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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할머니 될 때까지 할 거니까

Author: popon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5 10:54:23

대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잠기자, 마당을 지배하던 팽팽한 정적이 가라앉았다.

순정은 손때 묻은 나무 기둥에 가만히 이마를 대고 서 있었다.

쿵쾅거리며 뛰던 심장 소리가 차츰 느려지자, 비로소 살아있다는 실감이 차올랐다.

남의 눈치를 보며 얹혀살던 전생의 그 서러웠던 삶에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었다.

내 힘으로, 내 의지로 지켜낸 내 보금자리였다.

그때, 거실 창문 뒤와 평상 뒤편에 숨죽이고 있던 네 남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슬금슬금 순정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네 남자는 멀찍이 떨어진 거실 창문과 평상 뒤에서 업자와 순정의 대화를 정확히 듣지 못했었다.

그저 정 사장이 타 온 승합차 측면에 적힌 '황금 부동산'이라는 큼지막한 글자, 그리고 대문 앞에서 서슬 퍼렇게 소리를 지르며 업자를 쫓아내던 순정의 모습만 보고 지레짐작으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던 참이었다.

“……누나. 하숙집 접으시는 거예요……? 제가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적자 난 거죠……?”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태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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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7화. 할머니 될 때까지 할 거니까

    대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잠기자, 마당을 지배하던 팽팽한 정적이 가라앉았다.순정은 손때 묻은 나무 기둥에 가만히 이마를 대고 서 있었다.쿵쾅거리며 뛰던 심장 소리가 차츰 느려지자, 비로소 살아있다는 실감이 차올랐다.남의 눈치를 보며 얹혀살던 전생의 그 서러웠던 삶에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었다.내 힘으로, 내 의지로 지켜낸 내 보금자리였다.그때, 거실 창문 뒤와 평상 뒤편에 숨죽이고 있던 네 남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슬금슬금 순정의 주위로 모여들었다.네 남자는 멀찍이 떨어진 거실 창문과 평상 뒤에서 업자와 순정의 대화를 정확히 듣지 못했었다.그저 정 사장이 타 온 승합차 측면에 적힌 '황금 부동산'이라는 큼지막한 글자, 그리고 대문 앞에서 서슬 퍼렇게 소리를 지르며 업자를 쫓아내던 순정의 모습만 보고 지레짐작으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던 참이었다.“……누나. 하숙집 접으시는 거예요……? 제가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적자 난 거죠……?”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태성이었다.툇마루 밑에 쪼그려 앉은 태성의 눈에는 습기가 촉촉하게 차올라 있었다.버림받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불쌍한 대형견 그 자체였다.“혹시 요즘 하숙집 어려워? ...우리 월세 진짜 말도 안 되게 적게 내고 있긴 했지.”도경 역시 무심한 척 툭 던졌지만, 후드티 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손끝과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차갑게 그늘져 있었다.“맞아요, 누나. 요즘 물가에 성인 남자 넷이 매일 고기 반찬 먹는데 하숙비가 남을 리 없죠. 저 처음에 들어오면서 말했던 것처럼 하숙비 열배로 올리셔도 괜찮아요.”이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손을 꽉 쥐며 나직하게 거들었다.눈빛에 짙은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과방에서 막 돌아와 상황을 지켜보던 민우마저 차분했던 평소와 달리 불안함이 감도는 눈빛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순정아, 재정적인 문제라면 우리가 보증금을 올리거나 계약 조건을 조율해도 돼. 편하게 말해줘.”네 남자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깊은 불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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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6화] 마당으로 들어선 불청객평화롭던 하숙집 대문 너머로 낯선 구두 소리가 짤깍거리며 들려온 것은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정오 무렵이었다.