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진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진양산은 분개한 모습이었고 공포에 질렸던 진혜선은 아직도 몸이 저절로 떨렸다.어릴 때부터 곱고 정숙하게 자라서 순결을 아주 중시했던 진혜선에게는, 졸지에 당했던 이 모든 일이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다.“아저씨, 이제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세요?” 무진이 앉자 진양산이 차를 따라 주었다.“무진아, 정말 고마워.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혜선이는 아마도...”진혜선을 언뜻 보면서 무진의 어깨를 두드린 진양산은 마치 거대한 결정을 내린 듯이 엄숙한 표정이었다.“진씨 집안에서 이 혼사는 반드시 취소해야 해.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연계진과 같은 짐승이 목적을 달성하게 해서는 안 돼!”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진교철이 도대체 뭘 가지고 위협한 거예요?”혼사를 취소한다는 말을 듣자 진혜선의 표정이 마침내 좀 누그러졌다.성연의 마음은 전적으로 연계진 쪽에 있었다. ‘연계진이 갑자기 깨어나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진양산의 결정은 결코 의외로 보이지 않았다.성연의 시선이 갑자기 탁자 위에 떨어졌다.순간 눈빛이 빛나면서 눈동자가 커졌다.천천히 눈빛을 돌린 성연이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성연의 눈빛과 부딪치자 진혜선은 좀 피하는 것 같았다.“고마워, 성연아! 만약 너하고 무진이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사람들을 똑바로 볼 수도 없게 되었을 거야!”진혜선이 감격스럽게 말했다.그러나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진혜선이 시선을 피한다는 걸 알았다.마음속에 갑자기 많은 의혹이 일어났다.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너무 많은 걸 추궁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성연도 무진과 함께 진양산을 바라보았다. ‘진씨 가문이 연계진과 혼인을 하지 않는 한 강씨 가문에는 계속 유리할 거야.’“강 대표, 사실... 교철이 그 녀석이 이미 집안의 모든 자금을 장악했어. 그래서 그 방계 친척들이 나를 핍박하면서 이 혼약에 동의하게 했지.”진양산은 고통스러운 기색을 드러내며 한숨을
성연은 생각할수록 더욱 놀라게 되었다.‘아마도 이전에 사실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완전히 틀렸을 지도 몰라. 예를 들어, 혜선 언니가 내 남편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결혼한 뒤 성연은 줄곧 이렇게 생각했다.‘지금은 나를 좀 우습게 생각하겠지.’‘혜선 언니는 무진 씨하고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처럼 자랐다고 했어.’‘그리고 무진 씨의 취미, 행동 등 모든 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안 되겠어, 지금부터는 항상 이 여자를 경계해야겠어.’진혜선은 과연 줄곧 성연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진에게 차를 바꿔 주겠다고 하면서 눈앞의 그 찻잔 두 개를 슬그머니 가져갔다.무진과 진양산은 모두 연계진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빠, 저 사람이 아마도... 깨어난 것 같아요!”30분 후에 진혜선이 일깨워 주었다.무진과 성연은 피로가 가득한 표정의 연계진이 겨우 몸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몸의 통증을 느낀 연계진은 이를 악문 채 곧바로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무진의 모습을 본 연게진이 두 눈에서 갑자기 맹렬한 기색을 뿜어내면서 말했다.“강무진 씨...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건가요?”“연 회장님, 깨어나셨군요! 자신이 무슨 짐승 같은 행동을 했는지 아십니까?” 소파에서 일어난 무진이 곧장 연계진에게 다가가서 내려다보았다.억지로 몸을 떠받치고 일어난 연계진이 약간 휘청거리면서 곧바로 진양산과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진씨 가문 저택이야. 그렇지요?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들은 왜 아직도 강무진과 연결되어 있는 거죠? 이전의 약속은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연계진은 분명히 진양산에게 진씨 가문의 기업을 포기할 것인지 경고하고 있었다.격노한 진양산은 두 눈에서 불을 뿜을 듯이 노려보면서 흥분했다.“연계진, 이 짐승 같은 놈! 결국 내 딸에게 이런 볼썽사나운 짓을 저지르다니. 하마터면 네 욕심이 실현될 뻔했어! 잘 들어. 지금부터 진씨 가문은 더 이상 너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 거
