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수색이 계속되었다.마침내 부하로부터 조수경의 소식이 전해졌다.부하의 보고에 따르면 조수경과 손민철이 북성 옆의 도시에 나타났다고 한다.무진은 본래 혼자 가려고 했다.이 소식을 듣고도 성연이 어떻게 기꺼이 집에서 기다릴 수만 있겠는가!성연은 정말 간절하게 조수경을 죽도록 고생하게 만들고 싶었다.“나 무진 씨하고 같이 갈래요!” 성연은 정말 화가 났다.다행히 조수경에 대해서 그래도 약간의 믿음은 가지고 있었다.‘조수경은 그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결국 마지막에 조수경 때문에 한바탕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조수경은 우리 모두를 바보라고 여긴 거야!’그리고 조수경은 일이 실패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걱정조차 하지 않았다.조수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쇼핑을 하고 있었다.손민철은 여전히 조수경의 뒤에서 큰 가방을 들고 따라다녔다.미니버스를 몰고 간 무진의 부하들이 길에서 바로 두 사람을 잡아왔다.두 사람은 한바탕 망연자실한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전혀 몰랐다.조수경과 손민철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쳤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빨리 나를 풀어줘, 빨리 풀어줘!”부하들은 더 이상 설명도 하지 않고 그냥 데려갔다.조수경과 손민철은 뒷좌석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손민철, 혹시 당신이 건드린 사람 아니야?” 손민철은 무고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내가 북성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미움을 살 수 있겠어?”“누가 알겠어, 당신은 나날이 분수를 모르잖아.” 조수경은 손민철을 원망하며 바라보았다.손민철은 조수경에게 조금도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단지 한 마디만 말했다.“당신이 다른 사람의 미움을 샀는지 생각해 보는 게 나을 텐데?”“내가 어떻게...”막 반박하려던 조수경이 갑자기 무슨 뭔가 떠올리고 말을 뚝 그쳤다.‘내가 저지른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강무진이 틀림없이 진상을 알았을 거야.’‘이 사람들은 아마도 강
어느 창고 안.무진과 성연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하들이 조수경과 손민철을 그들 앞에 데려왔다.“조수경, 조수경, 당신 심보는 정말 지독했어! 왜 나한테 약을 쓴 거야!”조수경을 보는 성연의 눈빛은 예리했다.‘같은 여자로서, 조수경은 이런 일이 한 여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알고 있었어.’‘그러나 조수경은 여전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내게 손을 댔어.’조수경의 추측대로였다.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역시 성연과 무진이었다.조수경은 무서워서 벌벌 떨며 눈물을 흘렸다.“성연 씨, 난 아니에요, 난 정말 아니에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이 결백하다는 걸 밝히고 싶었다.“아니라고? 조수경, 사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당신 거짓말이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성연은 냉소를 지었다.“나, 나는 무심코 그런 거예요. 내가 한 게 아니라 커피숍 종업원이 그랬어요. 나는 강요를 받고 그런 거예요.” 조수경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성연과 무진은 조수경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의 말은 모두 의문투성이야.‘아무런 원한도 없는 커피숍 종업원이 왜 내게 약을 먹였을까?’‘게다가 조수경은 현장에 있었어.‘저 여자야말로 가장 범행 동기가 있는 사람이야.’무진은 고개를 돌려 손민철에게 물었다.“저 여자는 다른 사람에게 사주를 받았다는데? 당신 아니야?”잡혀온 이후 지금까지 손민철은 줄곧 망연자실한 상태였다.조수경이 단지 자신을 이용했고,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 또 강무진을 유혹하려고 했다는 걸 손민철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손민철은 조수경에게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손민철이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나와 상관없습니다.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조수경이 떠나려고 한다는 걸 알고서 데리고 갔을 뿐입니다.”“정말인가요?” 무진이 자세히 보니 손민철의 표정은 진실했고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그럼 지금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조수경밖에 없어.’“정말 확실합