마당 툇마루 끝에 앉아 양파를 까던 순정은 흙먼지 날리는 대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정장을 입은 오십대의 사내가 구두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며 마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그가 타고 온 차에는 '황금 부동산'이라는 세 글자가 굵게 새겨져 있었다."어이구, 순정 양! 오랜만이야. 안 본 사이에 아주 숙녀가 다 됐네, 제법 여자냄새가 나!"번지르르한 목소리와 미끈거리는 눈빛.전생의 기억 속에서 하숙집을 헐값에 매각하도록 부추겼던 바로 그 부동산업자, 정 사장이었다.그는 하숙집 마당으로 스스럼없이 걸어 들어오며 순정의 차림새를 아래위로 흘끔거렸다.그의 눈빛에는 오랜 세월 부동산판을 구르며 얻은 징그러운 타성과, 어린 여자를 향한 묘한 업신여김이 짙게 깔려 있었다.정 사장은 마당을 빙 둘러보며 기왓장의 금이나 낡은 기둥을 괜히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가 나게 콕콕 찔러보았다."이 오래된 한옥도 이제 수리비만 계속 나갈 텐데…… 마침 이 일대 재개발 노리는 큰 손이 붙었어. 시세보다 훨씬 잘 쳐줄 테니까 이참에 털고 깔끔하게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게 어때? 돈 챙겨서 편하게 살아야지."순정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멈추었다. 서늘한 바람이 마당을 지나쳐 가며 툇마루 위로 짙은 그늘을 늘어뜨렸다."필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순정이 단칼에 거절하며 양파 망을 단단히 묶자, 정 사장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허허 웃으며 턱 아래를 긁었다.그의 얼굴에 감도는 비웃음은 한층 더 짙어졌다."에이, 순정 양. 뭘 모르고 이러나 본데…… 이거 사실 할머니 살아계실 적에 나랑 이미 얘기가 어느 정도 끝났던 건이야. 할머니도 이 낡은 집 너한테 짐만 될까 봐 팔고 편하게 살라고 당부하셨다고. 시집갈 밑천이나 마련하라고 말이야. 여자 혼자서 이 큰 집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정 사장은 혀를 차며 툇마루 근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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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숙집 생태계 최하위로 낙인찍힌 태성이었지만,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윤태성이 아니었다.먹을 것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면, 고양이의 본능을 자극하는 ‘놀이’로 호감을 사겠다는 단단하고 집념 어린 투지가 태성의 눈빛에서 불타올랐다.“주사 맞고 병원 다녀와서 꿀꿀해진 기분엔 역시 스트레스 해소가 짱이죠! 기다려라, 알밤아! 이 형이 비장의 무기를 꺼낼 테니까!”태성이는 마당에 던져두었던 파스 냄새나는 유도복 가방을 홱 열어제꼈다.그러더니 아까 동물병원 카운터 옆 진열대에서 사 온 알록달록한 고양이 장난감 하나를 짠 하고 꺼내 들었다.끝부분에 투명하고 바스락거리는 비닐 날개가 달린, 일명 ‘카샤카샤 붕붕’ 낚싯대였다.“이게 요즘 집사들 사이에서 대통령급 인기를 자랑하는 마약 장난감이래요! 이거 한 번 흔들어주면 아무리 차가운 고양이도 나한테 바로 넘어온다고 했습니다!”태성이는 쪼그려 앉아 카샤카샤 낚싯대를 야심 차게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손끝에 유도 선수의 정교한 손놀림을 담아 낚싯대를 공중에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슈슈슉— 바스락! 바스락!”카샤카샤 특유의 경쾌하고 바스락거리는 비닐 날개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지자, 도경의 무릎 위에 편안하게 누워있던 알밤이의 귀가 쫑긋 섰다.둥글게 확장된 알밤이의 까만 동공이 공중에서 살랑거리는 카샤카샤 날개를 따라 좌우로 데굴데굴 움직이기 시작했다.“오오! 반응 온다! 봤죠, 형들?! 알밤아, 덤벼라!”흥분한 태성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싯대를 휘두르는 속도를 한껏 올렸다.하지만 유도 체대생 특유의 넘쳐나는 피지컬과 과도한 열정이 화근이었다.“슉! 슉! 슈슈슈슉—!”태성이가 커다랗고 두툼한 팔통을 크게 휘두르자, 카샤카샤는 살랑거리는 곤충 소리가 아니라 거의 태풍이 불어오는 듯한 ‘휘이잉- 팍! 팍!’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갈라댔다.앙증맞고 귀여운 고양이 장난감이 윤태성의 거친 손에 들어가자마자 순간 위협적인 둔기로 변해버린 꼴이었다.알밤이는 호기심을 보이기는커녕, 제 몸집만 한 거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4화. 고양이보다 밑

