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
세상에.
정말로 바깥세상이다.
박시온의 인생에 바깥세상은 집의 테라스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바깥세상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과 반짝이는 건물들,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몸을 스치는 바람. 입술이 바짝 마른 체로 괜히 주위를 둘러보는 이시안의 옆에 붙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예요."
괜히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시안은 창밖의 평범한 풍경을 보며 만족했다.
언제나 이런 세상을 바라며 싸우고 싸웠다.
「 네가 실종된 이후로 병기들이 전쟁에 손을 뗐어. 그러자 전쟁이 끝나버렸어. 우습지? 그렇게 쉬웠다면 네가 그렇게 힘들지 않아도 됐을 텐데. 」
그 과정은 허무했지만, 어떠하리.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아도 자신이 왜 병기가 됐는지 그 하나만큼은 똑똑히 기억한다. 소중한 가족을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병기가 됐다. 그들이 살아서 정당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고 있다면 아무 상관없다. 그것이면 됐다.
이시안은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내일 당장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자신은 앞장설 것이다.
"여기서 내려요."
영 익숙하지 않았다.
어려진 박도윤이 자신에게 말을 하는 듯한 이 묘한 기시감.
원래 자식이라는 게 이렇게 한 사람을 쏙 빼닮는 것인가?
지금의 박도윤은 어떠할까?
한지훈처럼 조금 더 성숙해진 얼굴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는 했다.
그 얼굴이 어떻게 성숙해졌을지는.
"아~ 빨리 와요!!!"
짜증을 내면서도 눈빛은 반짝반짝했다.
본인도 처음 나온 밖의 세상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이시안의 팔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말이 끌어당기는 것이지 거의 붙잡는 것에 가까웠다. 겁에 질린 것이면 솔직하게 말하면 될 텐데, 이런 부분은 박도윤과 닮아 이시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얀 불빛을 내는 길쭉한 것을 따라, 단단한 검은 길을 따라오자 화려한 울타리에 덩굴이 장식되어 있는 커다란 집이 보였다.
"여, 여기다…!"
박시온이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의 집만큼 웅장한 집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벨을 누르기도 전에, 문짝을 뜯어버릴 기세인 이시안을 보며 소리쳤다.
"뭐 하는 거예요!?"
"이 안에 대장이 있다며?"
"그러니까 뭐 하는 거냐고요!!!"
"들어가야지."
"베, 벨을 눌러야죠!!!"
"벨?"
박시온이 이마를 쳤다.
한지훈이 걱정하던 것은, 이런 것이었나?
"세상에! 진짜였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에 구세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유, 윤재 사, 삼촌!!! 이 사람 문짝을 뜯으려고 해요!!!"
***
방울이 나오는 총을 만지작거리며 즐거워하는 박시온을 두고, 족제비부대의 대장인 '서윤재'를 보며 각 세워 인사하는 이시안을 보며 서윤재는 울컥 차오르는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제, 대장 같은 거 아니니까… 그렇게 인사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내겐 여전히 대장인데."
"버르장머리도 여전하네."
한지훈의 연락을 받고 그 여느 때처럼 술에 취한 건가 싶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술에 취한 것도 아니었고 약에 취한 것도 아닌 제정신이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그대로네."
"대장은 많이 늙었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생각하는 거냐!"
"욱하는 건 그대로… 인가?"
의문형이 됐다.
"살아있는 건 맞지?"
두 번째다.
두 번째로 볼을 꼬집히자, 이시안이 짜증 난다는 듯이 손을 쳐냈다.
그 파급력은 여전한지 손뼈가 나갈뻔한 고통에 서윤재가 고통을 참아내며 손을 꽉 쥐었다.
"그래, 그렇네."
서윤재가 잘게 한숨을 쉬며, 이시안을 자리에 앉혀 평소 좋아하던 율무차를 주자, 그 맛을 기억하는지 입을 삐죽 올리는 습관은 여전했다.
"그런데 왜 본부 지하에 있던 거지? 그리고 어떻게 시온이랑 올 생각을 했어? 어찌 됐든 둘은 친하게 못 지낼 줄 알았는데."
"윤이의 아이라서?"
"크흠!"
한지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반응이었다.
