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주가는 어떻게 됐어요?”
전날의 기억에서 빠져나온 지안이 물었다.
민준이 태블릿 PC 화면을 몇 번 넘겨봤다.
“기사 뜨고 나서 오전 장에서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태강이랑 서한이 전략적으로 손잡는다는 기대감이 붙은 것 같습니다.”
“하, 미치겠네……. 많이 올랐어요?”
“그룹 전체가 움직인 건 아니지만 서한호텔이랑 태강건설 쪽 거래량이 평소보다 확실히 늘었습니다.”
지안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그럼 이게 오보로 밝혀지면…….”
“일이 좀 커질 겁니다.”
민준의 목소리도 무거워졌다.
“이미 관련 기사들이 계속 붙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아니라고 하면 두 그룹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 나올 수 있고요.”
“…….”
지안이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안 그래도 숙취 때문에 아픈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회사에서는 아직 입장 안 냈죠?”
“네. 제가 일단 홍보팀에 아무것도 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태강 쪽 확인이 먼저일 것 같아서요.”
***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태강그룹 본사 앞에 멈췄다.
태강은 서한과는 회사 분위기부터 달랐다.
지안이 로비에 들어서며 주변을 둘러봤다.
절제된 공간 전체에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태강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정상을 지키는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이름 앞에는 아직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오래된 꼬리표가 하나 붙어 있었다.
조직폭력배 출신 기업.
현 회장 강덕수가 젊은 시절 조직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워낙 유명했다.
지금은 아들 강태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기업의 색이 많이 달라졌지만, 태강 곳곳에는 과거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안은 곧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로비 한쪽에 서 있던 남자 둘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검은 정장.
큰 체격.
표정 하나 없는 험상궂은 얼굴.
“서지안 이사님 맞으십니까?”
“……네.”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지안과 민준이 나란히 굳었다.
“……가, 가시죠.”
민준이 먼저 속삭이자 지안이 곧바로 그를 쳐다봤다.
“실장님 먼저 가세요.”
“아니요. 이사님 먼저…….”
검은 정장의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뻗었다.
“엘리베이터는 이쪽입니다.”
결국 둘은 나란히 걸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서고도 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지안은 올라가는 층수를 바라보다 민준에게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소리가 새지 않게 입모양으로만 물었다.
‘여기 원래 이래요?’
민준도 입술만 움직였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땡.
문이 열렸다.
지안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복도 양쪽으로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얼핏 세어도 여덟 명 남짓.
하나같이 건장한 체격에 눈빛까지 매서웠다.
……여기 회사 맞지?
아니면 서한이 너무 허술한 건가.
“어서 오십시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자가 허리를 깊이 숙였다.
지안은 얼떨결에 따라서 숙였다.
민준도 덩달아 허리를 굽혔다.
“수, 수고 많으십니다…….”
복도를 지나는 내내 인사를 받았다.
꼭 사열이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부회장실 앞에 도착하자 안내하던 남자가 멈췄다.
“서 이사님만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만요?”
지안이 검지로 제 가슴께를 가리켰다.
민준이 곧장 한 걸음 나섰다.
“저도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부회장님 지시입니다.”
단호했다.
지안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괜찮으시겠어요?”
민준이 물었다.
지안은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당연히 괜찮을 리가.
그러자 민준이 지안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힘내라는 뜻인 모양이었다.
지안은 그 얼굴을 가만히 흘겨봤다.
……자기는 안 들어간다고 좋아하는 거지, 지금.
굳게 닫힌 집무실 문 앞에 선 모습은 영락없이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토끼가 따로 없었다.
남자가 집무실 문을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
잠시 뒤 안쪽에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안녕하세요!《소문난 강제결혼》이 외전까지 모두 마무리되며 드디어 완결을 맞이했습니다!그동안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늘 말씀드리지만, 독자님들이 남겨주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힘을 내서 마지막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제 첫 작품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답니당......앞으로도 더 좋은 글,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지금까지 지안이와 태호의 이야기를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독자님들 모두 늘 행복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혁아! 아빠 오신대!” 지안의 목소리에 거실 바닥에 엎드려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던 지혁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진짜? 아빠 왔어?” “응. 이제 거의 다 오셨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관까지 달려가 신발을 꺼내 신더니, 뒤따라 나온 지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 빨리!” “잠깐만. 신발 반대로 신었잖아.” 지안이 쪼그려 앉아 신발을 바로 신겨주자 지혁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평소에는 태호와 사사건건 투닥거리면서도, 아빠가 퇴근한다는 소리만 들으면 매번 이 난리였다. 현관문을 나서자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지혁은 지안의 손을 꼭 잡고 마당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쪼르르 걸었다. 그러다 대문 쪽으로 차 불빛이 비치자 손가락을 쭉 뻗었다. “아빠 차!” 검은 승용차가 천천히 진입해 멈춰 섰다. 도윤이 먼저 내려 뒷좌석 문을 열자, 태호가 재킷 앞섶을 매만지며 차에서 내렸다. “회장님, 내일 오전 아홉 시에 임원회의가 있습니다. 보고 자료는 미리 준비해 두겠습니다.” “응. 다른 건?” “오후 일정은 아직 조율 중입니다.” 도윤의 보고를 듣던 태호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다. “아빠!” 멀리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혁이 지안의 손을 놓고 쪼르르 달려오고 있었다. 태호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혀 다가오는 아들을 번쩍 안아 올렸다. “아빠아!” 지혁이 까르르 웃으며 태호의
