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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당장 짐 싸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17.09.2026 01:36:09

날카롭고 또렷한 구두 굽 소리가 평상의 따스한 여운을 베어내며 마당을 가로질렀다.

거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고급 명품 의상으로 차려입은 어머니와 차가운 인상의 아버지가 예고도 없이 하숙집 안까지 깊숙이 들이닥쳤다.

어머니는 고급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거실 장식장 위를 슬쩍 문지르더니, 묻어난 먼지를 보며 경악스럽다는 듯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겨우 이런 곳이었니? 집을 나가겠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 그렇게 대단한 독립인 것처럼 굴더니…… 참 보잘것없구나, 민우야."

"이런 구석에 숨어서 너보다 못한 사람들 속에 묻혀 있으면,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네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아버지 역시 평상 위에 놓인 소박한 된장찌개와 감자전을 흘끗 바라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우리가 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겨우 이딴 걸 먹으면서 독립 타령을 해? 한심해서 눈 두고 봐줄 수가 없구나."

두 사람의 차가운 시선이 거실과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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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3화. 알밤이 검진

    삼나무 캣타워 사건이 지나간 며칠 뒤, 하숙집은 아침부터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오늘은 알밤이의 생애 첫 동물병원 예방접종과 종합 검진이 예약된 날이었기 때문이다.이동장에 알밤이를 넣는 것부터 한도경의 솜씨로 겨우 성공한 식구들은, 굳은 표정으로 동네 동물병원 진료실로 들어섰다.진료대 위에 올라간 알밤이는 낯선 알코올 냄새와 수의사의 흰 가운을 보자마자 귀를 뒤로 팍 접으며 털을 바짝 곤두세웠다.“자, 녀석 아주 건강해 보이네요. 청진기 좀 대볼게요~”젊은 수의사가 둥근 청진기를 알밤이 가슴에 가져다 대는 순간이었다.“캬아아악—!”알밤이가 세상을 잃은 듯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솜방망이를 사정없이 휘둘렀다.수의사가 깜짝 놀라 손을 떼자, 옆에 서 있던 윤태성이 거구를 웅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어어! 선생님! 조심하세요! 우리 알밤이가 보기보다 손기술이 맵습니다!”“태성아, 네가 더 시끄러워서 고양이가 놀라잖아. 좀 조용히 해.”서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덤덤하게 제지했지만, 이번엔 주사기가 등장하자 상황은 더 아수라장이 되었다.주사바늘이 살짝 닿기도 전에 알밤이는 거의 오페라 가수 수준으로 '꺄앙!' 하고 울부뜯으며 진료대를 탈출하려 몸부림쳤다.수의사 보조원 두 명이 붙어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팔딱거리는 바람에, 옆에서 차분히 관망하던 한도경이 참다못해 긴 다리로 진료대 앞에 바짝 다가섰다.도경은 커다랗고 두툼한 손으로 알밤이의 목덜미와 머리를 누르고, 귓가에 낮고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만히 있어라. 안 죽는다.”희한하게도 도경이 묵직한 손길로 눌러주자, 앙칼지게 발악하던 알밤이가 순식간에 얌전해지며 도경의 손가락에 코를 묻었다.그 틈을 타 수의사가 재빠르게 주사를 놓았고, 체온 측정과 구충제 투여까지 일사천리로 끝났다.수의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감탄했다.“와, 주인분 손길을 엄청 잘 타네요. 주사 맞을 때 이렇게 서럽게 엄살 피우는 녀석도 드문데, 아빠 손길 한 번에 바로 진정하네요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2화. 인간 캣타워

    주말 아침, 하숙집 마당은 새벽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를 가르는 요란한 공구 소리로 깨어났다.“탕! 탕! 탕! 쓱싹, 쓱싹.”묵직한 망치질 소리와 날카로운 톱질 소리가 마당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툇마루 문을 열고 부스스한 머리로 나오던 순정이 눈을 비비며 마당을 내려다보았다.마당 한가운데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삼나무 원목 합판들과 갖가지 목공 도구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도경이 팔소매를 걷어붙인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순정이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어? 야, 한도경. 너 아침부터 마당에서 뭐 해? 과제 만드는 거야?”순정의 물음에 도경은 손에 든 샌딩기를 잠시 멈추고 땀을 닦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툭 응수했다.“알밤이 집.”“알밤이 집? 평상 밑에 박스 깔아주고 헌 홑이불 넣어준 거 있잖아.”“비 오면 젖는다. 그리고 가을 지나고 겨울 되면 추워.”도경은 덤덤하게 말하며 툇마루 위에 자신이 직접 스케치한 목공 도면 한 장을 툭 내려놓았다.마침 주방에서 따뜻한 차를 담은 컵을 들고 나오던 서민우와, 챙모자를 눌러쓰고 기지개를 켜며 나오던 이현이 그 도면을 함께 내려다보았다.도면을 본 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다정한 목소리로 팩트를 던졌다.“한도경, 너 대충 만든다더니 도면이 왜 이렇게 정교해? 이건 그냥 고양이 집이 아니라 수제 원목 빌라 수준인데.”이현도 챙모자 밑으로 나른한 눈빛을 반짝이며 거들었다.“그러게요. 도경이 형, 건축학과 금손이라더니 고양이 집 짓는 데 전공 지식을 다 쏟아붓고 계시네요. 이거 시중에서 수제 주문 제작으로 사려면 최소 50만 원 이상은 줘야 하는 캣타워 같은데요.”도경의 정교한 손놀림 끝에 단 몇 시간 만에 근사한 수제 2층 원목 고양이 집과 스크래쳐 캣타워가 완성되었다.갓 깎아낸 삼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이 마당 전체로 기분 좋게 퍼져나갔다.완성된 원목 집의 압도적인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1화. 통조림

