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쟁이 끝난 지 15년. 죽었던 병기 이시안이 깨어났다. 그리고 눈앞에는, 사랑했던 남자의 아들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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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괜찮아. 그러니까…. ⌟
“윤이…?”
그 이름을 내 뱉는 순간, 숨이 한순간에 들어왔다.
몸을 조이던 구속이 한 번에 풀렸다.
먼지가 가득 쌓인 어둠 속에서 눈을 뜨자,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의 몸에 엉망으로 붙은 바늘들과 눈에 익은 곳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몸 깊숙이 박힌 바늘을 뽑았지만 피 한 방울, 심지어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는… 어디야."
공기가 다른 느낌이다.
이곳에는 이 이상한 기계와 자신을 제외한 이 공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난 뒤에야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주위를 살피자, 어두운 틈 사이로 한 줌의 빛이 새어 나왔다. 터벅터벅 걸어 빛이 새어 나오는 문고리를 아무렇지 않게 열자, 갑자기 온몸으로 내리쬐는 빛은 눈을 따갑게 했다.
이상하게 익숙하다.
그런데 자신이 알던 곳과 조금 다르다.
본능적으로 몸의 근육이 바짝 긴장하며 주위를 경계했다.
하지만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걷고 있었다.
쿵.
머릿속에서 그 소리가 무엇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 그 소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그 소리를 제압하고 뒤늦게 눈으로 정보를 인지하는 순간 몸이 바짝 굳었다.
"아파!"
자신의 밑에서 버둥거리며 짜증을 내는 남자.
"윤이?"
"당신, 누구야!"
"실수…."
제압한 팔에 힘이 빠졌다.
자신의 밑에 깔린 13살에서 15살쯤으로 보이는 남자는 제압 당했던 팔이 아팠던 건지,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면서도 아픈 팔을 잡고 끙끙거리며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잘 아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다.
적어도 자신이 기억하는 마지막의 그 얼굴은 이렇게 어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윤이라는 이름은 혹시… 박도윤?"
"너,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알고말고."
어리고 약한 주제에 입꼬리를 올리며 거만하게 웃는 모습은 어디로 보나 자신이 아는 그 남자가 아니다. 게다가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건방지게 구는 모습이 고까워 괜히 꿀밤을 때리자, 정말로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 꾹 누르며 아픔을 삭히고 있는 모습도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다르다.
"여기는 어디지? 너는 누구고."
왜 그 얼굴을 하고 있어?
라고는 차마 묻지 못했다.
"본부는?"
"본부?"
"제 2의 족제비 부대의 대원들은? 대장은?"
그 질문에 남자아이는 무슨 의미인지 아는지 모르는 건지, 의아한 얼굴로 얼굴을 찌푸렸다. 우습게도 그 얼굴은 너무 익숙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픽 새어 나왔다.
"족제비 부대?"
"뭐야? 몰라? 이곳에 살면서 그 이름을 몰라?"
이상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마주 보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둘이서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남자아이의 얼굴이 괜히 붉어져 고개를 푹 숙였다.
"뭐, 뭐야!"
괜히 손가락질을 하며 화를 내도, 날이 선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처음 보는 상대는 자신을 보며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너, 이름은?"
"그쪽이 먼저죠."
"내가 먼저 물었어."
"수상한 쪽이 먼저 알려야죠. 난 여기 살고 있는데?"
"여기서?"
표정이 굳었다.
그러니까, 이상하단 말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걸 어떻게 믿는데."
"나야말로."
보통 고집이 아닌 듯해 보였다.
하지만 머릿속에 정보가 없는 상태로 시간을 이렇게 끌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름을 뱉기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고요하고도 팽팽한 긴장감을 깼다.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따라 옮긴 시야에는 자신이 아는 얼굴보다 훨씬 성숙해진 얼굴이 상당히 놀란 듯 새파랗게 질려 달려오고 있었다.
"이시안!?"
"…… 한… 지훈?"
"너…! 정말로 시안이야!?"
