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강루인은 주영도를 어떻게 자극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전남편이라는 호칭도, 아들이라는 말도, 그녀가 내뱉는 모든 말이 주영도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강루인이 그를 내버려둔 채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듯 주영도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그는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불쾌감이 가득 담긴 강루인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그녀가 손을 빼내려 했지만 주영도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강루인의 손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하며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놔!”주영도는 마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죄수처럼 돌아갈 길도 물러설 곳도 없었다.그는 어떻게든 강루인을 다시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었다.“지수현이랑 결혼하지 않으면 안 돼?”주영도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이 손 놔!”강루인은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그의 손아귀가 지긋하다는 듯 뿌리치며 어떻게든 손을 빼내려 했다.하지만 주영도는 오히려 그녀의 손목을 더 꽉 붙잡은 채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품에 끌어안았다.그는 강루인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부탁이야.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난 네가 그 사람과 결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너희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설령 강루인이 지금 당장 자신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결혼식만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렇다면 주영도는 여전히 자신을 속인 채 그녀가 아직 미혼이기에 자신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은 강루인의 마음에 그 어떤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주영도, 넌 정말 역겨워.”그 말을 들은 주영도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하지만 강루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결혼식이 뭐가 중요해? 나와 지수현은 이미 부부야. 우리는 이미 한 침대에서 잠도 잤고 부부가
노윤환은 백미러 너머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주영도를 조용히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느낀 주영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노윤환이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사실 구연정이 주영도에게 보이는 집착이나 그가 강루인에게 보이는 집착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하지만 주영도는 여전히 자신은 괜찮고 다른 사람은 안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노윤환은 그 속마음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었다.괜히 조용히 있는 호랑이의 수염을 건드렸다가 결국 고생하는 건 자신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주영도는 언제나 남에게는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었고 그 이중적인 태도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람이기도 했다.노윤환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물을 마실 건지 여쭤보려고 했습니다.”주영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한편, 지수현은 행동력이 빠른 사람이었다.강루인이 청혼을 받아들이자마자 그는 곧바로 결혼 준비에 서둘렀다.결혼식 디자인은 업계 최고 수준의 웨딩 기획사에 맡겼고 웨딩드레스 역시 유명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찾아가 강루인만을 위한 드레스를 제작하게 했다.지수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든 것을 강루인에게 안겨주고 싶었고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기를 바랐다.그는 지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아내 역시 같은 행복을 누리게 하고 싶었다.“보니까 지수현 씨가 너한테 정말 잘하는 것 같아.”함지율은 날이 갈수록 얼굴빛이 좋아지는 친구를 바라보며 진심 어린 감탄을 자아냈다.강루인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 좋은 사람이야.”함지율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사랑하게 된 거야?”강루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나다워지는 것 같아.”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아직
구연정이 정말 주영도에게서 멀어질 생각이었다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그의 곁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구연정이 잠들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였다.그녀는 그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을 뿐이었다.하지만 다시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주영도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에게는 이미 새로운 삶이 시작되어 있었다.구연정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그를 잊은 채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하지만 주초원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다시 흔들어놓았다.구연정은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5년 동안에도 주영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그는 구연정이 남긴 유품들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었고 그녀가 남긴 작품들 역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강루인이 일부러 그 물건들을 망가뜨리려 했을 때도 주영도는 분노하며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기까지 했었다.게다가 그는 구연정 때문에 구아정까지 특별히 챙겨주었다.이 모든 것들은 결국 주영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구연정이 남아 있다는 의미처럼 보였다.“영도야, 예전에 나한테 했던 약속들은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야? 날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잖아. 나랑 결혼하기로 약속했었잖아. 내가 곁에 없었던 그 5년 동안 네가 마음이 흔들렸던 것도 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어. 그런데 지금은 내가 이렇게 돌아왔잖아. 네 눈에는 내가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 거야?”“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왜 내 진심을 짓밟아 버리는 거야?”구연정의 마음은 너무나 괴로웠다.그녀는 자신이 견뎌온 5년의 고통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구연정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 모습은 너
