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한 방에 들어간 성연과 서한기는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다.서한기의 눈에는 짜증이 지나갔다.“보스, 두 사람은 무슨 말을 저렇게 오래할까요?”“내가 어떻게 알아?” 성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사실 들어온 지 10여분밖에 안되었지만 무척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다.“아니면, 우리 좀 엿들어 볼까요?” 서한기는 스스로 좋은 생각이라 여겼다.성연은 그를 한 번 냉담하게 쳐다보았다.“너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지 않아?”서한기는 그녀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 가에 붙어서 엿들었다.성연은 원래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도 서한기를 따라 문 가에 기대 엿들었다.성연은 다 크고 나서 했던 일 중에 가장 창피한 일이라고 느꼈다.어째서 이 방의 방음 효과가 이리 좋을 거지 하고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생각했다.두 사람은 단지 몇 글자를 띄엄띄엄 들었을 뿐이다.온전한 말은 못 들은 채.그러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행동에 성연과 서한기는 서로 마주한 채 즐거웠다.두 사람은 모두 마치 어린애 같았다.드문드문 성연은 강상철, 강상규 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성연은 좀 더 다가가서 더 자세히 들었다.그런데 손잡이를 눌러 문을 열어 버릴 줄이야.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아직 상태가 안 좋은 서한기의 온몸이 앞으로 돌진했다.성연이 얼른 서한기를 붙잡고는 쾅 하고 문을 닫았다.서한기는 여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보스, 어떻게 된 일입니까?”성연이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말하지 마.”몇 분이 지난 후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성연이 손을 놓았다.서한기는 눈썹을 찌푸렸다.“보스, 무슨 상황이죠? 강무진이 못 봤겠지요?”성연도 예기치 못한 사고에 눈썹이 찌푸려졌다.“못 봤을 거야. 여기는 곽연철의 집이잖아. 강무진이 우리와 곽연철의 관계를 아직 몰라. 여기에 있는 사람이 우리라는 것을 더욱 추측하지 못할 것이다.”성연은 침착하게 표현했지만 속으로는 이유 없이 짜증이 났다.그녀는 이렇게 무진을 속
아래층으로 내려온 무진이 손건호에게 지시했다.“당분간 사람을 보내 곽연철을 보호하도록 해. 은밀하게 해야 해. 너무 대놓고 해서는 안돼. 적어도 곽연철에게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돼.”이 일에 대해 무진은 절대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다.비록 곽연철이 집안 외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강상철과 강상규는 무진에게 외부 사람보다 못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그리고 곽연철은 WS그룹과의 합작 때문에 이런 재난을 당했다.아무래도 무진 자신이 보호하는 게 맞았다.“예.”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곽연철도 자신의 체계가 있지만, 자신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 어쨌든 좀 더 안전할 것이다.손건호는 이번에 무진이 진짜 화가 났음을 알았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렇게 심하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번에 강상철, 강상규는 정말 무진의 역린을 건드린 셈이었다.말이 끝나자 마자 손건호가 앞 좌석에서 운전하며 그들은 떠났다.손님이 떠나고 난 후.성연과 서한기가 방에서 나왔다.아무도 보이지 않자 성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곽연철이 웃었다.“강무진 대표는 정말 흔치 않은 인재입니다. 보스, 역시 안목이 뛰어나시군요.”성연은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무진을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니 그녀가 기분이 아주 좋았다.“그럼, 내가 누군데.” 성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잠시 멈추었다가 성연은 계속 말했다.“강씨 집안의 그 두 노인데, 강상철고 강상규는 정말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한다. 내 수하를 건드리다니. 강무진에게 절대 손을 대게 해서는 안 된다. 서한기, 너는 그 두 늙은 여우들에 단단히 경고해. 정말 우리를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 못하도록.”서한기는 성연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진지해졌다.“예, 보스, 알겠습니다.”설사 성연이 말하지 않더라도 곽연철의 형제로서 강상철과 강상규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며칠이 지나면 그들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절대 그들이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을.성연도 설명을 다 한 후에 아무 일도
