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중신장지
“미안해 해리야,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 낯선 남자에게 질투하면 안 되는 건데... 다 내 잘못이야.”

정도원은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나랑 유나는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야. 얘한테 고마워서 데려왔을 뿐이야. 용서해주라, 해리야.”

그 모습을 본 윤유나가 가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그래요, 해리 씨. 행여나 저랑 대표님 사이를 오해할까 봐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도.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괜찮은 생일 선물 하나 갖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 집안 형편은 해리 씨랑 비교가 안 돼요. 해리 씨는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라서 뭐든지 쉽게 가질 수 있고 또 정 대표님처럼 좋은 남자랑 결혼까지 했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선물 하나 고를 자격조차 없는 건가요?”

“그저 선물?”

이해리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섰다.

“윤유나 씨, 내가 거슬리는 건 유나 씨가 말하는 그 선물이 아니에요. 서경 그룹 직원으로서 유나 씨는 지금 엄연히 선을 넘었어요!”

두 여자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정도원은 본능적으로 윤유나 앞에 나서며 다정하게 말했다.

“해리야, 정 그렇게 거슬린다면 경매 끝나고 유나를 지사로 보낼게. 하지만 오늘은 내 면을 봐서라도 이 염주 팔찌를 유나한테 양보해. 돌아가거든 네가 원하는 거 뭐든지 다 사줄게.”

윤유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눈가에는 이미 눈물 몇 방울이 고여 있었다. 그녀는 애원에 가까운 어조로 말했다.

“해리 씨... 저 진짜 이 팔찌가 마음에 들어서 그래요. 해리 씨는 이미 모든 걸 다 가졌는데 왜 기어코 이런 거로 저랑 다투려 해요? 설마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

“윤유나 씨가 뭔데 내가 마음에 들어야 하죠?”

이해리가 싸늘하게 비웃었다.

“이건 원래 내 것이었어요. 왜 유나 씨한테 양보해야 하는 건지 설명 좀 해볼래요?”

그녀는 안내 직원이 내민 팔찌를 선뜻 받아들고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주제 파악 좀 해요, 윤유나 씨!”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정도원은 마침내 인내심이 고갈되고 얼굴에 띈 온화한 미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해리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굳이 그런 식으로 말해야겠어? 내 체면은 뭐가 돼? 고작 팔찌 하나 때문에 일을 이렇게 키워? 네 마음속에 난 이 팔찌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거야?”

남자는 더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녀에게 청혼하며 강제로 팔린 그녀 어머니의 모든 유품을 찾아주겠다고 맹세한 일은 까마득히 잊은 지 오래였다.

이해리는 그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짝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의 놀란 시선이 일제히 쏟아졌다.

정도원은 고개를 돌리고 사색이 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적당히 해라, 이해리. 요새 너무 오냐오냐했더니 애가 점점 제멋대로 구네?”

이해리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정도원! 오늘 일은 부디 후회하지나 마.”

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윤유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정도원의 뺨에 난 붉은 자국을 쓰다듬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 대표님, 괜찮으세요? 해리 씨 너무 해요 진짜.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표님을 때릴 수 있어요?”

정도원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갈 지경이었지만 시선은 멀어져가는 여자한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자기가 지금 가진 모든 것이 누구 덕분인지 싹 다 잊은 거야!”

윤유나는 그의 표정 변화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그 팔찌는...”

정도원이 붉게 부어오른 뺨을 문지르며 주머니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 카드에 10억 들어있으니 원하는 거 있으면 알아서 사.”

217호 룸.

이해리가 문을 두드렸다. 낙찰받은 사람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나가는 웨이터를 붙잡고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방금 저 룸에 계셨던 남성분은 어디로 가셨나요?”

“마지막 상품을 낙찰받으실 때 이미 떠나셨습니다.”

이해리의 눈가에 순간 실망감이 스쳤다. 그녀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그럼 혹시 뭐 하는 분인지는 아세요?”

웨이터가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저희는 회원님들의 개인 정보를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이해리는 방금 자신이 실례를 범한 걸 깨닫고 옆으로 길을 비켜주었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경매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한 시간이 지났다.

