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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Auteur: 코코넛 서고
“순성어사가 사람을 풀어 만춘원 안팎을 모두 포위했사옵니다. 저희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사옵니다.”

서풍교도 황급히 옷을 걸쳐 입고 나오며 물었다.

“안이는? 우리 안이는 지금 어디 있느냐?”

“단평안 도련님은 순성어사에게 끌려갔사옵니다. 상왕께서 조사에 협조하라 명하셨거든요.”

경조부윤이 보낸 부하의 말을 듣고 서풍교는 발을 동동 구르며 목청을 높였다.

“그저 청루에 간 것뿐이잖아! 도성 사내들 중 청루에 들르지 않는 자가 어디 있다고! 어찌 우리 안이만 끌고 간단 말이냐? 방금 상왕비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 않았느냐? 틀림없이 그녀의 짓일 거다. 일부러 우리 안이를 해치려는 거야!”

단효산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는 한편 낮게 물었다.

“안이는 오늘 진방옥과 함께 나갔다 하지 않았느냐? 혹 그도 함께 잡혀갔단 말이냐?”

그러자 그 부하는 잘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본 대로만 전했다.

“진 공자께서는 상왕과 제법 친해 보였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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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30화

    안태비와 흔태비의 얼굴에는 격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이야기는, 그들에게는 지금껏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언젠가 정말 궁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평생 이 높은 성벽 안에 갇혀 지내지 않아도 된다면...삶이라는 것이 갑자기 기다릴 이유가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성벽 밖의 자유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머리를 쥐어짜며 어떻게든 성벽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있었다.예를 들면 태황태후 궁에 머물고 있는 단은설. 또 하나의 예로는 나중에 스스로 궁에 들어온 유가영이 있었다.유가영은 입궁한 뒤 유난히도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스스로 궁 안에서도 가장 외진 전각에 살겠다고 청했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안태비와 흔태비의 궁과 이웃한 곳이었다.사건이 일어났던 날에도 그녀는 몇 번이나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인경이 사람을 시켜 문 밖에서 막았다. 그리고 오늘도 그녀는 또 찾아왔다.서인경은 원래 돌려보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안태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들어오게 하시지요. 안 그러면 매일같이 찾아올 텐데,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잖아요.”흔태비는 그날 일을 겪은 뒤,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서인경이 함께 있었기에 그녀도 서둘러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요. 다음에 황후 마마께서 안 계실 때면 저희는 더더욱 막지 못할 거예요. 지금 저 사람도 아이를 가진 몸이잖아요. 혹시 무슨 꿍꿍이로 왔는지 누가 알겠어요? 만약 여기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희가 입이 백 개라도 설명할 길이 없을 거예요.”서인경은 흔태비의 겁먹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날 일로 크게 놀란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이 두 사람은 예전에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 준 사람들이었다. 그 은혜는 서인경이 평생 잊지 않을 것이었다.서인경은 유모에게 말했다.“들어오게 하거라.”유모가 물러나고 잠시 뒤 배가 불룩하게 나온 여인을 데리고 들어왔다.유가영을 너무 오래 보지 못해 서인경은 그녀의 얼굴이 어떤지조차

