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선의 시어머니는 안금여에게 말을 걸었고, 왕대관은 강상문과 무진을 돌아가며 말을 거느라 무척 바빠 보였다.아무도 이쪽에 주의를 주지 않을 때, 차가운 얼굴의 성연이 진미선을 다른 한쪽으로 불렀다.성연은 진미선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모두 자신이 벌여 놓은 일인데 지금 안 그런 척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정색을 하고 있는 성연의 얼굴이 보기 안 좋았다. 말투도 따지는 듯했다.“무슨 생각이에요?”만약 진미선 혼자였다면 나았겠지만, 지금 온 가족을 데리고 왔다.‘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진미선 자신 또한 저 가족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설마 나를 보러 왔을까?’‘강씨 집안이 방문 목적인 거지.’성연이 이렇게 묻자 진미선도 다소 난감해했다.“나는 막았어. 그런데 저 사람들이 꼭 와야 된다고 우겨서. 성연아, 네 외할머니를 봐서 내 체면을 세워줘. 안 그러면 내가 돌아가서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힘들 거야.”사실 진미선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왕대관에게 설득을 당했다.이제 진미선이 임신한 아이가 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왕씨 집안에서 진미선의 지위는 더 낮아졌다.시어머니는 매일 진미선에게 빈정대며 욕을 퍼부었고, 진미선은 마음이 괴로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이것도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뱃속에 남자아이를 임신했는지 여자아이를 임신했는지, 그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게다가 임신을 하자 왕대관은 한동안 진미선을 냉대하더니, 얼마전에는 뜻밖에도 각방을 쓰자고 했다.진미선은 마음이 몹시 괴로웠지만, 곁에 말할 사람이 없어 그저 고통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고, 혼자서 이런 고통을 감당하고 있었다.그래서 왕대관이 새해가 된 김에 강씨 집안에 인사를 가는 것을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을 때 설득되었던 것이다.만약 강씨 집안에서 자신들을 도와준다면 시어머니도 진미선을 좋게 볼 테니까.그날 사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던 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왕씨 일가족을
성연은 진미선에게 잠시 말을 하고 돌아갔다.거실에 들어가자 왕대관의 온갖 허풍이 들렸다.자기 회사의 업무에 대해 마구 떠들고 있었다.“강 대표님, 내가 최근에 해외의 한 거대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설 지나고 나서 이 사업이 또 시작이 될 겁니다. 우리 회사의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지 않으면 해외의 회사도 합작하지 않았을 겁니다.”왕대관은 번지르르하게 말을 늘어 놓으며 듣는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무진과 강상문은 바보가 아니라 매일 회사를 관리하는 경영자들이었다.그러니 어찌 왕대관이 한 말의 진위 여부를 분간하지 못하겠는가?단지 들추어내기 귀찮을 뿐.만약 업무 수준이 정말 충분하다면, 강씨 집안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을 테고, 업계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테지.그러나 왕대관은 나이가 이미 들어서 회사를 끌고 갈 방법이 없었다. 회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합작 회사에 대한 무진의 요구는 매우 높았다.적어도 전망이 보이는 회사여야 했다.왕대관 같이 입만 열면 허풍인 사람은 무진의 고려 대상에 아예 없었다.무진이 기본적으로 응대할 생각이 없어, 강상문이 전적으로 왕대관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그렇습니까? 왕 선생님, 대단하시군요.” 강상문은 겉으로만 웃음을 지었다.“보통, 보통입니다.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단결이지요.”왕대관도 덩달아 웃으며 자신이 이미 강상문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비록 강무진이 그에게 좋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건 무진의 성격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왕대관 역시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다.그러나 강상문은 강무진의 삼촌이다. 강상문이 자신을 알아준다면 강무진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나?어차피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인데.“우리와 합작한 회사는 우리 회사에 대해 높은 평가를 줍니다. 앞으로 강무진 대표가 사업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를 찾아와도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사람이다. 자기 사람이
이렇게 왕씨 가족은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한 시간이 지났다.안금여는 원래 끝까지 응대할 생각이었지만, 왕대관의 모친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는 두 마디였고, 안금여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모친은 참으로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안금여의 얼굴에 그런 표정을 떠 올라 있는데도 그녀는 보지 못했다.가장이 섞인 건지 진짜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을 더 이상 고택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핑계를 대어 왕대관 모친의 입을 막았다.“조금 있다가 우리는 친척과 친구가 올 예정이라 아마 여러분들을 계속 접대할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여러분과 식사는 힘들겠습니다.”왕씨 가족을 이곳에 이토록 오래 머무르게 한 것만으로 이미 왕씨 집안의 체면을 크게 세워준 것이다.왕대관의 모친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다가 속으로 실망하였다.원래는 남아서 같이 식사할 생각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남아 있겠다고 할 염치가 없었다.그리고 강씨 집안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안금여가 말한 것은 분명 축객령이었다.왕대관의 모친은 비록 이번 기회를 갈망했지만, 일의 경중을 잘 알고 있었다.어차피 성연이 여기에 있으니, 다음에 또 방문하면 될 것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그래서 왕대관의 모친은 다 알고 있는 척하며 말했다.“회장님이 친척을 접대하려고 하시는데 당연히 친척을 접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님 접대하는 데에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남아 있으라고, 남아 있으라고 해, 하고 속삭였다.