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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처음으로 내 편이 생긴 날

مؤلف: popona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9-04 20:51:01
창밖에서 문고리를 잡은 채 서 있던 도경의 손에 슬며시 힘이 풀렸다.

순정이 입담과 기세 하나로 상황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모습에, 도경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올라갔다.

'하, 참 나…… 걱정한 내가 바보지.'

순정은 스스로를 지킬 만큼, 아니 남을 지켜줄 만큼 충분히 강한 여자였다.

도경은 벽에 기대어 체육관을 평정한 순정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바깥에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다.

순정은 3단 도시락통을 열어 구수한 수육 향을 풍기며, 보쌈 한 점을 크게 싸서 태성의 입에 넣어주었다.

"남자가 어디 가서 기죽지 마. 네 뒤에 누나 있으니까."

"……네, 누나!"

태성은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눈물 대신 수육을 입안 가득 넣고 힘차게 씹어 삼켰다.

상황이 정리된 후, 체육관 밖으로 걸어 나온 순정은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도경을 발견했다.

"뭐야, 너 여기까지 왜 왔어?"

"그냥 지나가다 들렀다."

도경이 시치미를 떼며 대꾸했지만, 눈빛에는 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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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10월 중간고사와 과제 폭풍이 소리 없이 하숙집의 정적을 덮치고 있었다.주방에서 내일 아침에 요리할 식재료를 미리 손질해 두고, 식기대를 깔끔히 정돈해 둔 순정은 방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하지만 마당 건너편 도경의 방 창문으로는 여전히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열린 문틈 사이로 슥슥 도면을 문지르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순정은, 김이 다복하게 올라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서 들고 도경의 방 문앞으로 다가갔다."도경아, 아직 안 자?"문고리를 손끝으로 살짝 두드리자, 안에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낮고 피곤에 젖은 목소리가 돌아왔다."……들어와."순정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은 마치 건축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평소 늘 깨끗하고 단정하던 방은 간이 도판과 두꺼운 전공 서적, 구겨진 도면 종이들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바닥 구석에는 낮에 정리대를 만들다 남은 자작나무 톱밥 가루가 하얗게 가라앉아 있었다.평소 서늘할 정도로 정갈하던 도경은 맨투맨 소매를 팔꿈치까지 막 올려붙인 채, 붉어진 눈으로 도판 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늘 빗어 넘기던 머리카락은 까치집이 진 채 이마를 덮고 있었고, 짙은 눈썹 사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커피 좀 마셔. 밤새 과제 하느라 졸리고 힘들지?"순정이 도면 옆, 겨우 비어 있는 책상 모퉁이에 컵을 내려놓자, 쌉싸름한 커피 향이 방 안의 자작나무 향과 섞여 아득하게 퍼졌다.도경은 안경을 슬쩍 벗어 던지며 피곤한 듯 마른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지그시 쓸어내렸다."고맙다."늘 묵직하고 어른스럽게 중심을 잡던 도경이, 이 새벽만큼은 온몸으로 피로를 드러내며 무방비하게 누그러져 있었다.순정은 제법 안쓰러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도경의 넓은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너 아침부터 사포질하고 도면 그리느라 쉬지도 못했잖아.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하지 그래?"그 순간이었다.순정이 어깨를 감싸려던 손을 거두려 하자, 도경의 길고 커다란 손이 순정의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87화. 정성과 애정의 경계선

