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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Author: 코코넛 서고
서가군 군영.

서인경이 도착했을 때, 장졸들은 이미 훈련을 마친 뒤였다. 대부분의 병력은 숙귀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던 터라 이곳에는 마 씨 성을 가진 부장이 남아 군영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서인경을 보자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마마, 어찌 이곳에 오셨습니까?”

서인경은 되묻듯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오면 안 되느냐?”

마 부장은 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 옵니다. 다만 조금 전까지 상왕과 대황자께서 직접 지휘하시기에 저희는 마마께서 경성에 남아 태를 기르시는 줄로만 알았던 것입니다.”

요즘 서가군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런 와중에 오늘 하루 군영에는 온갖 소문이 퍼져 나돌았다.

가장 널리 퍼진 말은 서인경이 서가군의 남은 병력을 모두 연기준에게 넘겼다는 것이었다. 비록 부부라 하지만 연기준은 어디까지나 황실의 일원. 이는 곧 황제가 군권을 거두려 한다는 신호처럼 퍼져 나갔다.

수십 년을 서가군과 생사를 함께 해온 장졸들의 마음은 술렁였다. 만약 다른 장수가 지휘를 맡는다면 앞으로 군영이 어떻게 갈라지고 흩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인경은 마 부장에게 잔잔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날은 내가 감히 장담할 수 없다. 한데 서 씨 집안의 피가 흐르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서가군은 영원히 서가군일 것이다.”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건국과 더불어 함께한 이 군대가 언젠가는 서 씨가 아닌 연의 성씨를 달게 되리라는 것을. 그러나 아직 서가군이라 불리는 이 순간만큼은 반드시 서 가가 그 책임을 지고 지켜야 했다.

마 부장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번졌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낮게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우리 몇은 서 노장군을 따라 평생을 전장에 몸담았으니 그의 인품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일,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해도 반드시 서 노장군을 구해내겠습니다.”

서인경은 또다시 서가군의 충성에 가슴이 저려왔다.

“내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고마움을 전한다. 반드시 서가군의 모든 장졸들을 합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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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30화

    소위 말하는 내연녀라는 표현 역시 서인경이 처음 가르쳐 준 말이었다. 맹은영은 이제 그 말을 제법 입에 붙여 쓰고 있었다.서인경은 난처한 듯 그녀를 흘끗 보았다.“사내가 정말로 바람을 피우고 싶어 한다면 그 상대가 누군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네. 그러니 내연녀를 찢어 봐야 소용없지. 후환을 완전히 끊고 싶다면 먼저 사내부터 찢어야지 않겠는가? 이 방법, 그대도 잘 배워 두시게.”“쯧.”맹은영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제가 그런 걸 왜 배웁니까? 저는 평생 시집도 안 갈 건데요.”그제야 서인경은 맹은영이 한때 대황자부에 시집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 궁사점을 없애고 평생 혼인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물론 그때는 궁지에서 나온 임기응변이었지만 정말로 마음을 나눌 사람을 만난다면 서인경은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랐다.다만 맹은영이 정말로 개의치 않는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과거를 꺼내는 그녀의 말투는 지나치게 가벼웠다.“궁사점도 없으니 어느 사내도 저를 원하지 않겠지요. 한데 저도 맹국공 집안 권세나 노리는 속물 남자들은 질색입니다. 외삼촌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저 혼자 잘 살라고 큰돈을 남겨 두셨답니다. 조카들 역시 장차 제가 늙으면 자기가 모시겠다고 서로 나서고 있고요. 나중에 나이가 들면 폐하나 황후께서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실 테니 그땐 제가 뭘 하든 간섭할 사람도 없습니다. 돈이 있으니 영앤핸썸인 사내들이야 마음껏 즐기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영앤핸썸이라는 표현 역시 서인경이 알려 준 말이었다. 21세기 출신인 서인경도 맹은영의 이 같은 발상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담력도 있고 계산도 빠른, 그야말로 본받을 만한 인물이었다.더 말할 것도 없이 곁에 있던 연풍과 평이, 봉한설은 그저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중 서인경과 봉한설은 질투 섞인 부러움이었고 연풍과 평이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그, 그런 삶도 가능한 겁니까?”“맹 아가씨는 정말로 세상 이치를 벗어나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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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26화