"됐어. 나는 만족해."
"하필이면 한풀 꺾인 지금 이럴 때에!! 쓸모없는 녀석!!!""말을 좀 가려서 하는 게 어떨까 싶네요."윤재이가싱긋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목소리에는 살기가 잔뜩 어렸다. 그제야 눈치를 보며 사단장이 시선을 돌렸다. 그 상황에아무 말할 수 없는서윤재가인상을 찌푸리며 펜촉을 거칠게 책상에 두드렸다.일단 짜증이 났다.부대 책임자인 자신이 관리를제대로 못 한점도 분명 있었지만, 여태 잘도부려 먹은주제에 잠시 부재인이시안을욕하는 꼴이라니 잘됐다 싶으면서도 잠적한이시안이걱정됐다. 분명 자신에게 보고할 때는 독사 부대에서지원 요청이와서 간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무전조차 받지 않았다. 직전에 일이있던 터라걱정되어구식호에게직접 연락하자, 그쪽에서는 습격도이시안에게지원 요청한적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일단 족제비 대장, 내가쌍팔에게부탁했고, 비밀리에 감시자도 붙여 놨으니까 연락을 기다려보자.""아아, 고마워. 우리도 최대한 찾아볼게. 우리 애 때문에 늘 미안해."항상 생글거리던윤재이가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었다. 대충 회의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나서던 도중 로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윤재이가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멈췄다.목소리의 주인은정안용이었고, 정안호가정안용을힘껏 막고 있었다. 
"…… 미안해."숨 막히는 침묵은서윤재의사과로 깨졌다. 그제야서윤재의팔을 잡은이시안의손에 힘이 풀렸고, 한지훈이 애써 웃으며 둘 사이로 쏙 들어가 분위기를 전환해 보고자이시안의어깨를 둘러맸다."둘 다 머리 좀 식혀. 둘이 너무 예민하잖아~ 일 때문인가~?""그래, 그래. 좀 쉬자."이시안은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고, 박도윤이 차마 그 손을 잡을 수 없어 멈칫하자, 한지훈이 대신 가겠다는 듯 손을 허공에서 흔들며이시안을따라갔다. 그리고서윤재도긴장이 풀린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죄송해요.""그건 내가 아니라시안이에게해야지.""……….""도윤아, 너를…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애에게 스스로 죽겠다고 하는 건… 너무 심하잖아."서윤재의말에 박도윤은 잘못을 알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지금은 조금 진정하게 두고, 너 본부로 보내는 것도 내가 시안이랑 다시 이야기해 볼 게. 그러니까, 너도 진심으로 사과해. 알았지?""… 네."*****누가 저 모습을 보고 병기라고 할까?천막 틈 사이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이시안은시간이 흘러도 어릴 적, 그이시안과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한지훈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머리를 긁적이
박도윤이 움찔했다.불과얼마 전에발견한 시체의 옷에서 나온 쪽지를 보고 샘플을 보냈었다. 그걸윤재이보다이시안이더 빨리 눈치챌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내가 잘못 본거라고 해. 그거 다른 사람이라고 하라고!"박도윤이얼어붙은듯, 대답하지 못했다. 눈이 동그래진 박도윤을 보며이시안의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적진 한가운데서 있는 것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에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널뛰었다."미쳤어? 무슨 생각이야? 그 송 효라고. 뭘 믿고보낸 거야!?""내가 약해서 의지 할 수 없으면… 내가 강해지면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겨우 입을 연 박도윤의 말은이시안이이해할 수 없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항상, 함께 있고 싶다는 소리야."요즘 늘 내던 짜증이나 화가 아닌,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에이시안이잡은 팔에 힘이 스르륵 풀렸다. 지금이시안의온몸을 지배하는 이 감정을 박도윤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나도 뒤가 아닌, 네 옆에서….""말이 되는 소리를 해!""………!""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어!? 애초에 그 송 효가 진짜일 거라는 확신도 없어!""진짜가 아니면 단순히 피를 보낸 거야. 나도 나름대로 생각도 각오도 하고 보낸 거야."이시안이입을 틀어막으며고장 난듯이 멍하니 박도윤을 바라봤다.
