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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시간 좀 줘

Penulis: 도화
식사가 다 준비되었다는 가정부의 말에 한효진이 곧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왔니? 그럼 얼른 식사 시작하자꾸나.”

그 말에 하시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가서 식사하죠.”

서인준이 안으로 들어오자 한효진은 그의 뒤쪽을 슬쩍 살피더니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놈의 집구석은 늘 이런 식이었다. 집만 컸지 식구들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썰렁하고 적막한 분위기만 이어졌다.

서정우가 내려오지 않아 식탁에는 단 세 사람뿐이었고 평소처럼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하시윤은 입맛이 없는지 가장 먼저 수저를 내려놓았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뜬 뒤,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를 달래 재웠다.

서정우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씻고 누울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갈아입을 옷을 챙기자마자 옆에 둔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서지혁이었다.

하시윤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지혁의 목소리는 혀가 꼬인 듯 뭉개져 있었다. 술에 취한 듯했다.

“나 데리러 와.”

“뭐?”

하시윤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데리러 가라고?”

지금은 애매한 시간이었다. 늦었다고 하긴 이르고, 그렇다고 술자리가 벌써 끝날 시간도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렇게 빨리 끝날 술자리는 없었다.

서지혁이 말했다.

“위치 찍어 보낼게.”

그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제 할 말만 한 뒤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하시윤은 침대 머리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옆에 챙겨둔 옷가지로 시선을 옮겼다. 결국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한효진과 서인준은 이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는지 그녀가 집을 나서는 걸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서지혁이 보내준 주소를 따라 찾아간 곳은 클럽이었다. 차를 세우고 내린 그녀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근처를 잠시 서성이다가 주차된 차 한 대를 유심히 살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낯익은 차였다.

하시윤은 발길을 돌려 클럽 로비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던 그녀의 걸음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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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본가로 돌아왔다.하시윤과 함께 방에 들어선 서지혁은 욕실 쪽을 살피다 말고 멈칫했다. 세면대 위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가 물었다.“시윤아, 내 짐들 다 어디 갔어?”침대 위 이불을 정리하던 하시윤이 무심하게 대꾸했다.“지혁 씨 방으로 옮겨놨어.”서지혁이 욕실에서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지혁 씨 물건들 하나도 빠짐없이 원래 지혁 씨 방으로 다 보냈어.”잠자리를 정돈한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서지혁을 정면으로 응시했다.“할머님이 가정부 시켜서 치우라고 하시더라고.”그 설명에 서지혁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랬군.”“오늘 보니까 벌써 임신 석 달째더라고.”하시윤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까 옆에서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돼.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네 생각이야, 아니면 할머니가 압박하신 거야?”서지혁의 날카로운 물음에 하시윤이 답했다.“우리 두 사람의 뜻이야.”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말인지 알겠어.”평소의 그였다면 분명히 불쾌해하며 한바탕 고집을 부렸을 텐데, 의외로 서지혁은 담백하게 수긍했다. 그는 그저 내일 검진 준비가 다 됐는지만 걱정했다.“내일 병원 갈 때 필요한 건 다 챙겨뒀어?”“응, 다 준비했어.”서지혁은 더는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듯 방 안을 슬쩍 둘러보고는 몸을 돌렸다.“그럼 나도 내 방으로 갈게.”그는 나가기 전, 밤에 이불 잘 덮고 자라는 다정한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그건 화가 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하시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지혁이 한 번 삐치면 얼마나 피곤한지 알기에 그가 순순히 물러나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침대 머리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는 씻고 나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침대는 대자로 뻗어 자도 될 만큼 지나치게 넓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던 그녀는 텅 빈 옆자리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습관이라는 게 이토록 지독한 법이다. 처음 서지혁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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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길에 서지혁은 복도에서 성문영과 딱 마주쳤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그를 성문영이 다급히 불러세웠다.“지혁아, 네 아버지가 오늘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못 나가신단다. 네가 대신 가서 얼굴 좀 비춰야겠다.”서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디랑 하는 식사 자리인데요? 선약까지 깨고 아버지가 대체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신 거예요?”성문영도 내막은 모르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저 서경민에게서 연락이 왔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서지혁을 대신 보내라는 엄포가 떨어졌을 뿐이라고 했다.서지혁은 시계를 힐끗 보며 갈등하다가 결국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제가 갈게요.”그는 다시 사무실로 발길을 돌려 비서에게 저녁 일정을 준비시키라고 지시했다. 문이 열린 틈으로 퇴근하던 서인준이 고개를 들이밀었다.“뭐야, 형 아직도 퇴근 안 했어?”서지혁이 답했다.“갑자기 땜빵으로 식사 자리로 가게 생겼어. 넌 야근 안 하냐?”“내가 왜?”서인준이 얄밉게 웃으며 대꾸했다.“당장 급한 불 끌 건 없으니까 난 이만 퇴근할래. 정 급하면 주말에 잠깐 나오든가 해야지.”서지혁이 서류를 챙기며 툭 던졌다.“그럼 네가 집에 가서 시윤이한테 말 좀 전해 줘...”하지만 말끝이 흐려졌다. 서인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음 말을 기다리다 못해 물었다.“뭐라고 전해 줄까, 형수님한테?”“아니다. 됐다.”서지혁은 마음을 바꿨다.“그리 오래 걸릴 자리는 아니니까 굳이 말 안 전해줘도 돼.”서인준은 뭔가를 깨달은 듯 낄낄거리며 형의 어깨를 툭 쳤다.“형수님더러 밤에 기다리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아유, 우리 형 사랑꾼 다 됐네.”그는 한술 더 떠서 비아냥거렸다.“그런데 형, 꿈 좀 깨. 형수님이 형을 기다려 줄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혼자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니야?”서지혁이 매섭게 눈을 치켜뜨자 서인준은 금세 꼬리를 내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었다.“알았어. 이제 갈게.”서인준은 엘리베이터로 향하다 말고 잠시 멈칫하더니 방향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25화 하긴

