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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중신장지
이해리가 눈썹을 치켜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유나 씨가 재무팀장이라고요?”

윤유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네, 해리 씨.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도원 씨... 아니 정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시지만 염려 마세요. 해리 씨 말씀은 꼭 전해드릴게요.”

이해리가 피식 웃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녀는 흥미진진한 눈길로 윤유나를 바라보았다.

“도원이가 아니라 유나 씨를 찾아왔거든요.”

윤유나의 미소가 돌연 굳어졌다.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해리 씨, 어젯밤 경매 일 때문에 불편하신 건 알지만 저랑 정 대표님 관계를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그녀가 손을 들어 보였다. 약지에 끼워진 정교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 부신 빛을 반사했고 윤유나의 얼굴에는 약간의 수줍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저는 이미 결혼했고 남편과도 사이가 아주 좋아요.”

반지를 노려보던 이해리는 한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이보다 더 우스꽝스러울 수 있을까? 이들 사이에서 이해리 그녀야말로 ‘상간녀’였다니.

그 반지는 정도원이 자신에게 프러포즈할 때 주었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이해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시선을 돌렸다.

“반지는 예쁘지만 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요.”

그녀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그저 최신 재무제표를 받으러 왔을 뿐이에요. 그 외에는 다른 볼일 없어요.”

이해리는 윤유나의 굳어진 얼굴을 힐끗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오히려 유나 씨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요.”

윤유나의 표정이 확 돌변했다. 앞서 득의양양했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해리는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 팀장, 다시 한번 제 요구를 말씀드려야 할까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도원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모든 상황을 쭉 훑어본 뒤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해리야, 어젯밤에 그 난리를 피우고도 모자라?”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말했잖아, 유나랑은 아무 관계 아니라고. 정 못 믿겠다면...”

이해리가 대뜸 말을 잘랐다.

“믿어. 믿고말고.”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싸늘한 눈길로 멀리 떨어진 윤유나를 쳐다봤다.

“윤 팀장 이미 결혼했다고 아까 직접 얘기했어.”

그 말이 떨어지자 윤유나뿐만 아니라 정도원마저 얼굴색이 확 변했다. 그는 윤유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순간 윤유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해리는 더 이상 볼 흥미를 잃어서 담담하게 말했다.

“올해 재무제표를 받으러 왔어. 어쨌든 나도 회사 지분 40%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도 못 보는 건 아니겠지?”

정도원은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말했다.

“당연히 볼 수 있지!”

그는 비서에게 즉시 서류를 찾아오라고 지시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아무런 이상한 기미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리야, 너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걸 찾아? 회사 일에는 늘 관심 없었잖아?”

이해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젯밤에 내 계좌가 동결됐잖아. 따로 계좌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정도원의 표정이 다시 굳어버렸다.

“해리야...”

비서가 금방 재무제표를 가져왔고 이해리는 더 이상 정도원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서류를 대충 확인하고 떠나려 했다. 이때 남자가 또다시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해리야, 오늘 저녁에 있을 가족 모임에 나랑 함께 갈 거지?”

남자는 꼭 마치 그녀의 태도를 통해 아직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음을 확인받으려는 듯 간절하게 물었다.

이에 이해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알았어.”

정도원이 기뻐하며 말했다.

“나 그럼 퇴근하고 데리러 갈게.”

이해리는 고개를 숙여 눈빛 속의 무심한 감정을 감췄다.

그녀가 본가에 가겠다고 동의한 것은 단 하나의 목적 때문이다.

과거 정도원과 혼인신고를 할 때 사용한 혼인 관계 증명서는 가짜였다. 정도원은 그 혼인 관계 증명서를 본가에 잘 보관하겠다고 진지하게 말했었다.

이것보다 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을까? 그것만 손에 넣으면 정도원의 중혼은 명백한 사실이 된다.

이해리는 그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택시 타고 떠나갔다.

그저 평범한 가족 모임일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모두 모여 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던 정도원의 부모님도 돌아와 있었고 정씨 가문의 방계 친척들까지 모조리 모여 있었다.

“해리 왔니?”

그녀가 들어오자 정도원의 어머니 심여진이 뒤를 몇 번 훑어보며 말했다.

“도원이는 왜 같이 안 오고?”

이해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이는 좀 있다가 올 거예요.”

심여진이 쯧쯧 혀를 차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도원이 그 녀석이 정말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이렇게 중요한 날에 너 같은 외간 사람이 혼자 오는 게 말이 돼?”

이해리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와 정도원은 어릴 때부터 혼약을 정한 사이였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씨 가문의 상황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반면 정씨 가문은 승승장구했다. 그때부터 심여진은 혼인을 파기할 생각을 했고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도원의 할아버지 정태균은 인품이 바르고 엄격해서 이런 출세를 쫓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했고 정도원 역시 그녀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심여진은 마지못해 그녀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동의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결혼 후에 이해리에게 냉대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몇 마디 더 물으려는데 집사가 허둥지둥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심여진은 이해리를 신경 쓸 틈도 없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정씨 가문의 방계 친척들도 발걸음을 재촉해 맞이하러 나갔다

이처럼 진지한 분위기에 이해리마저 놀랐다.

정씨 가문은 해성에서 이미 일류 명문가로 손꼽히는데 그들이 이토록 정중하게 맞이하는 사람이라면...

이해리는 인파들 밖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멀리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본가 앞에 멈춰 섰고 곧바로 누군가 다가가 공손하게 차 문을 열었다. 훤칠한 체구의 인물이 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남자는 짙은 먹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짙고 검은 눈동자를 가졌다.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감돌았고 제스처마다 타고난 고귀함과 압박감이 풍겨 나와 감히 똑바로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를 맞이하러 나갔지만, 그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표정이었다. 수려한 외모는 마치 얼음으로 조각된 듯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감지한 것처럼 고개를 들어 이해리가 있는 방향을 한 번 쳐다보았다.

이해리는 갑작스러운 시선에 그만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바로 정도원의 형 정지안이었다.

그가 귀국하다니.

비록 형제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정지안과 정씨 가문 사람들의 관계는 사실 그리 가깝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해외로 나갔고 지난 몇 년 동안 가문의 사업을 넓히는 데 주력해 왔다. 반면 그의 아버지 정호석은 그저 집안 돈만 축내는 무능한 인물이었고 할아버지 정태균이야 수완과 능력이 있어도 어느덧 연세가 많아 많은 일을 손대기엔 힘에 부쳤다. 결국, 정씨 가문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하는 실권은 이미 오래전에 정지안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다.

이해리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더라니.

다들 정지안 때문에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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