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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Author: 코코넛 서고
서가군 군영.

서인경이 도착했을 때, 장졸들은 이미 훈련을 마친 뒤였다. 대부분의 병력은 숙귀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던 터라 이곳에는 마 씨 성을 가진 부장이 남아 군영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서인경을 보자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마마, 어찌 이곳에 오셨습니까?”

서인경은 되묻듯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오면 안 되느냐?”

마 부장은 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 옵니다. 다만 조금 전까지 상왕과 대황자께서 직접 지휘하시기에 저희는 마마께서 경성에 남아 태를 기르시는 줄로만 알았던 것입니다.”

요즘 서가군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런 와중에 오늘 하루 군영에는 온갖 소문이 퍼져 나돌았다.

가장 널리 퍼진 말은 서인경이 서가군의 남은 병력을 모두 연기준에게 넘겼다는 것이었다. 비록 부부라 하지만 연기준은 어디까지나 황실의 일원. 이는 곧 황제가 군권을 거두려 한다는 신호처럼 퍼져 나갔다.

수십 년을 서가군과 생사를 함께 해온 장졸들의 마음은 술렁였다. 만약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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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50화

    서인경은 요 며칠 동안 모아 온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정리해 눈앞의 융단 위에 늘어놓았다.비둘기 서신으로 연기준을 급히 경성 밖으로 불러낸 일, 마을 학살 명령을 내린 장수 위영의 정보, 국경에서 벌어진 학살의 전 과정, 일불락 사기에 기록된 천 년 전 전쟁의 기록, 맹국공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 서왕부에 드리워진 잠재적인 위기, 그리고 진국과 야랑국.서인경은 이 모든 정보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들을 하나씩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그 종이들은 점점 늘어나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천천히 두 글자를 적었다.화족.그들이 진국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꼬막이는 서인경 곁에서 기어 다니며 놀고 있었고 서인경은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때였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꼬막이의 말랑한 몸이 그대로 서인경의 품으로 넘어져 들어왔다.서인경은 번쩍 눈을 떴다. 눈빛이 순식간에 또렷해졌다.화족이 노리는 것은 진국의 황위였다.막 그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발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고 곧 육승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마마, 태상황께서 움직이셨습니다.”서인경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는 육승은 거칠어진 숨을 겨우 가다듬고 있었다. 분명 달려온 것이 틀림없었다.“무슨 일이냐?”육승이 말했다.“태상황이 진방옥의 상단 안에 사람을 심어 두었습니다. 진방옥을 따라 야랑국으로 가려 합니다.”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그리고 맹국공부 앞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백성들 가운데에도 태상황이 감정을 선동하도록 심어 둔 간자들이 있습니다.”태상황은 악행을 셀 수 없이 저질러 온 사람이다. 그가 서인경이 장생불사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렇게 쉽게 타협해 스스로 연금된 채 늙어 죽기를 기다릴 리가 없었다.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서인경과 연기준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을 붙여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누군가 진

  • 시간을 거슬러   제1049화

    서인경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그동안 화족은 늘 존재감이 희미한 부족이었다. 서인경 역시 그 부족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조차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이제 그들은 과거 설산에서 벌어졌던 것과 똑같은 방식의 학살 사건을 만들어 냈다. 세상이 바라보는 것은 잔혹함이었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공포였다.하지만 일불락의 역사를 아는 일불락의 후손들이 이 사건을 보게 된다면 그들이 떠올릴 것은 단 하나였다.화족의 복수.이런 방식으로 화족은 서인경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왔다는 사실을.하지만 그들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그리고 왜 하필 진국과 요동을 선택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왜 굳이 연기준을 국경으로 끌어내려 하는 것일까?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서인경의 등골이 서늘하게 식었다.만약 상대의 목적이 연기준을 국경으로 유인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목표는 서인경 자신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연기준을 국경으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목표는 연기준일 것이다.어느 쪽이든 적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자신들은 빛 아래 드러나 있다.서인경은 처음으로 일불락에서 비롯된 거대한 위협의 기운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날 오후, 진국과 요동 국경에서 벌어진 마을 학살 사건은 경성 전체에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사람들은 경악했다. 어째서 진국의 군대가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처음에는 믿지 못하던 사람들도 점점 분노로 돌아섰다. 군대가 인간성을 잃었다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들은 모두 죄 없는 백성이었다. 그들이 이런 일에 휘말려 죽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만약 요동이 분노해 미친 듯이 보복을 한다면 결국 고통을 겪게 되는 건 또다시 평범한 백성들이었다. 진국의 군대가 백성의 목숨을 풀잎처럼 여기는데 어찌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때 육승이 궁 밖의 소식을 들고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지금 밖에서는 모두 알고 있습