두 사람의 낭만적인 연애사는 그저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변해갈 뿐이었다.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들이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처음이었다.그날 벌어진 모든 소란은 그들 역시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주씨 가문은 끝까지 몰아붙여 철저히 짓밟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줬었다.“주영도 대표 전처분도 이제야 고생 끝에 행복을 찾은 셈이네.”화장실 밖에서 주영도는 마치 문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어두운 표정으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주, 주영도 대표님...”조금 전까지 뒤에서 수군거리던 두 사람은 문을 나서자마자 당사자인 주영도와 마주쳤다는 사실에 순간 얼굴이 굳었다.주영도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검은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강루인과 지수현이 결혼식을 올린다고?”숨 막힐 듯한 그의 시선에 짓눌린 두 사람은 감히 얼버무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네.”“누가 말한 건데?”“지수현이 직접 말했습니다.”주영도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혹시라도 화를 입을까 두려워진 두 사람은 눈치를 살피다가 마침내 틈을 타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주영도는 그들이 떠나는 것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강루인이 지수현과 결혼식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지난날을 되돌아볼수록 주영도는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한 채 흘러간 5년의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이 강루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빚졌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그는 이제라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보상하고 싶었다.하지만 강루인은 그에게 그럴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그녀는 더 이상 주영도를 사랑하지 않으며 그와의 모든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나려 한다는 것을 이미 행동으로 말해주고 있었다.“대표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호텔 밖에
강루인이 청혼을 받아들인 뒤 지수현은 마치 흥분제를 먹은 사람처럼 종일 들떠 있었다.그는 길을 지나가는 개를 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마디씩 말을 걸 정도였다.“너도 들었지? 맞아, 나 결혼해.”“내 아내가 얼마나 예쁜지 알아? 게다가 나를 엄청나게 사랑하거든.”“그런데 너 너무 마른 거 아니야? 내가 결혼식 하면 너한테도 초대장 보내줄 테니까 꼭 와서 밥 먹고 가. 와서 내 예쁜 아내도 구경하고.”떠돌이 개는 그저 그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귀찮다는 듯 몇 번 짖어댈 뿐이었다.“대표님,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봅니다.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시네요.”지수현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던 거래처 대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곧 아내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거든요. 그때 시간 되시면 꼭 참석해 주세요.”상대는 곧바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정말 좋은 일이네요. 대표님은 부인과 사이가 정말 좋으신가 봅니다. 두 분이 결혼하신 지 몇 년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 이번 결혼식은 기념식 같은 건가요?”지수현은 두 사람의 실제 결혼 상황까지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안북시는 제 아내의 고향입니다. 저희는 해외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했고 이번에 귀국한 김에 이곳에서 다시 한번 결혼식을 올리려고 합니다. 아내의 지인들도 초대해서 제대로 축하받고 싶어서요.”“대표님은 부인을 진심으로 아끼시는군요. 대표님 부인은 정말 복이 많으십니다.”지수현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바로 정정했다.“아닙니다.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복이 많은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라 저입니다. 제 아내와 결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니까요.”그의 넘치는 애정 표현만으로도 이미 배가 부를 정도였기에 굳이 술을 마실 필요조차 없었다.거래처 사람들은 속으로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연신 축하와 칭찬을 건넸다.결국 식사 자리는 주인과 손님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
‘대체 언제 준비한 거지?’강루인은 생각한 그대로 말을 내뱉었다.“언제 준비한 거야?”지수현은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나 당당하고 솔직했다.“항상 준비하고 있었어.”그는 자신이 강루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이미 이런 날을 그려왔다.가짜 부부라는 관계는 그저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일 뿐이었다.강루인이 되물었다.“내가 만약 거절하면 어떡하려고?”지수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괜찮아. 내가 너보다 어리잖아. 기다릴 수 있어.”설령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지수현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니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물론 그는 진짜 부부가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루인의 선택이기에 지수현은 그녀의 마음을 존중할 생각이었다.반지는 눈부시게 빛났고 그의 눈동자 역시 반지만큼 맑고 진심으로 가득했다.지수현은 강루인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단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다.그의 마음은 너무나 분명했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누구나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강루인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다.따뜻하고 편안한 품 안으로 스며드는 감정을 그녀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마음이 돌처럼 완전히 굳어버린 것도 아니었기에 상대가 자신에게 베푸는 진심을 모르는 척할 만큼 냉정하지도 않았다.강루인은 이미 결혼반지가 끼워진 왼손을 내밀며 말했다.“하지만 내 손에는 이미 반지가 있잖아.”그 반지는 두 사람이 처음 계약 결혼을 하며 맞춘 결혼반지였다.지수현은 그녀가 내민 손을 바라보다가 잠시 멈칫했다.너무 긴장한 탓인지 그는 순간 강루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이건 거절인가? 거절이라는 뜻인가?’평소라면 누구보다 눈치 빠르고 영리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지수현은 마치 모든 생각이 멈춘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