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중이 약물의 원래 처방전을 보낸 후, 전화를 끊은 성연은 쉬지 않고 해독제를 조제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요 며칠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며 이미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무진에게 말한 기한까지는 아직 좀 남았지만 말이다.아직 약을 조제하지 않은 상태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여태껏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사부님은 할 수 있다고 하면 반드시 할 수 있는 것이다.이 세상에서 사부님만은 절대 자신을 해치지 않을 터였다.해독제의 처방을 구했으니 약을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게 훨씬 간단해졌다.그러나 성연은 혼자 바쁘게 움직였다. 짧은 시간에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시간이 되면 성연은 학교로 돌아가야 했고,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가 데리러 왔다.하지만 이 잠깐의 시간 동안 성연은 해독제 제조를 절반 정도 해내며 성과를 거두었다.연구실 문을 닫은 성연은 학교 근처로 가서 집안의 운전기사를 기다렸다.그녀가 계산한 시간은 정확했다. 도착하고 몇 분 뒤에 바로 기사가 도착했다.성연은 바로 차에 올라탄 후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해독제를 연구 제작하는 것은 정말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성연은 매우 피곤하다.지금 시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그냥 자고 싶었다.집으로 가는 동안 잠깐의 쉰 덕분에 저택에 도착한 성연은 정신이 많이 맑아졌다.요 며칠,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엠파이어 하우스에 살지 않고 무진의 또 다른 별장에서 지냈다.엠파이어 하우스보다는 조금 작지만 그래도 환경도 아주 뛰어났다.성연은 사는 곳에 대해 까다롭지 않았다. ‘그저 지낼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뭐.’무진과 함께 있으면 그녀는 항상 마음이 편안해졌다.성연이 집에 도착했을 때, 무진은 거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성연이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갔다.“시간이 언제인데, 아직도 서류를 보는 거예요? 자신의 몸이 얼마나 나쁜지 아직 몰라요다?”무진이 고개를 들어 성연을 한 번 본 뒤에 순종적인 자세로 서류를 덮
성연은 겨우 하루 반 걸려 해독제 제조를 끝냈다.하지만 그녀도 일주일 후에야 무진과 연락이 닿았다.역시 변장을 한 후에 무진과 만나기로 약속했다.성연은 무진과 만날 때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옷을 입었다.다행히 겨울이기도 해서, 터틀넥 스웨터에 장갑을 껴서 원래 모습과 관련된 어떤 특징도 드러내지 않았다.어쨌든 무진과 아침저녁으로 오랫동안 함께 지냈기 때문에, 그녀는 여전히 무진이 알아차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해독제를 챙긴 성연은 처음 만났던 그 카페에 가서 무진을 기다렸다.무진이 곧 도착했다.성연은 나무상자에 담긴 알약을 무진에게 건넸다.“강 대표님, 당신이 원하던 물건이 바로 안에 있습니다. 이 알약은 많은 진귀한 약재가 사용되었으니, 조금씩 사용하는 거 잊지 마세요. 다 없어지지 않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며칠 더 기다려야 해요.”무진은 정중하게 약 상자를 받은 후 양복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고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약을 잘 받았습니다. 이번 일은 정말 당신을 귀찮게 했습니다.”“천만에요. 돈을 받고 해주는 일인데, 당연한 거죠.” 성연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약은 내가 이미 줬어요. 나중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직접 연락해도 돼요. 별일 없으면 갈게요.”그녀는 막 걸어서 가려고 하는 순간,무진이 불러 세웠다.“고 선생님, 이 일을 도와주셨으니 제가 식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성연은 무진의 부탁을 바로 완곡하게 거절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제가 잠시 일이 있어서 당신과 함께 식사할 수 없을 것 같네요.”그녀는 무진의에 곁에 오래 있으면 노출될까 봐 걱정했다.고 선생이라는 신분으로 무진과 너무 많이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무진이 정말 뭐라도 발견하게 되면, 그땐 정말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었다.그리고 직접 노출되는 것도 피해야 했다.만약 정말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난감하기 그지없는 장면이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그리고 성연은 떠나기 전에 자신의 외부 신분에 관해 어떤 것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드러나
성연이 이미 여러 차례 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진은 끈질기게 초대했다.성연이 그와 밥을 먹지 않는 한 그만두지 않을 태세다.성연은 마음속으로 다른 여자에게 밥 사주는데 왜 이리 열심인 건지 욕을 퍼부었다. 성연은 좀 불쾌했다. 물론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은 채.무진의 이런 행동은 마치 마음속에 박힌 가시처럼 그녀를 불편하게 하지만 그 느낌이 그리 분명하지는 않았다.무진은 성연의 가라앉은 기분을 느꼈지만 모르는 체했다.무진이 계속 말했다.“고 선생님, 이 옆에 마침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맛도 괜찮더군요. 가서 먹어 보시죠.”무진은 아주 저자세라고 말할 정도로 태도를 낮추었다.성연을 제외하고는 누구 앞에서도 이런 말투로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성연은 마음속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고 선생이 무진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무진은 고 선생을 유난히 특별하게 대했다.성연은 그가 재삼 설득하는 것을 보고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성연은 무진과 함께 식당으로 걸어갔다.손건호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식당 룸에 도착하면 손건호는 밖에 있고 무진과 성연은 안에 있다.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성연은 갑자기 말했다.“대표님 비서도 함께 식사하도록 하지요. 어차피 수저 한 쌍 더 놓는 것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성연은 만약 손건호도 함께 한다면 무진의 주의력이 내내 자신에게만 집중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면 드러날 확률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성연은 이런 제안을 했다.누가 알았겠는가, 말을 듣던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한순간에 그의 얼굴색이 다시 평소처럼 회복되며 담담하게 말했다.“손 비서는 나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불편하게 생각할 테니, 고 선생님은 그를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차분한 표정의 무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무진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성연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기분이 좋지 않은