이해리는 곧게 위층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자신과 정도원 명의의 자산을 조회했다.

금액 데이터를 정리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장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랑 도원 씨 자산 분할 서류를 정리해서 보내드렸으니 내일까지 자산 분할 절차를 처리해 주세요.”

장 변호사는 그녀가 보낸 서류를 곧바로 받고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리 씨. 지금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

이해리는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면서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도원이가 중혼을 범했을 경우 저랑 도원의 자산은 어떻게 분배되나요?”

“통상적으로 중혼자가 중혼 행위로 얻은 재산에 대해서는 비중혼자가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장 변호사가 사실대로 답했다.

정도원은 현재 재산의 절반이 이해리가 그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했던 것이었다.

눈빛이 짙어진 그녀는 즉시 정도원과 윤유나의 혼인신고서도 함께 보냈다.

“장 변호사님, 번거로우시겠지만 법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저에게 속한 재산 절반을 되찾아 주세요.”

전화를 끊은 이해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심신의 피로가 몰려와 천천히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정도원은 분명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 뜻대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하기 전까지 그녀는 한 치라도 이상한 낌새를 들켜서는 안 된다.

그때 정도원이 서재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그는 손에 든 재킷을 책상 위에 던지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해리를 덥석 잡아 일으켰다.

“네가 순간적으로 제멋대로 행동한 것 때문에 난 업계에서 고개도 못 들고 다녀. 알기나 해?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아직도 그때 일 때문에 이러는 거야?”

이해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선은 평온하게 정도원에게 머물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이에 정도원은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다. 억눌렸던 분노가 끝내 터져 나오려는 듯 그의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졌다.

“결혼한 뒤로 내가 너한테 미안한 짓 한 적 있어? 매일 퇴근하면 정시에 집에 돌아왔고, 사업상 모든 접대 자리도 미리 너한테 보고했어. 심지어 여자가 있는 자리에는 가지도 않았고! 이 정도까지 했으면 됐잖아! 왜 만족이 없어?”

이 모든 일을 그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남자의 눈에는 이런 것들이 바로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이 감수한 희생이었다.

이해리는 하마터면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

그녀는 더 이상 정도원을 보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서재를 떠났다.

한편 그녀의 뒤에서 정도원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해리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양심에 거리낌이 없어.”

이해리의 심장은 마치 부서진 얼음 조각이 박힌 것처럼 날카롭고 쓰라린 통증이 온몸으로 퍼졌다. 머리가 윙윙거리고 한순간 정도원의 그 한마디만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고...

결국, 그의 눈에는 자신이 한 모든 것이 양심에 거리낌 없는 행동이었다니.

다음 날, 이해리가 잠에서 깼을 때, 정도원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식탁 위에는 그가 만들어 놓은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는데 그녀가 늘 먹던 맛 그대로였다.

이해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말로 이루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어젯밤 그들은 서로 안 좋게 헤어졌지만, 정도원은 오늘 아침 여전히 음식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바로 이런 남자가 그녀를 수년간 속여왔다.

어떻게든 정도원과의 관계를 끝내야만 한다.

이해리는 그 음식들을 건드리지 않고 곧장 회사로 향했다.

지난 몇 년간 그녀는 정도원의 사업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기에 수중에 있는 많은 장부가 이미 시효가 지나버렸다. 그녀는 최신 재무제표를 받아야 했다.

비서가 이해리를 보더니 흠칫 놀라면서 물었다.

“사모님! 대표님 뵈러 오셨어요?”

“아니요.”

이해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재무팀장 오라고 하세요.”

그녀가 가진 지분은 정도원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덕분에 회사 안팎의 크고 작은 모든 사안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되었다.

비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이해리는 그녀가 돌아서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을 힐끗 보았다.

아마도 정도원에게 연락하는 거겠지.

이해리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재무팀 사무실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책꽂이에 꽂힌 잡지들을 대충 뒤적거렸다. 절반 이상이 유행하는 연예 잡지였고 심지어 소설과 만화도 섞여 있었다.

