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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Author: 코코넛 서고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열다섯 째 황자가 품에 안아들었다.

“제가 태황태후와 유모가 하는 말을 엿들었습니다. 오늘 밤 유청을 자기 궁에 들여다가 직접 기르겠다고 합니다. 이모, 황숙,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십시오. 절대로 그분 뜻대로 두면 안 됩니다.”

서인경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늙은 것은 역시나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못 낳아본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자꾸 남의 아이를 탐낸단 말인가.

연기준이 서인경의 손을 감아쥐며 안정시키듯 눈빛을 보냈다.

“걱정 말거라. 본왕이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본왕의 아들을 데려갈 수 없다.”

서인경은 연기준을 믿었다. 하지만 태황태후가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건 이미 준비도 끝냈다는 뜻일 터. 그들이 꼬막이를 궁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한들 태황태후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 꼬막이를 빼앗아 가려 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상황을 보며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열다섯 째 황자는 한동안 꼬막이를 안고 있다가 서인경에게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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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50화

    서인경은 요 며칠 동안 모아 온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정리해 눈앞의 융단 위에 늘어놓았다.비둘기 서신으로 연기준을 급히 경성 밖으로 불러낸 일, 마을 학살 명령을 내린 장수 위영의 정보, 국경에서 벌어진 학살의 전 과정, 일불락 사기에 기록된 천 년 전 전쟁의 기록, 맹국공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 서왕부에 드리워진 잠재적인 위기, 그리고 진국과 야랑국.서인경은 이 모든 정보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들을 하나씩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그 종이들은 점점 늘어나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천천히 두 글자를 적었다.화족.그들이 진국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꼬막이는 서인경 곁에서 기어 다니며 놀고 있었고 서인경은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때였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꼬막이의 말랑한 몸이 그대로 서인경의 품으로 넘어져 들어왔다.서인경은 번쩍 눈을 떴다. 눈빛이 순식간에 또렷해졌다.화족이 노리는 것은 진국의 황위였다.막 그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발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고 곧 육승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마마, 태상황께서 움직이셨습니다.”서인경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는 육승은 거칠어진 숨을 겨우 가다듬고 있었다. 분명 달려온 것이 틀림없었다.“무슨 일이냐?”육승이 말했다.“태상황이 진방옥의 상단 안에 사람을 심어 두었습니다. 진방옥을 따라 야랑국으로 가려 합니다.”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그리고 맹국공부 앞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백성들 가운데에도 태상황이 감정을 선동하도록 심어 둔 간자들이 있습니다.”태상황은 악행을 셀 수 없이 저질러 온 사람이다. 그가 서인경이 장생불사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렇게 쉽게 타협해 스스로 연금된 채 늙어 죽기를 기다릴 리가 없었다.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서인경과 연기준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을 붙여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누군가 진

  • 시간을 거슬러   제1049화

    서인경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그동안 화족은 늘 존재감이 희미한 부족이었다. 서인경 역시 그 부족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조차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이제 그들은 과거 설산에서 벌어졌던 것과 똑같은 방식의 학살 사건을 만들어 냈다. 세상이 바라보는 것은 잔혹함이었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공포였다.하지만 일불락의 역사를 아는 일불락의 후손들이 이 사건을 보게 된다면 그들이 떠올릴 것은 단 하나였다.화족의 복수.이런 방식으로 화족은 서인경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왔다는 사실을.하지만 그들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그리고 왜 하필 진국과 요동을 선택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왜 굳이 연기준을 국경으로 끌어내려 하는 것일까?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서인경의 등골이 서늘하게 식었다.만약 상대의 목적이 연기준을 국경으로 유인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목표는 서인경 자신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연기준을 국경으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목표는 연기준일 것이다.어느 쪽이든 적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자신들은 빛 아래 드러나 있다.서인경은 처음으로 일불락에서 비롯된 거대한 위협의 기운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날 오후, 진국과 요동 국경에서 벌어진 마을 학살 사건은 경성 전체에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사람들은 경악했다. 어째서 진국의 군대가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처음에는 믿지 못하던 사람들도 점점 분노로 돌아섰다. 군대가 인간성을 잃었다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들은 모두 죄 없는 백성이었다. 그들이 이런 일에 휘말려 죽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만약 요동이 분노해 미친 듯이 보복을 한다면 결국 고통을 겪게 되는 건 또다시 평범한 백성들이었다. 진국의 군대가 백성의 목숨을 풀잎처럼 여기는데 어찌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때 육승이 궁 밖의 소식을 들고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지금 밖에서는 모두 알고 있습