무진은 손민철이 줄곧 조수경을 대신해서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그들이 결국 함께 쇼핑도 했다는 건, 조수경이 말했던 그런 상황은 애초에 없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어.’‘지난번에 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무서워했어.’무진은 보고 있으면서 상황이 아주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손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원한이 있지 않나요?”손민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무진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성연이 제대로 보았다.‘이 모든 게 다 조수경의 거짓말이었어.’‘손씨 가문에 업신여김을 당해서 강씨 가문에 의탁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도 사실 모두 거짓이었어.’‘즉, 조수경은 결국 할머니까지 속인 거야.’‘할머니가 이전에는 정말 조수경을 좋아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할머니가 조수경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조수경은 자신이 이렇게 판을 짜고 모든 사람을 속인 거야.’‘조수경이 어디가 단순하다는 거야. 그야말로 뱀이나 전갈과 별 차이가 없어.’성연은 바로 조수경에게 다가가서 뺨을 때렸다.“빨리 진실을 말해. 네 목적이 도대체 뭐야?”조수경은 얼굴을 가린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지금은 일이 모두 발각되어서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어.’‘나와 무진 씨 사이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결국 조수경은 손민철에게 희망을 걸었다.그녀는 구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손민철을 바라보며 말했다.“민철 씨, 빨리 나를 도와줘. 저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게 전혀 아니야. 저 사람들은 고의로 나를 해치려는 거야.”조수경의 목소리를 듣자 손민철의 마음은 심란했다.‘강무진은 큰 인물이야. 절대 시간을 헛되이 소비하지 않아. 오해해서 조수경을 데려오는 번거로운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어.’‘모든 일이 조수경을 향하고 있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야.’손민철은 갑자기 좀 실망스러웠다.조수경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지만, 자신은 거의 조수경에게 코가 꿰인 채 다닌 것이었다.이제서야 자신이 조수경을 조금도
조수경이 어떻게 모든 일을 말할 수 있겠는가?더욱이 성연의 앞인데.‘송성연에게는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겠어.’조수경은 성연에게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송성연, 너는 정말 뭐라도 된 줄 아는 거야? 내가 왜 너한테 말해야 돼? 시골에서 올라온 촌닭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말하는 거야? 운이 좀 좋아서 강씨 가문에 들어가더니, 정말 자기가 작은 사모님이라도 된 걸로 생각하는 거야?”성연은 차갑게 입술을 깨문 채 조수경을 보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보아하니 조수경은 내 뒷조사를 한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으면 내 출신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그날 못 알아봤다고 했지.’‘그것도 조수경이 거짓말을 한 거야!’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본 조수경은 계속 비웃으며 조롱했다.“너희 강씨 가문의 할머니는 아직도 그렇게 순진한 걸 보면 정말 바보 같은 늙은이야. 그리고 너희 고모는 사업에서는 여걸이라고 하지만, 줄곧 내 손에서 놀아났으니 사실은 더 멍청해. 강씨 가문 전체에 똑똑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조수경이 한 말을 들은 성연은 그야말로 화가 나서 온 몸이 떨렸다.성연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조수경, 네가 강씨 가문에 왔을 때 고모와 할머니 모두 박하게 대하지 않았어. 그런 말을 하다니 양심에 찔리지 않아아?”“양심? 호호호.” 조수경은 무슨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이 크게 웃었다.“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가 양심을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어?” ‘아쉽게도 그렇게 많은 일들을 심혈을 기울여 계획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어.’‘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속이기 쉬웠어.’‘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강씨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내 손바닥 위에 있지 않겠어?’“송성연, 송성연, 왜 돌아왔어? 왜 돌아와서 내 길을 막은 거야?” 차가운 표정으로 성연을 바라보는 조수경의 눈빛은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이미 숨기지 않았다.“내가 너의 길을 막았어? 네가 내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네가 분수에 맞