    서지혁이 고개를 돌려 가정부에게 물었다.“시윤이가 나갈 때 별말 없었어요?”“네.”가정부도 의외라는 듯 대답했다.“하시윤 씨, 나가셨나요?”잠시 생각에 잠기던 가정부가 덧붙였다.“아마 친구분을 만나러 가신 게 아닐까 싶네요.”서지혁은 지윤정을 떠올렸다. 하시윤의 친구라곤 그 여자 하나뿐이었으니까. 지난번 만남 때도 미리 말 한마디 없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다만 그때는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으면 순순히 사실대로 말할 기색이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꼭꼭 숨기는 기분이 들었다.서지혁은 더 묻지 않고 서정우와 잠시 놀아주다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주방에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 거실로 나온 한효진은 서지혁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왔니.”서지혁이 물었다.“시윤이 나간 거 알고 계셨어요?”한효진의 얼굴에 서린 당혹감은 연기가 아닌 듯했다.“나갔다고?”그녀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몸도 무거운 애가 왜 자꾸 밖으로 나도는 거야. 임신 중인데 조심성 없이.”그러고는 혀를 차며 덧붙였다.“내일 정기 검진도 있는데, 볼일이 있으면 내일 나가서 한꺼번에 처리하면 될 것을.”서지혁은 대꾸 없이 서정우를 데리고 식탁 앞에 앉았다.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참 동안 기다려도 하시윤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덧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서지혁은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다.주차장에 다다랐을 때, 마침 하시윤의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차 문을 열었던 서지혁은 그대로 멈춰 섰다.차에서 내리던 하시윤이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 아직 안 갔어?”“어디 갔다 오는 거야?”서지혁이 묻자 하시윤이 답했다.“묘원에.”하시윤이 말했다.“관리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엄마 묘비에 누가 낙서를 해놨다고. 그래서 확인하러 갔다 왔어.”서지혁의 미간이 좁아졌다.“낙서?”“우리 엄마 묘비뿐만 아니라 다른 집 묘비에도 페인트 테러를 해놨더라.”하시윤이 상황을 설명했다.“묘지 매매 문제로 원한을 품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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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하시윤은 입술에 닿는 감촉 때문에 잠에서 깼다. 한창 단잠에 빠져 있는데 입술이 꽉 막히는 느낌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었다.여전히 침대 위였지만 서지혁은 이미 출근 준비를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정장까지 갖춰 입은 그는 어젯밤 그 모습으로 침대맡에 앉아 있었다.그는 하시윤의 옆으로 팔을 깊숙이 짚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하시윤이 고개를 몇 번 저으며 피해 보려 했지만 서지혁은 그녀의 턱을 붙잡아 고정시키더니 다시 한번 진하게 입을 맞췄다.한참 후에야 몸을 일으킨 그가 말했다.“조금 더 자. 난 출근할게.”하시윤은 다짜고짜 발을 뻗어 그를 걷어찼다.“잘 자고 있는데 왜 난리야? 미쳤어?”서지혁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손을 뻗어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고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인터넷 보니까 임신할 때 너무 크게 움직이면 배 당긴다더라. 조심 좀 해.”하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 끝으로 향했다.상처가 아물지는 않았지만 피는 멈춘 상태였다. 다만 주변의 색이 다른 곳보다 훨씬 짙었다.그녀는 민망함에 다시 등을 돌리고 누우며 발을 뺐다.“귀찮아, 진짜 귀찮게 구네.”서지혁은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는 가볍게 토닥였다.“갔다 올게. 더 자고 있어. 이따가 가정부 시켜서 밥 올려보낼게.”하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지혁이 일어서 나가는 소리, 그리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오자 그녀는 눈을 떴다.아침부터 이 난리를 겪고 나니 다시 잠이 올 리가 없었다.그녀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곁에 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한 통 와 있었다.내용을 확인한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심연정이었다.어젯밤 전화를 서지혁이 중간에 끊어버렸는데 대체 무슨 할 말이 남아서 심연정은 이런 걸 보낸 건지. 하시윤은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내렸다. 글자 수가 꽤 되는 것이 거의 장문의 호소문 수준이었다.어지간히 할 일이 없었는지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23화 닥치라고

