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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Author: 코코넛 서고
열셋 째 황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충격에 굳어 버렸다.

그는 허겁지겁 바닥에 떨어진 상소문을 주워 들고는 눈을 부릅뜬 채 몇 번이고 읽어 내려갔다. 읽을수록 얼굴빛이 점점 더 굳어 갔다.

“이럴 수가…!”

그가 다급히 외쳤다.

“재해 소식이 경성에 전해진 건 겨우 사흘 전이다! 어떻게 반달 전부터 준비할 수 있었다는 말이냐!”

태자가 냉소를 머금고 웃었다.

“사흘 전이라는 말은 귀신이나 속일 소리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또렷했다.

“서북의 재해는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입니다. 형님께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지요. 그리고 방금 말한 열세 개 성의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는 단 한 곳만 중재해 지역이었고 나머지는 그저 약간의 피해만 입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구호 물자가 도착하면 곧바로 해결될 문제지요.”

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제혁은 이미 현지 백성을 조직해 질서를 유지하고 있고 현지 관아의 인력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굳이 병력을 더 동원할 필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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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70화

    하지만 단은설의 얼굴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놀라움과 공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그 순간, 무언가가 서인경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혹시 아까 그녀는 약에 취해 쓰러지지 않았던 걸까?서인경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태황태후는 유모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내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라. 진국의 강산이 서 씨 집안 사람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너희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단은설은 태황태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서인경과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녀의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스쳤다. 마치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서인경의 심장이 순간 세게 조여들었다. 단은설은 더 이상 살려 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궁연의 소란이 마침내 가라앉자 대신들과 가족들은 마치 죽다 살아난 사람들처럼 길게 숨을 내쉬었다.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저 궁에 한 번 들어왔을 뿐인데 또 한 번의 궁변을 목격하게 될 줄을. 이번에는 자신들마저 궁 안에서 죽을 뻔했다.서인경이 한마디 하자 대신들과 가족들은 일제히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맹국공이 고개를 들어 서인경을 바라보았다.“황후 마마께서 신에게 태자를 보좌하라 하신다면 적어도 사정을 알려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은 다음번에도 오늘 같은 일이 갑자기 벌어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서인경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본궁이 맹국공을 속이려 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일은 너무 기이하여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그대가 정말 알고 싶다면 본궁과 함께 서왕부에 가보자.”오늘 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서왕부가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맹국공은 이미 의심을 품고 있었다.그 말을 듣자마자 그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서인경은 가볍게 차림을 갖추고 궁을 나섰다. 눈에 띄지 않는 마차 한 대만 타고 큰 소란 없이 움직였다.마차에 오르려는 순간, 연강호를 추격하러 갔던 육승이 돌아왔다. 그는 마차 곁에 서

  • 시간을 거슬러   제1069화

    맹국공은 방금 전, 그 검은 옷의 사내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인경의 몸에 묻은 피와 대전 안에 가득한 혈비린내만으로도 방금 전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만약 서인경이 패해 그 검은 옷의 사내가 황위에 올랐다면 진국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맹국공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 순간 맹국공의 눈에는 더 이상 예전처럼 태상황을 향한 존중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태상황을 노려보았다.“태상황께서는 그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하시면서 감히 아무도 모르게 궁으로 들여와 왕조를 뒤엎으려 하셨습니다. 대체 진국의 강산을 어디에 두신 겁니까?”태상황은 처음으로 맹국공이 이런 말투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감히 짐에게 그런 말투로 말하다니!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지금 연기준이 조정에 없으니 짐이야말로 황제다! 짐은 아직도 구오지존이란 말이다! 너희가 예전에 연기준에게 복종한 것 자체가 이미 반역이요 역적이다! 짐은 너희 구족을 모조리 멸할 것이다!”태상황의 말이 끝나자 현장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태상황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졌다.“너희는 전부 짐이 끌어올린 사람들이다! 헌데 감히 짐을 배신하다니! 은혜도 모르는 것들! 천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서인경은 그가 발광하듯 날뛰는 모습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황제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강산과 백성을 한 번도 눈에 담지 않았지요. 검은 옷의 사내와 손을 잡고 변경의 학살 사건을 꾸며 냈습니다. 진국과 요동의 갈등을 격화시키고 열국에게 진국을 공격할 명분까지 주었죠. 그런 황제를 어떤 대신이 믿고 따르겠습니까?”태상황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표정이었다.“황위를 빼앗는데 희생이 없을 수 있느냐? 연기준을 끌어내야 너희 둘을 따로 무너뜨릴 수 있었다.”그는