  • 시간을 거슬러   제10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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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46화

    일불락의 사서에는 그날의 비장한 참상이 기록되어 있었다.마을 전체, 수천에 이르는 백성들이 모조리 강도들의 철기 아래 목숨을 잃었다. 하늘과 땅을 뒤덮은 눈부신 설원은 순식간에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시신들은 마을 어귀에 쌓여 올려졌는데 멀리 보이는 설산처럼 겹겹이 쌓인 채 아무 말 없이 악인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었다.강도들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마을을 짓밟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눈사태까지 일으켰다. 설산 속에서 살아가던 백성들도, 그곳에 들이닥친 강도들도 단 한 사람도 빠져나오지 못했다.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광풍이 산을 휩쓸었다. 끝없이 밀려 내려온 눈과 얼음이 산비탈을 타고 쏟아져 내리며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광기에 사로잡힌 강도들이 설산의 사람들을 학살했다면 그들의 수호신은 장대한 장례를 치르듯 한 번의 거대한 재앙으로 그 원수를 갚았다. 그렇게 강도들을 그들과 함께 그 자리에 묻어버린 것이다.*불과 한 각 전, 서인경은 국경에서 급히 돌아와 자세한 보고를 올린 병사를 만났다.어젯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인경은 국경의 병사가 전마 다섯 필을 갈아 죽일 만큼 밤낮없이 달려 막 경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사태가 워낙 급박해 맹경운은 소식을 최대한 빨리 전하기 위해 비둘기 서신을 먼저 띄웠다. 그러나 그 편지는 간략했다. 연기준에게 즉시 국경으로 오라는 말만 남겨져 있었다.자세한 상황을 전할 병사는 비둘기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작 하룻밤 늦은 것뿐이었다. 그가 오는 길 내내 단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서인경은 곧장 사람을 불러 그를 궁으로 들였다.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이 갈라져 피가 맺힌 채, 몸이 휘청거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이는 어린 병사였다. 죽음을 숱하게 겪어 온 군인이었지만 그날의 일을 다시 떠올리자 그의 눈에는 여전히 충격이 가득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시간을 거슬러   제1045화

    진방옥은 편지를 다 읽고 서인경에게 돌려주었다.“저를 야랑국에 보내서 예정훈을 돕게 하려는 겁니까? 헌데 저는 아직 기반도 없잖아요. 게다가 야랑국에는 단평안도 있지 않습니까?”이번에 예정훈이 즉위하는 과정에서 단평안이 뒤에서 꽤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인경이 진방옥을 부른 것은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다.“그 셋이 사라진 직후, 예정훈은 바로 야랑국 국경을 봉쇄했어. 지금 그들은 분명 아직 야랑국 안에 있을 거야. 기회를 노리며 국경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겠지. 너는 상단을 이끌고 야랑국에 가서 기회를 틈 타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데리고 나온다고요?”진방옥은 멍해졌다.“저보고 그들을 야랑국에서 탈출시켜 주라고요? 도대체 마마는 어느 편입니까?”서인경이 가볍게 웃었다.“물론 나는 예정훈 편이지. 헌데 지금 그 셋은 어떻게든 야랑국을 빠져나가려고 할 거야. 왕래하는 상단 속에서 기회를 찾지 못하면 더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도 있어. 그 붉은 눈의 사내는 수단이 아주 잔혹해.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변경의 백성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심하면 두 나라 사이에 민심과 조정의 분노를 동시에 일으킬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예정훈이나 우리로도 더 이상 상황을 눌러 담기 어려워지겠지. 게다가 누군가가 뒤에서 부추기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 사이의 평화는 쉽게 깨질 거야. 그러니까 너는 평범한 상단으로 가장하고 야랑국에 한 번 다녀와. 그리고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우리의 시야 안에 두는 거야.”그래야만 그들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당당하게 감시할 수 있었다.진방옥은 어딘가 몸이 오싹해졌다.“황후 마마께서도 그 붉은 눈의 사내가 잔혹하다고 했잖아요. 혹시 저를 해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서인경이 고개를 저었다.“지금 그들은 절대로 일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네가 그들을 야랑국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면 오히려 고마워할 가능성이 더 크지. 그리고 이번 일은 단지 그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만이 아니야. 너에게도 기회가