    삐쳐서 꼼짝도 안 하는 알밤이의 둥근 뒷모습을 보던 한도경이 마당 한구석 수도가로 걸어가 손을 깨끗이 씻었다.콸콸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손을 헹구고 돌아온 도경은, 주머니 속에 슬쩍 찔러 넣어두었던 작은 비닐 봉지 하나를 무심하게 꺼내 들었다.아까 동네 동물병원에서 나오면서 수의사 선생님이 ‘오늘 주사 맞느라 고생한 착한 고양이용’이라며 챙겨준 츄르였다.도경이 손가락 끝으로 츄르 절단면을 잡고 ‘바스락’ 소리가 나게 살짝 뜯어내는 순간이었다.그 아주 미세한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지자마자, 원목 집 구석에 웅크린 채 삐쳐서 꼼짝도 않던 알밤이의 조그만 삼색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그러더니 번개처럼 고개가 홱 돌아갔다.알밤이의 동그란 눈동자가 도경의 손끝에 들린 츄르 봉지를 정확하게 포착했다.방금 전까지 서러워서 삐쳐 있던 것도 잊었는지, 알밤이는 앙증맞은 솜방망이 발걸음으로 원목 집에서 우다다 튀어나왔다.그러더니 툇마루 끝에 앉아있는 도경의 긴 허벅지에 조그만 머리를 팍 박으며 사정없이 몸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냐아옹, 냐아옹 하는 가느다란 응석까지 섞어서 말이다.툇마루에 앉아 그 광경을 지관하던 순정이 기가 차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와, 알밤이 너 방금까지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삐쳐있던 거 맞아?"도경은 여전히 덤덤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츄르를 살짝 짜내어 알밤이의 작은 입앞에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 옆에서 기가 차서 쳐다보는 순정과 억울함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태성을 향해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나직하게 툭 던졌다.“삐친 게 아니라 그냥 배가 고팠던 거다.”“넌 어떻게 그렇게 알밤이 속마음을 잘 알아? 고양이 언어라도 통하나봐?”순정이 장난스럽게 감탄하며 픽 웃자,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윤태성의 눈에서 순간 의문의 번쩍이는 광채가 타올랐다.억울함과 서러움으로 가슴을 쥐어짜던 태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도경의 두툼한 손에 들려 있던 츄르 봉지를 덥석 뺏어 들었다.“도경이 형! 이번엔 내가 줘볼게요! 원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3화. 알밤이 검진

