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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 피의 결혼식

ผู้เขียน: 이십세기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17 15:46:57

## 제8화 : 피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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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백합 향과 최고급 베르사유 장미 향수가 뒤섞인 그랜드 라움 호텔 메인 볼룸의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화려하고 눅눅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크리스탈 샹들리에 수십 개가 천장 위에서 눈이 멀 것 같은 기품을 뽐내며 빛을 발하고 있었고, 대한민국 정·재계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가득 들어찬 테이블마다 크리스탈 샴페인 잔이 부딪히는 청아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머, 홍 여사님! 이번에 한성 바이오가 해외 거물 사모펀드에서 3,000억 원이나 유치했다면서요? 역시 한성 가문의 저력은 대단해요."

"아호호, 별말씀을요. 우리 민우가 능력이 좋아서 '에바 홀딩스'라는 스위스계 자본이 먼저 손을 내밀더라고요. 근본 없는 먹구름이 걷히니 집안에 비로소 해가 뜨네요."

눈부신 황금빛 자수가 놓인 비단 한복을 차려입은 홍명숙 여사가 잔을 들어 올리며 오만하게 웃었다. 그녀가 말한 '근본 없는 먹구름'이 누구를 뜻하는지 식장 안의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감히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이는 없었다. 가평의 차가운 독방에 처박혀 뇌세포가 녹아가고 있을 은설아라는 이름은 이미 이 화려한 세계에서 완벽하게 증발한 상태였다.

버진 로드 끝, 순백의 실크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티아라를 쓴 최유라는 세상을 다 가진 여왕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식적인 눈물 뒤에 가려진 그녀의 속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친정의 사채 빚 50억 원을 한성 가문의 돈으로 막아내고, 마침내 안방의 진짜 주인이 되었다는 정복감이 그녀의 온몸을 짜릿하게 감싸 안았다.

"신랑 강민우 군과 신부 최유라 양은 일평생 서로를……."

주례사의 엄숙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식장 전체에 울려 퍼지며 식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탁.

"엄마야!"

"어? 뭐야?!"

사방이 단 1밀리미터의 빛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암흑 속으로 추락했다. 수천 개의 촛불마저 동시다발적으로 산소가 차단된 듯 픽픽 꺼져버렸다. 암전. 사방에서 비명과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고, 당황한 호텔 직원들의 무전기 소리가 날카롭게 귓가를 때렸다.

그 지독한 침묵과 어둠의 중심에서, 오직 단 한 사람, 최유라의 등 뒤에 서 있는 존재의 망막 위로 차가운 푸른빛의 AI 시스템 코드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호텔 메인 제어반 그리드 해킹 완료: 100%]`

`[오디오 및 조명 전력 강제 차단 가동]`

`[타깃 인지: 강민우, 홍명숙, 최유라 생체 신호 급상승 감지]`

'축제는 끝났다, 아귀들아.'

파아아아앙-!

핀 조명 하나가 식장의 거대한 정문을 정면으로 비추며 거칠게 켜졌다. 백색의 강렬한 불빛 속에서, 육중한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곳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드레스가 아니었다. 그녀가 걸친 것은 실박하고도 서늘한 핏의 순백색 실크 바지 수트였다. 어깨 위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칠흑 같은 단발머리, 백옥보다 더 투명하고 결점 하나 없는 치명적인 미모. 그녀의 양옆과 뒤편으로는 인이어를 낀 채 험악한 기운을 뿜어내는 스위스 UBS 은행의 프라이빗 경호팀 수십 명이 호위하듯 대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식장 안의 수백 명의 하객이 숨을 죽였다.

척, 척, 척.

조용한 식장 안에 여자의 하이힐 소리가 단단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버진 로드 위로 걸어 들어왔다.

"뭐야? 누구야 저 여자?! 경호원들 안 부르고 뭐 해!"

강민우가 턱시도 깃을 거칠게 젖히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주례 단상 앞까지 걸어온 여자는 강민우의 외침을 가볍게 무시한 채, 최유라의 바로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 최유라가 걸치고 있던 5미터가 넘는 최고급 레이스 면사포 위로, 자신의 명품 화이트 스틸레토 힐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

지이이이익- 콰직!

"아아악!"

여자가 발을 그대로 딛고 앞으로 나아가자, 최유라의 머리가 뒤로 꺾이며 티아라와 함께 면사포가 처참하게 찢겨 나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가짜 안주인의 상징이 여왕의 발밑에서 먼지 구덩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어머, 미안해라. 뱀 한 마리가 버진 로드에 기어 다니는 줄 알았네."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붉은 입술이 기괴할 정도로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최유라는 찢어진 드레스 자락을 붙잡고 바닥을 구르다가, 여자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얼굴은 3개월 전 완전히 갈아엎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 깊고 침전된 눈동자, 자신들을 씹어 삼킬 듯한 그 특유의 안광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존재의 것이었다.