좀 더 뒤에 서한기가 뒷문으로 나왔다.서한기는 곽연철을 보호하기 위해 무진이 보낸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무진에게 보고가 올라갔다.무진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서한기라는 인물은 성연과의 관계가 가볍지 않았다.무진은 기억하고 있었다.만약 사이가 좋지 않다면, 절대 둘이 같이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다만, 성연과 곽연철의 관계는 정말 그의 어머니를 구해 준 게 다일까?’그러나 지난 번 곽연철의 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을 때, 곽연철은 자기 아는 동생이라고 말했지만 무진은 그다지 믿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당분간 이 일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성연과 관련되지 않는 한 자신과도 상관없으니.손건호가 물었다.“보스, 사람을 보내서 이 서한기 쪽도 지켜볼까요?”그는 자신의 보스가 의심하는 것을 알고 먼저 물었다.“아니, 평소대로 하면 돼.” 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서한기까지 주시할 생각은 없었다.게다가 그는 지금 곽연철과 협력관계이다. 만약 경솔하게 서한기를 주시하는 건 곽연철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 된다.만약 곽연철과 서한기의 관계가 매우 좋은데 들키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알았습니다.” 손건호도 자기 보스의 생각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너는 가서 준비 좀 해. 며칠 뒤에 저쪽 두 분께 보낼 큰 선물로.” 무진은 마음속으로 이미 따지고 있었다.손건호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어떻게 할 지 가르쳐 주었다.손건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보스, 이거 정말 대단하네요. 앞으로 둘째, 셋째 할아버님은 감히 다시는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무진이 입 꼬리를 당겨올렸다.“이것은 연습에 지나지 않아. 두 분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해.”강상철과 강상규가 자신들에게 한 일에 비하면 자신이 한 일은 결코 지나친 게 아니었다.‘누가 먼저 잘못을 하라고 시켰나?’원래 그들은 표면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어쨌든 강상철, 강상규에게는 더 이
원래 무진이 쪽에서는 이미 계획을 세웠고, 강상철이 그물에 걸려 그들의 올가미 속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결국 무진이 쪽에서 움직이기 전에, 강상철에 관한 스캔들이 터졌다.‘강상철 부회장이 밖에서 첩이 있는데, 사생아도 있대요.’‘사생아는 이제 겨우 열 살이래요.’마침 세밑이라 강씨 집안의 친척들, 방계들까지 모두 돌아온 상태였다.이 일이 폭로되자, 강씨 집안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까지 모두 알게 되었다.강상철의 연세가 적지 않은데, 뜻밖에도 이런 사생아가 있다니. 게다가 강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 이 일은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많은 사람들이 댓글에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이 강씨 집안의 둘째 할아버지 강상철은 정말 노익장이야. 사람들의 시야를 크게 넓혀주었어. 할아버지가 되었는데도 밖에서 사생아를 기르다니, 쯧쯧쯧, 정말 몰라봤어.”“아직 잘 모르는군, 재벌 가문이라는 게 원래 완전 난장판인 걸. 사생아일 뿐인데 뭐가 궁금해? 정상적인 일이야.”“사생아라, 나는 강상철이 하루 종일 무슨 도덕 어쩌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결국 자신이 오히려 그렇게 도덕을 가장 지키지 않는 사람이 되었어.”동시에 이렇게 큰 사생아가 뜻밖에도 그렇게 여러 해 동안 숨어 있다가 이제야 발견되었으니, 어떤 사람은 둘째 할아버지 강상철의 수단에 탄복했다.이것은 도덕과 규범을 중시하는 명문가, 특히 강씨 집안과 같이 백 년 이상을 이어 온 명문 가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인품과 예의다.둘째 할아버지 강상철의 이 일은 늙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강씨 집안에 망신을 주었다.전혀 좋은 일이 아니야.그리고 강씨 집안에서 지금 인정하는 사람들은 모두 본부인에게서 태어난 자손들이다.사생아 따위는 모두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모두들 강상철이 어떤 사람에게 미움을 사서 이런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지 궁금해했다.강상철이 물러설 퇴로를 아예 남겨 두지 않았다.강상철은 이전에도 자주 자신의 손자를 훈계했다.바깥 여자들
