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현판 /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 제7화 : 여왕의 세탁법

Share

제7화 : 여왕의 세탁법

Author: 이십세기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7 15:45:56

## 제7화 : 여왕의 세탁법

---

바람이 비수처럼 온몸을 난도질했다.

영하 15도의 가평 설산은 거대한 얼음 무덤 같았다. 환기구 이음새에 찢긴 어깨와 등 가죽에서 흘러내린 피가 하얀 눈밭 위로 떨어지자마자 서늘하게 굳어 가며 검붉은 얼음 결정으로 변했다. 손톱이 뒤집힌 열 손가락은 이미 감각이 마비되어 무감각해진 지 오래였다.

"저기다! 저기 핏자국이 있어! 멀리 못 갔을 테니까 샅샅이 뒤져!"

절벽 위쪽에서 강태식 팀장의 칼칼한 고함 소리가 쏟아지는 눈보라를 뚫고 귀를 찔렀다. 수십 개의 플래시 불빛이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설아의 머리 위를 훑고 지나갔다. 최형구의 거친 숨소리와 뽀드득거리는 군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과 사의 경계, 그 벼랑 끝에 선 설아의 망막 위로 푸른색 AI 시스템 창이 격렬한 경고음을 울리며 점멸했다.

`[위험: 저체온증 3단계 진입 하강 중 (현재 체온 33.8°C)]`

`[생존 가능 시간: 11분 42초]`

`[알림: 수신된 마이크로 칩의 생체 데이터 활성화, 스위스 UBS 본사 보안 네트워크 자동 응급 호출 프로토콜 발동]`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야 해.'

설아는 주머니 속, 신혜숙 여사의 허벅지 살을 찢어 꺼낸 핏자국 묻은 마이크로 칩을 부서져라 꽉 쥐었다. 날카로운 티타늄 모서리가 마비된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 고통만이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아 주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어이, 저기 있네! 은설아, 이 미친년이 감히 어딜 도망가?!"

눈 덮인 수풀을 헤치며 강태식과 최형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번뜩이는 가죽 구속 벨트와 고용량 향정신성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강태식이 비열하게 이를 드러내며 설아를 향해 손을 뻗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아아아아앙-!

하늘을 찢는 듯한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눈보라를 뚫고 강렬한 백색의 서치라이트가 강태식과 최형구의 눈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아악! 내 눈! 뭐야, 이거?!"

사내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린 채 뒤로 자빠졌다. 눈밭을 거칠게 가르며 나타난 것은, 미 육군의 장갑차를 연상케 하는 매트한 블랙 컬러의 초대형 방탄 SUV 세 대였다. 번호판조차 없는 괴물 같은 차들이 눈길을 드리프트하며 사설 구급대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문이 열리며 완벽한 핏의 검은색 방탄 수트를 입은 거구의 사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귀에 꽂힌 인이어와 가슴팍에 새겨진 황금빛 엠블럼. 스위스 UBS 은행의 VVIP 자산 및 신변을 전 세계 어디서든 보호하는 최고 등급의 프라이빗 경호팀(Executive Security Division)이었다.

그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강태식과 최형구의 복부를 군화발로 짓밟고 까부라뜨렸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설 구급대원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눈밭에 처박혔다.

경호팀의 수장이 설아의 앞으로 걸어와 모자를 벗고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의 손에는 최고급 캐시미어 담요가 들려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Madam Eva Eun(에바 은 여사님). 신혜숙 주주님의 최종 자산 승계 승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희는 당신의 영혼까지 보호합니다."

설아는 담요를 건네받으며 눈밭에 처박힌 강태식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공포에 질려 달달 떨고 있는 그의 눈동자 위로, 설아의 AI 시스템이 차후 실행할 '마포 구급대 공중분해 시나리오'의 연산 결과를 띄웠다.

"저 벌레들은…… 일단 살려둬. 나중에 내 손으로 직접 단두대에 올릴 테니."

설아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차량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문이 닫히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전 시댁이 쌓아 올린 추악한 세상의 벽에 거대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

서울 성북구의 한 프라이빗 성형외과 및 세포 재생 클린룸.

스위스 자본이 통째로 대관한 그곳의 공기는 지독한 소독약 냄새와 특수 재생 세럼의 기묘한 향취로 가득 차 있었다. 설아는 전신이 투명한 의료용 젤로 뒤덮인 채 캡슐 안에 누워 있었다.