  • 시간을 거슬러   제1029화

    “방자하다!”태후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천한 유모 하나가 감히 그런 말을 전하는 것을 보고는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네가 감히 무엇이길래, 감히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전하느냐!”그러나 유모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저는 그저 황후 마마의 말씀을 그대로 전할 뿐입니다. 황후 마마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후궁의 일은 모두 황후께서 맡아 처리하고 계시니 태후 마마께서는 황후의 영역에서 부디 조용히 지내시는 것이 좋을 거라고요. 만약 앞으로 또 누군가가 태후 마마 때문에 상처를 입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반드시 태후 마마와 제대로 계산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태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좋다, 어디 해 보자! 내 황아를 죽게 만든 것도 그녀다! 나 역시 그녀와 이 빚을 제대로 따져 볼 것이다!”“그만!”태상황이 젓가락을 탁자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사람 밥도 못 먹게 할 셈이냐! 그깟 천한 후비 둘로 너희 황후가 너무 호들갑을 떠는구나. 설령 죽는다 해도 그걸로 문제 삼을 사람도 없다.”그 말을 듣는 순간 유모의 마음이 서늘하게 식었다. 그녀는 문득 후궁의 후비들이 불쌍해졌다.저 남자는 한때 그녀들이 목숨 걸고 총애를 다투던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녀들이나 그녀들 배 속의 아이들에 대해 조금의 연민도 보이지 않았다.유모가 이 말을 서인경에게 전했을 때, 서인경은 마침 안태비와 흔태비의 궁에 와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을 대신해 막 태어난 아기들을 안아 주고 있었다.그 이야기를 듣고도 서인경은 놀라지 않았다. 안태비와 흔태비 역시 평온한 얼굴이었다.“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황실의 사람들은 본래 정이 얕은 법이니까요. 남은 생에 딸 하나 곁에 두고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이 두 사람은 후궁에서도 드물게 마음이 고운 사람들이었다. 서인경이 두 번 정도 그녀들의 궁에 들른 이후, 후궁 전체가 두 사람을 더욱 정성껏 보살피고 있었다.서인경이 두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은 없었다. 하

  • 시간을 거슬러   제1028화

    태후와 안태비, 흔태비 사이에는 본래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단지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서인경이 궁 안에 갇혀 있던 시절, 두 사람이 그녀를 도와주었다는 말을 들었기에.그 일로 태후의 마음에 원한이 싹텄다. 서인경에게 직접 손을 댈 수 없으니 그녀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후궁에서 아무도 감히 서인경에게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서인경이 아이와 산모 모두를 살려냈기 때문이다.태후는 속으로 혀를 찼다. 차라리 죽어 버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이 소식을 들은 태상황은 새로 태어난 두 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신 태후가 서인경을 제대로 눌러 버리지 못한 일에 불만을 터뜨렸다.“뱀을 잡으려면 일곱 치를 쳐야 근본을 건드리는 법이다. 안태비와 흔태비가 죽는다 한들 서인경에게는 아무 상처도 되지 않는다. 괜히 풀숲만 흔들어 서인경과 연기준에게 네 존재를 알린 셈이지. 참으로 어리석군. 여인의 어설픈 자비란!”지금의 태후는 예전처럼 태상황을 두려워하거나 공손히 대하지 않았다.그녀는 잊을 수 없었다. 그가 유가영의 편전에서 돌아온 후, 자신의 몸을 바라보던 그 노골적인 혐오의 눈빛을.부부로 지낸 세월이 그토록 길었지만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진심을 준 적이 없었다. 과거 그녀를 황후로 봉했을 때도 그저 하 씨 가문의 세력을 노린 것뿐이었다.태후는 또 하나 잊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만약 눈앞의 이 남자가 우유부단하게 균형만 따지며 망설이지 않았다면 그녀의 아들은 이미 오래전에 황위에 올랐을 것이다. 어찌 연기준이 지금처럼 머리 위에 올라탈 수 있었겠는가.하지만 이제 그녀의 아들은 죽었다. 그녀에게 남아 있던 유일한 희망이 사라졌는데 어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태후는 차가운 눈으로 태상황을 흘겨보았다.“폐하께서는 여인의 자비 따위는 없다 하셨지요. 그런데도 결국 연기준에게 지지 않았습니까? 서인경을 그렇게 오래 가둬 두고도 끝내 목숨 하나 끊어내지 못하셨으니… 폐하께서