이해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제야 많은 세부 사항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분홍색 체크 무늬 테이블 매트가 깔려 있었고 귀여운 인형들이 어지럽게 놓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커플 인형이었는데 옷에 알파벳 Z와 Y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해리는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어서 뒤에 있던 사무실 문이 열리고 윤유나가 허둥지둥 들어왔다.

“미안해요, 해리 씨.”

그녀는 밀크티 한 잔을 들고 이해리에게 사과했다.

“갑자기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30화

    이해리가 다시 나타날 줄 몰랐던 정도원은 본능적으로 윤유나를 감싸고 있던 손을 뺐다.아까 들어올 때 분명 이해리 모습은 없었다. 이미 간 줄 알았는데 돌아왔다니.그는 급히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해리야, 네가 여기서 드레스 고른다길래 같이 봐주려고 온 거야. 들어오니까 윤 팀장이랑 직원이 다투고 있길래 회사 동료로서 좀 도와주려던 거지.”속이 뒤틀리는 걸 억누르며 이해리는 손을 거칠게 빼냈다.그리고 윤유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래? 참 우연이네.”“방금 윤유나 씨가 남편분한테 전화해서 회원 카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던데. 모르는 사람은 그 남편이 도원 씨인 줄 알겠어.”정도원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해리야, 또 쓸데없는 생각 하는 거야? 해성에서 자기가 내 아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윤 팀장도 엄연히 유부녀야. 아무리 질투가 나도 밖에서 우리 명예 깎아내리진 말아야지.”정도원은 눈빛을 어둡게 가라앉힌 채 윤유나를 흘겨보며 억지로 태연한 척했다.그 모습을 본 윤유나는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질투를 억누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무마했다.“저희 남편이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자리를 못 비웠어요. 해리 씨, 저와 대표님의 관계를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괜히 밖에서 말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대표님이 해리 씨 드레스 고르는 걸 도와주러 오신 거라면 저는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옆에 있던 여자를 끌고 분을 참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도원은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지만, 이해리가 있는 탓에 억지로 눌러 담았다.“해리야, 드레스는 다 골랐어? 몇 벌 더 볼까? 오늘 산 건 내가 계산할게.”이해리는 그의 위선적인 얼굴이 우스워 보였다.‘한쪽에서는 좋은 남편인 척 연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윤유나를 달래야 하는 그 모습이라니, 저 사람은 안 힘들까?’이해리는 그를 똑바로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나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29화

    뭔가 더 말해보려 했지만 이해리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바쁠 텐데 길게 안 할게. 필요한 디자인 사진 보내줘. 내가 직원한테 준비시키지 뭐.”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번지며, 이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에게 말했다.“제가 아까 본 드레스를 포장해서 집으로 보내주세요.”“네, 이해리 씨.”직원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매장을 나서다 윤유나의 옆을 지나던 이해리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윤유나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척하며 낮게 말했다.“유나 씨, 유나 씨 남편이 말만큼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진 않네요.”그러고는 귀에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호의는 고맙지만 돈 없으면 괜히 있는 척하지 말아요.”말을 마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매장을 나섰다.JG 매장을 나온 이해리는 바로 떠나지 않고 VIP 라운지로 향했다.정도원이 저 여자를 위해 어디까지 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윤유나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이를 악물며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성큼성큼 카운터로 다가가 양손을 짚었다.“아까 그 드레스, 똑같은 거로 하나 주세요.”직원이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죄송합니다. 윤유나 씨, 그 드레스는 현재 추가 재고가 없습니다.”분이 풀리지 않은 윤유나는 카드를 꺼내 탁자 위에 내리쳤다.“저 여자가 카드로 결제했으면 저도 되겠죠. 얼마 줬는지 말해요. 내가 두 배 줄 테니. 지금 당장 그 드레스를 포장해요!”직원은 여전히 차분하게 설명했다.“윤유나 씨, 저희 규정상 블랙 처리된 계정은 매장 이용이 불가합니다. 그리고 이해리 씨는 오랜 VIP 고객이라 회원 카드 없이도 결제 가능합니다.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화를 억누르던 윤유나는 결국 폭발했다.“오늘 매장 왜 이래요? 점장 나오라고 해요!”그때, 문밖에서 차가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윤유나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 그의 팔을 붙잡고 눈물이 고일 듯한 표정을 지었다.“도원 씨, 왜 이제야 왔어요...”정도원은 그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28화

