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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솔직하게 털어놓다

Auteur: 도화
두 사람은 본가로 돌아왔다.

하시윤과 함께 방에 들어선 서지혁은 욕실 쪽을 살피다 말고 멈칫했다. 세면대 위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가 물었다.

“시윤아, 내 짐들 다 어디 갔어?”

침대 위 이불을 정리하던 하시윤이 무심하게 대꾸했다.

“지혁 씨 방으로 옮겨놨어.”

서지혁이 욕실에서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

“지혁 씨 물건들 하나도 빠짐없이 원래 지혁 씨 방으로 다 보냈어.”

잠자리를 정돈한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서지혁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할머님이 가정부 시켜서 치우라고 하시더라고.”

그 설명에 서지혁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군.”

“오늘 보니까 벌써 임신 석 달째더라고.”

하시윤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까 옆에서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돼.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

“네 생각이야, 아니면 할머니가 압박하신 거야?”

서지혁의 날카로운 물음에 하시윤이 답했다.

“우리 두 사람의 뜻이야.”

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평소의 그였다면 분명히 불쾌해하며 한바탕 고집을 부렸을 텐데, 의외로 서지혁은 담백하게 수긍했다. 그는 그저 내일 검진 준비가 다 됐는지만 걱정했다.

“내일 병원 갈 때 필요한 건 다 챙겨뒀어?”

“응, 다 준비했어.”

서지혁은 더는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듯 방 안을 슬쩍 둘러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나도 내 방으로 갈게.”

그는 나가기 전, 밤에 이불 잘 덮고 자라는 다정한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그건 화가 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하시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지혁이 한 번 삐치면 얼마나 피곤한지 알기에 그가 순순히 물러나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침대 머리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는 씻고 나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침대는 대자로 뻗어 자도 될 만큼 지나치게 넓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던 그녀는 텅 빈 옆자리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습관이라는 게 이토록 지독한 법이다. 처음 서지혁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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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32화 해도 되는 거 아니야?

    서지혁은 그런 심연정을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어찌 됐든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 온 사이였다. 그런데 언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그녀는 어느덧 마주 보는 것조차 버거운, 혐오스러운 괴물이 되어 있었다.서지혁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연정아.”그가 타이르듯 말했다.“나 하나만 바라보면서 네 아까운 인생 낭비하지 마. 너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는 조건 아니잖아. 이제 그만 다른 사람 좀 찾아봐.”심연정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지혁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릴 때부터 네 주변에는 나랑 인준이밖에 없었지. 만나는 남자가 너무 한정적이라 시야가 좁아진 거야. 그러니까 제발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좀 넓게 봐.”더 이상 구차한 잔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렸고, 그제야 계단에 서 있는 하시윤을 발견했다.심연정은 똑똑히 보았다. 1초 전까지 자신을 상대하며 귀찮아 죽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던 그의 얼굴이, 하시윤을 발견하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남자의 얼굴로 뒤바뀌는 것을.서지혁이 그녀를 불렀다.“시윤아.”하시윤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물 좀 마시려고 내려왔어.”“아, 그래? 잠깐만 기다려.”서지혁은 곧장 주방으로 달려가 생수병 하나를 챙겨 나오더니 뚜껑까지 직접 따서 그녀에게 건넸다.하시윤은 물을 몇 모금 마시고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병을 넘겼다. 서지혁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뚜껑을 닫으며 물었다.“정우는 잠들었어?”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그녀의 손을 꽉 맞잡았다.“너도 고생 많았어. 이제 좀 쉬자.”그는 하시윤을 이끌고 2층으로 향하며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정우는 네가 재웠으니까 이제 내가 널 재워줄 차례인가?”“입 좀 다물지? 듣기 싫거든.”하시윤의 핀잔에도 서지혁은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필요 없어?”그가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내 옆에 있어야 잠이 더 잘 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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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몇 초가 지나서야 한효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서경민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어머니.”방 안에는 한효진뿐이었다. 평소라면 수발을 드는 가정부가 곁을 지켰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한효진은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창틀을 짚은 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그저 짧게 대답했다.“왔어?”서경민이 다가가 그녀의 곁에 섰다.이 자리는 명당이었다.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모든 광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였다.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던 중, 한효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로 향했다. 서경민이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다.“볼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보고 서 계세요. 보셔봤자 속만 상하실 텐데.”자리에 앉은 한효진은 숨이 조금 가쁜 듯했다. 그녀는 아들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내 몸이 하루가 다르게 예전 같지가 않구나. 이러다 언제 덜컥 가버릴지 모르겠어.”“약한 소리 마세요.”서경민이 단호하게 말을 받았다.“어머니 백순잔치는 보셔야죠. 제가 이미 다 계획해 뒀습니다. 집에서 성대하게 치를 생각이에요. 워낙 집이 넓으니 기자들도 좀 부르고 말이죠.”한효진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말은 잘하는구나. 백 살이라니, 앞으로 몇 년을 더 버티라는 거냐. 네가 나한테 아주 큰 짐을 지우는구나.”서경민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평소 잘 웃지 않는 사람이 웃으니 오히려 보는 이가 어색할 정도였다.한효진을 편안하게 눕혀준 뒤, 그는 다시 창가로 다가갔다.창문을 닫으려던 찰나, 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 그의 시야에 걸려들었다.그는 흠칫했다. 곧이어 미세하게 가늘어진 눈동자가 정원의 두 사람을 쫓았다.한효진이 누운 채 물었다.“심현 그룹이랑 계약은 끝냈고?”“네, 도장 찍었습니다.”서경민이 창문을 닫고 몸을 돌렸다.“이제 시간문제입니다.”한효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툭 던지듯 말했다.“아주 대담들 하구나. 집안까지 기어 들어와서 저러고 있다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30화 날 좀 그만 피해