"너 왜 이렇게 늙…."
"삼촌, 아는 사람이야?"
"삼촌?"
다른 의미로 이곳은 혼란스러웠다.
***
"그러니까… 지금은 내 기억에서 17년 이후이며, 저 애는 박도윤의 아이라고?"
"그… 렇지."
대답하는 순간도 얼떨떨했다.
하지만 그 얼떨떨한 대답과 다르게 이 여자, 그러니까 이시안의 눈동자에는 그를 똑 닮은 아이, 그의 아이, 박시온만이 담겨 있었다.
일리 있었다.
그래,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저렇게 닮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박시온."
한지훈이 멍하니 박시온을 바라보는 이시안을 한참 바라봤다. 아마 지금 저 모습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을 이시안에게 지금 이 세계는 너무 가혹했다.
울컥했다.
한지훈의 눈에 이시안이 너무 어려 보여서.
이 어린아이가 그 전쟁터에서 그런 수모를 당하고, 그런 짓을 하며 살아온 것이 대견했다.
"뭐냐?"
테라스 너머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손을 뻗는 박시온의 모습을 보며 조금 심통스레 대답하는 모습에 한지훈은 씁쓸하게 웃었다. 박시온에게 시선이 고정된 채로 묻는 이시안은 어렸다. 울컥한 마음에 쉬이 대답하지 못하는 한지훈에 결국 시선을 옮기자 어느새 두 눈가가 촉촉해진 한지훈을 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한 이시안은 의아한 듯 '왜 그래?'라고 눈빛으로 묻는 듯했다.
"…… 너를 괴롭히는 윗놈들도, 전쟁도 모두 사라졌어. 이제는……… 전부. 참, 웃기지?"
"아쉽네."김정우가 툇마루에 앉아 신발을 고쳐 신는 것을 본 이시안은 덤덤하게 말했다."뭐가요?""다리를 절어서야, 뛰지 못하잖아?""… 누님은 모르겠지만, 이 나이가 되면 뛸 일이 없습니다.""지금 네 나이가 몇이지?""아마 서른둘, 혹은 섯, 넛…?"고개를 갸웃거리며 손가락을 펴는 모습은 자신이 아는 김정우가 맞는데, 겉모습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김정우의 입장은 달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시안은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20살 무렵의 얼굴을 하는 것에 마음이 뒤흔들렸다.이렇게 마음이 뒤흔들리는 것은 전쟁이 끝난 이후, 처음이었다.아직 이런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기뻤다."아직 괜찮지 않아? 상관 놈들이 다 그 나이 정도 아니었나?""지금 세상에서는 이 나이도 젊은 축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됐으니.""그러냐.""뭐, 그때는 상관이 되거나 고물 취급을 받아야 했지만. 실제로 제 몸도 어디 써먹지도 못하는 고물이 되기도 했고요."김정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오른발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누님, 저는 정말 수도 없이, 끝없이 묻고 싶었었습니다."귀뚜라미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매웠다."무엇을.""누님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은 이유를요."멍하니 허공을 쳐다본 김정우의 물음에 똑같이 허공을 바라보던 이시안이 픽 웃었다."세상에 어느 녀석이 '이시안'을 죽인 건지, 죽
"20분 거리라더니, 나를 속였군."양민아의 유난에 휩쓸려 한바탕 집 청소를 하게 된 이후, 숨을 고르며 툇마루 기둥에 앉아 한쪽 발을 흔들며 음료를 마셨다. 어느새 그친 비는 공기를 가라앉게 해 주위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그게 없어.""그거?""불이 나오는 기둥.""하하하, 가로등 말하는 거야?"양민아의 말에 이시안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아이들의 부모는 인근 마을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어. 나나 만철 씨는 아이들을 봐주고 있고. 얘, 여기도 나름 살 만하다?""그래서.""아, 넌 좀 별로겠네."양민아가 쓰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나란히 앉은 양민아와 이시안을 바라보며 김만철은 사실 처음부터 한결같이 미소 짓고 있지만 놀랐다. 