  • 시간을 거슬러   제1027화

    그녀라면 오히려 금족과는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고 싶어 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금족의 순수한 혈통의 후손을 원한다니,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설마… 금족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어서 순수 혈통의 사람만 열 수 있는 건 아닐까요?”서인경이 조심스럽게 짐작을 내놓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연기준이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사람을 붙여 계속 지켜보겠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언젠가는 진상이 드러날 날이 올 것이다.”서인경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각 부족의 흔적은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유독 화족만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네요. 그들이 정말 자기 출신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화족 자체가 이미 후손이 끊어진 건지… 혹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도 더는 세상사에 얽히고 싶지 않아 이름을 숨기고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세 가지 중 어느 경우라 해도 저는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이 분쟁에서 멀어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요. 헌데 화족이 이미 세상에 나타났는데도 마음을 바꿔 어딘가 숨어 있다가 언젠가 기회를 노려 우리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는 거라면…”화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서인경의 마음은 늘 어딘가 불안했다. 그녀가 설산으로 돌아가려면 예전에 함께 힘을 모았던 여러 가문이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인지 확인해야 했다. 만약 그중 단 하나라도 배신한다면 일불락의 부흥은 커다란 장애를 맞게 될 것이다.그래서 서인경은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을 숨겨 왔다.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반드시 설산에 들어간 뒤여야 했다.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순간 문밖에서 육승이 알현을 청했다.“신이 조사해 보았습니다. 안태비와 흔태비께서 아이를 낳던 날의 일입니다. 그때 나타난 그 큰 새는 예전에 열셋 째 황자가 키우던 애완동물이었습니다. 그날 그 새에게는 사람을 보면 광폭해지는 약을 먹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자마자 흥분해 두 태비에게 달려들었던 것입니다. 사건이 끝난 뒤 그 새는 어화

  • 시간을 거슬러   제1026화

    야랑국에서는 지금, 아무도 모르게 조정의 권력이 뒤흔들리는 정변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연기준은 며칠에 한 번씩 왕덕심이 보내오는 소식을 받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색 동공에 대한 보고를 읽는 순간, 그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그때 서인경은 꼬막이를 데리고 어서재에서 놀고 있었다. 태자는 책상 앞에 단정히 앉아 국사를 처리하고 있었고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곧장 연기준에게 물어보았다.평소 연기준은 꼬막이에게 장난감을 건네주면서도 몇 마디 말로 태자의 방향을 잡아 주었다. 그러면 나머지 세부적인 일들은 태자 스스로 처리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태자가 같은 질문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연기준은 편지 한 장을 내려다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태자는 의아한 얼굴로 서인경에게 도움을 구했다. 서인경은 꼬막이를 태자의 품에 안겨 주고 연기준의 곁으로 다가갔다.“핏빛 같은 이색 동공이라니... 이 이야기, 왠지 익숙한데요?”연기준의 얼굴이 냉정하게 굳어 있었다.“야랑국에 가기 전에 나는 지하흑시에서 대장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 말로는 설산에서 서 장군을 구할 때 남궁열의 눈을 다치게 했다고 했지. 어족의 눈 부상 증상은 바로 핏빛 이색 동공이다. 그 이후 남궁열은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니게 흔적 없이 사라졌고.”서인경의 눈이 크게 뜨였다.“남궁열이라고요? 그가 야랑국에 있다는 말이에요?”연기준은 화접을 꺼내 편지에 불을 붙였다. 종이는 천천히 타 들어가며 한 줌의 재로 변해 갔다.“남궁열은 이미 어족에서 이름이 지워진 사람이다. 다시 일어서려면 반드시 동맹이 필요하다. 누구와 손을 잡아도 이상할 건 없지만 하필 덕비와 단진혁을 택했다는 건... 그 속내가 꽤 흥미롭다는 뜻이지.”덕비는 야랑국 후궁의 후비였고 단진혁은 야랑국의 대장군이자 황후의 친오라비, 즉 국구였다.단진혁이 황위를 노린다 해도 보통이라면 황자가 있는 후비와 손을 잡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덕비와 결탁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그