성연과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무진은 추격하지 않았다.그의 실력이 결코 적호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호의 파괴력이 너무나 컸다. 몸에 총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여기서 적호를 가로막을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무진은 즉시 손건호와 서한기에게 알려서 진성의 모든 수하들을 적호의 추적에 참여하도록 했다.‘일단 찾기만 하면 바로 습격할 수 있어.’진씨 가문에서 돌아온 무진은 즉시 화상회의를 열었다.많은 WS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면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임원들은 어떤 불만도 없었다. 무진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다면 일이 절대로 간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연운그룹이 내일 반드시 움직일 겁니다. 모든 계열사에 조심해야 한다고 전달하세요! 구멍이 있다면 빨리 구멍을 메우고, 없다면 한번 더 잘 살펴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세요!”무진이 지령을 내리자, 방대한 WS그룹의 각 부분이 톱니바퀴처럼 고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무진은 바로 일부 자회사가 규정을 위반하거나 조작해서 연계진이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을 염려했다.그날 밤, 성연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뱃속의 아기는 마치 소란을 떠는 것처럼 끊임없이 위치를 바꿨다. 속을 거북하게 만들기도 했고 잠시 뒤에는 또 소변이 마려운 듯하게 만들면서 성연을 들볶았다.아침 10시 반이 되어서야 성연이 비로소 일어났다.무진은 이미 출근했고 서한기가 방금 돌아왔다. 눈 주위가 시커멓게 다크 서클이 내려앉은 모습이 어젯밤에 적호의 행방을 찾느라 잠도 자지 못하고 바빴던 게 분명했다.성연은 서한기에게 손건호와 번갈아 가며 주의하면 되니까 일단 좀 쉬라고 말했다.간식을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오늘의 뉴스를 살펴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늘의 메가톤급 헤드라인 뉴스를 보게 되었다.WS그룹의 고위 임원 7명이 갑자기 실종되었고, 경찰이 이미 개입했다는 뉴스였다![오늘 아침 소식에 따르면 WS그룹의 부동산, 의류, 자동차무역, 식음료
연운그룹 빌딩, 대표 사무실. 연계진은 오늘의 헤드라인 기사를 보자 실눈이 되면서 웃었다.“하하하...정말 하늘이 나를 도와주었어! WS그룹은 이번에, 반드시 중상을 입게 되겠지!”연계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오늘 마시는 물이 왠지 달게 느껴졌다.‘어젯밤, 강무진에게 비참하게 당했던 상처가 입가에 아직도 남아 있어. 그런데 운명은 이렇게 재미있다니!’“확실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결국 7개의 자회사도 7명의 대주주도 아니라 7대 업무 부문이기 때문이지. 내가 조사해 보니 실종된 7명은 모두 그 분야의 핵심 엘리트 인재였어. 그들을 없다면 이 분야에서 WS그룹의 발전 목표도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비서 자리에 앉아 있는 조수경은 인터넷상의 정보를 열람하면서 연계진에게 보고했다.진씨 가문이 연계진과 혼인할 생각이 없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다.이 소식은 이미 조수경에게 큰 기쁨을 안겨다 주었다.‘뜻밖에도 WS그룹에 이렇게 거대한 변고가 일어났으니, 송성연이라는 그 여자도 틀림없이 똥 씹은 표정이 됐을 거야.’이 역시 엄청난 놀라움과 기쁨을 주었다.“수경아, 커피 한 잔 줘. 강무진이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봐야겠어! 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누가 이런 큰일을 할 수 있을까?”연계진이 조수경에게 지시하자 조수경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유난히 개운한 마음으로 커피를 타서 언계진에게 건넸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연계진이 조수경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꽉 껴안은 채 곧바로 조수경을 쓰러뜨리고는 한바탕 진한 키스를 했다.형식적으로 발버둥치던 조수경도 곧 격렬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이제 더는 연계진을 뺏으려는 사람은 없겠지! 이제 다음 목표로 송성연에게 잔인하게 복수하는 일만 남았어.’...차를 몰고 WS그룹 본사로 간 성연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대표 집무실로 달려갔다.성연이 도착한 걸 본 비서가 신속하게 보고하자, 그 안에서 무진의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여보, 들어와.”성연이 문을 열고