    직원의 말은 윤유나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말도 안 돼요! 저 며칠 전에 여기서 결제했는데 왜 정지예요? 분명 시스템 오류예요. 다시 확인해 보세요!”오늘은 이해리를 눌러버릴 생각이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회사에서는 늘 제약이 많았으니 밖에서는 절대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몇 번을 다시 조회해도 결과는 같았다. 직원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윤유나 씨, 확인 결과 고객님의 카드가 정지된 게 맞습니다.”“그 드레스, 그래도 이해리 씨 대신 결제해 드릴까요?”정도원은 의심을 피하려고 윤유나에게 큰 금액을 직접 송금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큰소리를 쳐버린 이상, 인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었다.윤유나는 카드를 받아 들고 어색하게 웃었다.“최근에 제가 소비를 좀 많이 해서 일시 제한이 걸린 것 같네요. 남편한테 전화해서 확인해 볼게요. 잠깐만요.”직원은 미소를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편하게 통화하세요. 윤유나 씨.”상황이 이상해지자 옆에 있던 여자가 팔꿈치로 그녀를 툭 치며 속삭였다.“유나야, 이게 무슨 일이야? 오늘 JG에서 크게 쏜다더니. 지금 상황이 좀...”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유나가 날카롭게 노려봤다.“이 카드는 원래 우리 남편이 쓰던 거야. 드레스 한 벌 값 정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말을 마치고 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매장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정도원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 윤유나는 코를 훌쩍이며 일부러 가엾은 척 말했다.“도원 씨, 다음 주에 연회 참석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JG에서 정장 하나 골라주려고 왔는데 제 회원 계정이 블랙 처리됐다고 하네요. 상황 확인하려면 카드 명의자가 직접 와야 한대요. 지금 시간 좀 돼요?”그 말을 들은 정도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이해리의 드레스를 맞출 때든, 윤유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돈을 쓸 때든, 그는 늘 그 회원 카드를 사용해왔다.그런데 멀쩡하던 카드가 왜 갑자기 정지됐단 말인가?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27화