무진은 평소에 담백한 음식들 위주로 먹는데 방금 그가 주문한 음식들은 모두 자극적이었다.무진과 같은 사람들은 건강에 주의하기 때문에 성연은 좀 의심스러웠다.동시에 그녀는 무진이 자신을 떠보기 위해 주문한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그래서 마음이 조마조마한 성연이 물었던 것이다.만약 그녀가 무진을 의심하게 하지 않았다면, 기껏해야 마음대로 이야기를 나눴을 뿐, 무진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말을 듣던 무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미안합니다. 무의식 중에 내 약혼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시켰네요. 만약 고 선생님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시 주문하겠습니다.”성연의 마음속에 기쁨이라는 감정이 마구 솟아올랐다.그러나 무진이 눈앞에 있는 관계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얼굴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성연은 차분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먹을 수 있습니다. 번거롭게 바꾸시지 않아도 됩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의 주문을 다한 것을 보고는 메뉴판을 덮고 종업원에게 건넸다.성연은 턱을 괴고 테이블 위에 새겨진 꽃무늬를 무료하게 바라보았다.지금 그녀는 무진과 함께 한 공간에 있었다.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분위기가 좀 경직되었다.말이 많아지면 실수도 많아진다는 원리에 따라 성연은 자연히 입을 열지 생각이다.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평소에 마음이 초조하거나 심심하거나 긴장하면 작은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성연이다.게임의 세계에 몰입하면 모든 고민을 잠시 잊을 수 있다.그녀는 스테이지를 통과할 때의 스릴을 즐겼고, 난이도 높은 게임을 하며 자신의 정복욕을 자극했다.성연은 머리를 파묻은 채 게임에 몰두했다.무진은 맞은편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특히 게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무진의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졌다.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무진의 시선이 흔적 없이 성연의 몸으로 향했다.뜨거운 무진의 눈빛을 성연이 눈치 채지 않을 수
중도에 무진은 화장실에 갔다가 전화를 걸어 성연이 집에 있는지 물었다.그러자 집사가 대답했다. “도련님, 잊으셨습니까? 사모님은 아직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고 계십니다.”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늦었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까?”집사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고 말했다.“아직 30분 정도 남았습니다. 평소에 운전기사가 2시간 늦게 모시러 갑니다.”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그의 마음속에 황당한 생각이 하나 들어왔다.고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성연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또 감히 확신하지 못했다.성연을 쉽게 떠볼 수도 없고.만약 자신에게 들킨 성연이 자신을 떠날까 봐 겁이 났다.그는 성연에게 많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캐보지 않았다.성연이 떠날까 걱정하는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그러니 차라리 모른 척하는 게 낫다.무진이 눈앞의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단지 방금 고 선생과 함께 있으면서 점점 더 그녀가 성연같이 느껴졌다.마음이 좀 어수선하다.똑똑똑-화장실 문에서 가벼운 소리가 들려왔다.무진은 모든 감정을 가라앉히고 큰 소리로 말했다.“들어와.”무진의 대답을 들은 손건호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리고 무진 앞에 공손히 서서 불렀다.“보스.”무진이 눈을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손건호는 바로 말했다.“경비원이 고 선생님이 준 해독제를 먹고 벌써 회복되습니다.”무진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는데, 뜻밖에도 그렇게 빨리 회복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명의의 제자는 명불허전이다.무진이 물었다.“경비원이 뭐래?”손건호가 말했다.“경비원이 말하길, 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다. 뜻밖에도 감히 당신에게 손을 대다니요. 보스, 지금 이미 유용한 소식을 들었으니 그가 약간의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경비원의 역할이 아직 크긴 하지만.그러나 무진에게 닥