성연은 회사의 운영에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 편에게 줄 수 있는 건 남편을 지지하면서 모든 걸 처리하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할머니가 근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이 성연에게 눈빛을 보내자 성연은 바로 깨달았다.“할머니, 여기는 무진 씨에게 맡기시고 저와 함께 집으로 가요. 요즘 제 요리 솜씨가 많이 늘었어요. 제 솜씨를 한번 보세요!” 성연이 할머니의 손을 잡으면서 애교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노마님은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젊은 부부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자 긴장을 좀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강운경이 남아서 무진을 돕기로 하고 고모부도 함께 저택으로 돌아갔다.성연은 확실하게 요리 기술을 과시하면서 무진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만약 자금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루카에게 연락하면 된다고 털어 놓았다. 결국 루카의 투자회사에는 충분한 자금이 있으니까.[당분간은 필요 없어! 이 일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야. 다만 WS그룹의 미래에 대한 영향은 좀 클 거야. 내가 지금 7명의 임원이 실종되기 전 상황을 조사하고 있어. 돈 때문인지, 아니면 원한이 있는지 항상 먼저 똑똑히 조사해야 해.][진성의 인원 중에서 일부를 빼낼 수 있어요. 적호의 행방을 추적해야 하지만, 지금 적호가 급하게 손을 댈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항상 손 비서하고 같이 다니세요. 나도 당신이 걱정돼요!][괜찮아! 할머니를 잘 돌봐 드려. 할머니가 너무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성연은 마지막으로 사랑의 키스를 날리자, 무진도 결국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다섯 가지 반찬과 국! 한 시간 남짓 노력해서 성연은 마침내 큰 성과를 거두었다.성연은 할머니에게 밥을 드리고 하나씩 시식하게 했는데, 할머니는 꽤 놀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성연이가 현모양처 역할을 잘 하는 모양이구나. 어쩐지 무진이가 너를 그렇게 사랑하더라니.” 할머니는 활짝 웃으셨다. 지금의 나이까지 살면서 큰 풍파를 너무나 많이 겪었다.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한 것이야말로 가장 얻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성연은 머릿속에서는 반응이 없었다.‘스승님께서는 내가 마지막 제자라고 말씀하셨어. 그 전에 내가 알던 사람은 현수 사형뿐이야.’‘스승님이 그 후에 또 다른 제자를 받은 적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어,’‘그런데 또 웬 후배?’문자 메시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린 성연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를 눈치챈 안금여가 물었다. “성연아, 왜 그래?” 정신을 차린 성연은 할머니를 너무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단지 무진 씨가 바빠서 식사하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좀 있다가 찌개를 좀 끓여서 갖다 줘야겠어요!”안금여가 씩 웃었다.‘성연이의 지금 모습은 확실히 현모양처 스타일이야. 우리 무진이게는 분명히 큰 도움이 되겠지.’말을 하면 바로 하는 스타일의 성연은 한 시간 동안 찌개를 만든 뒤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밥도 잘 못 먹었겠지요. 찌개를 좀 했는데 바로 갖다 줄게요!”“당신은 나한테 정말 잘해 줘! 정말 밥 먹을 겨를이 없었는데, 그럼 당신 찌개를 먹을 때까지 기다릴게!”찌개를 배달하면서 성연이 몇 번이나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봤지만, 그 어린 사매라고 말하던 사람은 더는 아무 정보도 보내지 않았다.성연은 상대방이 한 그 말을 다시 반복해서 보았다.“WS그룹을 구하고 싶습니까?”‘이 말은 이 사람이 오늘 WS그룹에서 일어난 큰일과 관련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겠어?’곧바로 차를 길가에 세운 성연이 문자를 보냈다.“당신은 도대체 누군가요? WS그룹의 사태는 당신이 일으킨 건가요? 당신은 도대체 어쩔 생각인가요?”그리고 상대방이 답장을 보내기를 묵묵히 기다렸다.하지만 한참동안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성연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혹시 조수경이 심심해서 장난친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성연은 일단 그 문자는 잠시 내려놓은 채 계속 WS그룹으로 찌개를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대표실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 이미 원래의 기운을