처음 서윤재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장난을 치나 싶었다. 양민아는 그 소식에 만난 이후 너무 놀라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옆에 따라온 박시온의 자식도 그 자식을 경호해 주고 있는 이시안도 그저 놀라움의 연속일 뿐이다.게다가 첫 만남부터 묘한 위화감의 정체를 알고 나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어려. 너무 어려."그 당시, 저렇게 어린아이가 병기로서 전쟁의 선두로 나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고 죄책감에 몸의 근육이 바짝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살아주세요. 정말로 그거면 됩니다. 」김만철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입가를 가리며 여전히
"정말 소란스럽게 오네~""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즐거워 보이는데요."앞치마를 둘러매고서 한 소리 하는 양민아의 말에 저도 모르게 말대꾸를 한 박시온이 아차 싶어 입을 틀어박고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잡은 이시안의 뒤로 몸을 숨겼다. 물론 그 몸이 다 숨겨질 리가 없지만, 언젠가 본 듯한 장면에 양민아가 손사래를 치며 천박하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동시에 양손 가득 내온 찐 감자를 보며 이시안은 속이 뒤틀리는지 인상을 찌푸렸다."으."먹지도 않았는데 체한 것처럼 가슴팍을두어 번치며 손끝으로 연기가 모락모락피어오른찐 감자를손끝으로 툭 밀치는 모습에 여전한 반응을 보며 깔깔거리며 몸을 비틀어 웃는 양민아를 살짝 발로 밀치고 나타난 김만철이 눈가에 생긴 잔주름만큼 인자하게 웃으며 시원한 탄산음료를 건넸다."여기는고기 같은거 없어?""물론 있지."양민아의 대답에 더욱 구겨진 표정으로이시안은찐 감자를쳐다봤다."그런데 왜 이런 걸 들고 나와?""아이들 간식으로 인기 많아. 시온이도 먹을래?""……….""뻔해~ 지훈이, 그 성격에 금이야 옥이야 키웠지?"틀린 말은 아니지만, 미묘하게 가시가 있는 말이다.낡은 탁상에 어울리지 않는 맞지도 않는 큰 옷을 입고 있는이시안과짧은 옷을 입고 있는 박시온을마주 보고있는 김만철과 양민아.한없이 인자하고 장난스럽게 웃고 있지만,
“으… 구려!!!”주소를 보고 도착한 곳은 자신이 살던,서윤재가있던 도심과는 달리 촌이었다.박시온이 들고 있던 휴대폰화면이 ‘신호 없음’으로 깜빡였다. 팔을 뻗어 이리저리 공중에서 흔들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결국 똘망똘망한 눈은 짜증으로 가득 뒤덮어졌다.“짜증 나!”이 상태라면홀딱 젖은 채로 산속에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상태로 산행은 위험해 겨우 비만 막아주는 쉼터에 나란히 앉아 떨어지는 비를 멍하니 쳐다보는 꼴이 됐다."나온 거 후회해?""… 절대 안 해."그럼에도 제 선택에 후회는 없는 것인지 제 눈앞의 빗물로 만들어진 흙탕물을 괜히 손가락으로 휘저으며 불편함을 보였다.“저기, 당신은 무슨 일을 했어요?”“일?”“삼촌은기밀 서류를운송하고 지키는 임무를 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본부의 자산인 지금의 집에 미련이 가득해 버릴 수 없어서 지킨다고. 그런데 삼촌이 소중하게 지킨 집에서 당신이 나왔잖아요. 그럼 삼촌은 여태 당신을 지킨 거야?”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이지만이시안은그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아이에게 말하기 곤란해서 혹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자신도 그 답을 몰랐다.“으음.”“당신, 바보죠?”“꼬맹이가 건방지네. 진짜.”“솔직히 기대했는데.”“뭘.”“병기라고 하길래, 좀 다를 줄 알았는데.”사실이다.서재에서 서류를 훔쳐 읽고, 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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