    밤늦은 시각, 심연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당연히 서지혁을 찾는 전화였다.운도 없지, 하필이면 서지혁은 욕실에 들어가 있었다. 침대 위에 던져진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울려대자 하시윤이 목청을 높여 불렀다.“지혁 씨, 전화 왔어! 심연정 씨야.”욕실 안에서 서지혁의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두라는 소리였다.첫 번째 전화는 하시윤도 못 들은 척 넘겼다. 진동이 멈추는가 싶더니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심연정은 참으로 끈질겼다. 하시윤은 그녀가 분명 서지혁에게 새로 생긴 여비서의 존재를 알아채고 따지러 전화를 건 것이라 짐작했다.그녀는 욕실을 향해 다시 한번 소리쳤는데 서지혁의 대답은 아까와 같았다.“상대해 줄 필요 없어.”하지만 두 번째 전화가 끊기기 무섭게 세 번째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번에도 하시윤이 소식을 전하자 욕실 안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서지혁이 입을 열었다.“네가 받고 싶으면...”그는 흠칫하더니 말을 바꾸었다.“네 마음대로 해.”서지혁이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하시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심연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혁아.”그녀는 안달이 난 듯 물었다.“들었어. 윤혜리 씨가 비서로 들어갔다면서?”하시윤이 나긋하게 대꾸했다.“네, 맞아요.”심연정은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하시윤 씨?”그녀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왜 하시윤 씨가 전화를 받는 거죠? 지혁이는 어디 있어요?”“지혁 씨는 씻고 있어요.”하시윤은 창가로 걸어가 턱을 괴고는 밖을 내다보았다.“할 말 있으면 저한테 하세요. 제가 지혁 씨한테 전해줄 테니까요.”이쪽 창가에서는 정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역시 한효진의 방 위치가 제일 명당인 듯했다. 하시윤은 심연정의 대답을 기다려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말 안 할 거예요? 그럼 그냥 끊을게요.”“하시윤 씨!”심연정이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하시윤 씨도 지혁이 옆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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