성연은 마침내 핸드폰으로 그 전화번호에서 보내온 동영상을 받았다.동영상에는 아마도 다른 나라의 저택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일곱 명의 임원들이 꼿꼿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빈 자리에 있는 여자는 모습만 찍혔을 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성연은 놀라서 멍해졌다. 이 동영상은 두말할 것 없이 지금 WS그룹을 뒤흔든 국면을 조성한 사람이 바로 이 여자, 자칭 막내 사매라고 하는 여자라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그리고 그 7명의 임원들의 상태를 보면 협박을 받은 건 아닌 것 같아.’‘스스로 원해서 WS그룹을 배신한 거야?’한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성연이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미 육개장을 다 먹은 무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왜 그래, 몸이 안 좋아? 혹시 뱃속의 꼬마들이 칭얼대는 거야?” 무진이 다정하게 물었다.성연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속에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는 걸 숨긴 채, 억지로 버티면서 씩 웃었다.“괜찮아요, 육개장은 맛있었어요? 앞으로 시간이 나면 매일 찌개를 끓여 줄게요!”“마누라가 끓이면 분명히 맛있을 거야. 그래도 그렇게 고생하지 마. 이제 뱃속의 녀석들을 잘 보살펴야지!” 손을 뻗어 성연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무진은 정말 아이들을 만지는 듯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막내 사매’에게 빨리 다시 연락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 모든 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빨리 알고 싶었다.‘남편이 중요 업무 분야의 책임자로 선정했다면, 분명히 WS그룹에 뛰어난 공헌을 했고 충성심도 확보했을 거야.’‘그런데 왜, 7명의 임원들이 모두 그 여자에게 매수된 걸까?’‘이것도 정말 미스터리야.’“정말 몸이 안 좋아? 여기 있지 말고 그냥 돌아가서 쉬도록 해.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섬세하게 살피면서 아내가 걱정이 된 무진이 말했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피곤하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집에 가서 좀 쉬면 돼요. 무진 씨도 너무 피곤하게
유럽, 샤넬 가문의 저택.샤넬의 배는 이미 수박처럼 동그랗게 변했고, 출산 예정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샤넬이 여전히 주전자를 들고 꽃에 물을 주고 있는 걸 본 목현수가 얼른 가서 샤넬을 부축했다. 원망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이런 건 이제 하지 마. 이런 일들은 정원사에게 맡기면 돼. 지금 당신은 반드시 뱃속의 아기를 잘 보호해야 해.”샤넬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었다.“괜찮아요. 당신 나라에서는 출산에 대한 생각이 우리하고 큰 차이가 있어요. 임산부는 사실 생각만큼 연약하지 않어요. 내가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의사도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출산 과정에서 위험이 증가될 수 있어요!”“내가 의사인데 내 말을 들어야지, 다른 의사의 말을 듣는 거야?”목현수는 갑자기 화가 난 척하면서 샤넬의 손에 든 주전자를 빼앗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샤넬을 정원의 나무 의자에 앉게 한 뒤, 내친 김에 과일도 가져왔다.“여보, 빨리 봐요! 녀석이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계속 나를 차고 있어요!”부랴부랴 목현수를 소환한 샤넬이 손으로 배를 덮자, 갑자기 배에 자국이 나면서 움직였다.심지어 그게 아기의 작은 발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툭툭툭...‘정말 세게 차네!’목현수가 언뜻 보니 샤넬이 눈살을 찌푸린 모습이 아기가 걷어차서 시큰시큰한 게 분명했다. 바로 정색을 하고 아내의 배에 다가가서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이 나쁜 녀석, 그렇게 세게 네 엄마를 걷어차면 안 돼! 자꾸 그러면 나중에 네가 세상에 나왔을 때 아빠가 때려줄 거야!”목현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뱃속의 아기에게 들리는 것처럼 정말 효과가 있었다. 순간 움직임이 뚝 멈췄다.“응, 그래야 착한 아기지! 우리는 함께 엄마를 보호해야 해. 매일 엄마를 괴롭히지 말고. 들었지? 네가 세상에 나오면 아빠가 재미있는 쿵푸를 가르쳐 줄게. 어때?”목현수는 아주 진지한 표정을 하고서 아내의 배를 향해 혼잣말을 했다.그런 모습을 보는 샤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