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9화

Author: 류한나
“누나,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허 교수의 손녀가 하교하는 순간 바로 작전 개시할 거고 허 교수는 반드시 순순히 대리권을 넘길 거예요.”

백유미는 차갑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상황이 바뀌었어.”

“네? 갑자기 무슨...”

원지훈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게 손녀라면서요, 조금만 위협을 가하면 순순히 대리권을 넘길 거고 GS그룹과의 투자 계획도 해제할 거라고 했잖아요?”

백유미는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 일은 이미 확정된 거라 어쩔 수 없어. 지금 움직이면 다른 사람의 의심만 사. 어서 다른 목표 프로젝트를 찾아야 해.”

“그럼 얼른 찾아봐요! 나는 최대한 빨리 성공적인 사업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은혜 씨는 나를 다시는 쳐다도 안 볼 걸요!”

원지훈의 재촉에 백유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전에 어떤 여자도 네 손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큰소리쳤잖아. 그런데 며칠째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그러고 지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요구하는 거야? 내가 쉽게 속아 넘어갈 거로 생각해?”

“어떻게 감히 누나를 속여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누나의 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한 거죠. 요즘 여자들은 엄청 똑똑해요. 내가 아무리 말을 잘해도 실제 성과가 없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원지훈은 도리를 따지며 말했다.

“그리고 단순히 그녀만 꼬시면 되는 게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과 친척들도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요. 확실한 성과가 없으면 아무도 속일 수 없어요.”

백유미는 물론 이 점을 알고 있었다. 원지훈에게 개인 회사를 차려 주려는 계획은 이미 세워 놓았지만 최근 너무 바빠서 실행에 옮길 시간이 없었다.

원지훈이 직접 언급할 정도라면 확실히 급한 상황이었다.

“나머진 내가 준비할게, 넌 서둘러서 어떻게든 꼬셔봐!”

“알겠어요, 누나. 못 도망가요.”

...

고은서는 정말로 허 교수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허 교수는 전화에서 투자와 운영 문제는 그녀에게 맡기겠지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어게인, 비긴   제190화

    “은서 씨는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없어서 마음먹고 포기한 거 아니에요?”민시후는 무자비하게 말했다.“뭐, 다른 사람은 멋진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가 은서 씨를 찬 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 이 인간과는 도저히 말이 안 통했다.저녁이 되자 항상 바쁘기만 하던 박지연이 드디어 시간을 냈다. “은서야, 새로 열린 라이브바가 정말 좋대. 거기서 한잔하고, 나를 위한 셈 치고 드럼 한 번만 연주해 줘!” 고은서가 대답할 틈도 없이 박지연은 재빠르게 덧붙였다.“너가 약속한 거야, 취소하지 마!” “알겠어, 드럼이 뭐, 문제없어.”고은서가 약속했다.두 사람은 라이브바에서 만났다. 1층은 홀, 2층은 비교적 조용한 좌석 구역이었다. 앞에는 대형 무대가 있었고 누군가 한창 노래를 부르고 있어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박지연과 고은서는 1층의 한쪽 구석 좌석에 앉았다.자리에 앉자 박지연은 고은서 목 뒤쪽에 있는 빨간 점을 발견했다.“키스 마크? 누가 한 거야?” 고은서는 본능적으로 목을 만졌다. 오늘 아침 곽승재가 목 주변을 건들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키스 마크가 아니라 벌레에게 물린 거야.” “내가 바보인 줄 아니?”박지연은 툴툴거리며 말했다.“이거 분명히 키스 마크야.” 고은서는 작은 거울을 꺼내서 그 점을 확인해 보았다. 어제 아침에 본 것과 같았다. “네 눈에 혹시 스캔 기능이라도 있니? 내가 본 다른 키스 마크들은 이보다 훨씬 크고 진했어.” 박지연은 고은서를 한심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상식이잖아. 키스 마크가 항상 크고 선명하지는 않아. 살짝 빨면 이렇게 작은 자국만 남게 돼.” 이 말을 듣고 고은서는 반쯤 잠든 상태에서 느꼈던 목의 촉촉한 감각이 떠올랐다. ‘정말 곽승재가 한 거라고?!’ “최근에 승재 씨와 같은 방에서 자고 있다며, 그가 몰래 키스한 거 아니야?”박지연은 호기심에 물었다.“그 외에 더 나아간 행동은 없었