    단은설은 분이 폭발해 침궁의 물건을 죄다 집어던졌다. 갓 떠온 따끈한 피 한 그릇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 존재가 오히려 그녀를 비웃는 것 같았다.그 시각, 황후는 자신의 침전에서 태연히 향로에 향가루를 한 줌 더 올리고 있었다. 후궁의 일이란 어느 것 하나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저 황귀비, 어리석기 짝이 없군. 자업자득이지, 뭐.”곁에서 서 있던 유모도 맞장구쳤다.“마마께서는 분별이 밝으십니다. 후궁이라는 곳에 영원한 총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때 아픈 척 몸을 사리시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황후는 향로 뚜껑을 덮고 유모의 부축을 받으며 침상에 몸을 기댔다.“내가 병든 체하는 건 모두 황자 때문이다. 폐하께서는 아직도 아이를 풀어주지 않는다 했지? 이번 일은 정말로 역린을 건드린 모양이야. 괜히 나서서 계속 구명해 봐야 괘씸죄만 쌓일 뿐이지. 차라리 폐하 앞에서 잠시 사라지는 편이 낫다. 곧 후궁이 황귀비 때문에 사달이 나기 시작하면 폐하께서도 다시 나를 찾을 테니까.”유모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마마께서는 어찌 그리 현명하신지요.”그러나 황후는 그 말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침상에 기대어 눈을 감자 속에서 피로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대황자가 갇힌 이후로 그녀는 늘 기운이 모자랐다. 아침에 머리를 빗다가 하얀 새치 몇 올을 발견했을 때 폐하가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문득 알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후궁에서 평생을 조심하며 살았다. 하 씨의 영화를 위해, 폐하의 총애를 위해, 그리고 아들의 태자 자리를 위해 힘껏 버티고 견디며 싸웠다. 하지만 끝에 다다르니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늘어나는 듯했다.비록 지쳐도 포기할 권리는 그녀에게 없었다. 황가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 총애를 잃는 순간, 곧 제물로 전락한다.황후는 다시금 눈을 뜨고 곧추앉았다.“내일부터 가이를 들여 병시중을 들게 하거라. 단여월은 궁에 들어온 지 꽤 됐건만 배에 아무런 기척도 없지 않으냐? 급할 때 보탬이 되기는커녕 사고만

  • 시간을 거슬러   제725화

    신비는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 쓸어올리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네 어머니께서 너를 참 잘 가르치셨구나.”신비가 떠나자, 열다섯 째 황자는 곧장 열일곱 째 황자와 열여덟 째 공주를 자신의 침전으로 데려갔다.“신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우리 셋은 한데 모여 있는 거야.”열일곱 째 황자는 이미 철이 들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열여덟 째 공주는 두 오라버니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이 났는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이 셋이서 한데 모여 놀고 있을 때, 문득 익숙한 그림자가 조용히 들어섰다. 유모는 문턱을 넘자마자 열다섯 째 황자를 찾듯 눈을 고정시켰다. 그 시선을 감지한 듯, 열다섯 째 황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 번 스쳤을 뿐인 얼굴인데도 어딘가 아련하게 익숙했다.유모는 너무 오래 주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탓에 늙은 유모에게 바로 꾸지람을 들었다.“아랫사람이 주인을 똑바로 보는 건 무례다!”꾸중을 들은 유모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허둥지둥 부엌 쪽으로 몸을 피했다.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열다섯 째 황자의 마음은 묘하게 흔들렸다.“저 사람은 누구냐?”궁녀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부드럽게 설명했다.“신비 마마께서 특별히 데려온 분입니다. 세 분의 수라를 맡는 사람이지요. 황자께서는 그녀를 운 유모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운… 유모?”열다섯 째 황자는 모퉁이 너머로 사라진 그림자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속삭였다.어서재.그날 밤, 황제는 단은설의 패를 들고 있었다. 그때, 경사방(敬事房: 궁중에서 황제의 후궁과 궁녀의 관리, 일상적인 부부생활 관련 업무를 전담한 환관 조직의 핵심 부서) 태감이 물러나기도 전에 또 다른 태감이 급히 들어와 알렸다.“신비 마마께서 뵙기를 청합니다.”황제의 놀라움은 낮에 서재에서 연기준을 보았을 때만큼이나 컸다.“들게 하거라.”황제가 막 상소문을 내려놓았을 때, 눈부신 여인이 고개를 숙인 채 문으로 들어섰다. 찬란한 비단 옷이 몸 선을 따라 흘렀고 두 아이를 낳은 몸이라곤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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