그런데 담배만 끊으면 될 줄 알았던 건 태호의 착각이었다. 씻고 나온 태호는 거실 한쪽에 놓인 술장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위스키가 한 잔 생각나 유리문을 열고 병을 꺼냈다. 잔을 집어 들고 뚜껑을 돌려 열려던 순간이었다. “부회장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잠옷으로 갈아입은 지안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태호의 손에 들린 위스키병으로 향했다. “뭐 하세요?” “한 잔 마시려고.” “안 돼요. 술도 좀 줄이셔야죠.” “한 잔인데.” “한 잔도 안 돼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안이 태호의 손에서 잔을 빼앗았다. 그대로 술장 안에 밀어 넣더니, 위스키병까지 받아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딸깍. 유리문이 닫히자 태호의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담배도 안 된다더니, 이제는 위스키 한 잔까지 못 마시게 할 생각인가. “애기야.” “잠깐만요.” 지안은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주방으로 향했다. 태호는 닫힌 술장을 한번 바라보다 소파에 걸터앉았다. 잠시 후,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안이 머그잔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이거 드세요.” “뭔데.” “따뜻한 차요. 몸에 좋은 거예요.” 잔 위로 희미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흐음.” 태호는 선뜻 받아 들지 않고 지안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지안은
어느새 신호가 바뀌고, 차가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근사한 곳에서 주고 싶었는데.” 태호가 지안의 왼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차창 밖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네가 지금 너무 예뻐서.” 지안은 대답 대신 반지를 내려다봤다. 손가락을 살짝 굽혔다 펴 보더니 태호의 손에 끼워진 반지에도 시선을 주었다.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화려한 장소에서 거창하게 건네받는 선물보다, 이렇게 담백하게 반지를 건네는 모습이 오히려 태호다워서 더 좋았다. “그리고 부회장님이랑 커플이어서 더 좋아요.” “나도 그래.” 지안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작고 반짝이는 반지 하나가 뭐라고, 태호와 자신이 같은 편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괜히 마음을 들뜨게 했다. “직접 고르신 거예요?” “응. 저번에 일 있어서 백화점 들렀다가.” “되게 예쁘네요.” 딱 제 취향이었다. 원래 화려한 걸 좋아하지 않아 액세서리도 잘 착용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반지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손가락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평소 이런 물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더니, 은근히 세심한 구석이 있었다. 어떻게 제 취향에 꼭 맞는 반지를 골랐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 이제 나 유부녀인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서 남자들이 대시도 안 하겠네.” 짐짓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태호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큰일 났네.”
그렇게 결혼식이 마무리되고, 곧이어 식사가 시작되었다. 직원들이 테이블마다 음식을 차례로 내오기 시작했다. 그 무렵, 하객들에게 인사를 돌던 하람과 윤재가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서지안!” 하람의 목소리에 지안이 고개를 들었다. “야, 오하람! 너 오늘 좀 예쁘더라.” “히히, 이게 얼마짜리 화장인데. 사진은 많이 찍었어?” “그럼. 쟤 우는 것도 찍었어.” 지안이 손가락으로 윤재를 가리키자, 옆에 서 있던 윤재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야, 내가 언제 울어.” “눈물 고여 있던데?” “조명 때문에 눈이 시려서 그런 거거든?” “아, 네네. 그러시겠죠.” 지안이 능청스럽게 대꾸하자 하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와줘서 고마워. 부회장님도요.” 하람이 태호를 향해 고개를 숙이자 윤재도 덩달아 허리를 굽혔다. “형님,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호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지안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언제 봤다고 형님이래.” “돈 많으면 형님이지.” 윤재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자 태호가 피식 웃었다. “거봐. 형님도 좋으시다잖아.” 윤재가 능청스럽게 말을 받으며 지안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지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의 팔뚝을 툭 쳤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그 모습에
은은한 조명 아래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람과 윤재의 결혼식은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식장 내부는 화려했다. 버진로드 양옆으로 새하얀 꽃들이 풍성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부드러운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잠시 후, 버진로드 끝에 윤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평소와 달리 말끔하게 넘긴 머리와 반듯한 턱시도 차림이 제법 근사했다. 다만 긴장한 탓인지 입가에는 어색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단상 앞에 도착해서야 짧게 숨을 내쉰 윤재는 재킷 앞섶을 가볍게 매만지더니 신부가 입장할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 윤재의 모습에 지안도 덩달아 긴장했는지 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곧 음악이 바뀌고, 식장 안의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버진로드 끝에 부드러운 빛이 내려앉았다.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며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하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예쁘다…….” 지안의 입술 사이로 저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풍성한 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따라 부드럽게 흘렀고, 긴 베일 아래로 하람의 환한 미소가 드러났다. 지안은 하람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개를 조금씩 움직이며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러다 단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재가 하람을 향해 손을 내밀자, 지안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부회장님, 하람이 진짜 예쁘죠?” “응, 그러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태호의 시선은 줄곧 지안에게 머물러 있었다. 하람을 따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며, 연신 감탄하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까지. 신부보다 예쁘면 반칙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