  • 어게인, 비긴   제191화

    훤칠하게 생긴 두 젊은 남자가 밀차를 끌고 다가오고 있었다.밀차 안에는 로맨틱한 빨간 장미꽃이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다양한 기본 와인과 블렌딩 도구가 있었다.눈앞에 다가와서 두 남자는 각자 꽃다발을 하나씩 꺼내 들고 무릎을 반쯤 꿇고서 고은서와 박지연에게 바쳤다.“공주님들, 오늘 이곳에서 좋은 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촌스러운 건지 새로운 유행어인지 알 수 없는 멘트에 고은서는 웃음이 나고 흥이 올랐다.“고마워요.”고은서는 꽃을 받았다.박지연도 꽃을 받고 나서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말했다.“이분들은 대회에 참가했던 전문 바턴데들이야. 지금 바로 우리를 위해 칵테일을 만들어 줄 거야!”“바텐더였구나. 난 또 네가 날 위해 젊고 잘생긴 술친구를 불러준 줄 알았어.”고은서는 박지연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젊은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닌데, 우리의 기혼 신분에 먹칠할까 봐 걱정되어서 안 불렀지!”박지연은 낮은 목소리로 건의를 제기했다.“아님, 지금이라도 젊은 술친구를 불러줘?”고은서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입을 열었다.“됐어. 나중에 내가 이혼하고 나면 그때 다시 한 테이블 찾아줘.”“한 테이블이면 되겠어? 두 테이블 찾는 게 어때?”두 사람이 시시덕거리는 사이, 한 바텐더가 말했다.“두 분 모두 미인이시니 저희가 ‘미인 감취’를 두 잔 타드리죠. 무조건 예쁘고 맛있는 칵테일일 겁니다!”칵테일을 만들기 전에, 두 바텐더는 먼저 화려한 쇼를 시작했다.술병과 술잔이 그들 손에서 놀아나며 술잔에서는 연한 파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두 바텐더는 검은색 셔츠와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가늘고 길쭉한 다리에, 웃옷 단추를 두 개 풀어 가슴근육을 살짝 드러냈으며 게다가 현란한 솜씨가 더해져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멋있어 보였다.주변에서도 두 바텐더에게 눈길이 이끌려 그들의 쇼를 감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어쩐지 지연이가 이것이 이 클럽의 스페셜 퍼포먼스라고 하더라니, 확실히 독특하고 눈요기를 부리긴 하네.’분홍색의 ‘미인 감취

  • 어게인, 비긴   제192화

    “왜 이렇게 화를 내?”육현석은 느긋하게 말했다.“형, 우리 지금 클럽에서 놀고 있어. 형도 쉴 겸 와서 술이나 한잔해.”“싫어. 시간 없어.”곽승재가 거절할 거라는 것을 예상한 육현석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신비한 말투로 말했다.“형, 진짜 안 올 거야? 형이 관심 있는 서프라이즈가 있는걸.”“웬 농간질이야.”말을 마치고 곽승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육현석은 조금도 성급하지 않고 조금 전에 찍은 고은서의 사진을 곽승재에게 보냈다.아니나 다를까 육현석의 전화가 바로 울렸다.발신자가 곽승재인 걸 보고, 육현석은 무음 버튼을 눌렀다.‘흥. 맘대로 내 전화를 끊을 땐 언제고! 형도 조금만 애간장을 타봐!’육현석은 의기양양하게 카시트로 돌아가 난간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다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그는 아래층에 앉아 있는 고은서가 간단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친구와 술잔을 부딪치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은서는 배를 끌어안고 웃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육현석의 인상에 고은서는 라이브바 같은 데를 절대 다니지 않고, 늘 자신을 세련되게 꾸미고 언행도 깔끔했다.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니 오히려 영혼이 살아나고 사람이 생기발랄해진 것 같았다.예쁜 여자가 한 명 있어도 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데, 두 미인이 함께 앉아 있으니, 곧 남자가 술잔을 들고 와서 말을 걸었다.육현석은 더욱 신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이 장면을 찍었다.“도련님, 왜 이리 주춤거리고 있어요? 두 명 중 누가 마음에 드는데요? 제가 내려가서 사람을 모셔올게요!”육현석이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바보처럼 웃고 또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한 친구가 자진해서 말했다.“술이나 마셔. 네가 나설 일이 아니야.”육현석은 사람을 쫓아버리고 부재중 전화를 보았는데 뜻밖에도 한 통밖에 없었다.그는 또 남자가 고은서에게 말 거는 사진을 곽승재에게 보냈다.‘침착한 척 더 할 수 있나 보자.’사진을 보낸 지