송 효.전쟁이 막 시작될 때쯤,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는 전쟁을 이기게 해 주겠다며 실험체를받아 가서는인체공학으로 '병기'를 만들어 낸 개발 책임자.모두그를 송 박사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하지만 송 효는 마지막으로 김정우를 만들어 낸 1년 이후, 돌연 잠적했다. 그의 행방은 여전히 추적 중이지만윤재이도실마리를 잡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본부에서도 소수만 아는 그 이름이 주 학에게서 나오니 의아했다."요즘 부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아. 송 효라는 사람이 제2의 병기를 만들기 위해실험 대상을모집한다고 샘플로 피를 모으고 있다나 봐.""뭐?"이시안이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주 학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닌, 송 효가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이 믿을 수없다는 것에가까웠다."의도적인가? 이쪽은 그런 소문 없어. 있었다면 위에서 그냥 있었을 리 없어.""역시 그렇게 생각하지?""그 리스트, 알 수 있어?""사실이라면.""최대한 빠르게."주 학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려고 하자, 먼저 일어선이시안이주 학에게 손을 뻗었다. 기꺼이 그 손을 잡아 일어섰다.*****"야!!!빡도! 너도 들었지!?이씨완전 무리 중이라고!!! 걱정도 안 돼!? 그냥 네가 먼저 사과하라니까!?""…… 안돼. 지금 내가 먼저
"멋대로 행동하면서?"그 말에 퉁명스러운 표정을 했지만, 반박하지 않는 것에 화는 조금 누그러든 것 같아 한숨을 들이 쉬었다."그보다 뭐야~?시안이는전쟁이 끝나면 뭘 하고 싶길래, 새삼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말해주면 안돼~? 비밀로 할 게!""안돼. 저번에도 그렇게 말하고서는 말했잖아.""아니, 그건 네가 너무 귀여워서 어쩔 수 없었어. 말해주라. 이번엔 진짜로 비밀로 할 게."*****"큰 형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둘이 살벌하게들어간 지한 시간이 넘었어! 저러다 시안이고장 나면어쩔 거야~! 형님이 가서 말려 봐~!!!"정안용이꿈적하지 않는김상팔의 팔에 매달려 이리저리 흔들리자, 김상팔이 퍽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내가 말리면 시간이 더 길어질 거 같은데.""이거 완전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힘없는 남편 아니야!?"정안용이가슴팍을퍽퍽 치며괜히 얌전히 있던 김상팔에게 소리치고는 맞은 편에 얌전히앉아 있던김정우의 얼굴을 꼬집으며 제 불안감을 표출한다는 명목으로 괴롭혔다."전 혼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위험한 행동이잖습니까.""그래.얼마 전의피로도 회복되지 않을 건데.""이게 전부 공주님 때문이다.하아~ 시안아, 힘없는 나를 용서해!""윽!"정안용이&
받은 쪽지의 글씨체는 분명윤재이의글씨체다.그래서 더욱 의심스러웠다.이시안의미간이 오만상으로 찌푸려지자, 오태성이 웃음을 꾹 참으며 폼을 잡았다."박도윤은 그곳에 있어.""…… 다른 의미로 놀라운데.""뭐?"박도윤과윤재이가친했냐고 물으면,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이시안이손아귀에 있는 쪽지를 강하게 쥐며 구겼다.지금 이 모든 상황이 여간 수상한 게 아니다. 지금이시안의머릿속에서 이 상황의 조각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조각이라면 박도윤의 여자가, 박시온의 엄마가윤재이와관련 있는 여자라는 것이라는 것.그것 하나뿐이다."화, 화 난 건 아니지? 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 가게 엉망으로 만들면 안 된다!?"특히 지금 자신이 걸어온 이 여정이윤재이가만들어 놓은 것이란 찝찝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박도윤 성격에 자신의 아이를 한지훈에게 맡길 이유가 있나?이시안의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그것은 표정으로 드러났다."복잡해 보이네?"오태성이 술을 슬쩍 권하며 묻자,이시안은술잔을 툭 쳐버리고 의자에 앉았다."여러모로."오태성이 구레나룻을 긁적이며이시안을바라봤다. 그리고는이시안이툭 쳐버린 술잔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다."뭐… 나도 살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