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주소를 보내자 곽연철이 바로 왔다.그는 무진의 곁에 있는 조수경을 한 번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곽연철이 오자 무진은 그에게 새 찻잔을 가져다주고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곽 사장님, 우선 차를 드세요.” 무진이 찻잔을 곽연철에게 밀어주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곽연철이 차를 마셨다.그리고 비로소 말했다.“제왕그룹과 WS그룹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도시 서쪽의 그 부지를 원했지만, MS 가문의 제이슨 씨를 만나 경쟁했습니다. 상대방은 거의 제로 이윤으로 이 프로젝트를 빼앗으려 했지요. 강 대표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곽연철은 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오랜 역사를 가진 강씨 가문에 비해 제왕그룹은 작은 회사일 뿐이다.MS 가문과는 전혀 견줘 볼 수가 없다.물론 자원을 모두 내놓으면 맞설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만 할 뿐이다.지금은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다.그리고 두 회사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무진도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다.무진의 눈빛이 가라앉으면서 바로 대답했다.“돈을 잃는다 해도 가져와야 합니다. 제이슨이 북성에 자리를 잡게 할 수는 없습니다!”결국 제이슨이 아무리 대단해도 유럽에 있을 뿐이다.북성은 또 A국에 있으니, 제이슨이 그들과 맞선다 해도 화력이 좀 줄어들 것이다.역시 애초에 무진의 예측이 맞았다. 지금 제이슨은 기회를 틈타 둘째, 셋째 일가의 자산을 삼켰다. 이제 제이슨의 목표는 WS그룹이다.WS그룹을 일망타진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진은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게 둘 수가 없었다.“알겠습니다. 그래도 강 대표님은 과감하십니다. 저는 결단을 내릴 때 계속 망설이는데요.” 곽연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무진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제이슨이 A국의 시장에 진출한다면, 자신의 회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그러나 제왕그룹은 실력이 부족하니 WS그룹에서 말해도 상관이 없다.오히려 자신
그들이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조수경은 바로 옆에서 차를 따르며 시중을 들었다.이것은 흡사 여주인의 자태와 같아서 곽연철을 좀 의아하게 했다.게다가 무진의 약혼녀는 송성연이다.그러나 지금 성연은 유럽의 학교에 갔는데 무진의 곁에 조수경이 나타났다.정말 좀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그러나 곽연철은 면전에서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는 다만 무심한 척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 대표님, 이 분은 누구신지요? 예전에 뵌 적이 없군요?”무진이 간단히 소개했다.“아, 조수경 씨입니다. 저희 할머니 옛 친구분의 손녀인데,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이곳에서 한동안 머루르고 있습니다.”조수경도 대범하게 곽연철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조수경입니다.”“안녕하세요.” 곽연철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강무진이 떳떳한 걸 보니 별일 없을 거야.’‘하지만 이 조수경을 보고 있자니... 좀 이상하긴 한데.’나이든 자신은 당연히 조수경에게 무슨 말을 하기 어려우니, 빨리 보스에게 연락해서 이 일을 알려주고 보스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곽연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강 대표님, 별다른 일이 없으니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좀 계시다가 같이 식사라도 하시지요.” 무진이 입을 열었다.무진은 곽연철과 단순한 파트너가 되는 게 아니라 곽연철을 친구로 생각했다.무진이 이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아닙니다. 강 대표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곽연철은 좀 놀랐다. 무진이 뜻밖에도 자신에게 남아서 같이 밥을 먹자는 것이다.함께 지낼수록 곽연철은 무진이 외부에 전해지는 것과 달리 거리감이 없다고 느꼈다.그가 승낙하지 않자 무진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따라서 일어섰다.“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곽연철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강 대표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겨우 문만 나서면 되는데 강 대표님이 저를 배웅하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몇 걸음 안 됩니다, 가시죠.” 무진이 먼저 앞장서자 곽연철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문