  • 어게인, 비긴   제193화

    “입 다물어.”육현석이 훈계했다.“저분은 우리 승재 형의 아내, 내 형수님이거든!”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육현석이 말하는 승재 형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었기에 다시 무대 위의 고은서를 바라볼 때 눈빛이 확연하게 달라졌다.GS 그룹의 사모님이 이렇게... 제멋대로일 수 있다니.고은서는 공연을 마치고 대범하게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박지연은 감격에 겨워 얼굴이 빨개졌다.“은서야, 넌 내 우상이야. 너무 멋있었어! 자, 칵테일 한 잔 더 마시자!”술김이 올라와서인지 고은서도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켰다.“은서야, 아무리 그래도 원샷은 무리야. 이 칵테일이 마시기는 좋지만, 도수가 꽤 높아.”고은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괜찮아. 취하면 취하는 거지.”고은서는 이제 누구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고, 곽승재가 자신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여길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술에 취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그리고 너 평소에 술 마시러 나올 시간도 없는데 오늘은 너랑 실컷 마실 거야!”박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 며칠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너무 힘들었어. 진작에 이렇게 나와서 바람도 쐬고 기분도 풀고 싶었어.”“다연아, 온 닥터와 그 여동창은 어떻게 됐어? 온 닥터의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어?”고은서는 이 일에 계속 신경을 써서 물었더니 박지연이 말했다.“아마 옮기지 않았을 거야. 나 이틀 전에 남편에게 한마디 물었는데 여동창과 연락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했어.”고은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생의 타임 라인으로 계산하면, 그 여동창은 지금 이미 귀국해서 병원에 갔었다.‘설마, 이번 생에 지연이가 남편 따라 외국에 가서 그 여동창에게 틈을 주지 않았던 걸까?’“요즘 우리 시어머니께서 자꾸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해서 머리가 아파.”박지연은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내가 이 타이밍에 임신하면 수간호사 자리를 완전히 놓치게 될 거야. 그리고 시어머니의 성격상 나더러 아예 직장

  • 어게인, 비긴   제194화

    드르륵!술배 남이 손을 쓰기도 전에 그의 몸은 앞으로 홱 기울어 그대로 탁자에 부딪혀 탁자 위의 술병과 술잔을 쓸어내렸다.큰 소란은 일부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육현석도 밑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고 카시트에 앉아 있는 남녀를 향해 한마디 소리쳤다.“얼른 내려가서 도와!”말하고 나서 육현석은 앞장서서 아래층으로 달려갔다.술배 남은 바닥에 쓰러져서 아프다고 연신 호소하였고, 그의 몇몇 동료는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어리둥절했다.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이 사람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며 옷을 잘 입고 온몸에 소름 끼치는 냉기와 위엄이 배어있었다.“웬 오지랖이야!”두 번이나 손해를 본 술배 남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자기 이미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다들 덤벼! 이 여자를 묶어놓고 남자를 죽도록 패!”이 말을 듣자 술배 남의 동료는 즉시 반응하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아!우!삽시에 비명이 겹쳤다.어질어질한 고은서는 눈앞의 손놀림이 매서운 곽승재를 보고,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곽승재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그의 매서운 주먹 날림과 깔끔한 발차기 솜씨를 보아하니 싸움을 잘하는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곽승재는 고귀한 GS 그룹의 대표인 거 아니었어? 돈 벌 줄밖에 모르는 사람이 왜 싸움도 이렇게 잘해?네다섯 명의 남자는 곽승재에게 맞아 뒷걸음질 치면서 조금도 이득을 보지 못했고, 육현석을 비롯한 몇몇 남녀들도 이쪽으로 몰려왔다.왜 다 함께 있는지 몰랐지만, 곽승재가 손해 볼 일이 없을 것 같아 고은서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감히 우리 형수님을 희롱해? 넌 죽도록 맞아야 해!”육현석은 화가 잔뜩 나서 발을 뻗어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술배 남을 걷어차려고 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술배 남의 동료에게 밀린 육현석은 그대로 옆으로 넘어져 탁자의 상다리에 이마를 부딪쳤다.“피!”육현석은 손을 뻗어 만지더니 피를 보는 순간 바로 기절했다.박지연은 어쨌든, 간호사였기