  • 시간을 거슬러   제1068화

    방금 전 약왕곡에서 네 마리 악어는 연강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녀석들은 온천수 속에서 이리저리 날뛰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겠다는 듯 난리를 피웠다.[저희를 내보내주세요! 연강호 그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겁니다!]그리고 지금 약왕곡을 막 빠져나온 악어는 곧장 연강호를 향해 핏빛이 도는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연강호는 대전 안에 악어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순간, 팔에 격렬한 통증이 파고들었다. 악어의 이빨이 검은 옷을 뚫고 연강호의 팔에 깊이 박혔던 것이다.잠시 후 그의 살점이 그대로 뜯겨 나갔다.“이 자식들아!”[형제들, 백 년 묵은 원한이 바로 오늘이다!][물어뜯어! 죽을 때까지!]말이 끝나자 네 마리 악어가 동시에 다시 달려들었다. 연강호도 즉시 무공을 펼쳤다. 그는 거기에 더해 자신이 익힌 일불락의 술법까지 사용했다.대전 위 공기가 뒤집히듯 요동치며 폭풍 같은 기운이 휘몰아쳤다.하지만 네 마리 악어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요즘 그들은 일불락에서 가져온 온천수를 마시며 체력이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았다.그들은 연강호를 향해 죽기 살기로 물어뜯었다.연강호가 칼을 들어 악어의 몸 깊숙이 찔러 넣어도 악어는 목구멍에서 짧은 신음을 흘릴 뿐 교합력은 더 세졌다. 그들은 이를 악물듯 더 세게 연강호를 물어뜯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강호는 네 마리 악어에게 완전히 얽혀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검은 옷은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그때 대전 밖에서 들어온 햇빛이 마침 연강호의 팔에 비쳤다. 악어에게 찢긴 탓에 옷이 벌어진 팔이었다.그 순간, 연강호의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간 듯했다.그는 마지막 힘으로 칼을 휘둘러 악어 한 마리의 꼬리를 단칼에 베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두 마리 악어는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어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남은 악어만이 연강호의 허벅지를 끝까지 물고 놓지 않았다.연강호가 다시 칼을 들어 올리는 순간, 서

  • 시간을 거슬러   제1067화

    서왕…?설마 서왕비가 본래 부엌일꾼의 딸이 아니라 연강호의 증손녀라는 말인가? 이 사실을 서왕비는 알고 있었을까? 그녀가 연도현의 화족 패령을 자신에게 건넸을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서인경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지금 들은 정보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대전 안의 대신들과 가족들은 이미 전부 쓰러져 있었다. 연강호는 더 이상 아무 거리낌도 없이 당당하게 조건을 꺼냈다.“황위를 나에게 넘겨라. 그러면 너와 네 아들이 계속 후궁에 머물 수 있게 해 주겠다. 평생의 부귀영화를 보장해 주지.”서인경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였다. 그러다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만약 제가 거절한다면요?”연강호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그 어조는 모든 것을 이미 계산해 둔 듯한 여유가 담겨 있었다.“네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어차피 이 황위는 내 것이 된다. 다만 네가 협조한다면 너와 네 아들은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겠지. 헌데 협조하지 않는다면…”그의 목소리가 더욱 잔혹해졌다.“나는 너를 죽이고 네 아들을 내 노예로 만들겠다.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비참하게 목숨만 이어 가며 존엄도 없이 살아가게 할 뿐이지.”연강호는 자신의 목적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 말을 듣는 순간, 서인경의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연강호는 과거 일불락의 비술 금약을 복용한 덕분에 일불락 수장 일족의 운명과 자신의 목숨을 함께 묶어 버렸다. 일불락의 후손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다면 연강호는 수명 때문에 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불락의 후손이 모두 죽는다면 그의 목숨도 그 자리에서 끝난다.지금 서인경에게는 꼬막이가 있었다. 그래서 연강호는 더욱 거리낌이 없어진 것이다. 어른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아이 하나쯤 마음대로 휘두르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니까.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사이, 태후 옆에 쓰러져 있던 단은설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 작은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연강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대전을 훑어보았다. 눈을 드러내지도

  • 시간을 거슬러   제1066화

    연강호가 손을 내지르자 그의 장풍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곧장 서인경을 향해 밀려들었다.안포가 즉시 몸을 날려 서인경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맞서 싸우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그를 그대로 날려 보냈다. 안포의 몸이 공중으로 튕겨 올라 옆에 서 있던 기둥에 세게 부딪혔다. 순간 피비린내가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안포는 참지 못하고 핏물을 토해 냈다. 오장육부가 뒤틀린 듯 뒤엉켜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고통이 밀려왔다.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안포는 연기준 곁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였고 그가 특별히 남겨 서인경을 지키게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상대의 손에서 단 한 수조차 버티지 못했다. 이 사람의 실력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웠다.연강호는 힘을 거두고 계단 위에 섰다. 그와 서인경 사이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웠다.“지금이라도 후회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그러나 안포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본 순간, 서인경의 가슴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의 입가가 싸늘하게 올라갔다.“제가 후회하는 건 그때 당신을 죽이지 못했다는 겁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인경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손에 들고 있던 약가루가 허공에 흩어졌다.기묘한 향기가 대전 안에 퍼져 나갔다. 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향에 휩싸여 머리가 무겁게 울리고 눈앞이 흐릿해졌다.잠시 후, 사람들이 하나둘 힘없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태황태후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서인경! 네가 감히 무슨 짓을...”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황태후 역시 그대로 쓰러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뒤에 있던 유모들과 단은설도 그녀를 부축할 틈도 없이 함께 쓰러졌다. 문가에 서 있던 태상황조차 도망칠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대전 안에서 의식을 유지한 사람은 이미 해독제를 복용한 육승과 안포뿐이었다.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연강호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멀쩡히 서 있었다.“허.”음산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연강호는 길게 늘어진 옷자

