하고도 묵직한 배려.그 한마디가 다영의 마음속에 단단하게 쳐져 있던 방어벽을 속절없이 허물어버렸다.억지로 삼키려 했던, 남에게는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던 비참한 바닥이 그에게만큼은 전부 털어놓고 싶어졌다.되레 말하기 싫었

  • 선 넘는 남자   19. 개새끼인건 알았는데

    다영은 얄팍하게 휘어지던 입꼬리를 유지한 채, 쐐기를 박듯 나직하고 우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오빠는 할 때 머리카락이 길어야 잡는 맛이 있어서 좋다고 했는데, 너는 단발이니까 속옷이라도 취향에 맞춰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생각해서 챙겨준 건데, 마음에 안 들어?"분노로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지연이 매섭고 독한 눈빛으로 다영을 노려보았다.하지만 그 살기등등하던 시선도 잠시, 지연은 돌연 억울하다는 듯 콧날을 시리게 떨며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닭똥 같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자, 사색이 된 동기들이 서둘러 지연의 어깨를 토닥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영이 실소하듯 피식 웃으며 가볍게 턱을 깼다."어머, 밤사정까지 세세하게 챙겨주는 친구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래. 그렇게까지 부담스럽게 안 고마워해도 되는데."지연이 더욱 자지러지듯 서럽게 울먹이자, 눈치 없던 동기 중 한 명이 한숨을 쉬며 다영을 타박했다."다영아,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랬는지 이해는 해. 속상했겠지. 만약에 얘네가 그냥 바람 피우는 거였다면 나도 같이 욕했을 거야. 근데 지금은 결혼까지 한다고 하잖아. 이건 좀 심했다. 오늘 너 선 넘었어."역시나. 이 자리에서 내 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언제나 피해자는 그럴듯한 눈물로 포장되었고, 1차 가해는 묵인되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과 배신감에 목이 꽉 조여왔지만, 다영은 입술을 꽉 깨물며 눈물을 삼켰다."시끄러워."프라이빗 룸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전 남자친구 하정하가 숨을 몰아쉬며 뛰어들어왔다.상황 파악도 하기도 전에 그가 시선을 떨어뜨린 곳은 다영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널부러져 있던 하얗고 야한 란제리 박스였다.그 속옷의 촉감, 디자인, 그리고 자신이 직접 벗겨내며 몸에 새겼던 기억까지.그 속옷을 가장 잘 아는 장본인인 정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멘트처럼 잿빛으로 굳어지며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는 곧바로 울며 떨고 있는 지연의 어깨를 품에 감싸 안으며 핏대를 세웠다."너 지금 여기서

  • 선 넘는 남자   18. 그가 좋아했던 속옷

    그의 넥타이를 확 잡아당기는 다영의 아찔한 도발에 정하의 숨결이 훅 엉켰다.풀어진 눈동자로 자신의 입술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유혹.정하의 굳건했던 이성이 크게 출렁이며 넘어갈 뻔했으나, 그는 이내 작게 헛숨을 들이마시며 손을 들어 올렸다.딱!"아앗!"맑고 경쾌한 마찰음과 함께 다영이 이마를 감싸 쥐며 뒤로 물러났다.아픈 이마를 문지르며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억울하게 올려다보는 그녀를 향해, 정하는 흐트러진 넥타이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고쳐 매며 서늘하게 선언했다."이번에도 술기운 빌려서 사람 미치게해놓고 내일 아침에 또 기억 안 난다며 모른 척 도망갈 겁니까?""내가 언제요…!""당신이 맨정신일 때, 그때 아니면 안 해."그의 단호한 목소리 뒤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지독하게 농밀한 속마음이 숨겨져 있었다.알코올에 취해 몽롱한 상태가 아니라, 오롯이 맨정신으로 수치심에 뺨을 붉히며 제 밑에서 쾌락에 울부짖는 그녀의 적나라한 표정을 두 눈에 똑똑히 담고 싶다는, 특유의 가학적이고 소유욕 넘치는 본능이었다.정하는 멍해진 다영의 손에서 핸드폰을 쓱 빼앗아 들었다.비밀번호가 풀려 있던 연락처 목록을 확인한 그의 미간이 삐딱하게 일그러졌다.전 남친이 '정하'고, 자신이 '정하2'라는 사실에 헛웃음을 친 그는 망설임 없이 수정 버튼을 눌렀다.잠시 후 그녀의 손에 다시 쥐여진 핸드폰 화면에는 '남치니'라는 세 글자가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떡하니 박혀 있었다."남치니…?"경악한 다영이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끔찍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각 잡힌 쓰리피스 수트를 빼입고, 피도 눈물도 없이 차가워 보이는 이 남자가 이딴 깜찍한 저장명을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요즘 애들은 다들 이렇게 한다던데. 불만 있습니까?"'그놈의 요즘애들.'뻔뻔하게 턱을 치켜드는 그 무심한 표정과 멘트의 부조화에, 결국 다영은 참지 못하고 푸하학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우울하고 비참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듯했다.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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