    알밤이라는 공식 이름이 생긴 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 하숙집 대문 앞으로 커다란 택배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유도 대회 후유증으로 온몸에 한방 파스를 붙인 윤태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마당으로 들어오다 묵직한 상자를 덥석 들어 올렸다.“어? 이거 뭐지? 받는 사람이 민우 형으로 되어 있는데요?”툇마루에서 차를 마시던 서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차분한 걸음걸이로 내려왔다.민우는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 택배 상자의 테이프를 정갈하게 자르더니, 안에서 알록달록한 고급 통조림 캔 수십 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꺼냈다.“민우 형, 이게 다 뭐야? 웬 통조림이 이렇게 많아?”태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민우가 상자 하나를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응수했다.“알밤이 밥이다. 도경이가 매일 먹이는 그 비닐 간식은 사람으로 치면 그냥 인스턴트 조미료 덩어리야. 길고양이 시기 단백질 함량과 필수 아미노산인 타우린 수치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약 40퍼센트 이상이거든. 영양 균형도 안 맞고 뼈 자라는 데 도움도 안 돼. 이건 청정 지역 연어랑 닭가슴살 베이스로 만든 고급 영양 캔이야.”마침 거실에서 느릿하게 걸어 나오던 강이현이 챙모자를 고쳐 쓰며 픽 웃었다.“와, 민우 형. 그 캔 하나에 얼마인데요?”“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분이 중요하지. 알밤이 아직 덜 자랐잖아.”민우가 덤덤하게 말하며 영양 캔 하나를 툇마루 위에 내려놓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순정이 픽 웃으며 털털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마당에서 전공 강의 하는 줄? 우리 알밤이 오늘 완전 호강하겠네!”순정은 신이 나서 툇마루로 다가가 캔 하나를 집어 들었다.원터치 캔 뚜껑의 고리를 손가락에 걸고 툭 소리와 함께 캔을 뜯어내려는데, 얇고 날카로운 캔 뚜껑 절단면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순정의 손가락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앗, 이거 뚜껑이 좀 날카롭네. 알밤이 그릇 어디 있냐? 덜어줘야겠다.”순정이 아무렇지도 않게 캔 뚜껑을 완전히 젖히며 그릇을 찾으려던 그 순간이었다.마당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0화. 이름 짓기

    순정이 주방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에 모여 있던 남주들도 하나둘 툇마루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섰다.아침 식사를 깔끔하게 마치고 거실로 나온 식구들은 툇마루와 연결된 넓은 통창 아래 모여 앉았다.마당 평상 밑에서는 방금 전 도경이 준 츄르를 싹싹 비워 낸 삼색 길고양이가 여전히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운 채, 창문 너머의 사람들을 향해 앙칼진 눈빛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아침 밥상을 물리고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던 서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우선 마당에 기어들어 온 저 고양이 말이야. 날도 선선해지는데 그냥 쫓아낼 수는 없으니, 당분간 하숙집에서 임시 보호를 하면서 주인을 찾거나 입양처를 알아보는 게 좋겠어.”민우의 차분한 제안에 툇마루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던 순정이 찬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좋지! 우리 하숙집 마당이 넓으니까 임보하기엔 딱이다. 근데 임보를 하더라도 부를 이름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맨날 ‘야’나 ‘고양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순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실 바닥에 큼직한 몸집을 구그리고 앉아 있던 윤태성의 눈이 반짝였다.태성은 큼직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호기롭게 손을 들었다.“어이, 꼬맹이! 형님이 이름 하나 거창하게 지어줄 테니까 감사히 받아라. 덩치도 조그만 게 성깔 하나는 기가 막히잖아. 굳세게 살라는 의미에서 ‘마동석’ 어때요? 아니면 유도 기술에서 따서 ‘한판이’!”태성이 금메달리스트다운 호쾌한 기세로 소리치자, 민우가 안경을 고쳐 쓰며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로 팩트를 날렸다.“……너는 고양이한테 고소당해도 할 말 없겠다, 태성아. 아무리 생각해도 네 감성은 고양이 이름이랑은 너무 거리가 멀어. 마동석이 뭐니, 마동석이.”옆에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챙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강이현도 헝클어진 머리칼을 느릿하게 긁적이며 거들었다. 마감의 피로가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나른한 목소리였다.“그냥 털 색깔대로 삼색이로 해. 직관적이고 부르기도 편하고 좋잖아.”“야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59화. 마당 밑의 작은 손님

