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 후보 리스트]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이게 뭐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쪽에서 넘어온 파일이라…….” 태호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가뜩이나 사나운 인상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결혼이라니. 요즘 신경 써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런 것까지 챙길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읽어봐.” “예?” “어차피 나 안 읽어.” “…….” “네가 읽고 요약해. 시간 아까우니까.” 도윤은 잠깐 당황한 얼굴을 했지만 이내 익숙하다는 듯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 “첫 번째, 한영백화점 윤 회장님의 손녀, 윤세림 씨. 스물아홉. 후계 구도 확실하고 이사회 내 입지도 탄탄합니다. 조건상 가장 유력한 후보입니다.” “다음.” “두 번째, 대신그룹 최 회장님 셋째 따님입니다. 스물일곱. 현재 대신호텔 전략기획실에서 근무 중이고요. 해외 대학 출신에…….” “다음.” 태호는 다시 결재 서류에 집중했다. 이름도, 조건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안 좋고, 조건 좋고, 흠잡을 데 없는 여자들. 어차피 그에게는 전부 비슷했다. “그리고…… 아닙니다. 끝입니다.” 서류를 넘기던 태호의 손이 멈췄다. 민도윤은 태블릿에 남아 있던 마지막 파일을 슬쩍 넘기려던 참이었다. “그건 뭔데.” “아, 그게…….” “누구냐고.” “서한그룹 서지안 이사입니다.” 도윤이 태블릿 화면을 태호 쪽으로 돌렸다. 서지안, 스물다섯. 그 아래로 학력과 경력, 짧은 개인 정보가 이어졌다. “그룹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사님 개인 평판이 좀…….” “평판이 뭐.” “소문이 좋지 않습니다.” “서정욱 회장님이 미국 지사에 오래 상주하면서 사실상 혼자 자랐고, 술자리도 잦고 유흥 쪽으로도 말이 많습니다. 회사에서도 이사 직함은 달고 있지만 실권은 거의 없는 편이라는 얘기가 있고요.” 도윤은 화면을 한 번 내려다봤다. “굳이 리스크를 안고 가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빼지
최신 업데이트 : 2026-09-0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