곽연철을 배웅한 무진이 돌아왔다.무진이 다시 거실로 들어오자 조수경이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무진 오빠, 오빠 사업 얘기하는 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니에요?”무진이 대답했다.“곽 사장은 신중한 사람이라 외부인이 있을 때는 당연히 회사 얘기를 잘 하지 않아.”‘외부인이 있을 때는 회사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그런데 이야기 중에 나보고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조수경은 속으로 아주 기뻤다. 어쨌든 무진의 말 뜻은 자신을 외부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니까.그러나 무진은 조수경이 이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단지 단순하게 별 생각이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조수경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인데.하지만 조수경은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였다.무진은 지금 차를 마시고 있지만 속으로는 갈등이 일었다. 목현수와 성연에 관한 일을 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그래도 성연에게 한 마디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성연인 이런 일에 어리숙해서 목현수의 마음을 잘 몰라.’‘하지만 목현수 그 놈은 잘난 척 꼬리를 흔들어 대며 속으로 딴 마음을 품고 있을 분명해.’‘내가 없는 틈을 타서 성연이 앞에서 제 존재감을 과시하다니, 정말 사람 열 받게 만들고 있어.’‘성연에게 한 소리 해둬야겠어. 성연이가 목현수와 거리를 좀 둔다면, 이렇게 열 받는 일은 없겠지.’두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조수경은 다시 좀 전 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더 드실래요? 더 드실 거면 제가 우려 드릴게요.”방금 곽연철과 세 사람이 함께 마시느라 차는 지금 이미 다 마시고 없는 상태.“아니야, 오늘은 됐어.” 결정을 내린 무진은 성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그래요. 그럼 다음에 또 같이 차 마셔요.” 조수경은 주방에서 디저트를 가져왔다.주방에서 준비해 준 것이다. 디저트에 대해서는 조수경도 잘 알지 못했다.마음은 있지만 아직 만들 줄은 몰랐다.탁자 위의 디저트를 본 무진의 얼굴이 약간 풀어지면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집에
강씨 집안 고택에서 나온 곽연철은 자신의 차로 향했다.마침 수업이 마치는 시간이라 성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조수경의 존재를 성연에게 말했다.“보스, 조수경이라는 여성이 고택에 머물고 있는데, 할머님과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주의 깊게 보셔야겠습니다.”한 팔로 책을 가슴에 붙이고 있던 성연은 곽연철의 말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넥타이, 곽연철이 말한 조수경이란 여자가 무진에게 사준 것이 아닐까 싶다.‘어떻게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지? 조수경이란 여자가 강씨 집안에 등장하자 마자 무진 씨가 못 보던 넥타이를 하고 있다니?’성연은 그런 우연 같은 것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곽연철의 앞에서는 절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성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말했다. “무진씨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그러나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곽연철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보스,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강무진은 그럴 생각이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 조수경이란 여자는 강무진에 대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강무진과의 협력 관계가 아무 좋다고 해도, 곽연철은 변함없이 보스 성연의 편이다.성연이 없었다면 강무진과 합작할 수도 없었을 터.성연은 마음을 좀 진정시키면서 입술을 오므렸다.“무진 씨는 자기 절제가 강한 사람이에요. 별일 없을 거예요.”성연은 강무진을 믿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외로운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게다가 곽연철의 말을 들어보면, 조수경은 강씨 집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존재감을 심어 준 것 같아.’너무 많은 의외의 일이 생기자 성연은 그다지 대범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지난 번에 소지연이 고의로 유혹해도 무진씨는 꿈쩍 하지 않았어.’‘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없을 거야.’“보스, 강무진에 대해서 너무 안심하지