  • 어게인, 비긴   제195화

    “은서야!”곽승재는 술배 남을 확 차버리고는 고은서를 품에 안았다.“너 괜찮아?”곽승재의 다급한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고은서는 취한 건지 아픈 건지 머리가 어지러워 눈을 뜰 수 없었다.반 혼미 상태에서 고은서는 자신의 몸이 곽승재에게 가로로 안겨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귓가에는 박지연의 걱정스러운 안부가 은은히 들렸고, 술배 남의 비명과 각종 곡성이 은은히 들렸다....고은서가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의 병실에 누워있었다.주변은 하얀 벽이고 그녀의 손등에는 링거를 맞고 있었다.‘내가 병원에 어떻게 온 거지?’순간, 고은서는 클럽에서 일어났던 사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술배 남이 술병으로 곽승재를 내리치려는 찰나 고은서는 한달음에 곽승재를 밀어내고 대신 어깨를 맞았다.“깼어?”곽승재의 냉랭한 목소리에 고은서는 정신이 돌아왔다.고개를 들자, 역시나 곽승재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는데 밤새 간호하느라 눈을 붙이지 못해서인지 미간을 찡그리고 안색이 많이 초췌해 보였다.늘 이미지를 중히 여기던 곽승재는 지금 슈트를 의자에 마구 걸어놓고,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으며 조금 거둔 옷소매는 굳건한 손목을 드러내고 있었다.“어디 불편한 데 없어?”곽승재는 똑바로 앉아서 물었다.고은서는 몸을 살짝 움직여 보았는데 어깨가 조금 아프고 머리가 띵한 것 이외 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몸은 괜찮은 것 같아. 지연은, 잘 들어갔어?”고은서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곽승재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고은서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은서야, 누가 너보고 나서라고 했어? 그 남자가 술을 좀 마셔서 힘이 평소보다 적게 들어가서 다행이지, 아니면 너 어깨 완전히 부러졌을 거야.”고은서도 이 일을 다시 생각하니 몹시 두렵고 후회스러웠다.그리고 어딘가 모를 서글픈 감정이 솟구쳤다.‘난 왜 아직도 남편밖에 모르는 바보인 거야. 어떻게 다시 태어나도 이 버릇을 못 고쳐.’누군가 곽승재를 해치려고 하자, 고은서는 일 초도 생각하지

  • 어게인, 비긴   제196화

    곽승재가 스스로 여기는 완벽한 해결책을 듣더니 고은서는 어두운 얼굴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곽승재 씨, 우리 사이의 문제는 기념일 한 개 때문이 아니야. 당신도 시시콜콜한 사람이 아니잖아. 죄책감 때문에 나한테 잘해주지 않아도 돼.”“은서야, 넌 내가 죄책감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곽승재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아니야?”고은서가 되묻자 곽승재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나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는데 왜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날 보호해준 건데? 너랑 잘 얘기해 보고 싶은데 왜 날 계속 밀어내기만 하는 거야? 사람이 왜 그렇게 모순적인 거야?”고은서가 말했다.“오늘 밤의 일은 사고였어. 당신이 아니라 지연이, 실장님 또는 내가 아는 누구라도 그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다면 난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내 성격이 그런 거지 당신을 신경 쓰거나 사랑해서 그런 거 아니야.”고은서가 무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하자 곽승재는 또 마음이 답답해졌다.“은서야, 이 말은 너도 믿기 힘들지 않아?”고은서는 곽승재의 주위를 5년이나 맴돌았고 그녀가 곽승재를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사랑이 어떻게 한순간에 확 사라져?고은서는 슬슬 인내심이 떨어졌다.“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할머니의 생신이 지나면 우리는 약속대로 이혼하는 거야. 난 하루도 미루고 싶지 않아!”똑똑.두 사람이 의견 차이로 대치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뒤이어 육현석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형, 형수님, 저 들어가도 돼요?”“들어와.”곽승재는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육현석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이마에 붕대를 감고 입술이 조금 창백한 것 이외 기운은 곽승재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형수님, 깨셨어요? 몸은 괜찮아요?”육현석은 곽승재와 고은서의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을 눈치채고 웃으면서 말했다.고은서는 원래 육현석을 대꾸할 마음이 없었지만, 그가 앞장서서 술배 남을 때렸던 것을 생각해서 고개를

  • 어게인, 비긴   제197화

    곽승재도 고은서가 왜 자신을 그토록 차갑게 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자신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데 마음속의 응어리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형, 형수님이 여전히 이혼하겠대?”곽승재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육현석은 또 조심스럽게 물었다.육현석은 방금 병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마침 고은서가 이혼을 하루도 미루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육현석은 고은서가 목숨을 걸고 곽승재를 지켜줬으면서 또 그의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곽승재는 육현석의 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난 은서에게 목매지 않아. 은서가 이혼을 견지한다면 나도 억지로 잡아둘 생각 없어.”“그래?”육현석은 곽승재의 말을 믿지 않았다.“형 지금 홧김에 한 말 아니지? 형수님이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똑 부러진 데다가 드럼도 잘 치잖아. 형이 놓아주기 싫은 건 인지상정이야. 그리고 며칠 전에 내가 말했던 거 어떻게 됐어? 형수님이랑 밖에서 바람 좀 쐬는 거.”이 말을 듣자 곽승재는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회사에서 이틀 뒤에 운호로 단체워크숍을 간다고 말해줬어. 근데 은서가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안 가겠대.”육현석은 단번에 핑계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형, 형수님이 가기 싫다고 하면 형수님의 친구를 설득해 봐. 부부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정이 빨리 들 거 아니야.”곽승재는 냉랭한 눈빛으로 육현석을 쳐다보며 말했다.“이런 말로 내가 너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지 마. 너도 그 클럽에 있었으면서 은서한테 문제 생겼을 때 왜 제때 나타나서 처리하지 않았어!”이 일은 확실히 육현석의 책임이 있었다.그는 곽승재를 놀리기 위해 클럽의 위치를 가르쳐주지 않았고, 또 고은서를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아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것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육현석은 눈치껏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난 그저 형이랑 장난을 좀 치고 싶었던 것뿐이었어. 다행히도 형이 히어로처럼 딱 나타나서 제때 그 양아치들을 물