하마터면 그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뻔했다.그녀는 정말 강씨 집안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만약 여기에서 식사 한 끼를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나중에 돌아가서 평생 자랑거리가 될 텐데.그러나 안금여는 그녀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말했다.“정말 죄송하군요. 여러분 멀리서 방문해 주셨는데.”안금여는 당연히 그들 일가족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왕대관이 차를 몰고 있었다. 왕대관의 모친은 내내 궁시렁거리며 마음속의 불만을 터트렸다.“강씨 집안의 저 태도는 우리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갔는데, 누구에게 인상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왕대관이 앞에서 운전하며 말했다.“강씨 집안 같은 사람들이 사람을 무시하는 건 정상이에요? 어머니, 마음을 잘 다스리며 관계를 잘 맺을 때까지 기다리면 괜찮을 겁니다.”그는 아주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정당하게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미 한 걸음 내디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강씨 고택 입성은 북성 시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지.지금 자신들이 들어갔다는 것은 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것이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관계를 잘 맺도록 기다려야 해? 저들을 보니 화가 나. 어쨌든 강무진의 장모 아니야? 그런데 한 번도 부르지 않아. 특히 네 딸, 성연이, 애가 싸가지가 없어. 우리를 위해 말 한 마디 할 줄 몰라. 봐라, 딸은 여우야, 아무 쓸모가 없는. 어렸을 때 싹이 노라면 커서도 믿을 수 없다.” 시어머니가 또 진미선의 배를 가리키며 빈정대기 시작했다.진미선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어머니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그러나 시어머니는 너무 지나쳤다. 성연이 때문에 강씨 고택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성연일 욕하다니 정말 인정머리가 없었다.진미선은 주먹을 꼭 쥔 채 생각했다. 이런 날은 정말 너무 억울해서 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고.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바보도 아닌데 어떻게 시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진미선이 입을 다물자, 왕대관이 입을 열었다.“엄마, 앞으로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세요. 만약 성연이 없었다면 우리도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정말 강씨 집안이 우리 체면을 세워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우리는 성연이에게
왕씨 일가족이 떠난 후, 강씨 집안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강운경이 즉시 불만을 드러내며 말했다.“저 가족은 여기 와서도 성연이 여기서 잘 지내는지는 관심도 없어요. 어른이라고 할 사람들이 심지어 성연이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자기들 관계 만들기에만 급급하다니.”여기까지 말하던 운경은 성연이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성연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도 못 받으면서.이렇게 좋은 아이가 분명한데, 만약 자신에게 왔다면 자신은 절대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텐데.안금여가 옆에서 말했다.“괜찮아, 성연이는 우리가 아끼고 보살피면 충분해, 무진아, 요 며칠 네가 출근하지 않는 동안 시간을 내서 성연이와 같이 보내. 우리 성연이 다른 사람이 괴롭히지 않게 하거라!”그녀는 줄곧 보호받는 하룻강아지 같았다.왕씨 가족은 성연이에 대한 태도가 좋지 않은 게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송씨 가족도.성연이 도대체 뒤에서 얼마나 많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지.안금여도 속으로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성연이 저런 가정에 있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들어가 살았더라도 앞으로 틀림없이 화풀이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이전에 성연이 결핍되었던 부분을 강씨 집안에 온 이후 하나하나 성연에게 채워주고 있었다.지금 성연은 바로 자신들의 아이였다.그녀는 성연에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들 어느 것도 부족함 없이 채워 줄 것이다.그녀는 성연에게 유일무이한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이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요, 할머니.”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성연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진미선은 사람을 이곳에 데리고 오면서 성연에게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줄곧 송종철과 진미선은 정말 귀찮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자신에게 이처럼 잘해 주는 강씨 집안 가족들을 성연은 이런 일들로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안금여와 가족들은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이런 일을 귀찮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또 자신이
