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순정의 신경은 자꾸만 제 옆자리에 고요하게 앉아 있는 도경에게로 쏠렸다. 도경은 사흘 밤낮을 피 말리는 전공 설계 마감에 쏟아부은 탓에 겉보기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거기에 공복 맥주까지 들어간 탓인지, 도경의 하얀 볼과 귓바퀴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속이 부대끼는지 도경은 정작 테이블 가득 차려진 치킨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채, 무심한 표정으로 젖은 맥주 잔 겉면만 집게손가락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도경의 집게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으면서, 뼈 집게를 들고 바삭한 순살 치킨만을 골라 순정의 앞접시 위로 연신 무심하게 던져주고 있었다. 순정의 접시 위에는 살코기가 수북하게 쌓여 가는데, 도경의 앞접시는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야, 도경아. 너 아까부터 왜 치킨은 안 먹고 나한테만 다 줘? 너도 좀 먹어.” 순정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제 앞접시를 가리키며 말했지만, 도경은 그저 묵직한 눈빛으로 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속 부대껴서 그래. 너나 많이 먹어.” “밤새우고 바로 술 들어가서 그러지? 속 부대끼면 튀김옷 말고 살코기만 조금씩 씹어봐. 비워두면 더 속쓰려.” 순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제 집게로 잘 익은 순살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도경의 입 앞까지 살포시 가져다 대며 다정한 어조로 타일렀다. “자, 이것 봐. 기름기도 없고 촉촉한 부위야. 아 해봐.” 도경이 가만히 순정을 바라보았다. 술기운에 살짝 풀린 깊은 눈동자가 조명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도경은 순정이가 집어 준 치킨 조각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이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도경의 긴 손가락이 향한 곳은 치킨이 아니었다. 도경은 순정이가 집게를 쥐고 있는 손등과 손가락을 제 뜨거운 손으로 살짝 감싸 쥐었다. ‘어……?’ 갑작스럽게 닿아온 묵직하고 뜨거운 온기에 순정의 손끝이 나지막하게 떨렸다. 도경은 순정의 손을 쥔 채로 자연스럽게 치킨 조각을 입
테이블 위로 산처럼 쌓인 치킨 상자들과 시원하게 김이 서린 생맥주 잔이 쉴 새 없이 오가자, 온종일 찌푸려져 있던 얼굴에도 서서히 발그레한 피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간 몸과 마음을 극도로 갉아먹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던 터라, 빈속에 들어간 알싸한 첫 맥주 한 모금은 그야말로 독이자 달콤한 약이었다. “아…… 진짜 미쳤다. 튀김옷 바삭거리는 것 좀 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리야…….” 태성은 젓가락이나 뼈 집게 따위는 거추장스럽다는 듯 양손에 위생장갑을 척 착용하더니, 마른사막을 만난 것처럼 거침없는 먹방을 시작했다. 후라이드 닭다리 하나를 통째로 입안 깊숙이 밀어 넣고 몇 번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불과 1초 만에 살코기 하나 남지 않은 뼈만 매끈하게 쏙 발라내어 접시에 툭 내려놓았다. “와, 윤태성. 너 방금 어떻게 한거야? 어떻게 씹지도 않고 뼈만 쏙 뱉어내?” 순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 섞인 탄성을 내뱉자, 태성은 닭다리 뼈를 무심하게 던져놓으며 발그레해진 볼로 배시시 웃어 보였다. 낮까지만 해도 피 말리는 실기 시험을 치르느라 온몸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부었던 막내였지만, 치킨이 들어가자 얼굴에는 다시금 아이 같은 천진함이 가득 차올랐다. “누나, 원래 체대는 뼈 발라낼 시간조차 아껴가면서 단백질을 쑤셔 넣어야 돼요! 저 오늘 실기 시험 컨디션 완전 좋았거든요? 교수님이 사람들 칭찬까지 해주셨어요!” “진짜? 아이구, 우리 태성이 너무 잘했다!” 순정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칭찬을 건네자, 태성이는 한층 신이 났는지 땀에 젖어 삐죽빼죽 까치집이 된 정수리를 순정의 손 밑으로 은근슬쩍 밀어 넣었다. “잘했죠? 그러니까 얼른 칭찬해 주세요, 누나.” 커다란 덩치의 체대생이 아기 곰처럼 굴며 정수리를 밀어붙이자, 순정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만져주었다. 태성이는 그 손길이 좋은지 헤헤 웃으며 생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대고는 곧바로 양념 닭날개를 다시 집어 들었