"너…… 너, 은설아……?! 네가 어떻게 여기……!"

최유라의 입에서 은설아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순간, 상석에 있던 홍명숙 여사와 강민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은설아? 미쳤어?! 저년 정신병원 독방에서 약 처먹고 기어 다니고 있어야 할 년이 왜 여기 있어?!"

강민우가 이성을 잃고 설아의 멱살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이 설아의 옷깃에 닿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거구의 스위스 경호원이 강민우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꺾어버렸다.

우드득!

"아아아악! 내 손목! 이 새끼들이 미쳤나!"

"민우야!"

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홍명숙 여사가 허겁지겁 단상 위로 뛰어 올라와 설아를 손가락질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 독종 같은 고아 년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행패야?! 당장 경찰 불러! 저년 탈옥한 정신병자야!"

하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는 가운데, 설아는 주머니에서 차가운 실크 손수건을 꺼내 강민우의 핏방울이 튄 자신의 구두 끝을 천천히 닦아냈다. 그녀의 머릿속 시스템은 이미 홍명숙과 강민우의 파멸 전조 증상을 실시간 수치로 리딩하며 도파민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타깃: 홍명숙 - 혈압 180mmHg 돌파, 심근경색 위험 수치 진입]`

`[타깃: 강민우 - 안면 근육 마비율 42%]`

`[최종 실행: 계약 위반으로 인한 담보권 즉시 실행 서류 투척]`

"경찰?"

설아가 손수건을 홍명숙 여사의 얼굴을 향해 툭 던졌다. 손수건이 홍 여사의 화려한 화장 위로 떨어졌다 가차 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부르세요, 홍명숙 여사님. 안 그래도 채권자로서 법적 집행관들과 함께 올 생각이었으니까."

"채권자라니? 네년이 무슨 채권자야?!"

설아는 비서가 내민 가죽 서류 가방에서 최고검찰청과 법원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압류 통지서와 계약서 원본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객들과 홍 여사의 머리 위로 색종이 조각처럼 사정없이 뿌려버렸다. 하얀 서류들이 웨딩 케이크와 샴페인 타워 위로 눈꽃처럼 날려 떨어졌다.

"당신들이 어제 가문과 회사를 살리겠다며 넙죽 받아먹은 그 스위스 자금 3,000억 원."

설아의 목소리가 마이크 없이도 식장 전체를 지배하듯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그 돈을 집행한 '에바 홀딩스'의 실소유주가 바로 나, 에바 은. 당신들이 산지옥에 매장했던 은설아니까."

"뭐, 뭐라구……?!"

강민우가 부러진 손목을 움켜쥔 채 바닥에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홍명숙 여사는 서류에 찍힌 '대표이사 에바 은(은설아)'이라는 친필 서명을 확인하는 순간, 눈앞이 노랗게 변하며 숨을 쉬지 못했다.

"강민우 씨가 마카오 원정 도박 자금을 은닉하고, 한성 바이오의 핵심 임상 데이터를 허위로 조작해 에바 홀딩스를 기망한 사실이 방금 자산 연산 시스템을 통해 전 금융권에 폭로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최고 등급의 계약 위반 및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입니다."

설아는 바닥에 처박힌 최유라의 머리칼을 구두 발끝으로 툭 치며, 단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계약 조건에 따라, 이 시간부로 당신들이 가진 한성그룹 주식 지분 35%는 전액 몰수되어 내 명의로 변경됩니다. 더불어……."

설아의 입꼬리가 소름 끼치도록 잔인하게 올라갔다.

"당신들의 심장과도 같은 평창동 대저택에 대한 법적 즉시 압류 및 담보권 실행을 선언합니다. 당장 오늘 밤 안으로, 그 집에서 쓰레기처럼 쫓겨날 준비나 하세요."

"은설아……! 이년아!"

홍명숙 여사가 비명을 지르며 설아를 향해 돌진하려 했으나, 뇌 가득 밀려오는 극단의 충격과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입에서 거품을 물며 그대로 버진 로드 위로 쿵!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화려한 비단 한복이 쏟아진 샴페인에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떠는 전남편 강민우와, 면사포가 찢긴 채 시궁창 쥐새끼처럼 웅크린 최유라.

그 처참한 단두대 위에서, 순백의 수트를 입은 은설아는 세상을 지배하는 잔혹한 악귀의 미소를 지으며 하객들을 향해 등을 돌렸다. 반전에 반전, 저들이 쌓아 올린 탐욕의 축제는 단 10분 만에 피의 처형장으로 변해 버렸다. 이제 다음 차례는, 저들이 목숨처럼 아끼던 평창동 대저택을 완벽하게 짓밟아 버리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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