성연과 무진은 조수경에 대해서 할 말도 없었다.조수경을 바로 본가로 데리고 간 뒤, 조수경의 진짜 모습과 그 범법 행위들을 일일이 안금여에게 말해주었다.안금여는 그렇게 믿었던 조수경이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 전혀 몰랐다.게다가 오랜 친구의 손녀라서 자신이 직접 받아들인 것이다.안금여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일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네 할머니도 속였니?” 조수경을 원망하면서 안금여가 말했다.‘뛰어난 줄 알았던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우리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당신은 그래도 할머니의 오랜 친구라고 하면서 결국 그 소식도 몰랐군요.” 조수경은 안금여를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게다가 얼마나 사이가 좋다고 했어.’‘결국, 우리 할머니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지.’“너, 너, 돌아가신 네 할머니가 알면 얼마나 네가 부끄럽겠어!” 안금여는 바로 지팡이를 들고 조수경을 세게 때렸다.한바탕 맞은 조수경이 아픔을 참고 말했다.“때려봐요, 나이를 먹고도 이러고 있으니 죽지도 않는 늙은이야!”“너, 너...”회개할 줄 모르는 조수경의 모습을 보자 안금여는 한바탕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제 모든 게 명백해졌어.’‘조수경은 할머니를 내세우고 스스로 강씨 가문에 왔지.’‘단지 자신의 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였어.’‘저 아이의 목적은 무진이였어. 강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이 되는 거야.’안금여는 조씨 가문의 내력을 알고 있었다.예전에는 한동안 그곳에 있었던 적도 있다.‘가풍과 가정교육도 좋은데 어떻게 조수경 같은 아이가 나온 걸까?’“할머니, 이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세요. 이런 사람은 할머니가 화를 내실 가치도 없어요.” 안금여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걸 본 성연이 서둘러 가서 안금여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말했다.가슴을 치던 안금여가 조수경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어쩌다 너 같은 흉악한 사람을 강씨 가문에 들어오게 했을까?”“아쉽게도 나는 들어왔고, 멍청한 당신들은 아직도 내게 놀림을 당하고 있지요. 강씨
쌍방이 대치하면서 얻은 결과는 비할 데 없이 실망스러웠다.그때 손민철의 집에서 사람이 왔다.바로 손민철의 친동생이었다.무진도 막지 않고 바로 들어오게 했다.손민철의 동생은 점잖고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강 대표님, 형님을 훈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이 여자에 홀려서 본업에 힘쓰지 못했습니다.”“됐습니다. 당신네 손씨 가문에서 좀 더 엄하게 가르침을 주기 바랍니다.” 무진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실 이 일은 완전히 손민철의 잘못도 아니었다.그래서 무진도 손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인상을 쓸 생각은 없었다.“당연히 그래야지요. 저희 형님이 고집이 세셔서, 제가 오기 전에 아버지께서 형님에게 강 대표님에게 인사하라고 특별히 신신당부하셨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손민철의 동생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형이 강씨 가문에 끌려갔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강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으려 했다.아버지가 가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괜찮습니다.”무진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사람을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지도 않았다.손민철의 동생은 이를 악물었다.‘강무진이 대처하기 어렵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결국 이렇게 맞추기 어렵다니.’‘보아하니 오늘 뭔가 내놓지 않으면 강무진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렵겠어.’손민철의 동생은 손민철을 노려보았다.‘온종일 일을 성사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망쳤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형님을 감싸야 해.’손민철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손민철의 동생이 앞으로 나와서 무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형님이 잘못하셨으니 저희 손씨 가문에서는 북성에 추진 중인 큰 프로젝트를 강 대표님에게 양보하려고 합니다. 강 대표님께서 가볍게 처벌해 주셔서 형님을 데려가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집에 돌아가면 저희 부친께서 반드시 잘 가르치실 겁니다.”‘이번에 손씨 가문은 바로 이 프로젝트로 북성에 발을 붙이려고 했어.’‘지금 이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은 그들이 북성