    이현이가 방으로 들어간 후에도 마당에는 은은한 훈기가 감돌았다.순정은 품에 안긴 선물 상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결이 고운 포장 속 딥 그린 가죽 지갑과 앤티크 머리핀. 장을 볼 때나 요리를 할 때 제 모습을 유심히 담아두었을 마음이 고마워 가슴이 아릿해졌다.이전 삶에서 아줌마로 긴 세월을 살며 남을 챙기고 희생하는 것에만 익숙했던 순정에게, 젊고 잘생긴 하숙집 남동생들이 자신을 '여자'로 의식하거나 좋아할 거라는 감각 따위는 아득히 먼 이야기였다.별 거 아닌 작은 호의들에 크게 고마워하며, 다정한 동생이 누나에게 표현한 순수한 정성이라 믿을 뿐이었다.순정은 밤샘 각색 작업에 들어간 이현이가 쓰러지지 않도록 주방에서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을 정성껏 타서 이현의 방 문 앞에 살포시 놓아두었다.그러고는 식힐 겸 조용히 마당으로 걸어나왔다.어느덧 깊어진 10월의 가을밤 공기가 차갑게 뺨에 닿았다.이현이 들어간 마당에 홀로 서 있던 순정은 차가운 바람에 어깨를 한번 추스르며 담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때, 마당 구석 툇마루 그늘 밑에서 나지막한 ‘냐아옹-’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언제 나왔는지 도경의 방 문이 살짝 열려 있고, 마당 구석 담장 밑에 편안한 회색 맨투맨 차림의 한도경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그 앞에는 노란 길고양이 알밤이가 정체 모를 나무 급식대에 머리를 박고 정신없이 간식을 먹는 중이었다.순정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그 급식대는 아침에 자신이 받은 양념통 정리대와 똑같은 자작나무 잔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모서리가 완벽하게 사포질되어 매끄러웠고, 한쪽 구석에는 자그마한 고양이 발바닥 문양까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순정이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도경은 알밤이가 간식을 비워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알밤이가 기분이 좋은지 도경의 바짓단에 머리를 마구 비벼대며 골골대자, 도경이 피곤한 듯 손으로 턱을 스윽 쓸어내리며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순정이 애들 수발드느라 고생하는데,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86화. 누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요

    아침 식탁 위에 한도경이 무심하게 툭 던져두고 간 정리대를 주방 싱크대 모퉁이에 딱 맞게 올려놓은 순정은, 손끝으로 부드러운 표면을 문지르며 흐뭇하면서도 묘하게 얼떨떨한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어젯밤 민우가 안경을 벗은 무방비한 얼굴로 툭 던진 데이트 신청(?) 아닌 신청, 오늘 새벽 태성이 땀에 젖은 채 어깨에 머리를 내맡기던 살가운 어리광, 그리고 키 작은 순정을 위해 밤새 칼질을 해서 선물해 준 도경의 무심한 세심함까지.전생에 아줌마로 오랜 세월을 보내며 이런 대접이라곤 받아본 적도 없던 순정은, 청년들이 몰아치듯 안겨주는 과분한 챙김에 온종일 머릿속이 숭숭 뚫린 듯 얼떨떨했다.‘나는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우리집애들은 너무 정이많아. 고맙기는 한데 묘하게 쑥스럽단 말이지.’’해 질 녘이 되자, 대문이 열리며 묵직하면서도 정갈한 구두 소리가 마당의 정적을 깨뜨렸다.“어? 이현아!”순정이 고개를 들었다가 순간 숨을 헉 들이켰다. 손에 들고 있던 양념병을 놓칠 뻔할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었다.평소 하숙집 마루를 유령처럼 기어 다니던, 물 빠진 헐렁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퀭한 이현이 아니었다.투명할 정도로 창백하고 하얀 피부 위로,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차콜색 슈트가 군살 하나 없는 슬림하고 기다란 체형을 완벽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평소 무심하게 내리고 다니던 앞머리를 단정하게 넘겨 올리자, 감춰져 있던 선 굵은 콧날과 짙은 눈썹, 날카로운 턱선이 시원하게 드러났다.특히 며칠 밤을 새운 탓에 눈 밑에 잔잔하게 깔린 옅은 다크서클은, 단정한 슈트 착장과 대비되며 오히려 이현 특유의 퇴폐적인 아우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다녀왔습니다, 순정 누나.”강이현이 나른한 눈빛으로 눈꼬리를 살짝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목소리에는 그 특유의 능글맞으면서도 다정한 억양이 묻어났다.“너 오늘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근사해?”“드라마 제작사 대표님이랑 메인 작가님 만나는 미팅이 있었거든요. 어젯밤에 형들 족발 사주고 들어가서 새벽까지 각색안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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