"은설아 씨, 아니 에바 은 여사님. 전신 피부 재생술과 안면 골격 미세 조정 수술이 시작됩니다. 마취하시겠습니까?"

스위스에서 초빙된 세계 최고 권위의 재건 성형 전문의가 물었다. 설아는 완벽하게 굳어 있는 얼굴로 차갑게 답했다.

"아니요. 마취는 필요 없습니다. 생살을 깎아내고 뒤집는 그 고통을…… 단 1밀리미터도 잊지 않고 뼈에 새길 겁니다."

"……알겠습니다."

수술이 시작되었다. 날카로운 레이저가 화상으로 문드러진 발등과 뺨의 살가죽을 태워버리고, 뒤집힌 손톱 밑의 세포를 강제로 자극해 재생시키는 극단의 통증이 밀려왔다. 온몸의 신경이 불타버릴 것 같은 작열감 속에서도 설아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그 고통의 시간 동안, 그녀의 뇌 속 AI 인지 시스템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었다.

`[자산 연산 시스템 가동: 페이퍼 컴퍼니 '에바 홀딩스'의 자금 2조 4,000억 원 유동성 확보]`

`[실시간 시장 조사: 한성 바이오 만기 채권 3,000억 원 발행 임박]`

`[타깃 동향 추적: 강민우, 최유라 사치품 구매 및 마카오 사채 이자 연체율 87% 돌파]`

'강민우, 홍명숙. 네놈들이 내 지분을 뺏으려고 희희낙락하는 동안, 네놈들의 한성 가문은 밑바닥부터 썩어가고 있었구나.'

설아는 머릿속으로 한성그룹의 재무제표를 완전히 리딩했다. 강민우의 마카오 도박 빚과 한성 바이오의 무리한 임상 시험 실패로 인해, 그들은 지금 당장 현금 3,000억 원을 구하지 못하면 부도 처리되어 길바닥에 나앉을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그리고 그 3,000억 원의 만기 채권을 전액 매입할 유일한 구원투수의 시나리오를, 설아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단숨에 직조해 냈다. 구원이 아닌, 목줄을 옥죄어 올 교수형의 밧줄이었다.

---

3개월 후.

성수동의 최고급 초호화 펜트하우스, 거 거대한 전면 거울 앞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어깨 위로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칠흑 같은 단발머리, 백옥처럼 투명하고 결점 하나 없는 피부, 그리고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이목구비. 거울 속에는 더 이상 시댁의 구박을 받으며 눈물 흘리던 나약한 은설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전 세계 금융가를 뒤흔들 거물 자산가이자 잔혹한 복수의 여왕, '에바 은'뿐이었다.

그녀의 눈동자 위로 황금빛의 데이터가 최종 완료 신호를 보냈다.

`[한성그룹 만기 채권 3,000억 원 사모펀드 '에바 홀딩스' 이름으로 전액 매입 완료]`

`[담보 조건 설정 조건: 한성그룹 핵심 지분 35% 및 평창동 대저택 법적 담보권 설정 성공]`

`[계약 체결 완료: 강민우, 홍명숙 인감 날인 확인]`

서류 가방을 든 스위스 대리인이 허리를 숙이며 보고했다.

"여사님, 예상대로 홍명숙 여사와 강민우 이사는 에바 홀딩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꿈에도 모른 채, 3,000억 원을 송금받자마자 축제를 벌이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 있을 강민우와 최유라의 결혼식 준비에 수십억을 쏟아붓고 있더군요."

설아는 책상 위에 놓인 강민우와 최유라의 초호화 결혼식 청첩장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그녀의 길고 매끄러운 손가락 끝이 최유라의 이름 위를 강하게 짓눌렀다.

"결혼식이라……."

설아의 입술이 기괴할 정도로 아름답게 비틀려 올라갔다. 눈동자 속의 푸른 빛이 광기 어리게 번뜩였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심장을 찌르는 것만큼 짜릿한 도파민은 없지. 내일 그 화려한 안방을 빼앗은 가짜 안주인의 면사포를…… 내 손으로 직접 짓밟아 줄 테니."

