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조폭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건설업계 정점에 오른 태강그룹 후계자 강태호. 그가 수많은 정략결혼 후보를 제치고 고른 여자는 평판 최악의 서지안이었다. 사랑도 관심도 없는 결혼이라 믿었다. 그래서 끝내려 했다. “우리 이혼해요.” 그런데 무심하던 남편이 돌변했다. “누가 이혼해 준대.” 낮게 웃은 태호가 그녀를 몰아붙였다. “내가 널 왜 골랐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나 봐.” 끝내려는 여자와 절대 놓아줄 생각 없는 남자. 애초에 이 결혼에는 지안만 몰랐던 이유가 있었다.
View More“서지안.”
도윤의 걸음이 잠깐 흐트러졌다.
“……서지안 이사님이요?”
“어.”
대답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늘까지 예정되어 있던 맞선은 모두 끝난 참이었다.
한영백화점 윤 회장의 손녀 윤세림을 비롯해 대신그룹을 포함한 몇몇 집안의 딸들까지.
그중 강덕수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상대는 단연 윤세림이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윤세림 씨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영 쪽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하고요.”
“됐고.”
서늘한 음성이 말을 끊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예.”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자 도윤이 빠르게 호출 버튼을 눌렀다.
그래도 궁금했다.
몇 년을 곁에서 지켜봤지만 강태호가 여자를 두고 이렇게까지 단번에 결정을 내리는 건 처음이었다.
“그럼 혹시…… 서지안 이사님으로 결정하신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태호는 슈트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었다.
“예뻐.”
“……예?”
도윤의 눈이 순간 커졌다.
“제일 예뻐.”
몇 시간 전 마주 앉아 있던 지안의 얼굴이 떠올랐다.
맑고 단정한 얼굴에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
얌전한 낯을 해놓고선 이 맞선에는 일말의 미련도 없다는 듯 굴던 앙큼한 태도까지.
제법 흥미로웠다.
다른 여자들은 하나같이 그와의 다음을 기대했다.
유독 서지안만이 오늘을 마지막이라고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도윤은 잠시 얼떨떨한 낯으로 태호를 바라보다 태블릿 PC로 시선을 내렸다.
“그럼 서한 쪽에 먼저 연락하고 기사 준비할까요?”
“아니.”
태호가 무심히 잘라 말했다.
“그냥 바로 기사 띄워.”
도윤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기사부터요?”
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짙은 눈동자에 미묘한 흥미만 어렸다.
***
요란한 벨소리가 고요한 침실을 울렸다.
한 번.
두 번.
끊어질 만하면 다시 울렸다.
“아…… 진짜.”
결국 이불 밖으로 손을 뻗어 한참을 더듬은 끝에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어젯밤 과음한 탓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목은 바싹 말라 있었고 눈꺼풀은 천근만근이었다.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더라.
희미하게 기억을 더듬던 지안은 이내 포기했다.
다신 걔네들이랑 마시나 봐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이사님, 지금 어디십니까?
다급한 목소리가 숙취로 울렁이던 속을 괜히 더 자극했다.
“집이요…… 왜요.”
- 기사 보셨습니까?
“무슨 기사…….”
- 결혼이요! 결혼!
지안이 감고 있던 눈을 겨우 떴다.
“결혼?”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뒤척였다.
“황 실장님 결혼해요?”
잠깐의 정적.
“축하해요…….”
- 아니, 제 결혼 말고요!
버럭 터진 목소리에 지안이 휴대전화를 귀에서 슬쩍 떼었다.
“아, 머리야……. 그럼 누구 결혼인데요.”
전화기 너머로 황민준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 이사님 결혼이요!
지안이 이불을 걷어차듯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네? 뭐라고요?”
- 지금 기사 떴습니다. 이사님 결혼하신다고요.
“내가 누구랑 결혼을 해요?”
- 강태호 부회장님이요!
지안이 그대로 굳었다.
숙취로 흐릿하던 정신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어젯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별다른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몇 마디 무미건조한 대화만 주고받았던 자리.
헤어질 때도 다음을 기약하지 않았다.
연락처조차 교환하지 않았다.
그게 끝인 줄 알았다.
“……미친.”
그런데 결혼이라니.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
이사실에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그녀의 비서 민준이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었다.
“……이사님, 어제 술 드셨어요?”
지안이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티 나요?”
“네. 지금 몰골이…….”
“어제 진짜 안 마시려고 했거든요. 근데 오하린이 전화가 와가지고…….”
“됐습니다. 일단 연락부터 해보시죠.”
“그래요.”
둘이 멀뚱히 서로를 쳐다봤다.
“……누가요?”
지안이 손바닥을 펼쳐 민준을 가리켰다.
“실장님이 하셔야죠.”
“저는 강태호 부회장님 연락처가 없습니다.”
“…….”
“설마 이사님도 없으십니까?”
지안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밥만 먹고 끝이었다니까요.”
민준의 얼굴이 허탈하게 굳었다.
