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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화령
한 통의 편지로 5년에 걸친 결혼 생활을 끝냈다.

미련 없이 뒤돌아보지도 않을 거다.

이제부터 나는 생사나 가난과 부귀를 막론하고 한빛 그룹 반 대표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을 나서는 순간 뭔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어디서 뭐가 타는 냄새가 나는데?”

소방관인 나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일었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과연 어느 한 방 문틈 사이로 실처럼 가느다란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큰일이야. 불이 났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는 옆에 있던 소화기를 집어 들고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쾅!

쾅쾅!

한번, 두번...

연달아 다섯 번을 걷어차서야 겨우 문이 열렸다.

순간 코를 자극하는 타는 냄새가 얼굴을 덮쳤다.

방 안에서는 불꽃이 번쩍였는데 불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방치하면 통제 불능이 될 상황이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능숙하게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은 다음 안으로 뛰어들어 불을 껐다.

불이 난 곳은 방 안의 큰 침대였다.

안으로 뛰어들어서야 비로소 침대 위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절세미인이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하얗고 풍만한 몸매에 목욕 가운 하나만 걸친 채.

그녀는 술잔을 들고 마시면서 불이 난 침대 쪽으로 술을 붓고 있었다.

알코올이 불에 닿으면 불길이 더 거세진다!

“빨리 일어나! 죽고 싶어서 그래?”

나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어 즉시 여자를 침대에서 끌어내 뒤로 밀쳤다.

“아, 아파! 당장 나가. 넌 누구야? 여긴 내 방인데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급한 나머지 힘이 좀 셌는지 여자는 아프다며 계속 내 등을 두드렸다.

불길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나는 그녀를 돌볼 겨를도 없이 즉시 소화기를 꺼내 불씨를 향해 쏘아댔다.

날렵하고 깔끔하게, 3초 만에 불길을 껐다.

전부 무사함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내가 제때 와서 불길이 더 번지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제야 나는 뒤돌아 여자를 살펴볼 겨를이 생겼다.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여자가 내 등 뒤에서 몰래 벽에 걸린 벽화를 불태우고 있었다.

또 불이 났다.

“미쳤어?”

나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채 재빨리 한 손으로 여자를 제압하고 다른 손으로 소화기를 들어 또다시 불타는 벽화를 끄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엔 여자가 내 압박에서 벗어나 침대로 달려가더니 베개를 태우려 했다.

한 번, 두 번이면 참겠지만 세 번은 참을 수 없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나는 곧장 달려가 여자를 침대에 눌러 제압한 뒤 그녀의 손에서 라이터를 빼앗아 옆으로 던져버렸다.

“경고하는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 이건 방화죄야!”

“협박하지 마, 난 그런 말에 겁먹지 않아!”

냉정한 경고로도 여자를 진정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그녀의 성미를 돋구어 더 격렬하게 몸부림치게 했다.

“놓아줘, 아프다고! 경고하는데 나 연씨 가문 아가씨야. 이 연나정을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연나정은 말하면서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단단히 붙들고 있는 나를 뿌리치고 또다시 고집스럽게 라이터를 잡으려 했다.

“또 한다고?”

불을 지르는 걸 가만히 두고 볼 내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연나정을 한 번에 잡아당겨 침대에 눌러 제압했다.

이번에는 온몸으로 그녀를 눌러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술 취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 하지만 경고하는데 어느 집안 아가씨든 호텔에서 불을 지르면 안 돼. 이건 범죄야!”

“쳇!”

연나정은 온몸이 눌린 채 제압당해도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더니 심지어 날 노려보며 으르렁댔다.

“이 변태가 누굴 가르치려고 들어? 빨리 놓아줘, 안 그러면 네가 무단 침입해서 내 의견도 존중하지 않은 채 제압했다고 고소할 거야!”

연나정의 적반하장에 나는 기가 막혀 웃음이 터지며 되물었다.

“네가 원하는 게 방화인데 내가 제압도 못해?”

“쳇, 강제로 제압한 게 맞잖아. 아니면 내 위에 올라타서 뭐 하는 건데?”

“네가 계속 불장난할까 봐 이러잖아.”

“불장난하다 타 죽어도 너랑 상관없잖아, 놓아줘!”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뒤늦게 연나정의 눈가에 희미한 안개가 낀 듯 물기가 어려있고 얼굴엔 서러운 표정이 가득하다는 걸 발견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연나정이 입고 있던 목욕 가운은 이미 몸부림치다 벗겨져 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문득 나와 그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고 자세도 이상한 상상을 유발하기 딱 좋다는 걸 깨달았다.

반아영보다 더 가깝게 닿았지만 우리는 분명 이제 막 만난 낯선 사이였다.

“미안해, 그쪽을 추행하려던 게 아니라 불을 끄려고 들어온 거야.”

연나정의 울 것 같은 표정을 보고 나는 재빨리 손을 놓아준 다음 일어나 거리를 두었다.

이윽고 그녀는 즉시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 머리를 내민 채 경계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누가 믿어, 당신이 소방관이라고? 함부로 남의 방이나 들어와서 불을 끄는 게?”

“진짜 소방관이야. 여기 내 자격증 있어.”

연나정이 여전히 나를 의심하자 나는 어이없어 웃음이 났지만 재빨리 휴대하고 있던 자격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연나정은 내 자격증을 받아 들고 살펴보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돌아보았다. 얼굴에 드리운 의심의 기색이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기분은 좋지 않아 보였다.

“소방관이면 뭐, 너희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나쁜 놈이야!”

“연애가 잘 안돼? 그래도 젊은 나이에 불을 질러 인생을 끝낼 수는 없잖아.”

연나정의 화난 표정을 보며 그녀가 술에 취해 극단적인 행동을 했던 이유를 대담하게 추측해 보았다.

“네가 뭘 알아, 내 목숨은 내 거야.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지.”

연나정이 퉁명스럽게 코웃음을 치며 삐진 듯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소방관으로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화재 현장에서 강한 생존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무자비한 불길에 삼켜지는 모습을 봐왔다.

그래서 멀쩡한 사람이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걸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네 말이 맞아, 네 목숨은 네 거지. 죽든 살든 나랑 상관없어. 하지만 경고하는데 죽고 싶어도 공공장소에서 불을 지르는 극단적인 선택은 안 돼. 그건 타인에게 죄를 짓는 거라 떳떳하게 죽지도 못해.”

“날 욕하는 거야?”

내 차가운 비난에 연나정은 멍하니 자신을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욕하면 어쩔 건데? 목숨도 버리면서 욕 한마디 못 듣겠어? 이렇게 예쁜 얼굴이 결국 숯덩이로 타버려서 사람 형체도 못 알아볼 거야. 사람이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 마치 칼로 끊임없이 네 몸을 찌르는 것과 같아. 불에 타 죽은 사람들은 모두 생생한 고통 속에서 죽어. 그리고 죽은 뒤엔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끔찍하기 그지없어.”

나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일부러 불을 지르면 초래할 결과를 더 끔찍하게 설명했다.

비록 눈앞의 여자 본인이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지만 그래도 불에 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너... 겁주지 마. 난 안 무서워!”

내 묘사를 들은 연나정은 머릿속에 구체적인 장면이 떠올랐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왜 널 겁주겠어? 못 믿겠으면 직접 해봐.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 한적한 콘크리트 바닥이나 찾아서 혼자 불에 타 죽어. 그땐 나도 절대 신경 안 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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