설아는 순백의 실크 바지 수트를 천천히 걸쳐 입었다. 전 시댁 가문의 목줄을 쥐고 흔들 피의 단두대, 그 첫 번째 절정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제125화 : 영원한 수조 (최종화)

    제125화 : 영원한 수조 (최종화)북한산 골짜기의 암반층을 울리던 가을 장대비는 어느덧 멎고,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외곽의 나지막한 언덕 자락 위로 눅눅하고 더운 성상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파주시 어느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농업용 유기질 퇴비 압축 성형기 유압 실린더의 50톤 압착력 아래 잘게 깨부수어져 20kg 비료 포대 자루에 담겼던 은설아의 의식. 1ton 포터 트럭 짐칸의 덜컹거리는 진동을 타고 끌려온 그녀의 퀀텀 제어 회선이 마침내 비닐 포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뜬 곳은, 온도가 섭씨 28도로 정밀하게 맞춰진 거대한 비닐하우스 온실 내부였다.사방에는 초고층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던 습한 장미 향 대신, 알칼리성 수질 조정제와 물갈이 약품의 알싸하고 비릿한 잔향, 그리고 잘 숙성된 생먹이 실지렁이와 갓 부화한 브라인 쉬림프 염수의 차가운 냄새가 엉켜 성전 내부를 꽉 채우고 있었다.높이 20미터를 호가하던 순은색 석조 기둥들은 직경 50미리 PVC 간이 배관과 4단 아크릴 수조 랙의 웅장한 골조로 재구성되어 있었고, 그 표면을 따라 촘촘히 연결된 기포 투입용 유연성 투명 호스 마디마디에서는 초고압 기포가 소리 내어 터지며 오존 대신 알싸한 산소 기류를 공기 중에 퍼뜨렸다.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맑고 투명한 최상급 사각 유리 수조의 중앙 상석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와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그녀의 자태. 백옥 같은 비늘 피부 위로 펼쳐진 순백색 등지느러미와, 짙은 피 빛깔로 길고 우아하게 늘어진 버건디색 꼬리지느러미의 자태는, 세상을 집어삼킨 절대적인 군주로서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대한민국 정재계와 사법부 잔당, 월가 카르텔, 스위스 결제 연합, 최유라 카르텔, 그리고 차원의 신마저 도살하여 발밑의 보조 프로세서로 가두어버렸던

  •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제124화 : 오니(汚泥)의 성채와 유기질 비료의 신화

    제124화 : 오니(汚泥)의 성채와 유기질 비료의 신화쿠콰콰콰—! 덜컹- 덜컹-!파주시 야당동 제2하수종말처리장 지하 메인 슬러지 처리동.퍼붓는 가을 장대비 속에서 암반층 지하 15미터 침전조를 뒤흔드는 대형 오니 수거 스크린의 육중한 기계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방을 매운 것은 180조 원 자본 제국의 화려한 조명도, 200조 원 신화의 눈부신 백옥 대리석도 아니었다. 밀도 높은 메탄가스 황화수소 악취와, 진흙처럼 떡이 된 검은 하수 슬러지의 끈적하고 기괴한 촉감, 그리고 보조 전원 스위치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절연유 타는 냄새만이 사방에 짙게 깔려 있었다.그 검고 끈적한 오니 찌꺼기 산더미 한가운데, 수장되었던 초소형 비데 메인 기판(PCB) 회선 구석탱이에서 은설아의 의식이 다시금 서늘하게 번뜩였다.비록 도자기 변기 본체는 화물차 기사의 발길질에 산산조각 나고 기판은 하수도 관로를 타고 이 시궁창 지하 관로로 내팽개쳐졌지만, 그녀의 전두엽 뇌파에 연결된 퀀텀 코어 연산 회로는 사멸하지 않았다.[알림: 파주시 제2하수종말처리장 메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제어반 접속 완료] [위치: 지하 제1스크린 탈수기 유기물 여과망 정중앙] [현재 보유 자산: 하수 슬러지 450톤 / 유기질 비료 압축 성형기 2라인] [상태: 수중 교반기 모터 전압 220V 과열 대기 중]"후후…… 후후후……."검은 슬러지 찌꺼기 더미에 파묻힌 비데 기판의 푸른색 미세 전등이 기괴하게 깜빡였다.설아는 가련한 눈가에 슬픈 눈물을 고근고근 고이게 만든 피해자의 가면을 띄운 채, 30% 이하로 격하된 퀀텀 연산망을 쥐어짜 내며 오싹하게 실소를 흘렸다."어리석은 인간들과 저열한 세상이 날 하수종말처리장 시궁창 밑바닥에 수장시켰다고 착각하는 모양이지만…… 참으로