“연락처도 없는데 결혼 기사가 났다고요?”
“제 말이요.”
결국 민준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태강 비서실로 연락하겠습니다.”
얼마 뒤 두 사람은 태강그룹 본사로 향하고 있었다.
지안은 편의점에서 급히 사 온 숙취해소제를 몇 모금 들이켰다.
숙취도 문제였지만 머릿속이 더 복잡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제 결혼 기사가 떠 있다니.
어제 그 맞선에서 대체 뭘 잘못한 걸까.
지안은 창밖을 바라보다 전날 저녁을 다시 떠올렸다.
안녕하세요!《소문난 강제결혼》이 외전까지 모두 마무리되며 드디어 완결을 맞이했습니다!그동안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늘 말씀드리지만, 독자님들이 남겨주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힘을 내서 마지막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제 첫 작품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답니당......앞으로도 더 좋은 글,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지금까지 지안이와 태호의 이야기를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독자님들 모두 늘 행복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혁아! 아빠 오신대!” 지안의 목소리에 거실 바닥에 엎드려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던 지혁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진짜? 아빠 왔어?” “응. 이제 거의 다 오셨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관까지 달려가 신발을 꺼내 신더니, 뒤따라 나온 지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 빨리!” “잠깐만. 신발 반대로 신었잖아.” 지안이 쪼그려 앉아 신발을 바로 신겨주자 지혁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평소에는 태호와 사사건건 투닥거리면서도, 아빠가 퇴근한다는 소리만 들으면 매번 이 난리였다. 현관문을 나서자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지혁은 지안의 손을 꼭 잡고 마당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쪼르르 걸었다. 그러다 대문 쪽으로 차 불빛이 비치자 손가락을 쭉 뻗었다. “아빠 차!” 검은 승용차가 천천히 진입해 멈춰 섰다. 도윤이 먼저 내려 뒷좌석 문을 열자, 태호가 재킷 앞섶을 매만지며 차에서 내렸다. “회장님, 내일 오전 아홉 시에 임원회의가 있습니다. 보고 자료는 미리 준비해 두겠습니다.” “응. 다른 건?” “오후 일정은 아직 조율 중입니다.” 도윤의 보고를 듣던 태호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다. “아빠!” 멀리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혁이 지안의 손을 놓고 쪼르르 달려오고 있었다. 태호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혀 다가오는 아들을 번쩍 안아 올렸다. “아빠아!” 지혁이 까르르 웃으며 태호의
그런데 담배만 끊으면 될 줄 알았던 건 태호의 착각이었다. 씻고 나온 태호는 거실 한쪽에 놓인 술장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위스키가 한 잔 생각나 유리문을 열고 병을 꺼냈다. 잔을 집어 들고 뚜껑을 돌려 열려던 순간이었다. “부회장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잠옷으로 갈아입은 지안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태호의 손에 들린 위스키병으로 향했다. “뭐 하세요?” “한 잔 마시려고.” “안 돼요. 술도 좀 줄이셔야죠.” “한 잔인데.” “한 잔도 안 돼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안이 태호의 손에서 잔을 빼앗았다. 그대로 술장 안에 밀어 넣더니, 위스키병까지 받아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딸깍. 유리문이 닫히자 태호의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담배도 안 된다더니, 이제는 위스키 한 잔까지 못 마시게 할 생각인가. “애기야.” “잠깐만요.” 지안은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주방으로 향했다. 태호는 닫힌 술장을 한번 바라보다 소파에 걸터앉았다. 잠시 후,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안이 머그잔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이거 드세요.” “뭔데.” “따뜻한 차요. 몸에 좋은 거예요.” 잔 위로 희미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흐음.” 태호는 선뜻 받아 들지 않고 지안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지안은
어느새 신호가 바뀌고, 차가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근사한 곳에서 주고 싶었는데.” 태호가 지안의 왼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차창 밖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네가 지금 너무 예뻐서.” 지안은 대답 대신 반지를 내려다봤다. 손가락을 살짝 굽혔다 펴 보더니 태호의 손에 끼워진 반지에도 시선을 주었다.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화려한 장소에서 거창하게 건네받는 선물보다, 이렇게 담백하게 반지를 건네는 모습이 오히려 태호다워서 더 좋았다. “그리고 부회장님이랑 커플이어서 더 좋아요.” “나도 그래.” 지안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작고 반짝이는 반지 하나가 뭐라고, 태호와 자신이 같은 편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괜히 마음을 들뜨게 했다. “직접 고르신 거예요?” “응. 저번에 일 있어서 백화점 들렀다가.” “되게 예쁘네요.” 딱 제 취향이었다. 원래 화려한 걸 좋아하지 않아 액세서리도 잘 착용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반지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손가락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평소 이런 물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더니, 은근히 세심한 구석이 있었다. 어떻게 제 취향에 꼭 맞는 반지를 골랐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 이제 나 유부녀인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서 남자들이 대시도 안 하겠네.” 짐짓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태호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큰일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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