Pinakabagong kabanata

  • 어게인, 비긴   제1104화

    박지연은 계속해서 불만을 터뜨렸다.“내가 보기엔 여시은은 태생이 못돼먹었어!”“이번에 그렇게 크게 당했으니 더더욱 널 원망할 거야. 너 조심 좀 해.”박지연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각을 세우기로 마음먹었기에 여시은과 평화롭게 지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앞으로는 여시은을 더 철저히 경계할 것이다.“듣자 하니 곽승재가 내내 널 감싸줬다며? 너한테 점점 마음이 가는 모양이야.”박지연이 코웃음을 쳤다.어젯밤 곽승재가 고은서를 계속 도와줬던 건 사실이었다. 증거를 공개하자고 제안한것도 곽승재의 생각이었고 마지막에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곽승재가 고은서에게 큰 도움을 준 셈이었다.하지만 고은서는 곽승재에 대한 이야기를 박지연과 깊이 나누지 않았다.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던 중 박지연이 고은서에게 뜬금없는 소문 하나를 전했다.“우리 과장님한테서 들었는데, 어제 혜린 씨가 다니는 병원에 조 여사님이 찾아가서 난리를 쳤대. 혜린 씨 남자관계가 복잡하다고, 다른 남자랑 팔짱 낀 사진까지 들고 와서 공개하면서 혜린 씨랑 그 자리에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움 났대!”고은서는 지난번 소동 이후 손자를 중시하는 조수연이 한동안은 조용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작 며칠 만에 또 난리를 친 거였다. 조수연의 전투력은 엄청 대단했다.“아니, 그러다 혜린 씨 혹시라도 애를 지우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은 말했다.“조 여사님 말로는 혜린 씨 뱃속 애가 자기 아들 애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해서 혜린 씨를 끌고 가서 친자 확인하자고 했대. 그래서 둘이 몸싸움까지 벌어져서 이미지도 최악이라 혜린 씨는 한 달 정직당했어.”“혜린 씨 배속에 애가 온승준 씨 애가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그 집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거야? 그냥 진짜 애 아빠랑 결혼하면 될걸...”고은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소문엔 그 남자가 유부남에 애까지 있다고 하더라.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냥 과장님이 흘린 얘기야.”

  • 어게인, 비긴   제1103화

    여시은은 여전히 여재훈의 다리를 붙잡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럼, 아빠가 생각하시는 해결 방법은 뭐예요?”여재훈은 여시은에게 홍보팀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개인적으로 고은서에게 직접 진심으로 사과한 뒤 집에서 2주 동안 자숙하라고 말했다.“제 회사는 아직 개업식도 제대로 안 했는데 공개 사과를 하라뇨? 그럼 모든 사람들이 저를 웃음거리로 볼 거 아니에요!”여시은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애원했다.“아빠, 저 은서한테 개인적으로 사과만 하면 안 돼요? 저도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사람들을 이끌기 힘든데,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앞으로 누가 저를 믿고 따르겠어요?”“안 된다.” 여재훈은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은 이미 파장이 커졌고 많은 사람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어. 그러니 모든 사람에게 확실하게 해명해야 한다.”“시은아, 잘못을 저지른 건 무서운 일이 아니야. 진심으로 뉘우치고 성실하게 사과하면 은서 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너에게 다시 기회를 줄 거다.”여재훈은 계속해서 말했다.“사람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네가 잘못했는데 내가 덮어주면 그건 너를 망치는 거야. 그러니까 이 일은 이렇게 결정된 거다!”여시은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고은서를 그저 연못에 좀 빠지게 했을 뿐인데 이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 이렇게까지 일을 키운단 말인가?’‘공개 사과라니, 이제 예전처럼 모두에게 존경받고 칭찬받던 모습은 끝이라는 거잖아.비록 인터넷의 영상은 지워지더라도 사람들이 나에 대한 나쁜 인상은 지워지지 않을 거란 말이야!’오늘 밤 그렇게 많은 부유층과 정재계 인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는 그들에게 최악의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해성에서 쌓아온 그녀의 완벽한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진 셈이다.예전엔 그녀가 울기만 하면 여재훈은 안쓰러워하며 뭐든지 다 용서해 줬었다.‘지금은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아빠는 고은서 때문에 자신의 딸을 벌하려 한다니, 정말 나를 딸로 생각하긴 하는 걸까?’