  • 시간을 거슬러   제1025화

    태자부.예정훈은 보고를 받았다. 한 궁녀가 사실은 남자가 여장을 한 모습이었는데 덕비의 후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그 사람은 궁문을 나서자마자 곧장 남자 옷으로 갈아입었고 이내 단진혁 장군의 저택 뒷마당으로 들어갔다.예정훈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단진혁은 황후의 친오라비가 아니더냐? 헌데 어째서 덕비와 손을 잡았다는 거지? 황후와 덕비가 평소 서로 앙숙이라는 걸 그가 모를 리 없을 텐데. 덕비에게는 정연 공주 하나뿐이고 뒤를 받쳐 줄 강력한 외가도 없다. 헌데 단진혁은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그녀와 엮인단 말이냐?”보고하던 부하 역시 고개를 저었다.“저희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번 다시 확인했지만 틀림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분명 덕비의 궁에서 나왔고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단 장군의 저택으로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그자의 눈이 이상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듯한 이색 동공이었는데 눈이 전부 핏빛처럼 붉었습니다.”핏빛 눈이라니. 예정훈은 한참 동안 생각했지만 그 안에 숨은 음모를 도무지 짚어낼 수 없었다.그러다 문득 떠올랐다.예전에 연기준이 야랑국에 왔을 때, 그는 덕비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연기준이 후궁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예정훈을 찾아와 부탁했다. 오랫동안 자취를 감춘 금씨 가문을 조사해 달라고.그 일과 함께 떠오른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 단진혁이 야랑국 전역을 뒤지며 연기준을 찾던 때였다. 남쪽 산기슭에 있던 금씨 가문의 옛 터에서 대규모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그 붕괴로 뒤쪽 산까지 흔들리며 지진이 일어났고 산에서 쏟아진 물이 지대가 낮은 곳으로 역류해 내려왔다. 결국 금씨 가문의 옛 터는 지금 거대한 산사태가 지나간 폐허로 변해 버렸다.하지만 당시 단진혁은 연기준을 찾는 일에 급급했기에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예정훈은 그 일에 수상한 점을 느끼고 조용히 조사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그 붕괴가 일어나기 며칠 전, 금씨 가문의 옛

  • 시간을 거슬러   제290화

    이쪽에서는 몇몇 사내들이 서로 밀치며 고함을 질러댔다. 약방 주인이 무슨 말을 해도 그 남자는 고집스럽게 의원이 아이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서인경은 조용히 아이 곁으로 다가가 몸을 낮추었다. 그녀의 시선이 울부짖는 부인의 얼굴에 닿았다. 그 여인의 상심과 눈물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서인경은 낮게 속삭였다.“네 딸, 아직 살릴 수 있다.”부인은 눈물을 뚝 그치며 번개처럼 고개를 들어 서인경을 보았다.“지금 그 말, 진짜입니까?”서인경은 단호하게 응답했다.“나는 상왕비 서인경이다. 내 목숨을 걸고 보증하지.

  • 시간을 거슬러   제300화

    “상왕비라 했나?”예정임의 손이 순간 멈추었다.“오늘 본황자는 상왕만 보았다. 대전에는 몇몇 궁녀들뿐, 부인을 동반한 이는 하나도 없었지.”그의 어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시위는 예정임에게 차를 따라 올리며 무심히 말했다.“듣자 하니, 진국은 남권 제도라 하여 사신을 접대하는 자리에 여인이 참석할 수 없다 하옵니다. 다만 주군, 대장군의 당부를 잊지 마시길. 만약 주군의 속내가 대장군의 귀에 들어간다면 두고두고 꾸중을 들으실 것이옵니다.”예정임은 성가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 가득 실망을 드러냈다.“그만, 그만!

  • 시간을 거슬러   제313화

    그는 뒤로 손을 내저었다.“너희 둘, 나가서 문밖을 지키거라. 본도련님과의 자리를 방해하지 말거라.”하인들은 명을 받들어 물러나며 아예 문까지 꼭 닫아주었다.문이 닫히자 단평안은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정욕이 눈에 가득 차 서인경에게 달려들었다.“이 년, 내가 너를 몇 해나 그리워했는 줄 아느냐! 오늘은 네가...”그의 말은 채 끝맺지 못했다. 단평안의 몸은 서인경 눈앞 한 치 앞에서 멈춰 섰고 그의 눈빛은 공포에 굳어졌다.단평안은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그러나 날카로운 칼끝은 이미 그의 살

  • 시간을 거슬러   제231화

    “에이, 우리 남궁 오라버니가 혹시 그대 상공보다 더 잘생겼나?”서인경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툭 밀어냈다.“그래도 내 상공이 더 잘생겼네.”연기준이라는 사람은 비록 성격은 개 같아도 얼굴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막효연은 시큰둥하게 혀를 차며 말했다.“굳이 여기저기서 그대가 좋은 아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줄 필요는 없네!”서인경의 고개가 그녀 쪽으로 돌아갔다.“내가 그렇게 좋은 아내 같아 보이는 겐가?”막효연은 모든 걸 다 꿰뚫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대가 상공까지 끌고 약을 구하러 다니는 것만 봐도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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