무진은 식사를 한 뒤 고택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저택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갔다.그리고 안금여의 방으로 간 조수경은 안금여를 데리고 나와 정원을 산책했다.온실의 꽃들이 유난히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정원 안으로 들어 가자 진한 꽃향기가 절로 기분 좋게 해주었다.조수경은 안금여를 부축하면서 천천히 걸었다.아주 느릿느릿한 걸음이었지만 조수경은 조금도 귀찮아 하지 않고 안금여에게 싹싹하게 굴었다.한참을 걷다가 조수경이 물었다.“할머니, 추우세요? 제가 방에 가서 덮을 것 하나 가져다 드릴까요? 저녁이 되니 날씨가 좀 싸늘하네요.”조수경은 안금여가 퇴원한 지 얼마 안되었으니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만약 잘 돌보지 못한다면, 무진 오빠가 나를 탓할 거야. 내 이미지도 안 좋아질 테고.’“괜찮다. 이 할미는 옷을 두텁게 입었으니 괜찮아. 오히려 수경이 넌 좀 많이 먹어야겠구나. 너는 너무 말랐어. 이대로 너희 집에 돌아가면 내가 너를 박대했다고 네 할머니가 날 원망하지 않겠니?” 안금여가 농담으로 말했다.조수경이 혀를 쏙 내밀며 말했다.“할머니, 이곳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이전보다 더 잘 먹어요. 할머니가 거두어 주셔서 저희 할머니도 정말 마음을 푹 놓으셨고요. 그런데 어떻게 할머니를 탓할 수 있겠어요?”“여기 사는 게 익숙해졌어?” 안금여가 물었다.원래는 이곳에 몸을 의탁하러 온 조수경인데, 최근에는 오히려 자신을 돌보고 있었다.이 때문에 안금여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리고 조수경의 솔직한 생각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사람이 많으면 조수경이 난처해할까 봐 지금 단둘이 있을 때 물어보는 것.“집에 있는 것처럼 익숙해졌어요. 또 고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무진 오빠도 다 잘해 주는 걸요.” 조수경은 마음속의 진심을 드러내었다.그녀는 이 집안의 분위기가 좋았다.‘계속 여기서 지내고 싶어.’그러나 자신에게는 그럴 수 있는 마땅한 자격이 없었다.‘만약 내가 무진 오빠하고...’“네가 즐거우면 됐다. 네가 불편하면 어쩌나
조수경이 입을 열자 안금여는 바로 그 말 뜻을 이해하고 물었다.“수경아, 네가 일을 하고 싶은 거니?”조수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안금여도 두 말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어 내리며 말했다.“그럼 다음에 내가 무진이에게 본사에 자리를 알아보라고 하마. 아마도 네가 많이 도와줄 수 있을 거야.”상냥하고 결코 성질도 부리지 않는 조수경이지만, 사실 딱 부러지는 성격에 또 아주 총명한 아이임을 엿볼 수 있었다.이런 조수경이 무진을 도와준다면, 자신도 안심할 수 있을 터.조수경에게 다른 이상한 생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조수경이 사양하는 척하며 말했다.“할머니, 아니면 제가 다른 곳에다가 이력서를 넣어볼 게요. 본사 자리라니, 그럼 진짜 무진 오빠가 너무 난처할 거예요.”안금여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이미 여기 멀쩡한 회사를 두고 왜 다른 작은 회사로 가려는 게야? 게다가 네가 회사에 나가서 일하는 게 무슨 난처해 질이야? 만약 네가 일을 잘해 준다면 우리가 네게 감사할 일이지. 하다가 하기 싫으면 바로 그만 두면 돼. 별 거 아니야.”안금여가 그렇게 말하자 조수경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대답했다.“네, 할머니. 감사합니다.”조수경은 입이 절로 찢어지려 했지만 애써 눌러 참았다.자신의 진짜 목적을 이루자 마음속으로 의기양양했다. ‘내 계획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그리고 안금여 할머니가 허락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보아하니 요 며칠 내가 할머니의 호감을 많이 산 게 헛되지 않은 것 같아.’‘드디어 좋은 기회를 얻었어.’이른바 유리한 조건의 사람이 먼저 기회를 잡는 법. 무진과 함께 일하면서 무진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속셈이었다.물론 무진의 비서가 되는 것이 그녀의 목표.‘송성연의 자리를 내가 대신하는 것도 이제 곧이야.’‘무진 오빠가 송성연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감정은 항상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질 수밖에 없을 테지. 사람은 결국 자신의 곁에