덜컥 겁이 날 만큼 커다란 다정함이었다. 한참 동안 침대 위에서 기절하듯 깊게 잠든 도경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순정은, 제 가슴께를 가만히 짓누르며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그 낯설고 지독하게 간지러운 울림이 가슴속에 묵직하게 남은 채로, 몇 시간의 시간이 유난히 천천히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 적막한 하숙집 식구 모두의 팽팽했던 긴장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저녁이 찾아왔다. 어쩌면 이렇게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시기가 딱 들어맞았을까. 막내 태성이의 피 말리는 실기 시험과, 민우의 가혹한 본과 전공 시험, 그리고 도경이의 사흘 밤낮을 갈아 넣은 전공 설계 과제 마감까지. 세 대학생 모두 우연히 같은 날 오후, 그것도 비슷한 시각에 딱 끝난 것이었다. 그 긴장감이 한꺼번에 풀려버린 탓에 다들 진이 빠질 대로 빠져 제 방에서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태성이 방에서는 바닥에 떡실신해 코를 골며 골골대는 소리가 문밖까지 새어 나왔고, 민우의 방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채 좀비처럼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낮에 잠시 찾아갔을 때 기절하듯 잠들어 있던 도경이의 방 역시 깊고 침울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어휴, 진짜 다들 손하나 까딱할 힘도 없나 보네…….” 순정은 조용한 거실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대문 쪽에서 도어록이 도르륵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경쾌하고 매끄러운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이현이었다. 최근 드라마 관련 미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이현은,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집 안을 가득 채운 죽은 듯한 정적을 감지하더니 고양잇과 동물처럼 눈을 짓궂게 반짝였다. “누나, 집이 왜 이렇게 고요해요? 무슨 집단 기절이라도 한 건가?”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선 이현이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순정에게 다가왔다. 순정은 난감한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이현아 왔어? 글쎄, 어쩌면 이렇게 셋이 똑같이 오늘 오후에 시험이랑 과제 마감이 다 끝났대. 너무 피곤했는지 저녁때가 됐는
도경이 도면통을 고쳐 메고 대문을 나서 멀어진 뒤에도, 순정은 정수기 옆에 서서 괜스레 제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약은 무슨…… 멀쩡한 얼굴로 싱거운 소릴 하고 가네.’순정은 덤덤하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상하게도 도경이가 보온병을 챙겨 나가던 그 묵직한 뒷모습과 낮게 던지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쉽게 잊히지 않았다.그저 무뚝뚝한 동갑내기 녀석으로만 여겼건만, 어제 새벽 이후로 도경의 말 한마디나 스쳐 지나가는 시선에 자꾸만 간지럽고 어색한 결이 섞여드는 기분이었다.순정은 주방 테이블 위에 흩어진 티스푼과 유자청 병을 정돈하고는 서둘러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크리틱이 끝나자마자 돌아오겠다던 도경의 무심한 한마디가 신경 쓰여서만은 아니었다.밤새 도면을 그리느라 피곤함이 극에 달했을 녀석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차려주고 싶은, 익숙하고 온전한 식구로서의 마음이었다.오전 11시 반이 넘어가자, 대문 쪽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마감 제출과 크리틱을 무사히 끝내고 온 도경이었다.어깨에 멘 도판과 도면통을 내려놓은 도경은 순정이 차려놓은 따뜻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로 휑했던 속을 채웠다.순정이 은근하게 피하는 시선 속에서도, 도경은 묵직하고 깊은 눈빛으로 순정을 담아내며 덤덤하게 밥을 먹었다."크리틱 잘 끝났으면 방에 올라가서 좀 자라. 밤새워서 피곤할 텐데.""어. 밥 먹었으니까 올라가서 좀 잘게."도경은 숟가락을 놓더니, 주방을 나서기 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따뜻한 유자차 보온병을 다시 챙겨 들었다.그리고는 무심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이고는 2층 제 방으로 올라갔다."저녁에 깨워라. 그때까지 기절해 있을 테니까."오후 2시가 지날 무렵, 하숙집은 조용했다.민우와 태성이는 여전히 학교에서 시험 치르느라 바빴고, 도경의 방이 있는 2층은 죽은 듯 고요했다.순정은 도경이 다 비운 찌개 냄비를 닦고 주방 정리를 마친 뒤, 문득 도경의 방이 떠올랐다.아침에 급하게 나가느라 과제용 아크릴 조각과 트레이싱지, 쓰