    삼나무 캣타워 사건이 지나간 며칠 뒤, 하숙집은 아침부터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오늘은 알밤이의 생애 첫 동물병원 예방접종과 종합 검진이 예약된 날이었기 때문이다.이동장에 알밤이를 넣는 것부터 한도경의 솜씨로 겨우 성공한 식구들은, 굳은 표정으로 동네 동물병원 진료실로 들어섰다.진료대 위에 올라간 알밤이는 낯선 알코올 냄새와 수의사의 흰 가운을 보자마자 귀를 뒤로 팍 접으며 털을 바짝 곤두세웠다.“자, 녀석 아주 건강해 보이네요. 청진기 좀 대볼게요~”젊은 수의사가 둥근 청진기를 알밤이 가슴에 가져다 대는 순간이었다.“캬아아악—!”알밤이가 세상을 잃은 듯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솜방망이를 사정없이 휘둘렀다.수의사가 깜짝 놀라 손을 떼자, 옆에 서 있던 윤태성이 거구를 웅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어어! 선생님! 조심하세요! 우리 알밤이가 보기보다 손기술이 맵습니다!”“태성아, 네가 더 시끄러워서 고양이가 놀라잖아. 좀 조용히 해.”서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덤덤하게 제지했지만, 이번엔 주사기가 등장하자 상황은 더 아수라장이 되었다.주사바늘이 살짝 닿기도 전에 알밤이는 거의 오페라 가수 수준으로 '꺄앙!' 하고 울부뜯으며 진료대를 탈출하려 몸부림쳤다.수의사 보조원 두 명이 붙어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팔딱거리는 바람에, 옆에서 차분히 관망하던 한도경이 참다못해 긴 다리로 진료대 앞에 바짝 다가섰다.도경은 커다랗고 두툼한 손으로 알밤이의 목덜미와 머리를 누르고, 귓가에 낮고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만히 있어라. 안 죽는다.”희한하게도 도경이 묵직한 손길로 눌러주자, 앙칼지게 발악하던 알밤이가 순식간에 얌전해지며 도경의 손가락에 코를 묻었다.그 틈을 타 수의사가 재빠르게 주사를 놓았고, 체온 측정과 구충제 투여까지 일사천리로 끝났다.수의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감탄했다.“와, 주인분 손길을 엄청 잘 타네요. 주사 맞을 때 이렇게 서럽게 엄살 피우는 녀석도 드문데, 아빠 손길 한 번에 바로 진정하네요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62화. 인간 캣타워

    주말 아침, 하숙집 마당은 새벽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를 가르는 요란한 공구 소리로 깨어났다.“탕! 탕! 탕! 쓱싹, 쓱싹.”묵직한 망치질 소리와 날카로운 톱질 소리가 마당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툇마루 문을 열고 부스스한 머리로 나오던 순정이 눈을 비비며 마당을 내려다보았다.마당 한가운데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삼나무 원목 합판들과 갖가지 목공 도구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도경이 팔소매를 걷어붙인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순정이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어? 야, 한도경. 너 아침부터 마당에서 뭐 해? 과제 만드는 거야?”순정의 물음에 도경은 손에 든 샌딩기를 잠시 멈추고 땀을 닦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툭 응수했다.“알밤이 집.”“알밤이 집? 평상 밑에 박스 깔아주고 헌 홑이불 넣어준 거 있잖아.”“비 오면 젖는다. 그리고 가을 지나고 겨울 되면 추워.”도경은 덤덤하게 말하며 툇마루 위에 자신이 직접 스케치한 목공 도면 한 장을 툭 내려놓았다.마침 주방에서 따뜻한 차를 담은 컵을 들고 나오던 서민우와, 챙모자를 눌러쓰고 기지개를 켜며 나오던 이현이 그 도면을 함께 내려다보았다.도면을 본 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다정한 목소리로 팩트를 던졌다.“한도경, 너 대충 만든다더니 도면이 왜 이렇게 정교해? 이건 그냥 고양이 집이 아니라 수제 원목 빌라 수준인데.”이현도 챙모자 밑으로 나른한 눈빛을 반짝이며 거들었다.“그러게요. 도경이 형, 건축학과 금손이라더니 고양이 집 짓는 데 전공 지식을 다 쏟아붓고 계시네요. 이거 시중에서 수제 주문 제작으로 사려면 최소 50만 원 이상은 줘야 하는 캣타워 같은데요.”도경의 정교한 손놀림 끝에 단 몇 시간 만에 근사한 수제 2층 원목 고양이 집과 스크래쳐 캣타워가 완성되었다.갓 깎아낸 삼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이 마당 전체로 기분 좋게 퍼져나갔다.완성된 원목 집의 압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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