“보스, 희소식입니다.” 손건호가 강상철 스캔들 기사를 들고 와 무진에게 보여 주었다.신기하다는 듯 기사를 확인한 무진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작은 할아버지 강상철의 연령에 이런 기운이 있을 줄이야.작은 할아버지의 약점이 이것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알았다고 표시한 무진이 입을 열었다.“작은 할아버지 쪽을 좀 더 예의 주시하면서 무슨 일이 있는 즉시 내게 보고해.”‘정말 흥미진진하게 됐군.’‘작은 할아버지에게 생각지 않은 사생아가 있다니.’‘아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일 테지.’점심 시간에 무진은 잠시 짬을 내어 고택으로 건너왔다.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운경도 이 일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둘째 숙부 강상철에게 진짜 사생아가 있다니, 이 소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운경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슬쩍 웃었다.강상철의 스캔들 기사를 보니 속이 다 후련했다.“강상철은 비즈니스를 할 때도 더러운 수를 많이 써서 원망을 산 사람이 우리 만이 아니야. 이번에는 약점을 잡혀 강씨 집안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구나.”안금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강씨 집안을 대표하는 얼굴로 누구 가릴 것 없이 모두 모범을 보여야 하건만.비록 더러운 짓을 하긴 해도 강상철, 강상규가 나름 규칙을 지키며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강상철이 뒤에서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을 줄이야.예전에 ‘성질 더러운 불구자’라며 무진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더니 이제 저들의 차례가 되었다.‘뼈를 찌르는 듯한 그 괴로움을 저들도 느껴 봐야 해.’안금여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기꺼이 이 사태를 관망하기로 했다.어찌 되었든 지금 곤경에 처한 강상철은 무진을 귀찮게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지금 터진 자기 스캔들 처리하기도 바쁜 강상철이 무진을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가.더군다나 마누라, 즉 둘째 동서가 두 눈 멀쩡히 뜨고 살아 있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짓은 터.그저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강상철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더러운 사생활이 폭로되었으니 당
폭로된 사생활 기사를 잠재우기 위해 강상철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의 스캔들로 시끌벅적했다.강상철의 아내 또한 알게 되었다.젊었을 때 혼인을 한 이래 평생을 강상철과 함께 해 왔다. 물론 서로 격이 맞는 두 집안 사이의 혼인이었다. 비록 최근 몇 년간 남편과의 사이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서로 예를 지킬 정도는 되었다.가끔이긴 해도 강상철 또한 자기 부인의 마음을 고려하기도 했다.강상철의 아내는 비교적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소 강상철과 다투지 않고 잘 맞춰 주는 편이었다.누군가에게서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내 남편이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몇 가지 사소한 일들이 생각났다.때때로 강상철의 몸에서 낯선 향수 냄새가 나서 물으면, 강상철은 늘 응대하는 고객의 것이라고 대답했었다.그래서 그녀는 남편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두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지내 오는 동안, 사생활 관리에 신중한 남편은 밖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그래서 별다른 생각없이 남편의 말을 믿었던 터였다.하지만 이 사건이 터졌을 때, 그녀는 이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그야말로 자신의 얼굴을 진흙 속에 처박은 셈이다.부모님 손에서 아무 어려움 없이 자란 탓에 다소 유약한 성격이라 하지만, 이런 치욕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곧장 서재로 달려간 강상철의 아내가 손을 들어 강상철의 얼굴을 때렸다.당혹스러운 일을 당한 강상철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만약 평소의 그녀였다면 강상철의 이 표정을 본 즉시 바로 겁을 먹었을 터였다.그러나 지금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나 그런 것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강상철이 큰 소리를 쳤다.“이 무슨 행패야?”서재에 있다가 이 장면을 목격한 강일헌은 아연실색했다.옛날부터 늘 할아버지에게 당하면서도 참고 살았던 할머니였다.할머니가 참 억울하시겠다고 늘 생각은 했지만, 이런 장면을 눈으로 보는