  • 시간을 거슬러   제1065화

    검은 옷의 사내가 음산하게 웃었다.“내가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장생불사 약을 손에 넣으면 진국의 황위는 내가 잠시 앉아 보겠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손을 한 번 휘둘렀다. 순간 바닥에 널려 있던 시위의 시체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그대로 대전 안으로 날아들었다.서인경은 갑작스레 몰려오는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섬뜩한 살기를 두른 채 곧장 날아들고 있었다.서인경이 몸을 피하려는 찰나, 곁을 지키고 있던 안포가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는 공중에서 시위의 시체를 힘껏 걷어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쿵!시체가 바닥에 부딪히며 굴러 떨어졌다.그때였다.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가린 사내 하나가 시위의 시체를 밟고 천천히 대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안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 사람은 대전 밖의 시위들을 아무 소리도 없이 처리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은 서인경의 바로 곁을 지키는 호위였는데도 아무 기척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이 무공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 같은 호위는 죽어도 마땅한 존재였다.갑작스러운 변고에 대전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신들과 그 가족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문관들은 잽싸게 무장들의 뒤로 몸을 숨겼다. 괜히 화를 입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무장들은 그런 문관들을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의리를 지켜 앞에 나서서 막아섰다.“네놈은 누구냐! 감히 후궁에 침입해 황후 마마를 암살하려 하다니. 삼족을 멸할 죄다!”그때 허공에서 웃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후후.”그 목소리는 내력을 실은 음성이었고 공허한 울림처럼 대전 위를 맴돌았다.“나는 너희의 조상이다.”서인경의 눈빛이 순간 번쩍였다. 그녀는 눈을 떼지 않고 앞에 선 검은 그림자를 노려보았다.익숙했다. 너무도 익숙했다. 단지 체형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 그것은 설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냉혹한 기운이었다.설산에서 온 사람?순간, 일불락 시절

  • 시간을 거슬러   제674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서인경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만에 하나 정말로 두 사람이 약에 당해 음모로 함께 잠자리를 치렀다 한들 열세 째 왕야가 도리를 저버릴 리 있겠는가?그가 어찌 희태비를 위해 준비해둔 정표를 다른 여인에게, 그것도 야랑국의 총애 받는 귀비에게 넘길 수 있단 말인가?그 일이 발각된다면 두 나라 사이에 전쟁까지 불러올 만한 큰 사건이었다. 총애하는 빈비가 바람을 피우는 걸 용납할 수 있는 황제가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그는 늘 진국의 능력을 탐내왔었다. 다른 나라의 대장군과 왕야를 모략할 용기를 낸 그라면 충분

  • 시간을 거슬러   제659화

    “왕비 마마, 기다리고 계세요. 머지않아 당신 스스로 상왕비 자리를 내놓게 될 겁니다. 그때 되면 왕부에서 절을 하며 빌겠지요. 부디 제가 당신 남편을 데려가달라고 말입니다.”말을 끝낸 예정연은 승리를 확신한 듯한 미소를 남기고 돌아섰다. 그러나 그녀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 짓고 간 그 미소가 계속해서 서인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그녀는 너무도 자신만만했다. 그 당당한 태도를 보니 마치 자신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그녀 혼자 쥐고 있는 것만 같았다.연기준은 서인경의 불안함을 눈치채고 가볍게 손을 감싸 쥐었다.“두려워할 것 없다. 어

  • 시간을 거슬러   제693화

    연기준이 이성적이어서 서인경은 다행이라 생각했다.그는 덕비와 예정연과의 혈연을 고려하지 않고 천하의 안정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두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애초에 그녀들과의 혈연 따위는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던 듯했다.다만 갑작스레 드러난 희태비의 출신에 대해 서인경은 의혹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이 점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다.그렇지 않으면 그녀와 연기준의 관계는…?서인경의 머리가 잠시 굳어버렸다. 혹시 그녀와 연기준이 근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설마 사촌 남매 사이인 건 아니겠지?물론 그런 관계는

  • 시간을 거슬러   제690화

    평이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근처에 삼진 구조의 집이 하나 있는데 여기서 멀지 않고 제 사장님의 약방과 바로 이웃해 있사옵니다. 집도 깨끗하여 새집이나 다름없지요. 다만 대로를 바로 향하지 않고 작은 골목 안에 있어 조금 은밀하고 찾기 어렵사옵니다. 집주인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해서 급히 팔 생각이라고 하던데 제가 알아보니 그 집주인은 제 사장님 친구라 안전하고 믿을 만 하옵니다. 제 사장님께서 보증도 서주실 수 있다 하셨사옵니다.”제혁이 있는 이상 서인경의 마음은 한결 놓였다. 게다가 은밀한 곳이라면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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