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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Author: 류한나
“네가 봐!”

곽승재가 그녀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그것을 건네받아 보니 CCTV 영상이었다.

장소를 보니 차고였는데 두 명의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구석 쪽에서 수상쩍게 기웃거리고 있었다.

잠시 뒤, 정장 차림의 백유미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녀가 차 키를 누르자마자 두 남자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한 명은 백유미의 입을 막고 끌고 갔고 다른 한 명은 차 문을 열고 백유미를 차에 태운 뒤 떠났다.

“백유미 씨 어디로 끌려갔는데? 뭘 찾았어?”

고은서의 진지한 표정에 곽승재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그들은 백유미를 잡아서 차에 태웠어. CCTV를 보고 있던 경비원이 마침 이상함을 발견하고 그들을 막았어.”

고은서는 웃었다.

“웃기네. 두 사람이 백유미 씨를 잡으러 갔는데 하필 CCTV가 있는 곳을 골라서 기다리다가 꼬리를 잡혔다고?”

“고은서, 너 그게 무슨 태도야?”

곽승재는 화를 냈다.

“경비원이 백유미를 차에서 구출했을 때 백유미는 입이 테이프로 막아졌고 두 손발이 묶인 상태였어. 제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곽승재는 말하면서 사진 몇 개를 던졌다.

“두 범인은 한 여자가 그들에게 돈과 사진을 건네며 사주했다고 했어. 네가 외할아버지 집에 가던 길에 운전기사는 주유하러 갔고 넌 편의점에 들렀어. 그리고 그 두 남자가 마침 그곳에 나타났어. 이게 다 우연이라고?”

사진 속 두 명의 모자를 쓴, CCTV 속 남자들과 비슷한 몸매의 남자들은 그녀와 같은 편의점에 있었다.

고은서는 아침을 먹지 않아서 먹을 걸 사러 편의점에 들른 거였기에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백유미가 이런 짓을 하면서 그녀를 모함할 줄은 몰랐다.

“아침에 백유미를 모욕한 거로는 부족해서 점심에 사람을 시켜 납치한 거야? 이거 해명해야 하지 않겠어?”

곽승재가 차갑게 물었다.

고은서는 우스웠다.

“내가 점쟁이야? 아니면 예지 능력이라도 있어? 이 두 남자가 거기에 있을지 내가 어떻게 알고 그들에게 백유미를 납치하라고 사주한단 말이야?”

“그 두 사람은 백수였어.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고. 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주한 걸 수도 있잖아.”

고은서는 그의 말에 기가 막혔다.

“그러면 신고해서 경찰더러 해결하라고 해.”

“백유미가 책임을 묻지 않고 사람을 놔줄 거란 걸 알아서 그렇게 태연하게 신고하라고 하는 거지?”

곽승재의 잘생긴 얼굴이 차가웠다.

“고은서, 평소에 네가 멋대로 굴 때는 그래도 참았어.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을 사주해서 납치를 시켜? 백유미가 책임을 묻든 말든 넌 반드시 백유미를 찾아가서 사과해야 해!”

“내가 안 가겠다면?”

고은서가 물었다.

“그러면 이걸 외할아버님한테 알려서 외할아버님더러 처리하라고 해야지.”

“나쁜 놈!”

고은서는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외할아버지가 이런 걸 봐서 그녀를 걱정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백유미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대체 뭘 위해서 이런 짓을 하는지 말이다.

곽승재의 지시에 따라 운전기사는 백유미의 거처로 향했다.

그곳은 고급 아파트였는데 GS 그룹에서 임원들을 위해 이곳에 거처를 마련해준다고 한다.

고은서가 말했다.

“정확한 주소만 알려줘. 내가 알아서 갈 테니까.”

곽승재의 의심하는 눈빛에 고은서는 코웃음쳤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도망치는 게 두려워서 감시라도 하려고 그래?”

곽승재는 의아해했다.

“사과만 해. 다른 수작은 부리지 말고.”

고은서는 코웃음쳤다.

“그렇게 믿지 못하겠으면 음성통화 켜놓고 있든지.”

곽승재는 그 제의에 동의했고 고은서는 속으로 웃었다.

그녀가 혼자 가려는 건 백유미가 경계를 늦춘 틈을 타서 그녀를 떠보기 위해서였다.

또는 백유미를 자극해서 스스로 허점을 드러내길 바라서였다.

고은서는 원래 녹음할 생각이었는데 곽승재가 음성통화를 하는 것을 동의했으니 일을 던 셈이다.

그럴싸해 보이도록 고은서는 과일바구니까지 사 들고 위로 올라갔다.

백유미의 집 앞에 도착한 그녀는 백유미가 문을 살짝 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저 바쁘니까 볼일 없으면 찾아오지 마세요!”

백유미는 평소보다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을 바라보니 집 안에 듬직한 뒷모습의 여자가 알 수 없는 상자를 백유미에게 건네려 했다.

“전 이런 것들 필요 없어요. 가지고 돌아가세요.”

백유미가 거절했다.

“유미야, 나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래. 아주머니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고은서가 문을 두드리면서 들어가겠다고 말했을 때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 고은서는 순간 심장이 철렁하면서 문을 두드리던 손이 멈췄다.

그 인기척에 백유미와 여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둥그런 얼굴이 온전히 보였을 때 고은서는 온몸이 굳었다.

고은서는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털이 쭈뼛 서면서 뼛속까지 스며든 한기가 사지를 휘감는 듯했다.

“고은서 씨, 왜... 아!”

백유미가 놀란 목소리로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고은서가 앞으로 달려들더니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를 그녀의 머리에 내팽개쳤다.

백유미의 비명과 함께 고은서는 눈이 빨개진 채 그녀의 목을 졸랐다.

“윽! 은서...”

백유미는 목이 졸려 얼굴이 빨갛게 된 채로 버둥거렸다. 그러나 고은서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죽어라 그녀의 목을 조르며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고은서, 미쳤어? 뭐 하는 거야?”

백유미가 눈을 뒤집기 직전에 큰 손 하나가 고은서를 떼어내며 그녀를 밀쳤다.

고은서는 뒤로 물러나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고은서는 바로 일어나지 않았고 누가 자신을 밀쳤는지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떨면서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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