도경이 순정의 손바닥에 이마를 얹은 채 나지막한 숨을 고르던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방 안을 채운 고요함은 묵직했다.도경이 “이제 됐다. 들어가 자라”며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겼을 때, 순정은 약간 멋쩍은 기분으로 방을 빠져나왔다.제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지난밤 열이 올라 무던하게 체중을 실어 오던 도경의 행동이 괜히 머쓱하고 민망하게 잔상으로 남았다.식구들 챙기며 사는 게 익숙한 삶이었고 도경을 그저 남동생처럼 여겨왔건만, 제 손에 이마를 대고 가만히 숨을 내쉬던 도경의 행동은 다 큰 녀석치고 어리광이 심했다 싶어 묘하게 마음 한구석이 간지럽고 어색했다.순정은 몸을 뒤척이길 반복하다 고개를 저으며 겨우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하숙집은 중간고사 주간 특유의 어수선함으로 채워져 있었다.대학교 중간고사는 과목마다 시험 시간도, 제출 마감도 제각각이라 식구들의 아침 동선 역시 제각기 달랐다.순정은 일찍부터 주방으로 나와 각자 다른 시간에 학교로 출발할 식구들을 떠올리며 커다란 유리병에 담긴 노란 유자청을 꺼냈다.뚜껑을 열자 달콤하고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가을 아침의 차가운 주방 공기를 환하게 채웠다."아, 망했다! 오늘 오전 내내 빽빽하게 시험 연달아 있는데 요약 노트를 어디다 뒀더라!"가장 먼저 주방으로 뛰어 들어온 것은 의대 본과 2학년 민우였다.의대는 시험 스케줄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탓에 아침 일찍부터 시험이 잡혀 있었다.두꺼운 의학 전공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안경을 고쳐 쓰던 민우가, 주방 테이블에 차려진 유자차를 보고 반갑게 다가왔다."순정아, 이거 유자차야? 나 오늘 아침부터 3연속 시험이라 정신 하나도 없는데 진짜 고맙다!"순정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온 텀블러에 유자차를 넉넉히 담아 건네자, 민우는 그걸 챙기며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역시 네가 최고다! 잘 보고 올게!"민우가 전공책을 들쳐메고 대문 밖으로 급히 뛰어 나가자, 주방은 다시 조용해졌다.뒤이어 나온 체대생 태성이는 민우와 달리 훨씬 여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10월 중간고사와 과제 폭풍이 소리 없이 하숙집의 정적을 덮치고 있었다.주방에서 내일 아침에 요리할 식재료를 미리 손질해 두고, 식기대를 깔끔히 정돈해 둔 순정은 방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하지만 마당 건너편 도경의 방 창문으로는 여전히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열린 문틈 사이로 슥슥 도면을 문지르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순정은, 김이 다복하게 올라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서 들고 도경의 방 문앞으로 다가갔다."도경아, 아직 안 자?"문고리를 손끝으로 살짝 두드리자, 안에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낮고 피곤에 젖은 목소리가 돌아왔다."……들어와."순정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은 마치 건축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평소 늘 깨끗하고 단정하던 방은 간이 도판과 두꺼운 전공 서적, 구겨진 도면 종이들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바닥 구석에는 낮에 정리대를 만들다 남은 자작나무 톱밥 가루가 하얗게 가라앉아 있었다.평소 서늘할 정도로 정갈하던 도경은 맨투맨 소매를 팔꿈치까지 막 올려붙인 채, 붉어진 눈으로 도판 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늘 빗어 넘기던 머리카락은 까치집이 진 채 이마를 덮고 있었고, 짙은 눈썹 사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커피 좀 마셔. 밤새 과제 하느라 졸리고 힘들지?"순정이 도면 옆, 겨우 비어 있는 책상 모퉁이에 컵을 내려놓자, 쌉싸름한 커피 향이 방 안의 자작나무 향과 섞여 아득하게 퍼졌다.도경은 안경을 슬쩍 벗어 던지며 피곤한 듯 마른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지그시 쓸어내렸다."고맙다."늘 묵직하고 어른스럽게 중심을 잡던 도경이, 이 새벽만큼은 온몸으로 피로를 드러내며 무방비하게 누그러져 있었다.순정은 제법 안쓰러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도경의 넓은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너 아침부터 사포질하고 도면 그리느라 쉬지도 못했잖아.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하지 그래?"그 순간이었다.순정이 어깨를 감싸려던 손을 거두려 하자, 도경의 길고 커다란 손이 순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