  • 어게인, 비긴   제1102화

    여시은은 그 말을 듣자 눈이 시뻘게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제가 한 게 아니라니까요! 고은서가 일부러 저를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왜 저를 믿지 않으세요!”“시은아!”여재훈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난생처음으로 이토록 차가운 눈빛으로 딸에게 화를 냈다.“너는 어쩌다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 됐니!”“내가 사람을 시켜서 확인해 봤어. 연회장 CCTV 꺼놓은 거, 그거 네가 시킨 거더라.”여재훈은 딸을 억울하게 만들까 걱정돼 CCTV 관련 내용을 직접 조사했다.그런데 정말로 여시은이 꺼놓았던 것이었다.“네가 정말 은서 씨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왜 CCTV를 미리 꺼놓은 거냐?”여재훈은 냉정한 태도로 물었다.여시은은 자신이 고은서의 계략에 걸려든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고은서는 일부러 도발적인 눈빛으로 여시은을 자극했고 곧바로 테라스로 이끌어냈던 것이다. 모두 여시은한테 엿 먹이려는 행동이었다!여시은은 고은서가 쿠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격동적으로 행동해 자신을 밀칠 거라 확신했었다.왜냐하면 고은서는 지난번엔 쿠아를 다치게 한 일로도 크게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엔 반전이 생겼다.고은서는 오히려 침착하게 반격했고 지난번 농장에서의 ‘물에 빠진 사건’ 증거까지 들고나왔다.일이 이렇게 커져 버린 이상 여시은은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여재훈을 향해 소리쳤다.“맞아요! 저 고은서가 너무 꼴 보기 싫었어요! 왜 아빠는 맨날 걔만 칭찬하세요? 이러니깐 제가 질투 나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고은서한테 꼽 주고 싶었어요!”“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에요. 전 잘못한 거 없어요! 후회도 안 해요!”“너!”여재훈은 손을 번쩍 들어 여시은의 뺨을 때리려 했지만, 그녀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는 차마 때릴 수가 없었다.“시은아, 아빠가 평소에 너를 어떻게 가르쳤니? 사람은 자기 양심에 떳떳해야 하고 올곧게 살아야 한다고 했잖아! 근데 너는 어떻게 질투심에 눈이

  • 어게인, 비긴   제1101화

    이미숙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바로 여시은이 고은서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겨 연못 가까이로 끌어당기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그 영상은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올린 것 같았고 화질이 너무 좋은 건 아니지만 전반 상황을 알아보는 데에는 충분했다.영상의 끝에는 고은서와 여시은의 얼굴을 비춘 장면도 담겨 있었다.다소 초라해진 고은서는 곽승재의 부축을 받으며 옆에 서 있었다. 여시은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빛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다.그 와중에 영상의 제목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재벌가 아가씨, 두 얼굴의 진실!]“사모님, 저 여자는 어쩜 저리 독하대요. 이렇게 심하게 괴롭히다니. 누가 폭로해 줘서 다행이지! 이제 세상 사람들 다 그 여자 피해서 다니겠어요!”이미숙은 화가 난 듯 말했다.고은서는 이번 일이 오래 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시은 뒤에는 여재훈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 일로 여시은이 보기 좋게 망신을 당했고, 여재훈 역시 자신의 딸이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니, 이번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은서는 이미숙의 휴대전화 영상에 대뜸 ‘좋아요'를 눌렀다.한편, 여씨 가문에서.여시은 역시 유튜브 영상을 확인했다. 분노에 찬 그녀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던졌다.밖에 서 있는 박미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시은 아가씨, 회장님께서 지금 바로 서재로 오시래요. 할 말씀이 있으시답니다.”이번이 박미화가 세 번째로 말을 전하러 온 것이었다.여시은은 곧바로 얼굴에 드리워진 분노와 짜증을 숨기고는 일부러 슬프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열었다.박미화는 방안에서 반응이 없자 방문을 열려고 하였다. 때마침 여시은이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손을 거두며 사과했다.여시은은 박미화의 손을 움켜쥐었다. 조금 전에 분노로 인해 물어뜯은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살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여시은은 울먹이는 말투로 물었다.“미화 언니, 아빠가 나한테 화 많이 나신 거야? 나 어떻게 해야