    오후가 되자 심태진 일가 세 식구가 본가를 찾아왔다.당시 하시윤은 뒷마당에서 서정우와 함께 물고기를 구경하고 있었고 서지혁은 거실에 과일을 가지러 간 상태였다. 그런데 서지혁은 1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과일 쟁반을 들고 나타난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하시윤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서지혁이 그녀 곁에 앉으며 짧게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뒷마당 입구에 심연정이 나타났다.“지혁아.”그녀를 본 하시윤은 그제야 서지혁의 표정이 왜 굳어졌는지 단번에 이해했다.하시윤은 서정우에게 과일을 건네며 다정하게 달랬다.“정우야, 우리 과일 먹자.”심연정이 다가오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정우야, 오랜만이네?”그녀가 덧붙였다.“그동안 연정 이모 보고 싶지 않았어?”서정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몇 초 뒤에야 겨우 대답했다.“네, 보고 싶었어요.”심연정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도 우리 정우 너무 보고 싶었어!”심연정이 아이의 볼을 만지려 손을 뻗었지만 서정우는 잽싸게 몸을 피해버렸다. 손길이 허공에 머물자 심연정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활짝 웃으며 자연스럽게 넘겼다.“못 본 사이에 우리 정우가 더 의젓해졌네.”그러고는 시선을 서지혁에게 돌렸다.“정우 안색이 전보다 훨씬 좋아 보여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네.”서지혁은 그녀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희 부모님도 거실에 계셔?”“응, 지금 얘기 중이셔.”심연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지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바로 서정우를 품에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하시윤을 보며 말했다.“우리도 방으로 들어가자.”뒷마당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챙겨온 과일은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하시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자.”그녀는 과일 쟁반을 챙겨 들고 서지혁의 뒤를 따라 마당을 나섰다. 한참 뒤처져 서 있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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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27화 시간 좀 줘

    식사가 다 준비되었다는 가정부의 말에 한효진이 곧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왔니? 그럼 얼른 식사 시작하자꾸나.”그 말에 하시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들어가서 식사하죠.”서인준이 안으로 들어오자 한효진은 그의 뒤쪽을 슬쩍 살피더니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이놈의 집구석은 늘 이런 식이었다. 집만 컸지 식구들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썰렁하고 적막한 분위기만 이어졌다.서정우가 내려오지 않아 식탁에는 단 세 사람뿐이었고 평소처럼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하시윤은 입맛이 없는지 가장 먼저 수저를 내려놓았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뜬 뒤,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를 달래 재웠다.서정우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씻고 누울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갈아입을 옷을 챙기자마자 옆에 둔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서지혁이었다.하시윤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지혁의 목소리는 혀가 꼬인 듯 뭉개져 있었다. 술에 취한 듯했다.“나 데리러 와.”“뭐?”하시윤이 당황해서 되물었다.“데리러 가라고?”지금은 애매한 시간이었다. 늦었다고 하긴 이르고, 그렇다고 술자리가 벌써 끝날 시간도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렇게 빨리 끝날 술자리는 없었다.서지혁이 말했다.“위치 찍어 보낼게.”그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제 할 말만 한 뒤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하시윤은 침대 머리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옆에 챙겨둔 옷가지로 시선을 옮겼다. 결국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한효진과 서인준은 이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는지 그녀가 집을 나서는 걸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서지혁이 보내준 주소를 따라 찾아간 곳은 클럽이었다. 차를 세우고 내린 그녀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근처를 잠시 서성이다가 주차된 차 한 대를 유심히 살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낯익은 차였다.하시윤은 발길을 돌려 클럽 로비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던 그녀의 걸음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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