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목소리를 가다듬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는 한지훈의 말에 이시안은 그 말을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매일 울리던 경보음이 사라지고 공기 중에 섞여 있던 화약 냄새와 기름 냄새가 사라진 평화로운 이 세상이. 결국 눈물을 훔치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그의 얼굴에 깊게 새겨진 흉터와 주름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한지훈은 눈물을 닦으며 그때처럼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왜 이래!'라고 소리치며 웃었지만, 이시안은 그때처럼 '그냥.'이라고 웃을 수가 없었다."전쟁이 끝났다면… 다른 애들은?"그 물음에 한지훈은 지금 잡고 있는 이 이시안이 꿈속의, 허상의 이시안이 아니길 바라며 대답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모두 뿔뿔이 흩어졌어. 하지만…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어.""당연히 그래야지.""… 도윤이는 궁금하지 않아?"그리고 타이밍 좋게 들어온 그의 아들인 박시온은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둘이 뭐야?"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날이 선 목소리였다. "시온아, 늦어서 미안. 인사해. 이쪽은 우리들의 가장 친한 친구 이시안이야.""네, 네. 박시온.""입니다는?""입니다.""야, 시안아. 너도 인사해야지."한지훈이 손가락으로 이시안의 손등을 쿡쿡 꼬집자, '굳이?'라는 눈빛을 보내는 이시안보다 먼저 박시온은 성큼성큼 다가와 이시안의 눈앞에 섰다. 살짝 올려본 시야에는 낯설지만 익숙한 실루엣이 자신을 보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무심코 그의 이름을 뱉을 뻔했다."우리 아빠, 좋아했어요?""야, 야! 박시온!""그런데 아빠와 다른 여자의 아이인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죠?"박시온의 말에 한지훈이 이시안의 눈치를 슬쩍 보며 이마를 짚었다. 물론 오냐오냐 키운 박시온의 버르장머리 없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 시온이가 뭘 몰라서 그래. 그리고 아직 어린애잖아. 화내지 마?"한지훈이 박시온
Huling Na-update : 2026-09-05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