  • 시간을 거슬러   제1048화

    꼬막이는 작은 머리를 끄덕였다. 서인경이 정말로 자신의 말을 믿었다는 걸 확인하자 그제야 엉덩이를 쑥 내밀며 제 장난감을 가지고 놀러 가 버렸다.서인경은 아들의 조그마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가끔은 정말 이상했다. 저 작은 몸 안에 혹시 지능이 아주 높은 어른 하나가 들어앉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설마 이 아이도 환생해 온 걸까?하지만 서인경은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었다.꼬막이는 일불락에 대해 지나치게 잘 알고 있었다. 서인경이 아직 그를 배 속에 품고 있을 때부터, 그는 이미 그녀의 꿈속에 나타났었다. 그리고 그녀를 이끌어 일불락의 유적지로 데려가 함께 온천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차라리 환생이라기보다는 전생의 기억을 지닌 일불락의 후손이 그대로 그녀의 뱃속에 태어난 것에 더 가까웠다.다만 한 가지. 그의 전생이 어떤 신분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꼬막이의 전생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건 그만두고 서인경은 곧 생각을 거두었다.그리고 꼬막이가 펼쳐 놓고 간 일불락 사기를 바라보았다. 꼬막이가 손가락으로 짚어 준 그 페이지에는 일불락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 하나가 기록되어 있었다.일불락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그 역사는 이미 수천 년에 이르렀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언제나 권력을 둘러싼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불락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백여 년 전처럼 하나로 단결된 체제를 이루기까지, 그들 또한 수없이 많은 갈등과 변화를 겪어야 했다.그리고 그 사건은 일불락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구족의 왕위 쟁탈.천 년 전, 일불락에는 아직 지도자 가문이 존재하지 않았다.오직 아홉 개의 부족이 있었고 각각 하나의 산을 차지해 흩어져 살고 있었다. 바깥 세상에서 나라와 나라가 서로 다투듯 이 아홉 부족 사이에도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자원과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있었고 그중에는 일불락 전체의 지배자가 되려는 이들도 있었다.그 가운데에서도 제9부족의 족장은 특

  • 시간을 거슬러   제1047화

    진방옥이 마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장수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맹은영의 마음에는 묘한 감정이 동시에 일었다.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얄미운 마음도 있었다.부러운 건 그가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바깥세상이 어떤지 직접 볼 수 있으니까.그녀와는 달랐다. 맹은영은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경성에서만 살아왔다. 지금껏 가 본 가장 먼 곳이라 해 봐야 성 밖 삼십 리 떨어진 들판이 전부였다.하지만 동시에 그가 겁이 많다고 생각하니 얄미웠다. 고작 연기 좀 하는 일인데 그것도 못 하다니.“당신이 못 하겠으면 제가 갈 겁니다!”누군가 일을 가로채려 하자 진방옥이 바로 발끈했다.“누가 못 한다고 했습니까! 남자들의 협상이니 당신은 비키세요.”맹은영은 곧장 맞섰다.“제 외삼촌은 이름난 상인입니다. 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서 장사 이야기라면 당신 못지않게 잘 알아요. 어쩌면 제가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황후 마마, 저를 보내주면 안 됩니까?”서인경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정말 네가 간다면 맹국공께서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넌 얌전히 경성에 있으면서 네 셋째 오라버니가 돌아오길 기다려.”맹은영은 말문이 막혔다.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개운하지 않았다. 마치 모두가 저마다 할 일이 있는데 자신만 한가한 사람처럼 느껴졌다.*진방옥의 출발 날짜는 내일로 정해졌다. 서인경은 길에서 쓸 수 있도록 몇 가지 약을 건넸다.“이건 만능 해독약이야. 목숨이 위태로울 때 한 알 먹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어.”서인경은 먼저 흰색 자기병을 건넸다. 그리고 곧이어 검은 병 하나를 더 꺼냈다.“이 안에는 독약이 들어 있어. 방금 준 것과 헷갈리지 마. 괜히 네가 먹는 일은 없도록 말이야.”진방옥은 말없이 서인경을 바라봤다.“제가 그렇게 멍청해 보입니까?”서인경은 다시 몇 개의 약포를 꺼내 건넸다.“이건 독가루야. 상대 눈에 뿌리면 한 각 동안 눈을 뜨지 못해. 그 사이에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어.”서인경의