왕 씨 가족이 집에 온 이후로 분위기가 좀 좋지 않았다.오늘 일찍 일어난 성연은 모두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쉬었다.안금여는 무진을 불렀다.“무진아, 성연이 쟤가 얼마나 불쌍한지 봐. 앞으로 너는 성연이한테 잘 해줘야 해. 걔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돼.”안금여의 말을 듣던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할머니, 성연이는 자존심이 강해요. 성연이가 원하는 건 우리의 동정이 아니라는 걸 잘 아셔야 합니다. 성연이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아도, 성연이 스스로 잘 살 수 있어요. 성연이에게 잘 해주라는 할머니 말씀은 맞지만, 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때로는 성연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어요?”잠시 생각해 본 안금여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던 그녀가 말했다.“무진아, 그래도 네가 성연의 생각을 잘 알고 있구나. 성연이가 우리가 자기를 동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앞으로 할머니는 말하지 않을게.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걔를 좋아해. 네가 방에 돌아가면, 걔가 너무 슬퍼하지 않게 많이 위로해줘라.”결국 성연은 부모 쪽 관계에 신경을 썼다.그렇지 않으면 왕씨 가족들이 떠난 후 성연이 내내 기운이 빠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기운이 없어 보였다.‘만약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라면, 성연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무진도 알아차렸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머니, 알겠습니다. 성연이를 잘 위로해 줄게요. 안심하세요.”안금여가 말하지 않아도 무진 역시 그렇게 할 것이었다.성연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안금여보다 결코 작지 않다.그것은 그의 집 꼬마여서 당연히 다른 사람이 괴롭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네가 알면 됐다, 가 보거라, 방에 가서 성연이를 봐. 그 아이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까 봐 정말 걱정이야.”안금여는 무진의 등을 밀었다.“할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걔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 리가 없어요. 제가 위로하러 갈게요.” 무진은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는 성연이 기껏해야 슬플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설이 지나고 요 며칠 동안, 무진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성연과 함께 있었다.두 사람은 거의 붙어 다녔다.결국 요 며칠 성연은 곳곳에서 선물을 연신 받았다.성연은 집사가 소포가 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그래도 믿지 않았다.그녀는 설을 지내면서 누가 자신에게 택배를 보냈을까 생각했다.그녀가 직접 문 앞에 가서 택배 위의 이름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원래 이 선물은 뜻밖에도 소지한이 보낸 것이었다.‘그가 내게 무엇을 보냈는지도 모르겠어.’‘소지한도 지금까지 내게 말한 적이 없어.’‘아마도, 나를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성연은 소포를 들고 방으로 갔다.마침 방에 있던 무진은, 성연이 손에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그건 뭐야?”“친구가 보낸 새해 선물이에요.” 성연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그런데 무진씨는 서재에 가서 서류를 처리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왜 여기 있지?’‘소지한이 준 선물은 틀림없이 가치가 만만치 않을 거야. 만약 무진 씨가 선물을 본다면, 분명 의심할 텐데.’그녀는 마을에서 온 시골 소녀일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주는 친구를 사귈 수 있겠는가?성연은 원래 소지한이 자신에게 보낸 선물이 뭔지 몹시 보고 싶었다.그러나 무진을 본 그녀는 바로 움츠러들었다.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성연은 여전히 침착하기로 결정했다.그녀는 아무렇게나 선물을 탁자 위에 놓았다.성연의 동작을 본 무진은 도리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친구가 준 선물이라며? 왜 안 열어봐?”그가 입을 열었다.“중요하지 않은 친구예요. 작은 선물일 테니 이따가 볼래요.” 성연은 개의치 않는 척 말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소지한에게 사과했다.무진을 대충 넘기는 것도 그녀는 쉽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손에 있는 이 소포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아서, 성연은 언제 드러날지 몰랐다.더 이상 묻지 않은 무진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그는 비록 성연이 자신에게 숨길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그러나 이
무진이 서재로 간 틈을 타서 성연은 소지한이 보낸 선물을 뜯어보았는데, 모양이 아주 독특한 브로치였다.‘이 빛깔을 보니 확실히 싸지 않겠어.’‘무진 씨는 또 물건을 아는 사람이니, 틀림없이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다행히도 내가 똑똑하게 굴어서 무진 씨에게 숨겼어.’이튿날, 성연은 또 소포를 받았는데 뜻밖에도 사부님이 보낸 것이었다.방에 가져간 성연은, 무진이 없는 걸 보고는 서둘러 포장을 열었다.그녀는 사부가 도대체 자신에게 뭘 보냈는지 가장 알고 싶었다.소포를 열자, 안에는 정교하게 포장고 꽃무늬가 새겨진 은침 세트가 있었다.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아서, 성연은 손을 떼지 못하고 매만졌다.매끄러운 은침의 촉감이 서늘해서 성연은 아주 좋았다.의학을 배우는 한편, 성연 자신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이 은침을 본 성연은 스승님께서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만들어 주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평소에 스승은 말도 많이 하지 않았고 두 사람도 별로 왕래가 없었지만, 성연은 스승이 여전히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내게 주신 사랑은 결코 적지 않아.’휴대전화를 꺼낸 성연은 스승님께 자신이 선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카톡을 보냈다.막 카톡을 보냈는데, 앞에 있는 은침을 다 챙기기도 전에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든 성연은, 마침 문 앞으로 걸어온 무진을 보았다.당황한 그녀는 무의식 중에 은침을 덮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쓸데없는 짓인 것 같았다.성연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말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그러나 무진은 한 번 보더니 눈을 돌렸다.“부엌에서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먹을래? 내가 가져다 줄게.” 무진이 물었다.“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성연은 몸이 좀 긴장되었다.곧 아래층으로 내려간 무진이 디저트를 가져왔고, 성연은 은침을 거두었다.무진은 곧 돌아왔고, 디저트를 먹을 때 성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무진이 물어볼까 봐 두려웠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