성연은 차에서 내려 무진과 함께 연구소로 돌아갔다. 무진이 떠난 뒤에 그녀의 얼굴은 평온과 냉담함이 사라지고 초조한 빛이 가득했다.그녀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교복을 꺼내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고 청아한 작은 얼굴을 드러냈다.위장한 그 옷을 벗어버린 성연은 문을 열고 곧 떠나려 했다.연구소 직원 한 명이 자료를 가지고 입구로 오는 것이 보였다.성연을 본 직원의 눈이 반짝였다.“보스, 계셨어요? 마침 제가 여기에 모르는 곳이 있습니다.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오늘은 일이 있으니 다음에 하자.” 성연은 말을 마친 후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그 직원은 제자리에 서서 성연의 뒷모습을 보고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 문제는 그를 며칠 동안 곤경에 빠뜨렸는데, 가까스로 보스를 만났건만 결국 버려졌다.그가 슬퍼하는 것을 2초도 기다리지 않고, 한 사람이 뒤에서 그의 어깨를 잡아당겼다.“무슨 어려운 문제야? 형님에게 보여줘. 저렇게 바쁜 보스를 방해하면 안 돼지.”직원이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할 수 있으면, 내가 그렇게 한 문제에 매달려 있었겠어?”말이 끝나자 그는 자료를 들고 떠났다. 다른 직원은 그 모습을 보며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따라갔다.성연은 연구실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차가 뒤집히기라도 하는지 줄곧 운전사에게 빨리 하라고 재촉했다.운전사는 그녀가 그렇게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엠파이어 하우스로 갔다.이 운전사는 여전히 성실해서 평소 성연이 집에 도착할 때보다 시정이 절반으로 단축되었다.그녀는 돈을 더 주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힐끗 훑어보니 거실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본 성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진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소파에 앉자마자 집사가 다가와 물었다.“작은 사모님, 야식을 드시겠습니까? 오늘 밤 야식은 무엇을 준비할까까?”성연은 자신이 방금 무진과 먹었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성연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핸드폰 화면을 넘기면서 만둣국을 홀짝홀짝 먹고 있는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인다.그러나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걸어가서 성연의 휴대전화를 채어 갔다.온라인 기사를 보고 있던 중에 갑자기 무진이 폰을 뺐어가니, 성연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무진 씨, 뭐 하는 거예요?”무진은 성연의 뺨을 쥐었다.그의 동작은 가볍지 않았다. 곧 성연의 볼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이 동작은 일종의 징벌의 의미가 있다.성연은 뺨이 아팠다. 얼굴을 가리고 눈에 생리적인 눈물이 맺혔다. 눈물이 눈가에 맴돌았다. 떨어질 듯 말 듯 불쌍해 보였다.무진은 마음이 약해지지 않은 채 화면을 끄고 휴대폰을 다른 쪽에 놓았다.자신은 성연의 옆에 앉았다.성연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의자를 들고 좀 멀리 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만둣국을 먹었다.무진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어쨌든 넌 의술을 한다는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 핸드폰을 보는 게 눈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몰라? 응?”그 이유를 듣고 성연은 어이가 없었다.“무진 씨, 당신 방금 영감님 같은 소리 한 거 알아요? 난 어쨌든 성인인데 가끔 놀면 어때서? 게다가 그동안 내가 그렇게 바빠서 놀면서 긴장을 풀고 싶었는데, 당신은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댔어!”성연은 가슴이 답답해서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돌아갔다. 그리고 고소하는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오래 허둥지둥 일하며 애써 도와줬건만, 이런 작은 자유마저 박탈하다니.‘나는 뭐 쉬운가?’“나는…….”무진은 단지 집안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성연의 반응이 그렇게 격렬할 줄은 몰랐다.성연은 계속 머리를 묻고 그릇에 있는 만둣국을 재빨리 먹었다.입에 만두를 물고 있는 그녀의 동작은 매우 무거워서 마치 만두에게 분풀이를 하려는 것 같다.강씨 집안 요리사의 솜씨는 아주 좋아서 작은 만두 속의 재료가 아주 꽉 찼다.“맛이 신선하고, 성연은 원래 무진을 초
다음 날, 안금여는 회사에 갔다. 월요일은 회의와 총결산이 있는 날이었다.지난 한 주간 내내 무진은 자취를 감추었고, 무진이 자리를 비운 동안에 안금여가 관리해 왔다.회사의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들 뒤에서 이에 대해 떠들어댔고, 온갖 버전의 말들이 쏟아졌다.안금여도 들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 사람들이 떠들고 싶은 대로 떠들라고 내버려 뒀다.평소에 강상철과 강상규는 시늉만 하다가 회의가 끝난 후에 자신들의 의견을 말했다.그러나 오늘은 아예 대놓고 자신들의 목적을 바로 말했다.“회장님, 회사 대표 자리가 일주일이나 비어 있습니다. 이제 적당한 사람을 찾아 회사를 맡아 관리하게 해야 합니다. 옛말에도, 나라에는 하루라도 왕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내 많은 사람들이 회장님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강상철이 먼저 의견을 제시하며 선전포고를 했다.무진의 사고 있은 후로 이미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무진에 관해서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파견한 수하들도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했다.그 말은 강무진이 어쩌면 정말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설령 강무진의 수단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말이다.결국에는 자신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무진이 없는 지금, 큰 집은 안금여 늙은이 혼자였다. 강상철과 강상규는 당연히 두려움을 상실했다. 큰 집의 입장 같은 건 봐줄 생각 없이 대담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주주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무진이 나타나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나며, 안금여의 관리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강상철, 강상규는 모든 주주들이 자신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자신했다.그래서 강상철과 강상규는 회의 절차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그런 말을 한 것이다.“업무보고를 위해 많은 부서장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업무 보고 끝나고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안금여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강상철,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