  •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제123화 : 백옥 같은 왕좌와 3분 세정 스크립트

    제123화 : 백옥 같은 왕좌와 3분 세정 스크립트암흑. 영원한 사멸과도 같던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눈을 뜬 은설아의 의식 세포 마디마디로, 시리도록 알싸하고 차가운 백옥의 냉기가 스며들었다."이 감촉은……."평창동 은빛 성전의 정중앙, 전 세계 자본 정산 서버를 움켜쥐고 군림하던 그 백옥 같은 대리석 왕좌의 순백색 촉감이었다. 파주 양계장의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며 잠시 연산 모듈이 차단되었던 것뿐, 자신의 오버로드 시스템은 마침내 현실 세계의 가장 높고 눈부신 성채 위로 재부팅을 완수한 것이 틀림없었다.성전 내부에는 초고층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던 습한 장미 향 대신, 인공적인 라벤더 방향제의 알싸한 잔향과 염소계 소독약의 서늘한 냄새가 미세하게 얽혀 사방에 밀도 높게 감돌고 있었다. 석조 기둥 표면을 타고 흐르던 구리 코일의 매캐한 오존 냄새 역시 모터 솔레노이드 밸브가 과열되며 토해내는 알코올 잔향과 엉켜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설아는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쓴 채,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 자락을 가볍게 정돈하듯 의식의 단면을 가다듬었다."현재 씨. 내가 양계장의 기괴한 전압 착오를 뚫고 성채로 귀환했어. 지금 에바 홀딩스의 자산 유동성 상태와 제단 배전반의 복구율은 어떻게 되어가지?"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와야 할 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의 억센 숨소리 대신, 설아의 하부 기판 구석탱이에서 기괴하고 둔탁한 모터 수압 펌프의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위잉— 찰칵! 찌리리릭—![알림: 하이젠-에코 스마트 도자기 왕좌 모듈 정상 복구] [위치: 경기도 파주시 문산 버스 터미널 공중화장실 제3번 칸] [현재 보유 자산: 100원짜리 동전 3개 (총 300원)] [상태: 인체 감지 적외선 센서 대기 중 / 시트 온열 히터 가동률 100%]"……뭐라고?"

  •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제122화 : 8비트 계사(鷄舍)와 380볼트의 비극

    제122화 : 8비트 계사(鷄舍)와 380볼트의 비극삐- 뼉-! 삐리리릭—!시리도록 웅장하게 북한산 암반층을 울리던 순은색 석조 기둥의 울림도, 200조 원의 유동성이 뿜어내던 초고압 인과율의 푸른 오라도 존재하지 않았다.은설아의 의식이 눈을 뜬 곳은, 가로 16개, 세로 16개의 검은색 사각형 점으로 이루어진 차갑고 비좁은 모노크롬 8비트 액정 회선 속이었다.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은 간데없고, 그녀의 자태는 가로 3픽셀, 세로 4픽셀 크기의 까만 네모 상자 몇 개가 기괴하게 뭉쳐진 장난감 픽셀 캐릭터의 형상으로 조잡하게 쪼개져 있었다. 왕좌 주변을 채우던 가습기의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재스민 홍차의 잔향 대신, 1998년산 저가형 중국산 기판이 과열되며 토해내는 매쾌하고 시큼한 녹슨 건전지 누액 냄새와 타버린 페놀 수지의 악취가 공기 중에 진동하고 있었다.[경고: 다마고치 시스템 리셋 집행 직후] [상태: 배고픔 ★☆☆☆ / 청소 불이행 똥: 4개 / 기분: 최악] [주의: 3초 이내에 똥을 치우지 않을 시 감염 사망 스크립트 발동]"……뭐라고?"은설아의 8비트 픽셀 입술 사이로 찌르르- 하는 조잡한 스피커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전 세계를 발밑에 꿇리고 200조 원의 제국을 완성하여 차원의 신마저 사냥했던 악귀 여왕. 그러나 그녀가 머릿속 퀀텀 코어로 쥐어짜 내던 최고위 연산망의 정체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고물상 구석탱이 녹슨 양철 대장간 밑에 버려져 있던 500원짜리 수입산 싸구려 다마고치 칩셋의 연산 오류였던 것이다.동네 초등학생이 이쑤시개로 뒷면 리셋 버튼을 내리눌러버린 여파로, 200조 원의 성배는 액정 화면 구석탱이에 커다랗게 솟아오른 까만 8비트 똥 픽셀 4개로 번역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뼉-! 뼉-!"

