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남궁산이 가져온 소식을 들은 원아는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동안 수심이 가득했던 얼굴에 마침내 희색이 감돌았다.“남궁산 씨, 그 말이 정말이에요? 소남 씨가 정말 살아 있어요?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정말 제 남편이 맞아요? 정말 그가 맞는다면, 왜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건가요?”남궁산은 원아의 초조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괴로웠다.그는 한 묶음의 자료를 원아에게 건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실은, 사진 속 사람이 정말 형님인지 분명하진 않아요. 그렇게 추측할 뿐입니다.”원아는 그가 건네준 사진을 자세히 보았
장인숙은 아들이 자신과 문 노인을 속이고 원아와 혼인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문 노인의 힘과 영향력을 생각하니 안심이 됐다.파혼 사건 이후로, 문 노인은 원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손자와 원아의 혼인신고를 절대 반대했었다.소남은 원아와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문 노인을 바라봤다. “할아버지.”“응.”문 노인은 원아의 부른 배를 쳐다보며 굳어 있던 얼굴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배가 이렇게 많이 불렀는데, 병원에선 출산예정일이 언제라고 하더냐?”소남은 원아의 손을 잡으며 대
모스크바.원아는 소남이 암살당했던 장소를 찾아갔다.비록 시간이 흘러 증거가 될 만한 것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남궁산과 원아가 앞장섰고, 임서연과 비비안 그리고 십여 명의 경호원도 함께였다.소남이 사고를 당한 곳은 깊은 숲 속이었다.거대한 구렁이처럼 구불구불한 도로를 끝없이 달리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곳이 나타났다. 외진 그곳은 어둡고 음산했다. “형수님, 도착했습니다.” 남궁산은 시야가 넓게 트인 곳에 차를 세웠다.원아와 서연 등 일행은 차에서 내
혼수상태에 빠진 남자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는 고통스러운 듯 가끔 눈썹을 찌푸렸다.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무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원아…… 원아…….”카시안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고 허리를 굽히고 그의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댔다. 그녀는 남자의 뜨거운 이마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마스크를 쓴 의사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불쾌해 보였다.“이 사람은 언제 깨어날 수 있죠? 지금 계속 혼잣말로 무어라고 하는 거죠?”그녀는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가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그 말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