    "캬악!!!"아침 일찍 마당 구석 평상 밑에서 날카로운 하악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웬 꼬질꼬질한 삼색 길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 안쪽까지 기어들어와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와! 이 조그만 게 나한테 하악질 해요!”평상 밑을 들여다보던 태성은 무릎을 구부려 웅크린 채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두툼한 손가락을 쏙 내밀어 보았지만, 어둠 속에 웅크린 고양이의 앙칼진 냥펀치가 뺨 옆을 스쳐 지나갔다.태성은 잽싸게 손을 거두며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툭 내밀었다.넓은 등판에 붙은 한방 파스가 그 움직임에 따라 찌그러졌다.“아니, 누나! 쟤 손기술 장난 아니에요! 솜방망이에 쇳덩이라도 들었나 봐요!”“에구, 우리 태성이 덩치는 제일 큼지막하면서 주먹만 한 녀석 발길질에 쫀 거야?”마루 끝에 앉아 젖은 운동화를 말리던 순정이 혀를 쯧쯧 차며 한마디 던졌다.태성은 억울함에 파스 붙은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쳤다.“귀여워서 봐준 거거든요?!”“태성아, 고양이한테는 눈을 느리게 껌벅여주는 거다. 그렇게 마주 보고 빤히 들여다보면 싸우자는 뜻이지.”평상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던 이현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느릿하게 쓸어 넘기며 나름의 팁을 던졌지만, 길고양이는 이현에게도 여전히 서늘하게 털을 바짝 세우며 캬악 소리를 낼 뿐이었다.순정이 툇마루를 내려서서 고양이에게 다가가려던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도경이 걸어 나왔다.머리칼을 대충 털어내며 툭툭 걸어 나온 도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표정으로 마당의 소란스러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럽냐. 무슨 일 인데.”도경의 시선이 평상 밑, 웅크린 작은 삼색 털 뭉치에 닿은 순간이었다.‘……고양이잖아?!’속으로는 이미 솜방망이를 오열하듯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터져 나왔지만, 도경은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사수하기 위해 일부러 미간을 한층 더 찌푸렸다.표정관리를 위해 턱 근육에 힘을 빡 주고 고양이를 응시하던 도경은, 아무 말 없이 홱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가 버렸다.“어? 도경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58화. 한우 파티

    시상식이 끝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윤태성은 채 도복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2층 관람석을 향해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순정 누나─────!!”188cm에 100kg이 넘는 거구가 쿵쿵쿵 소리를 내며 돌진해 오자, 순정은 기겁을 하며 양손을 내저었다.“잠깐, 태성아! 멈춰! 너 날 안으면 나 죽는…… 아아악!”순정의 경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땀과 열기로 범벅이 된 커다란 몸통이 순정의 어깨와 목덜미를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누나! 나 금메달 땄어요! 진짜 이겼다고요!” “어우, 무거워! 좀 떨어져!” 순정이 몸이 기우뚱하면서도 태성의 머리통을 억지로 밀어내려 애썼지만, 태성은 꼬리 펄럭이는 대형견처럼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순정은 투덜거리면서도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에 태성의 넓은 어깨와 머리를 팍팍 듬뿍 비벼주었다.“그래 그래, 고생했다 우리 막내! 진짜 근사했어!”옆에 서 있던 도경이 태성의 도복 뒷덜미를 무심하게 툭 잡아채며 살짝 떼어놓았다.“순정이 숨 넘어가겠다. 그만해라, 윤태성.”“도경이 형! 나 한판승으로 이겼어요! 봤죠?”“봤어. 잘했다.”도경이 툭 한마디 던지며 태성의 어깨를 묵직하게 두드려주었다.챙모자를 푹 눌러쓴 이현도 마스크를 살짝 내리며 픽 웃었다.“야 윤태성, 너 매트 위에서는 제법 봐줄 만하더라?”“이현이 형! 아까 관람석에서 한 말 진짜죠? 꽃등심 맞죠?!”태성이 금메달보다 더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짝 다가가자, 이현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팽팽 돌리며 픽 웃었다.“내가 너한테 거짓말하겠냐? 제대로 쏠게.”민우 역시 차분하게 안경을 바로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체중 조절 잘 버텨내더니 경기력 진짜 좋더라. 고생 많았어, 태성아.”하숙집 식구들 모두가 태성을 둘러싸고 진심 어린 축하를 건냈다.민우의 깊은 가정사 트라우마로 무거웠던 하숙집의 공기는, 태성의 호쾌한 금메달과 이현의 화끈한 턱으로 완전한 평화와 유쾌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그날 저녁, 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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