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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두 사람은 그렇게 룸을 나섰다.

룸에서 나오자마자 하은철은 윤이서의 가녀린 목을 졸랐다.

“할아버지가 네 편이라고 해서 줄곧 이렇게 날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윤이서는 그 바람에 숨을 쉬지 못했지만 얼굴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힘겹게 또박또박 말했다.

“그럼 너도 더 이상 나랑 결혼하고 내 신장을 가져갈 생각하지 마. 일찍 할아버님께 분명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도 내가 다음에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하은철은 흠칫 놀랐다.

눈앞의 윤이서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쥔 손을 자신도 모르게 조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너 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 파혼은 물론이고, 너의 신장도 수정이에게 줄 수밖에 없어!”

말을 마치고 그는 뒤돌아섰다.

윤이서는 그가 결연하게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문득 8년 전의 자신이 왜 하은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후회스럽기만 했다.

그녀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몸을 돌려 웨이터에게 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의 행방을 물어보려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지환을 보았다.

그는 어두컴컴한 빛 속에 서 있어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잘 재단된 양복은 그의 완벽한 몸매를 드러냈고, 온몸의 카리스마가 마치 사람을 압도하는 것 같았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윤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해 호텔은 북성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로서 하씨 집안 사람들만이 이곳을 출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지환은 윤이서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은철이 윤이서 씨 약혼자였어요?”

그는 처음에 확실하지 않았지만, 어르신이 “이서야” 라고 부른 것을 듣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비서에게 윤이서의 신분을 조사하라고 했다.

그리고 때 마침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윤이서가 하은철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상황에서 기막힌 타이밍에 나타난 자신의 아내를 하지환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이서는 하지환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된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북성에서 누가 자신이 하은철의 약혼녀란 것을 모르겠는가.

그녀는 시원시원하게 인정했다.

“맞아요, 왜요?”

말이 떨어지자 큰 손이 윤이서의 턱을 덥석 움켜쥐었다.

윤이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하지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것 처럼.

다음 순간, 하지환은 몸을 숙였고, 민트 냄새가 진동했다.

순간 윤이서는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말을 더듬었다.

“왜, 왜요?”

하지환은 움직이지 않고 윤이서를 주시하고 있었다.

윤이서는 몸이 굳어지더니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려 그의 멋진 얼굴을 피한 채로 연약하게 말했다.

“무서워요.”

여린 목소리는 하지환의 눈동자를 더욱 어둡게 했고 그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순간, 윤이서의 뽀얀 볼에 금세 자국이 떠올랐다.

그녀는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며 하지환의 눈빛을 마주했다.

“당신 도대체 왜 그래요?”

그녀의 눈은 마치 달처럼 밝았다.

하지환은 그녀의 눈빛에 심란해져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윤이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하지환 씨 잖아요.”

실눈을 뜬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 눈빛은 거짓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정말 우연이거나, 이 여자가 연기를 잘 하는거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의 손가락에는 여전히 온도가 남아 있었지만,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윤이서를 풀어주며 그는 말했다.

“내일 이혼하러 가요.”

“네?”

너무 갑작스러웠다.

하지환은 넥타이를 만지면서 윤이서를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내일 9시, 사무소 앞에서 봐요.”

말을 마치자 그는 윤이서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윤이서는 그를 따라갔다.

“하은철이 복수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안심해요. 하은철은 나 사랑하지 않으니까 당신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하은철이 원하는 것은 그녀의 신장이다.

그는 그녀가 시집갔는지, 누구에게 시집갔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하지환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그 순간, 그는 정말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미쳤다!

윤이서는 곧 하지환의 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가 사라지는 방향을 보면서 그녀는 절망을 느끼며 벽에 기대었다.

결혼을 하고 신장을 바꾸는 것이 그녀의 운명인가?

그녀가 얼마나 심란한지 집사가 온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집사가 소리를 내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반응했다.

집사는 걱정하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윤이서는 멍했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둘째 나리께서 돌아오셨는데, 어르신께서 알려 드리라고 하셔서요.”

드디어 그 신비한 둘째 작은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니, 윤이서는 정신을 차리고 집사를 따라 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룸에는 전설의 작은아버지는 없었고 심지어 하은철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어르신은 설명했다.

“그들은 급한 일이 있다고 먼저 갔어. 네가 1초라도 일찍 돌아왔으면 은철이 둘째 작은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윤이서는 기분이 좋지않았다.

그러나 어르신이 걱정하지 않도록 그녀는 여전히 억지로 웃으며 어르신과 함께 밥을 먹었다.

호텔을 떠나자, 윤이서는 너무 지쳐 차 안에 주저앉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이때 임하나의 전화가 들어왔다.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이서야, 나 오늘 저녁에 임시로 야근을 해야 하는데, 우리 엄마에게 밥 좀 사서 가져다줄래?”

윤이서는 임하나가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밝게 말했다.

“그래.”

“쪽쪽, 사랑해 우리 귀요미. 내가 보너스 받으면 밥 사줄게.”

두 사람은 또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고, 윤이서는 전화를 끊고 기사에게 방향을 바꾸어 병원에 가라고 했다.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그녀는 죽과 케이크를 사서 병실로 갔다.

작은 화원을 지날 때, 윤이서는 뜻밖에도 간병인과 함께 화원에서 산책하는 윤수정을 보았다.

그녀의 눈은 너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뒤로 몰려들어 윤수정을 시중들고 있었기에 너무 눈에 띄었다. 차를 든 사람은 차를 들고 부채질하는 사람을 부채질했는데, 언뜻 보면 태후가 나온 줄 알았다.

윤이서는 본체만체하고 지나가려다 그 중 한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아씨, 도련님께서 정말 잘해 주시네요. 매일 보러 오실 뿐만 아니라 주얼리까지 선물해 주시다니. 정말 부러워 죽겠어요!”

“그리고 도련님은 한 사람이 아씨를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단숨에 십여 명을 고용하셨고요, 도련님은 정말 아씨를 사랑하나봐요.”

윤수정은 눈치가 빨라 윤이서를 발견하고 고의로 목소리를 높였다.

“은철 오빠는 확실히 나를 사랑하지!”

예전 같으면 윤이서는 고개를 돌려 가던길을 갔을 텐데, 오늘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기분을 나쁘게 만든 사람이 눈앞에 있었으니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윤이서는 몸을 돌려 전혀 환자 같지 않은 윤수정을 향해 걸어갔다.

“수정아, 이런 우연이.”

말을 마치자 그녀는 죽을 담은 그릇을 들고 그 누구에게도 준비할 기회를 주지 않고 직접 윤수정의 머리에 엎었다.

“방금 재수 없는 년 하나 봤는데, 알고 보니 너였어.”

죽은 무척 뜨거웠다.

화원 안에서 갑자기 돼지 잡는 듯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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