  • 시간을 거슬러   제1046화

    일불락의 사서에는 그날의 비장한 참상이 기록되어 있었다.마을 전체, 수천에 이르는 백성들이 모조리 강도들의 철기 아래 목숨을 잃었다. 하늘과 땅을 뒤덮은 눈부신 설원은 순식간에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시신들은 마을 어귀에 쌓여 올려졌는데 멀리 보이는 설산처럼 겹겹이 쌓인 채 아무 말 없이 악인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었다.강도들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마을을 짓밟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눈사태까지 일으켰다. 설산 속에서 살아가던 백성들도, 그곳에 들이닥친 강도들도 단 한 사람도 빠져나오지 못했다.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광풍이 산을 휩쓸었다. 끝없이 밀려 내려온 눈과 얼음이 산비탈을 타고 쏟아져 내리며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광기에 사로잡힌 강도들이 설산의 사람들을 학살했다면 그들의 수호신은 장대한 장례를 치르듯 한 번의 거대한 재앙으로 그 원수를 갚았다. 그렇게 강도들을 그들과 함께 그 자리에 묻어버린 것이다.*불과 한 각 전, 서인경은 국경에서 급히 돌아와 자세한 보고를 올린 병사를 만났다.어젯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인경은 국경의 병사가 전마 다섯 필을 갈아 죽일 만큼 밤낮없이 달려 막 경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사태가 워낙 급박해 맹경운은 소식을 최대한 빨리 전하기 위해 비둘기 서신을 먼저 띄웠다. 그러나 그 편지는 간략했다. 연기준에게 즉시 국경으로 오라는 말만 남겨져 있었다.자세한 상황을 전할 병사는 비둘기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작 하룻밤 늦은 것뿐이었다. 그가 오는 길 내내 단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서인경은 곧장 사람을 불러 그를 궁으로 들였다.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이 갈라져 피가 맺힌 채, 몸이 휘청거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이는 어린 병사였다. 죽음을 숱하게 겪어 온 군인이었지만 그날의 일을 다시 떠올리자 그의 눈에는 여전히 충격이 가득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시간을 거슬러   제1045화