조수경이 대답한 이상 안금여는 질질 끌지 않고 바로 무진을 본가로 불렀다.“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무진은 퇴근하자마자 본가로 왔다.오늘 일이 많아서 그런지 안색이 좀 초췌해 보였다.손자의 이런 모습을 보자 안금여의 마음이 아팠다.‘수경이도 배울만큼 배우고 야무진 아이이니, 무진의 곁에서 도울 수 있다면 안 될 게 뭐 있겠어?’원래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렇게 피곤한 무진을 보자 마음이 굳어졌다.“무진아, 수경이를 네 회사로 출근하게 해라.”그 말을 들은 무진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이전에 조수경이 했던 암시를 떠올린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할머니, 회사는 농담으로 말씀하실 곳이 아닙니다. 수경이는 다도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집에서 차를 연구하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회사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해내지 못할 겁니다.”안금여는 무진의 말에 찬성하지 않았다.“수경이는 똑똑하고 사리가 분명한 아이야. 우리 집에 온 지도 꽤 되었으니 너도 수경이가 무척 자존심이 강한 아이라는 걸 잘 알 거다. 회사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게 해도 돼. 또 수경이가 일을 하며 전문적인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게 좋아.”무진은 어쩔 수 없었다.“수경이는 집에서 할머니를 모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왜 굳이 회사에 나가게 합니까? 우리 강씨 집안에도 사람이 없지는 않잖아요?”무진은 솔직히 조수경이 회사에 나오는 걸 찬성하지 않았다.그렇게 되면 무슨 일을 시키더라도 불편할 것이다.조수경이 일을 잘 못한다고 해도 두 집안의 관계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고.무진은 연줄을 통해 회사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더군다나 조수경과 같은 여자아이라니.“무진아 별 거 아니잖니? 수경이가 제대로 할 수 있으면 계속하게 하고, 그러지 못하면 그만 두게 하면 되는 일 아니냐?”안금여는 무진이 얼마나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회사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조수경 하나 회사에 넣는다고 큰 문제가 되지
조수경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던 무진.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리 몇 가지 당부를 했다.“우리 WS그룹에 들어온다 해도 특별 대우는 기대할 수 없어.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거야.”회사는 개인이 경거 망동할 수 없는 공적인 곳이다. 그 점에서 특히 더 엄격한 WS그룹.개인적 친분이나 관계는 절대 보지 않는다.그만큼 공사가 확실한 곳이다.설사 이런 사적인 관계를 가진 조수경이라 하더라도 만약 잘못을 한다면 조금도 봐 주는 것이 없을 것이다.조수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진 오빠, 나도 배우려는 거니까 특별 대우 같은 건 바라지 않아요.”지금의 일을 누가 정확히 말할 수 있겠는가?자신이 회사에 나가서 무진도 모든 것을 알게 만들 것이다.무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럼 내일 인사처에 말해 놓을 테니 찾아가 봐.”“무진 오빠 고마워요.” 조수경은 정말 기분이 좋은 지 무진에게 허리까지 굽혀 절했다.“천만에. 회사에 오면 먼저 회사 규정부터 숙지하도록 해.”무진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자신은 전제를 달았다. 조수경이 해낼 수 있으면 하는 거고 할 수 없으면 그만두어야 한다고.강씨 집안에서 사람 하나 키우지 못할 리가 있겠나, 그 사람으로 조수경을 선택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알겠어요, 무진 오빠 말 잘 기억할게요.” 조수경은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일이 생기자 사람이 아주 활기가 넘쳐 보였다.옆에서 지켜보던 안금여가 흐뭇해했다.내일 회사 출근할 준비를 위해 조수경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첫 출근을 생각하니 여전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더군다나 출근하는 곳이 강무진의 회사다.절대 자신이 실수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조수경이 나가자 안금여는 무진을 보며 말했다.“회사에 있으면서 수경이에 대해 너무 모르는 척하지 마라. 내가 보기에 수경이 꽤 똑똑한 아이야. 제대로 좀 키워서 너를 돕게 하면 좋지 않겠니?”그러나 무진은 할머니 안금여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