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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하지만 선생님, 저는 정말 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저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돼요."

차수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의사에게 애원했다.

그녀의 표정에 드러난 애원을 보고, 의사는 측은지심을 느꼈다. 여자에 대한 안타까운 생각에 의사가 입을 열었다.

"굳이 수술을 해야 한다면, 적어도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오셔야 합니다. 대략 보름은 걸릴 겁니다."

보름?

보름이라는 말에 차수현 마음속의 절망이 더욱 짙어졌다.

온은수가 그녀에게 준 3일은 이미 그녀가 필사적으로 쟁취한 시간이었다. 만약 3일이 지난 후에도 그녀가 여전히 이 아이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남자가 그녀에게 어떻게 할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차수현은 의사에게 즉시 수술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사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가지고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차수현은 결국 병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나선 차수현은 멍하니 길을 걸었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하소연할 사람도 찾지 못했다. 차 씨 집안 가족이 알게 된다면 바로 그녀를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엄마? 엄마의 병세는 이제 겨우 조금 호전되었는데, 만약 그녀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절대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 아버지? 그녀 자신도 그 남자가 누군지 모르는데, 어디로 가서 그를 찾을 수 있겠는가?

산송장처럼 한참을 걷던 차수현은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른 채 문득 멈춰 섰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한 지저분한 골목 앞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몸을 돌려 나가려던 차수현은 문득 벽에 무통 낙태 수술이라고 써서 붙인 광고 전단지를 보았다. 전단지 위에 전화번호와 주소가 있었다.

차수현은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그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는데, 바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작은 병원이었다.

차수현은 귀신에라도 홀린 듯 그 병원을 찾았는데, 허름한 작은 병원은 고약한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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