    진방옥은 편지를 다 읽고 서인경에게 돌려주었다.“저를 야랑국에 보내서 예정훈을 돕게 하려는 겁니까? 헌데 저는 아직 기반도 없잖아요. 게다가 야랑국에는 단평안도 있지 않습니까?”이번에 예정훈이 즉위하는 과정에서 단평안이 뒤에서 꽤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인경이 진방옥을 부른 것은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다.“그 셋이 사라진 직후, 예정훈은 바로 야랑국 국경을 봉쇄했어. 지금 그들은 분명 아직 야랑국 안에 있을 거야. 기회를 노리며 국경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겠지. 너는 상단을 이끌고 야랑국에 가서 기회를 틈 타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데리고 나온다고요?”진방옥은 멍해졌다.“저보고 그들을 야랑국에서 탈출시켜 주라고요? 도대체 마마는 어느 편입니까?”서인경이 가볍게 웃었다.“물론 나는 예정훈 편이지. 헌데 지금 그 셋은 어떻게든 야랑국을 빠져나가려고 할 거야. 왕래하는 상단 속에서 기회를 찾지 못하면 더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도 있어. 그 붉은 눈의 사내는 수단이 아주 잔혹해.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변경의 백성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심하면 두 나라 사이에 민심과 조정의 분노를 동시에 일으킬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예정훈이나 우리로도 더 이상 상황을 눌러 담기 어려워지겠지. 게다가 누군가가 뒤에서 부추기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 사이의 평화는 쉽게 깨질 거야. 그러니까 너는 평범한 상단으로 가장하고 야랑국에 한 번 다녀와. 그리고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우리의 시야 안에 두는 거야.”그래야만 그들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당당하게 감시할 수 있었다.진방옥은 어딘가 몸이 오싹해졌다.“황후 마마께서도 그 붉은 눈의 사내가 잔혹하다고 했잖아요. 혹시 저를 해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서인경이 고개를 저었다.“지금 그들은 절대로 일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네가 그들을 야랑국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면 오히려 고마워할 가능성이 더 크지. 그리고 이번 일은 단지 그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만이 아니야. 너에게도 기회가

  • 시간을 거슬러   제311화

    서인경이 고개를 돌려 육승에게 물었다.“복래객잔은 어디에 있느냐?”육승은 곧바로 수상쩍음을 감지했다.“왕비 마마, 사태가 석연치 않사옵니다. 누군가 고의로 왕비 마마를 그곳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분명하옵니다. 매복이 있을 수 있으니 신이 먼저 가서 살펴보겠사옵니다.”서인경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시간이 없다. 상대는 분명 나 혼자 오라 했다. 너희는 반 시각 늦게 오거라.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구나.”육승은 끝내 막아설 수 없었다. 그는 서인경에게 방향만 일러주고 곧장 사람을 시켜 궁궐

  • 시간을 거슬러   제305화

    서인경의 시선이 곁에 서 있는 노신을 스쳐 지나갔다.“홍복, 너는 문밖을 지키거라.”방금 두 사람의 기세라면 자칫하면 정말로 싸움이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두려웠던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하나…”예정훈은 짧게 잘라 말했다.“걱정 말고 나가 있거라.”홍복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며 문을 닫았다. 그러자 예정훈의 시선이 다시 서인경에게 향했다.“이제 말해도 됩니다.”서인경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제 사람들이 서가 군영 밖에서 야랑국 선황후의 화권을 주워왔습니다.”그 말에 예정훈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하며 동

  • 시간을 거슬러   제279화

    부장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주 부장이 불쑥 앞으로 나서더니 아직 반쯤 펼쳐져 있던 화폭 위에 손을 꾹 눌렀다.“왕비 마마, 오해가 있으시옵니다! 여기, 이 부분을 보시지요!”무심코 그곳을 들여보다 본 서인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몸을 숙여 막 부장이 가리킨 지점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저건, 서 자? 이게, 여검의 영패란 말이냐?”그림 속, 미인이 몸을 담근 욕조 옆면에는 위장된 패가 그려져 있었다. 흐릿한 먹빛으로 새겨진 한 글자, 서.욕조의 색과 흡사하여 처음 보는 이들은 반드시 미인의 자태에

  • 시간을 거슬러   제268화

    연기준의 눈빛에 잠시 짜증이 스쳤다.“머리가… 아프다.”서인경은 그의 손목을 놓고 이마에 살며시 손을 대보았다.“몸속에 아직 독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약을 지어드릴게요. 며칠만 더 복용하면 괜찮아질 겁니다.”아직 독성이 그의 기맥 속을 떠도는 탓일까? 연기준의 눈에는 피로가 깊이 깔려 있었고 말하기조차 귀찮은 듯한 나른한 기색이 번져 있었다. 서인경은 아까 연풍이 말한, 황제가 두 사람에게 조속히 경성으로 돌아오라 명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저는 흑시에 며칠 더 머물러 아이들을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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