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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이서와 은철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병실 입구에 서 있는 하나를 바라보았다.

인상을 찌푸린 하나가 하은철을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 저랑 이야기 좀 하시죠.”

은철이 이서를 바라보았다.

“하나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다녀와, 기다릴게.”

이서가 말했다.

“그래, 알겠어.”

이서가 이렇게 말하니, 은철은 하나를 따라 병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병실을 나선 뒤에도 하나가 걸음을 멈출 의사가 없어 보이자, 하은철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나 씨,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서는...”

천천히 고개를 든 하나가 큰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이서는 기억을 잃었어요. 그래서 과거에 일어난 일은 기억하지 못해요.”

은철은 하나의 말을 듣고서야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그래서 날 대하는 태도가 조금도 나쁘지 않았던 거구나. 기억을 잃었다니.’

“그럼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제 작은 아빠까지도요?”

은철이 흥분한 것을 본 하나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떠올랐다.

“이서가 당신의 작은 아버지를 잊었는지 잊지 않았는지가 대단히 중요한 모양이네요.”

“이서가 어떻게 기억을 잃게 된 건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으시는가 봐요?”

하나의 따가운 일침을 들은 은철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서가 어떻게 기억을 잃게 된 건지가 더 궁금하죠.”

“가식적인 대답은 듣고 싶지 않네요. 궁금하신 것 같으니 알려드리자면, 하은철 씨의 작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것 같더군요. 심지어는 당신이 신장과 결혼을 맞바꾼 일에 대한 기억까지도요.”

“정말 야속하죠.”

하나가 처량하고 서늘한 표정으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조차도 이서가 아닌 당신을 돕고 있으니까요.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요, 그렇죠?”

은철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됐어요, 아무런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아요. 이서의 기억이 당신이 신장과 결혼을 맞바꾸기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만 기억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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