  • 어게인, 비긴   제1100화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기사가 차를 라이트문 아파트 앞에 세웠다.고은서와 곽승재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은서는 샤워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직행했고 곽승재는 거실에 남았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고은서는 의외의 광경을 목격했다. 곽승재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왜 또 왔어? 할 말 있어?”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논의할 게 있어서. 그전에 이 콜라 생강차부터 마셔.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거야.”“사모님, 콜라 생강차는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거든요. 어서 드세요!”이미숙이 차를 가져오며 말했다.고은서는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리더니 이상한 듯 물었다.“아줌마, 제가 방금 들어온 걸 보지도 못하셨을 텐데 어떻게 제가 감기 걸릴 줄 아시고 미리 차를 준비하셨어요?”이미숙의 눈가에는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곽승재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내가 알려줬어. 일단 마셔.”고은서는 고개를 숙여 생강차를 내려다 볼뿐 이미숙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물론 곽승재의 눈에 비친 기대감도 보지 못했다.생강차의 냄새를 맡아보니 생강 향이 꽤 진했다.고은서는 생강차를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콜라의 단맛과 생강의 톡 쏘는 맛이 어우러져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맛이 어때요?”이미숙이 물었다.“좋네요. 그런데 오늘은 생강을 좀 많이 넣으신 것 같네요. 예전에 만드신 것보다 더 매운데요.”이미숙은 잠시 망설이다가 급히 대답했다.“생강 양을 조절하지 못했네요. 주의할게요.”고은서는 더는 따지지 않고 다시 마시려던 참이었는데 곽승재가 말을 건넸다.“맛이 별로면 안 마셔도 돼.”고은서는 그를 흘겨보았다.“누가 맛없다고 했어? 아줌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건데 끝까지 마셔야지.”“사모님, 도련님과 얘기 나누세요. 저는 할 일이 남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이미숙은 두 사람의 언쟁을 피하려는 듯 급히 자

  • 어게인, 비긴   제1099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곽승재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녀는 친구에게 부탁해 적절한 시기에 감시 카메라를 끊어놓도록 준비해두었다.하지만 여시은이 먼저 참지 못하고 로비의 카메라를 꺼버린 것이다.고은서가 감히 감시 카메라의 확인을 제안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준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여시은 역시 감시 카메라를 조작할 것이라는 점까지 예측했다.“만약 여시은이 참고 끝까지 널 찾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작정이었어?”곽승재가 물었다.고은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개업식이 끝난 후 대형 스크린에 공개할 계획이었어.”곽승재가 눈썹을 추켜세웠다.“네가 앞서 백스테이지 주위를 둘러본 것도 동영상을 공개할 준비를 했던 거야?”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시은이 일부러 나를 물에 빠뜨리고 향수로 나를 함정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쿠아까지 학대했어. 내가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그리고 시은이가 인내심을 가졌다고 해도 난 개업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을 거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지. 시은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테라스에서 쿠아의 죽음을 언급하며 나를 자극했고 다시 같은 수법을 쓸 참이었던 거지. 나는 그저 시은이가 파려던 함정을 그대로 돌려준 것뿐이야.”곽승재는 고은서가 준비를 해왔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런 고육지계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펼칠 줄은 몰랐다.게다가 그녀의 연기는 너무나도 실감 났다.고은서가 바닥에 넘어져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순간 곽승재는 정말로 여시은의 소행일 것으로 생각할 정도였다.고은서는 곽승재의 생각을 읽었는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가여운 척 한 거 아니야. 백유미와 여시은이라는 고수들 덕분에 나도 한 수 배웠을 뿐이지.”백유미의 과거 행동을 떠올린 곽승재는 가슴을 죄는 듯한 자책감이 밀려왔다.곽승재는 진지하게 사과했다.“은서야, 미안해.”무심코 흘린 말에 곽승재가 사과하는 모습을 본 고은서는 잠시 당황했다.“사과할 필요는 없어. 당신도 백유미 씨에게 속았을 뿐이잖아. 어쨌든 ‘목숨의 은인'

