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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시해나
30분 지난 후, 윤이서는 어르신이 준비한 차를 타고 천해 호텔로 갔다.

룸 입구에 도착해서야 윤이서는 오늘 밤 하씨네 집안에 환영회가 있다는 것을 집사로부터 들었다.

“하은철도 있나요?”

윤이서가 물었다. 그녀는 지금 그가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집사는 그녀의 뜻을 오해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안심하세요. 도련님은 곧 오실 거예요.”

“…….”

‘지금 갈까?’

그러나 뒤쪽의 문이 열렸다.

윤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님.”

“그래!”

어르신은 윤이서를 보며 주름살이 펴질 정도로 웃었다.

“우리 이서 왔구나. 자,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거라.”

윤이서는 어르신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앉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 아무도 아직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중요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윤이서의 마음을 간파한 듯 하 어르신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은 은철이 둘째 작은아버지가 귀국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란.”

비록 하지환이 귀국 소식을 비밀로 할 것을 요구했지만, 어르신은 윤이서를 무척이나 신임했다.

그녀는 절대로 이 사실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윤이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무언가가 생각났다.

어르신에게는 형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젊었을 때 외국에 가서 혼자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더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사장직을 맡은 후, 1년도 안 되어 회사를 지역 내 가장 큰 회사로 만들었다고 했었다.

다만 그 아들은 무척이나 겸손하여 언론 앞에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오늘 밤 이 전설적인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윤이서는 은근 기대감이 부풀었다.

바로 이때, 문이 다시 열렸다.

윤이서는 궁금해하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마자 그녀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하은철도 웃음이 굳어졌고 눈빛에서 혐오감이 조성되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윤이서는 그에 대한 원한을 숨긴 채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당연히 할아버님 보러 왔지.”

하은철은 냉랭했다.

고자질이나 하러 왔겠지?

그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 부류가 바로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어른의 비위만 잘 맞추는 그런 여자였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

“둘째 작은아버지는요?”

“전화 받으러 나갔어.”

어르신의 시선은 하은철과 윤이서에게 떨어지며 물었다.

“네 둘째 작은아버지도 결혼했는데, 은철아, 너도 이제 결혼해야 되는 거 아닌가?”

윤이서는 심장이 쿵쿵 뛰는 채로 본인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할아버님…….”

그러나 하은철의 목소리가 더 컸다.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시면 돼요.”

윤이서는 당황스러웠다. 전에는 어르신이 결혼을 언급하면 하은철이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그녀의 신장을 얻기 위해 그는 이제 자신의 친할아버지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거 같았다.

윤이서는 책상 밑에 숨긴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러나 어르신과 하도훈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이 하은철이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것이니까. 두 사람은 그가 말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윤이서에게 물었다.

“이서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

윤이서는 숨을 여러 번 깊게 들이마시며 바로 냉정하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 나온 이상, 그녀도 조용하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할아버님, 저는…… 상관없어요.”

방안에는 어르신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좋아, 돌아가면 내가 좋은 날짜를 정하마.”

하은철은 윤이서를 힐끗 보고, 그녀가 속으로 틀림없이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증오가 더 짙어졌다.

그러나 바로 이때, 윤이서는 갑자기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저…… 아직 할 말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

윤이서는 입술을 깨물며 어려운 결정을 한 것처럼 말했다.

“결혼하기로 한 이상…… 은철 오빠 주변의 여자문제를 잘 처리하면 안 될까?”

말을 마치자 그녀는 또 황급히 덧붙였다.

“나는 쪼잔한 사람도 아니고, 남자에게 여자가 많은 것은 남자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도 잘 알지만, 나는 결혼하자마자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야.”

이 말이 나오자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하은철의 얼굴은 새빨갛게 상기되었다.

그에겐 분명 윤수정이란 여자 한 명만 있을 뿐인데, 윤이서가 이렇게 말하니 자신의 사생활이 정말 더러운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르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도 자신의 아랫사람이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분명 일부러 이러는 것이다!

그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증거 있어?”

그와 윤수정은 서로 만나는데 조심스러웠고, 3년 넘게 만났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윤이서는 눈을 깜빡이며 울먹였다.

“처음에 나도 믿지 않았는데, 그 동영상을 보니까 은철 오빠가 밖에 이렇게 많은 여자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하은철은 싸늘하게 웃었다. 이 여자는 정말 연기를 잘했다.

“증거가 있으면 한 번 꺼내 봐.”

윤이서는 더욱 심하게 울었다.

“은철 오빠, 난 그 영상들을 보자마자 삭제했어. 계속 남겨두면 마음의 가시가 될 뿐이잖아.”

여기까지 말하자 윤이서는 눈물을 닦고 아주 밝게 웃었다.

“은철 오빠, 앞으로 가정을 위해서 잘 살면, 나도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을 거야!”

하은철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변했다.

그는 속았다.

윤이서는 동영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르신이 그녀를 매우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증거가 없어도 어르신은 그녀를 믿을 것이다.

역시.

어르신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지팡이를 들어 다짜고짜 하은철의 등을 세게 때렸다.

“이 못난 놈아! 우리 하씨네 백년 가문에서 어찌 너 같은 놈이 태어났을까!”

어르신의 지팡이는 특수 재질이어서 때리면 소리는 나지 않지만 가볍게 때려도 다치기 쉬웠다.

하은철의 등은 빠르게 피로 물들었다.

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예전의 윤이서라면 마음이 아팠겠지만 지금은 그의 면전에 당해도 싸다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녀는 눈을 들어 하은철의 분노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윤이서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고, 그의 분노를 보며 일부러 어르신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 제가 이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르신은 숨을 헐떡이며 지팡이를 내려놓고 하은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너를 좀 봐라, 그리고 다시 우리 이서를 좀 봐라, 얼마나 착하! 돌아가서 빨리 너의 그 엉망진창 여자관계 잘 정리해, 그렇지 않으면 가만 안 둬!”

그는 난생처음 어르신에게 맞았고 그것도 자신이 가장 얕보던 여자한테 당했다. 하은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할아버지가 윤이서를 얼마나 귀여워하는지 사람들마다 다 알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진정한 후계자가 되지 않았으니 지금은 반드시 참아야 한다!

어르신은 그제야 화를 가라앉혔다.

“앞으로 반드시 이서와 잘 지내야 해, 알았어?”

하은철은 윤이서의 눈가의 웃음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마음속은 무척 차가웠다.

기다려!

‘윤이서, 결혼하면 나는 널 죽도록 괴롭힐 거야.’

하은철의 차가운 눈빛에 윤이서는 태연하게 웃었다.

전에는 무조건 그녀가 물러서고 하은철이 그녀를 핍박했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그에게 약간의 교훈을 줄 것이다.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하다니?

그럼 누가 더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보자고!

분위기가 좀 풀린 것을 보고 하도훈은 얼른 입을 열었다.

“은철아, 네 둘째 작은아버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 빨리 가서 찾아봐. 길을 잃은 거 아니냐.”

하은철도 여기에 계속 있고 싶지 않아 바로 대답했다.

“할아버지, 제가 작은아버지 찾으러 갈게요.”

어르신은 손을 흔들었다.

어쨌든 자신의 손자이니까.

이제 결혼에도 동의한 것을 봐서, 어르신도 더 이상 그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앞으로 잘 살면 됐다.

윤이서도 이 상황을 보고 따라 일어섰다.

“할아버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녀는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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