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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 핏빛 탈출

Penulis: 이십세기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17 15:45:02

## 제6화 : 핏빛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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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르릉, 쾅, 쾅!

산업용 대형 세탁기가 유령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축축한 지하 세탁실의 사방을 가득 메웠다.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매캐한 염소계 표백제 냄새와 노파의 살가죽이 타들어 가는 듯한 한약재 냄새가 뒤섞여 진동했다.

설아는 녹슨 커터칼 날을 쥔 손을 미세하게 떨었다. 칼끝이 향한 곳은 신혜숙 여사의 앙상하게 마른 오른쪽 허벅지 안쪽이었다. 오랜 세월 가혹한 감금 생활로 인해 튼 살과 검버섯이 가득한 살갗 위에, 단단하게 굳은 섬유조직처럼 튀어나온 미세한 돌기가 보였다. 15년 전, 홍명숙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기 직전 신 여사가 스스로 살을 찢고 밀어 넣었다는 2조 4천억 원의 열쇠. 마이크로 칩이 묻힌 자리였다.

"뭘 망설여? 서둘러. 간호사 년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신 여사가 이가 빠진 잇새로 짓씹듯 말했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려는 듯 세탁실 싱크대 모서리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노파의 마른 손등에 푸른 힘줄이 뱀처럼 솟아올랐다.

설아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 순간, 그녀의 망막 위로 차가운 푸른빛의 AI 서지컬 가이드 라인이 선명하게 그어졌다.

`[스캔 완료: 대상의 대퇴동맥 위치 확인]`

`[안전 절개 경로 설정: 대퇴동맥 우측 2.5cm 외곽, 깊이 4mm]`

`[칩 손상 가능성: 0.01% - 절개 가동]`

머릿속의 사기적인 연산 시스템이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메스 자국을 제시했다. 설아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더 이상의 주저는 사치였다.

서걱.

날카롭고 녹슨 칼날이 신 여사의 살가죽을 가르며 파고들었다. 붉고 걸쭉한 피가 순식간에 터져 나와 설아의 하얀 손가락과 바닥의 오물 더미 위로 울컥 쏟아졌다. 신 여사의 입에서 으극, 하는 짧고 단단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노파의 몸이 가시박힌 채찍을 맞은 것처럼 격렬하게 들썩였지만, 설아는 칼을 쥔 손귀를 더욱 단단히 쥐었다.

피가 고인 상처 틈새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미끈거리는 살점과 지방층 사이를 헤집자, 손끝에 딱딱하고 이질적인 사각형의 결정체가 걸렸다. 실리콘과 특수 티타늄으로 코팅된 초소형 마이크로 칩이었다.

설아는 주저 없이 그것을 끄집어냈다. 툭, 하는 불쾌한 감각과 함께 핏방울이 잔뜩 묻은 칩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생체 인증 마이크로 칩 획득 완료]`

`[UBS 비밀 금고 번호 '9981-Alpha'와 동기화 중…… 100% 성공]`

`[자산 통제권 획득: 유동 자산 2조 4,000억 원 활성화]`

머릿속의 시스템창이 황금빛으로 미친 듯이 점멸하며 설아의 전두엽에 승리의 종소리를 울렸다. 전 시댁 가문이 목숨보다 아끼는 한성 바이오를 수백 번은 사고도 남을 거대한 자금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신 여사는 피가 흐르는 허벅지를 가사도우미용 걸레로 대충 틀어막으며, 기괴할 정도로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제 저 개 같은 홍명숙 년의 목을 딸 칼을 쥔 게야. 자, 서둘러라. 지금부터 정확히 3분 동안 본관과 지하를 연결하는 경비 교대가 시작된다. 그 3분이 네가 살아서 이 도살장을 나갈 유일한 기회야."

신 여사가 세탁실 구석, 거대한 배수관 뒤에 숨겨진 좁고 어두운 사각형 구멍을 가리켰다. 공조 배관 환기구였다. 건물 전체의 더러운 공기와 먼지를 외부로 배출하는 통로였지만, 성인 여성 한 명이 겨우 끼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비좁고 험악한 구조였다.

"가라, 은설아. 가서 귀신이 되어 돌아와라. 내 원한까지 얹어서, 그자들의 가죽을 벗겨내라!"

"반드시…… 살아 계십시오. 제가 평창동 대저택의 안방 침대를 당신의 요람으로 만들어 드릴 테니."

설아는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칩을 주머니 깊숙이 쑤셔 넣고, 망설임 없이 환기구 안으로 상체를 밀어 넣었다. 뒷전에서 신 여사가 세탁실 철문을 안에서 빗장으로 걸어 잠그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배수 보일러 터지는 소리를 가장해 간수들의 시선을 끌려는 노파의 마지막 원조였다.