    두 달 전, JG는 다시 한번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고, 그녀는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한 뒤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이해리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대신 서류 한 부를 꺼내 그녀의 앞에 놓았다.“이 자료 속 인물을 혹시 아시나요?”자료를 대충 훑어본 책임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거 윤유나 씨 아닌가요? 윤유나 씨는 몇 달 전에 저희 매장에서 회원 카드를 발급받으셨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이해리는 피식 웃으며 가방에서 계좌 거래 내역 한 부를 더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윤유나 씨 카드에 들어간 돈은 제 남편이 제 카드에서 빼돌린 돈이에요. 그 회원 카드를 즉시 블랙리스트 처리해 주세요.”거래 내역을 본 책임자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해리 씨,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저희가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그녀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끝자리 9002번 회원 계좌 확인해 주세요. 잔액이 얼마 남았죠?”수화기 너머의 말을 듣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카드에 남은 금액 전액 그대로 환급 처리하세요. 오늘부로 윤유나 씨는 저희 매장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JG 전 매장에서 소비 금지입니다.”전화를 끊고 난 그녀는 이해리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이해리 씨, 조치는 완료했습니다. 혹시 저희와의 협업 건은...”이해리는 찻잔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죄송하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입사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네요.”이미 거절을 예상하였음에도 책임자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이해리 씨, 저희 대표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마음이 바뀌시면 JG는 언제든 환영합니다.”“배웅은 괜찮습니다. 나가기 전에 매장 좀 둘러볼게요.”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이해리는 매장으로 향했다.매장을 둘러보던 그녀는 쇼윈도 속 드레스 한 벌이 마음에 들어 카드를 꺼내 결제하려 했다.그때 뒤에서 밝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나야, 이 드레스 재고 들어왔대! 전에 네가 그렇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26화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머리 위로 눌러 고정했다.그러고는 집요하게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억지로 자기 얼굴을 보게 했다.증오로 가득한 그녀의 눈빛과 마주치자 순간 가슴이 아팠지만, 그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겠다는 듯한 태도였다.이해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절망이 바닥없는 구덩이처럼 그녀를 집어삼켰고,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뺨 위의 온기를 느낀 순간, 정도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멈췄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서툴게 닦아주며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해리야, 울지 마. 내가 너무 성급했어. 네 기분을 생각 못 했어. 난 그냥 널 너무 사랑해서 참을 수가 없었던 거야.”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춘 뒤,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눈치였다.다만 이번엔 태도를 바꿔 부드럽게 달래기 시작했다.“해리야, 그동안 내가 널 소홀히 한 건 맞아. 미안해.”“다 들어줄게. 하지만 이번 한 번만, 나한테 맞춰주면 안 될까?”이해리는 2년 동안 한 침대를 썼던 이 남자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봤다.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정도원, 놔.”그녀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정도원은 그녀가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거라 여겼다.“해리야, 내가 더 부드럽게 할게.”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잠옷을 헤치며 아래로 내려갔다.남자의 욕망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그 순간, 입가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치며 진한 피 맛이 순식간에 입안 가득 퍼졌다.정도원은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방금까지 만들어내던 다정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끝없는 냉담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이해리,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만족하겠어? 그동안 우리가 소원해졌다고 불만이던 것도 너였고, 지금 나랑 가까이하기 싫다고 거부하는 것도 너야. 알다시피 난 쓸데없이 트집 잡는 사람 안 좋아해.”목 안에서 낮은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이해리는 무표정하게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25화

    그녀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자산 조사를 하려면 얼마나 더 걸리죠? 정확한 시간을 주세요.”“대략 보름 정도 더 필요합니다. 이미 전문 재무 인력을 고용해 두었습니다.”‘보름이라...’단 하루도 기다리기 싫었던 이해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정도원의 자산이랑, 그동안 제가 받아야 할 배당금 전부 정확히 조사해 주세요.”처음 정도원이 창업할 때도 뒤에서 지원한 건 그녀였다.그런데 그동안 그녀의 돈으로 생활하고, 그녀의 돈으로 다른 여자를 숨겨왔다.이혼할 때, 그 돈은 단 한 푼도 빼놓지 않고 받아낼 생각이었다.밤.아래층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정도원이 돌아왔다는 생각에 이해리는 속이 뒤틀릴 것 같아, 컴퓨터를 끄고 침대로 가 누워 잠든 척했다.곧 정도원이 가정부에게 그녀가 어디 있냐고 묻더니 이내 위층으로 올라왔다.방문이 열렸다.이해리는 창 쪽을 향해 돌아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발소리가 가까워졌다.짙은 술 냄새가 느껴지자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자는 척하지 마. 깨어 있는 거 알아.”정도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이해리의 몸을 억지로 돌리더니, 눈빛을 어둡게 가라앉힌 채 입을 맞추려 했다.이해리는 고개를 피하며 차갑게 말했다.“취했으면 씻고 자. 술주정 부리지 말고.”‘술주정’이라는 말에 정도원이 굳어버렸다.그는 표정이 잔뜩 굳은 채 숨이 거칠어졌다.“나한테 그렇게까지 차갑게 굴어야 해? 내가 한정 목걸이 못 구해줘서? 윤유나랑 같이 외근 나간 거 질투하는 거야?”이해리는 비웃듯 말했다.“그 정도 일로 질투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그럼 왜 자꾸 윤유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걔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너 요즘 점점 철이 없어져.”정도원의 말에는 억눌린 불만이 가득했다.이해리의 눈빛이 잠시 멈췄다.“도원 씨가 나한테 철들라고 할 자격 있어? 도원 씨, 본인이 했던 말 기억나?”정도원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예전에 말했다.이해리는 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