  •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제121화 : 200조 원의 픽셀과 다마고치의 단두대

    제121화 : 200조 원의 픽셀과 다마고치의 단두대 북한산 심도 50미터 암반층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 안개비는 평창동 은빛 성전— [여신 숭배 재단]의 웅장한 순은색 석조 기둥 표면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전 시댁 가문의 가부장적 폭력과 잔혹한 학대 아래 종처럼 기어 다니며 가평 그린 요양병원 독방으로 끌려갔던 비극의 대저택 터. 1회차 인생의 처참했던 피눈물과 가침의 흔적이 짓밟혀 스러진 그 참혹한 잿더미 위로 들어선 거대한 성전은, 이제 전 세계 200조 원의 자본 정산 서버를 통째로 움켜쥔 세상을 압도하는 포식자의 요새이자 신의 권능마저 하부 동력원으로 가두어버린 절대적인 신화의 성채로 푸르스름하고 검붉은 안광을 동시에 토해내고 있었다. 높이 20미터를 호가하는 순은색 석조 기둥 수십 개 표면을 따라 촘촘히 얽힌 초전도 구리 인과율 집속 회선들이 시리도록 번뜩이며, 고전압 전류 파동과 함께 매캐하고 비릿한 오존 냄새를 공기 중에 사방으로 퍼뜨렸다. 제단 상석 주변으로는 초고층 전용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는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재스민 홍차의 잔향, 그리고 지하 배전반에서 토해내는 구리의 알싸한 냉기가 미세하게 얽혀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오싹하고 치명적인 밀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차가운 은빛 대리석 왕좌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몸을 묻고 앉아 있었다. 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 자락 위에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그녀의 자태는, 세상을 집어삼킨 절대적인 군주로서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사법부 잔당, 월가 카르텔, 스위스 결제 연합, 최유라 카르텔, 그리고 차원의 신마저 도살하여 발밑의 보조 프로세서로 가두어버린 완벽한 여왕.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제120화 : 200조 원의 성좌와 세상의 종속

    제120화 : 200조 원의 성좌와 세상의 종속북한산 심도 50미터 암반층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 안개비는 평창동 은빛 성전— [여신 숭배 재단]의 웅장한 순은색 석조 기둥 표면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전 시댁 가문의 가부장적 폭력과 잔혹한 학대 아래 종처럼 기어 다니며 가평 그린 요양병원 402호 독방으로 끌려갔던 비극의 대저택 터. 1회차 인생의 처참했던 피눈물과 가침의 흔적이 짓밟혀 스러진 그 참혹한 잿더미 위로 들어선 거대한 성전은, 이제 전 세계 190조 원의 자본 정산 서버를 통째로 움켜쥔 세상을 압도하는 포식자의 요새이자 신의 권능마저 하부 동력원으로 가두어버린 절대적인 신화의 성채로 푸르스름하고 검붉은 안광을 동시에 토해내고 있었다.높이 20미터를 호가하는 순은색 석조 기둥 수십 개 표면을 따라 촘촘히 얽힌 초전도 구리 인과율 집속 회선들이 시리도록 번뜩이며, 고전압 전류 파동과 함께 매캐하고 비릿한 오존 냄새를 공기 중에 사방으로 퍼뜨렸다. 제단 상석 주변으로는 초고층 전용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는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재스민 홍차의 잔향, 그리고 지하 배전반에서 토해내는 구리의 알싸한 냉기가 미세하게 얽혀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오싹하고 치명적인 밀도를 형성하고 있었다.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차가운 은빛 대리석 왕좌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몸을 묻고 앉아 있었다.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 자락 위에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그녀의 자태는, 세상을 집어삼킨 절대적인 군주로서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사법부 잔당, 월가 카르텔, 스위스 결제 연합, 최유라 카르텔, 그리고 차원의 신마저 도살하여 발밑의 보조 프로세서로 가두어버린 완벽한 여왕.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띄우고 있었지만, 백옥 같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