---

쿵, 쿠구궁!

환기구 내부는 완벽한 암흑이었다.

수십 년 동안 쌓인 먼지와 곰팡이가 코를 찔렀고, 기어갈 때마다 날카로운 아연도금 철판의 이음새가 설아의 어깨와 등 가죽을 사정없이 긁고 지나갔다. 서걱,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걸치고 있던 환자복이 찢겨 나가고 생살이 찢어지는 생생한 통증이 밀려왔다.

`[경고: 협소 공간 이동으로 인한 전신 다발성 자상 발생]`

`[현재 이동 속도: 초속 0.4m - 경비 교대 종료까지 1분 40초]`

"더 빨리…… 더 빨리 움직여야 해."

설아는 이를 악물었다. 손바닥과 무릎이 철판에 쓸려 가죽이 벗겨지고 피가 흥건하게 묻어났지만 멈추지 않았다. 좁은 관을 타고 전해지는 외부의 소음이 그녀의 AI 귀에 감지되었다.

"어라? 지하 세탁실 문이 왜 잠겨 있어? 야! 신혜숙! 문 열어!"

간호사들과 사설 경비원들이 철문을 걷어찬 소리가 울렸다. 추적은 시작되었다. 걸리면 끝장이다. 1회차의 비참한 죽음이 머릿속을 스쳤다. 독약에 절여져 뇌세포가 녹아가던 그 끔찍한 방이 떠올랐다.

'두 번 다시…… 두 번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아!'

설아는 뒤집히는 손톱의 고통을 무시한 채, 손가락 끝을 철판 틈새에 박아 넣으며 몸을 앞으로 던졌다. 손톱이 뒤로 꺾이며 생살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지만 심장은 오히려 차갑게 식어 내렸다.

마침내, 저 멀리 관 끝에서 미세한 하얀빛과 함께 살을 가르는 듯한 혹독한 한기가 밀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환기구의 최종 배출구였다.

---

쾅-!

설아는 온몸으로 배출구의 낡은 철망을 들이받았다.

날카로운 가시철망이 그녀의 뺨과 이마를 길게 찢으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설아의 신형은 그대로 가평 그린 요양병원 외곽의 가파른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쿠르르릉, 쿵!

거친 눈밭과 날카로운 바위 위를 수십 바퀴 구른 끝에야 설아의 몸이 멈춰 섰다.

"하윽…… 흑!"

폐부 깊숙이 밀려드는 공기는 영하 15도의 살인적인 한기였다. 눈보라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가평의 설산.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칼바람이 찢어진 옷가지 사이의 생살을 난도질했다. 손가락 끝에서 흘러내린 피는 눈밭 위에 닿자마자 서늘하게 얼어붙어 붉은 결정이 되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산꼭대기에 솟아 있는 가평 그린 요양병원의 서치라이트가 격렬하게 춤을 추며 눈밭을 서칭하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산천을 울렸다.

"저기 핏자국이 있다! 저년 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잡아!"

강태식 팀장의 걸걸한 고함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플래시 불빛들이 절벽 위에서 설아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이 멀 것 같은 백색의 빛 속에서, 설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신이 찢어지고 손톱이 뒤집힌 만신창이의 몰골. 그러나 허리를 꼿꼿이 편 설아의 입술 사이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 아하하하하!"

광기 어린 여왕의 웃음소리가 백색의 눈보라 속에 흩어졌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여신이 부여한 AI 시스템의 최종 연산이 완료되며 밤하늘을 황금빛 궤적으로 수놓고 있었다.

`[탈출 성공 확률: 100% 진입]`

`[스위스 UBS 은행 자산 전액 인출 프로세스 가동]`

`[신분 세탁 프로젝트 개시: 거물 자산가 '에바 은(Eva Eun)'의 탄생]`

설아는 얼어붙은 핏방울을 뱉어내며, 플래시 불빛이 가득한 요양병원을 향해 매서운 안광을 던졌다.

"강민우. 홍명숙. 최유라."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겨울의 서리보다 더 차가웠다.

"기다려라. 너희들이 완성한 이 은설아라는 이름의 악귀가…… 너희 가문의 모든 피를 마시러 갈 테니까."

설아는 뒤를 돌아 영하 15도의 칠흑 같은 눈보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인간 은설아는 이 설산에서 완벽하게 얼어 죽었다. 그리고 그 눈밭을 밟고 걸어 나가는 것은, 2조 4천억 원의 파멸을 쥔 잔혹한 여왕 '에바 은'이었다. 복수의 진짜 서막이, 핏빛 설산 위로 장엄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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