그날 오후.강상철의 처는 고택으로 달려와 안금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안금여는 집사에게 차를 따르도록 지시했다.“형님, 이번에는 정말 제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어요. 꼭 좀 도와주세요.” 강상철의 처는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안금여가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그지없다.강상철과 결혼해서 줄곧 집에서 남편을 내조하며 자녀 양육에 전념한 강상철의 처는 회사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회사 내 큰 집과 둘째, 셋째 일가 사이의 은원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그녀는 남편 강상철의 명령에 따라 자신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하지만 안금여는 바로 아래 동서인 그녀를 탓할 생각이 없다.때때로 많은 일들이 사실 본인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것을 어쩌겠는가?강상철의 처는 평소 손 위 동서인 자신에게 정중한 태도로 예를 지켜왔다.손 아래 동서의 성격을 잘 알기에, 만약 막다른 골목에 이르지 않았다면 결코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도 잘 알고 있다.가볍게 한숨을 내쉰 안금여가 입을 열었다.“일단 눈물을 그치게. 앞뒤 사정을 똑똑히 말해야 내가 뭐라도 도울 수 있지 않겠나?”바로 아래 동서는 시종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다.참지 못하고 터진 그녀의 울음소리가 거실 가득 울려 퍼졌다.결국 안금여는 아무 말없이 기다렸다. 울만큼 다 울고 나면 전후 사정을 자세히 말해 줄 테니.한참을 울고 난 강상철의 처가 드디어 감정을 추스렀다.계면쩍은 듯 안금여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형님, 죄송해요. 제가 면전에서 추태를 보였어요.”“괜찮아, 한 가족인 걸 뭐. 무슨 일인지 말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내가 도울테니.”안금여는 힘들어하는 동서를 차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어찌 되었든 동서가 잘못한 건 없으니까.’요 몇 년간 집밖 외출도 삼가며 행동거지를 조심해 온 동서였다.‘이딴 짓이나 벌인 강상철이 나쁜 놈인 거지.’“형님, 그 사람 양심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 사생아를 데려와서 키우겠다니요? 아들과 손자가 다 보고 있는데 부끄러운 줄도 몰라요.” 또
강상철은 이제 막 회사에서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그 기사가 나간 후로 사람들 모두 자신을 보면서 이상한 시선을 쳐다보았다.그러니 강상철은 속이 탈 지경이었다.그러나 자신이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한 게 분명했기에 뭐라 할 말도 없다.하지만 강상철 스스로는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그럼 애가 있는데 버리는 게 정상이야? 아무리 그래도 내 자식인데 내가 키워야지.’잘못이라면 지금 WS그룹의 실권을 큰 집이 잡고 있다는 것.만약 자신이 실권을 쥐고 있었다면 아무도 찍 소리 못했을 터.이 일이 있고 나서 권력에 대한 강상철의 갈망이 더 커졌다.집에 돌아오면 좀 쉴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고용인이 알리길 마누라가 뛰쳐나가 강씨 집안 고택으로 갔단다.강상철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최근 마누라를 나쁘게 대하지 않았지 않는가? 먹여줘, 입혀줘 또 뭘 어쩌라고?’‘평소에는 보기만 해도 설설 기더니, 지금 감히 큰집 형수 안금여를 찾아갈 생각을 해?’게다가 우리와 큰 집이 어떤 관계인지 몰라? 그런데도 큰 집으로 쫓아가서 안금여에게 말해? 이거 일부러 날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거 아냐?’화가 나는 게 먼저인지 창피한 게 먼저인지도 모르겠다.아내를 데려올 생각에 강상철은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강상철이 고택 입구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안금여가 자신의 자식을 족보에 넣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이 들렸다.강상철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그러나 사실 그랬다. 만약 형수 안금여가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어린 아들은 평생 조상들 앞에 나서지 못할 것이다.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을 떠올린 강상철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안금여의 동조를 구하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형수님, 어찌 되었든 그 아이도 우리 강씨 집안의 혈육입니다. 만약 보고 싶지 않다면, 제가 밖에서 키우면 됩니다. 그러나 이름은 제 성을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강상철은 원래 이 사실을 좀 더 오래 숨겨 둘 생각이었다.아이가 좀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