곧, 조씨 가문에서도 사람이 왔다.아마도 손씨 가문에서 알려주었을 것이다.조수경과 손민철 이 두 사람의 사소한 일이 없어도, 손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관계가 아주 좋았다.온 사람은 조수경의 부친이었다.조수경의 부친은 딸의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누가 조수경에게 이런 잘못을 저지르라고 했는가?조수경의 부친이 안금여를 향해 끊임없이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했다.“노마님, 노마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엄하게 가르치지 못해서 수경이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제 딸을 엄하게 가르치지 못했으니 만약 처벌하신다면 제게 벌을 내려주세요.”“이번에 사고가 날 뻔한 사람이 우리 강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것을 알아야 해. 만약 우리 강씨 가문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이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어?” 안금여는 매서운 표정이었다.일찍이 조수경이 그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자신들은 여전히 조수경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주었다.그러나 조수경은 조금도 깨닫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네, 저희 잘못입니다. 수경이가 철이 없습니다. 노마님, 수경이의 나이가 어린 것을 봐서 용서해 주십시오.” 조수경의 부친은 끊임없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그런 모습을 보자 안금여도 동정심이 들었다.‘자식의 잘못을 나이든 아버지가 짊어지게 해서는 안 돼.’‘하지만 반드시 조수경에게 오늘의 교훈을 기억하게 해야 해.’‘다행히도 성연이는 아무 일도 없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안금여는 평생 자책했을 것이다.“나는 용서하지만 내 손주며느리가 받은 놀라움은 누가 달래주겠어? 수경이에게 물어봐. 아직 어린 아가씨일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독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조수경을 보자 안금여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수경이가 잠시 뭔가에 홀렸을 뿐입니다. 수경이도 정말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조수경의 부친이 얼른 해명했다.그리고 옆에 있는 조수경을 잡아당겼다.“수경아, 빨리 할머님에게 사과를 드려야지
특별히 외국에서 돌아온 그래함이 성연을 방문했다.성연에게 재미있는 선물도 많이 가져왔다.의심의 여지없이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것이다.성연은 선물을 들고 손에서 놓지 않았다.그래함은 성연을 아주 잘 알고 있다.선물한 물건은 그야말로 모두 성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고 고른 것이다.“네가 좋아하니 됐어, 내가 이번에 괜히 오지는 않았구나.” 그래함이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바쁜 사람인데 시간을 내서 저를 보러 온 걸로 이미 만족해요. 또 무슨 선물까지 가지고 왔어요?” 성연은 그래함이 정말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매일 발을 땅에 댈 사이도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한가할 때가 드물었다.“다 들었어. 우리 성연이가 약혼자를 정했다고. 나는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한번 보러 온 거야.”그래함이 담담하게 말했다.오히려 목현수처럼 무진에게 적대적이지는 않았다.성연이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모두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성연이가 행복하면 돼.’그 이유를 들은 성연은 좀 어이가 없었다.“좋아요. 저녁에 데리고 와서 보게 해 줄게요.”“기다릴게.” 그래함의 말은 온화함이 가득했다.성연은 조치하기 전에 먼저 이 일을 무진에게 알렸다.성연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들었을 때 무진은 한순간 멍해졌다.“그 그래함 씨야?”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무진 씨가 생각하는 그 사람 같네요.”무진은 잠잠해졌다.‘성연이가 도대체 또 얼마나 많은 큰 인물을 알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건가?’그러나 성연이 소지한과 목현수와 아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 뒤에, 그래함을 아는 걸 기이하게 여기는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오늘 저녁에 시간이 돼요?” 성연이 물었다.“돼, 걱정하지 마. 내가 준비할게.” 무진이 바로 대답했다.‘만약 정말 그 그래함이라면, 어쨌든 예의를 잃어서는 안 돼.’저녁.성연, 무진과 그래함이 식당에서 만났다.‘자료상으로는 그래함은 줄곧 미국에서 거주해왔어.’‘그가 국내에 왔지만 국내 음식에 익숙하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