  • 시간을 거슬러   제387화

    막 입을 떼기도 전에 연기준이 먼저 나섰다.“이 불주는 본왕이 택한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요즘 국사를 걱정하시느라 천하의 기이한 보물이라도 눈에 차지 않으실 터. 차라리 부질없는 수고를 덜고 국사를 함께 나눌 방도를 궁리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여 올린 것이옵니다.”태황태후의 가슴에 맺힌 화기는 발산되지도 못한 채 막혀 버렸고 그 얼굴빛은 핏기라곤 없이 먹빛으로 질려 버렸다.“단지 그녀가 네 왕비라는 이유로 이리도 두둔한단 말이냐? 너에게는 상왕의 체통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냐?”연기준은 태연히 받아쳤다.“그렇다면 남의

  • 시간을 거슬러   제384화

    한참이 지나서야 소하는 간신히 정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녀는 서서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노… 노비는 그저, 머리를 제대로 빗지 못해 귀비 마마께 누가 될까 두려웠을 뿐이옵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귀비 마마의 얼굴을 빛내드리지 못할까 봐…”숙귀비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네 손재주는 본궁이 믿는다. 게다가 오늘은 태황태후와 황후께서 직접 나서신 날이 아니더냐. 내가 아무리 잘 꾸며도 그 풍채를 가릴 수는 없지. 오늘의 주인공은 본궁이 아니다.”소하는 잔뜩 긴장해 침을 꿀꺽 삼켰다.“마마 말씀이 옳사옵니다! 이 목란발

  • 시간을 거슬러   제394화

    화사독? 심장질환?서인경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병증에 대해 그녀는 사실 익숙하지 않았다. 고대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기계 하나 없어 상태를 측정할 수도 없으니 결국은 맥을 짚고 어머니가 남긴 의서를 펼쳐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상왕부 앞.마차가 상왕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서인경이 막 내리려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낯익은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단은설?”서인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문가에 선 호위를 향해 물었다.“그녀가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단은설은 뒤돌아보고는 서인경을 외면하고 그녀 뒤에 선 연기준에게 다가

  • 시간을 거슬러   제372화

    연기준은 산산이 부서진 침상을 바라보며 얼굴빛이 잔뜩 어두워졌다.“꺼지거라!”평이는 목을 움츠리며 놀라 허겁지겁 달아났다. 문 앞에 다다라 봉한설이 따라오지 않는 걸 보고는 다시 용기를 내어 돌아와 억지로 그녀를 끌어냈다.봉한설은 여전히 발버둥치며 버텼다.“놓으세요! 저는 다시 들어가 왕비를 지켜야 합니다. 그가 왕비를 괴롭히면 어쩌려고 그럽니까?”평이는 필사적으로 끌어당기며 낮게 속삭였다.“우리가 남아 있으면 오히려 왕비께서 제대로 대처 못 하신다.”봉한설은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게 무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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