  • 어게인, 비긴   제1098화

    “시은아!”영상 속 장면에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재훈은 걱정된 목소리로 딸을 불렀다. 그리고 뒤이어 멀리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어서 따라가서 시은이를 보호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게 해서는 안 돼!”부하들이 여시은의 뒤를 쫓아 나간 뒤 여재훈은 스크린을 힐끗 바라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고은서에게 사과했다.“제가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시은에게 직접 확인한 뒤 여은서 씨께 해명해 드리겠습니다.”고은서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는 그곳에 머물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이유로 자리를 떠나려 했다.“여 대표님, 제가 은서 씨를 모셔다드리겠습니다.”곽승재가 말했다.송민준 역시 함께 가겠다고 전했다.여재훈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개업식에서 이런 소동을 일으킨 이상 누구라도 축하할 마음이 없을 터였다.고은서 일행이 떠나자 여재훈은 참석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며 홍보팀에 현장 수습을 지시했다.호텔 앞 광장에서 곽승재와 송민준의 운전기사들이 각각 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송민준은 고은서를 배웅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나 곽승재가 고은서를 부축하면서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번거로울 텐데 제가 은서 씨를 모시고 가겠습니다.”송민준은 자기가 고은서의 파트너로 왔기 때문에 그녀를 집까지 모셔다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득했다.곽승재는 송민준의 이런 친근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억지로 고은서를 안아 들어 자신의 차에 태우고 싶었지만 고은서가 화를 낼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입을 오므리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택권을 고은서에게 넘겼다.고은서는 당연히 송민준과 함께 갈 생각이 없었다.“오빠, 오늘은 고마웠어. 오늘 승재 오빠의 차를 타고 갈게. 어차피 길도 같으니까. 내일 다시 연락할게.”고은서의 반응에 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곽승재는 고은서를 차에 태운 뒤 트렁크에서 깨끗한 외투를 꺼냈다.차 안에 앉자 곽승재는 고은서의 어깨

  • 어게인, 비긴   제1097화

    여시은은 고은서의 말에 더욱 어리둥절해졌다.‘갑자기 왜 또 농장 일을 다시 꺼내는 거지?’여시은은 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생각할수록 점점 더 억울하고 분했다.“은서야, 왜 나를 이렇게 모함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너를 물에 빠뜨렸다고 그래? 네가 나를 밀었잖아! 내가 우리 아빠를 생각해서 참고 넘어갔는데 이제 와서 또 나에게 뒤집어씌우다니!”여시은은 여재훈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아빠, 저는 항상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는 것 같아요... 은서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너무 속상해요...”여시은의 슬프고 안쓰러운 모습에 여재훈은 점차 진지해졌고 고은서를 보며 물었다.“고은서 씨, 시은이가 은서 씨를 물에 빠뜨렸다는 증거라도 있어요?”“물론 있죠.”고은서는 이미 곽승재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상태였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송민준이 보낸 영상을 찾았다.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가가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은서가 진짜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더니 그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이때 곽승재가 제안했다.“여 대표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영상을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직접 보면 진실이 명백해질 테니 나중에 왜곡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여시은은 고은서가 미리 준비한 듯한 태도를 보이자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고은서가 이렇게 계획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증거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여시은이 고은서를 과소평가했던 것이다.여시은은 붉어진 눈으로 소리쳤다.“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에요! 이미 개업식 시간이 다 됐는데 계속 이러쿵저러쿵하며 일을 벌이다니! 고의로 우리 개업식을 방해하는 거 아니에요?”“아빠, 오늘 이분들은 분명히 좋은 의도로 온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쫓아내는 게 낫겠어요!”“여시은 씨, 말씀이 참 지나치군요. 우리는 단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송민준이 여재훈보다 먼저 입을 열

  • 어게인, 비긴   제1096화

    구경하는 사람들도 송민준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의 여자 파트너가 곽승재의 품에 안겨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송민준은 사람들의 의문스러운 시선을 받고 있었지만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여시은 씨, 저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은서와 여시은 씨의 사이에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은서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겠습니까?”“아빠, 정말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저 사람들은 같은 편이라서 일부러 저를 괴롭히려는 거예요!”여시은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여재훈은 눈물 글썽이는 딸을 바라보더니 온몸이 흐트러진 고은서를 향해 물었다.“고은서 씨, 사실대로 말해보세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고은서는 감정을 어느 정도 추스렸지만 이런 일을 당하면 당연히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최대한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여 대표님, 제가 뭘 말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시은이와 저는 각자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울 겁니다.”고은서는 로비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여기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요. 직원들을 시켜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진실도 드러나겠죠.”이 말을 듣자 여시은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고은서가 여시은보다 먼저 바닥에 넘어졌는데 감시 카메라의 확인까지 제안하다니!‘설마 은서가 이 시간대에 감시 카메라를 꺼뒀다는 걸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시은아, 너의 생각은 어때?”고은서는 고개를 들어 여시은에게 물었다.여시은은 분노를 꾹 참고는 여전히 억울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좋아! 하지만 개업식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감시 카메라는 확인하는 동안 내가 먼저 개업식을 진행하고 나중에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어때?”“안 돼.”고은서의 작은 얼굴에는 단호한 표정이 담겨있었다.“이 사건은 반드시 바로 조사되어야 한다고 봐.”고은서는 다시 여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여 대표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제가 시은이 만큼 귀하지는 않지만 이런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