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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반응하여 허둥지둥 윤이서를 밀어내고 수정을 대신해서 죽을 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수정은 두피가 찢어질 듯 아파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간병인은 이 상황을 보고 분노하여 윤이서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지금 당신이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아냐고요!”

윤이서는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아직 파혼하지 않은 하은철의 약혼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윤수정을 보는 시선도 점점 변했다.

정신이 든 윤수정은 당황하며 설명했다.

“그건 오빠가 어렸을 때 약속한 혼인이고, 두 사람은 전혀 감정이 없잖아. 나와 은철 오빠야말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야, 그러니까 언니, 은철 오빠를 내게 줄 순 없어?”

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윤이서에게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

윤이서는 코웃음 쳤다.

이 여동생은 정말 앙큼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두 팔을 안고 천천히 반박했다.

“너희들이 서로 사랑한다면 하은철은 왜 할아버님께 파혼 얘기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설마 널 속이는 건 아니겠지? 그냥 가지고 놀고 있는 건가?”

윤수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반드시 재벌 집 아가씨의 풍모를 유지해야 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죽어라 입술을 깨물었다.

“언니, 나는 언니가 나를 구하기 위해 신장을 기증하라고 하는 것 때문에 매우 괴롭다는 거 알아. 언니가 괴롭지 않기 위해, 나도 이제 더 이상은 살고 싶지 않아!”

그녀는 휠체어를 밀고 한쪽 기둥을 향해 머리를 부딪혔다.

예전 같았으면 윤이서는 분명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여유롭게 말했다.

“힘 좀 줘, 그리고 네가 세게 부딪치다 죽으면 나야 너무 좋지. 그때 가서 온 세상이 다 알게 되면, 할아버님도 너와 하은철의 그 추잡한 일을 알게 될 테니까!”

윤수정은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하은철을 가장 아끼는 윤이서가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일부러 휠체어에서 떨어져 한 걸음 한 걸음 윤이서 쪽으로 기어갔다.

“언니, 이건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은철 오빠는 내가 불쌍해서 여기에 입원시킨 거야. 우린 아무 관계가 없어, 진짜야!”

“아, 그런데 방금 그 사람들이 널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는데?”

윤이서는 싸늘하게 웃었고, 윤수정의 열띤 연기에 인정하지 않았다.

윤수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오해했어…… 단지…… 단지 은철 오빠가 나를 그렇게 챙겨주는 것을 보고 우리…… 우리가…….”

윤이서는 몸을 숙여 윤수정의 턱을 잡았다.

“그럼 앞으로 기억해. 이 언니가 원하지 않는 헌신이라도, 넌 언니가 버려야 주워서 신을 수 있어. 알았니?”

윤수정은 멈칫했다.

지금 눈앞의 윤이서는 패기와 자신감이 넘쳤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처럼 하은철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한 번도 없었던 위기감이 감돌며 윤수정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다.

윤이서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아 몸을 돌려 병원을 떠나 죽을 하나 더 샀다.

……

밥을 배달하고 임하나의 어머니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윤이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씨네 차는 아직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윤이서는 차에 올라가서 기사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앞에 있던 기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목소리가 답답했다.

“괜찮습니다, 아가씨.”

윤이서가 하품을 하며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갔다.

“행복 아파트까지 데려다 주면 돼요.”

“네.”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이서는 또 참지 못하고 하품을 했고, 눈아 자꾸만 감겼다.

이상하다.

오늘 왜 이렇게 졸리지?

평소에는 두세 시가 되어야 잠을 잤는데.

윤이서는 관자놀이를 눌렀지만 피곤함은 점점 짙어졌다.

아마 요 며칠 푹 쉬지 못해서 그런가 봐.

‘어차피 집으로 가려면 시간 좀 걸리니까 차라리 눈을 좀 붙이자.’

윤이서는 온몸에 힘을 풀고 곧 좌석에 쓰러졌다.

앞의 기사는 이 장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를 돌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이때.

하림 꼭대기층.

하지환은 한 손에 주머니를 꽂고 한 손에 와인 한 잔을 들고 큰 창문 앞에 서서 북성 전체를 바라보았다.

도시 전체는 대낮처럼 밝았고 곳곳이 그에겐 기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여자뿐이었다!

초조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지만 마음속의 감정은 가라앉지 않았다.

뒤에 있는 그의 친구인 이상언은 문에 들어서면서부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은철의 약혼녀과 결혼을 했다니, 웃겨 죽겠네.”

하지환은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상언은 얼른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고 물었다.

“너 정말 이혼할 거야? 나중에 너의 아버지가 조사해서 네가 결혼하지 않은 것을 보고 또 결혼을 하라고 재촉하면 어떡하려고?”

외국에서는 그의 아버지 혼자만 재촉했다.

귀국 후에 전 가문이 그의 결혼을 재촉했다.

애초에 하지환은 바로 이것 때문에 아무 사람을 찾아 결혼한 것이었다.

하지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언도 그가 대답하기를 바라지 않고 윤이서의 사진을 들고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아주 예쁘게 생겼는데, 이혼하면 후회하지 않겠어?”

하지환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고, 맛 좋은 술은 혀끝에서 씁쓸해졌다.

그리고 그의 말투도 약간 차가워졌다.

“나는 귀찮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

이상언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환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가 결정한 일은 아무도 바꿀 수 없었다.

이때 마침 전화가 들어와 고요함을 깨뜨렸다.

이상언은 얼른 받았고, 저쪽에서 말하는 것을 듣고 꽤 놀랐다.

“신장을 찾았다고? 이렇게 빨리? 알았어, 곧 갈게.”

말이 끝나자 그는 전화를 끊고 하지환에게 말했다.

“병원에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

하지환은 정신을 딴 데 팔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언은 몇 걸음 걷다 여전히 참지 못하고 일깨워주었다.

“이혼에 대해 좀 더 잘 생각해봐. 나는 이 윤이서라는 여자,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을 끝내고 그는 문을 열고 떠났다.

사무실 안은 잠시 빛이 돌더니 다시 어둠 속에 빠졌다.

오직 그 검붉은 액체만이 여전히 애매모호하게 흔들리고 있었는데, 마치 매혹적인 뱀처럼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고 있었다.

병원.

침대에 누운 윤이서는 간신히 눈꺼풀을 움직였다.

앉으려고 했지만 팔다리가 묶여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윤이서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여기가 수술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절망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하은철을 떠올렸다!

틀림없이 그가 차 무슨 수작을 부렸기 때문에 그녀가 기절했을 것이다!

윤이서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아무리 해도 족쇄는 풀리지 않았다.

그녀가 절망에 빠졌을 때 수술실 문이 열렸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하은철이 들어왔다.

윤이서를 보니 그의 눈빛은 메스보다 더 날카로웠다.

어제 호텔에서 떠난 후, 그는 주얼리 가게에 가서 윤수정에게 목걸이를 하나 샀는데, 뜻밖에도 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윤수정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죽이 묻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윤이서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그는 화가 나서 병실을 부쉈다.

냉정을 되찾은 후, 그녀가 아직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기사를 바꾸어 차안에서 그녀에게 약을 먹였다.

그리고 윤이서가 의식을 잃자 바로 그녀를 수술대로 묶어왔다.

하은철은 높은 곳에서 윤이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게 그렇게 좋아? 네가 괴롭힘을 당하니 매우 불쾌하지?”

윤이서는 설명하기 귀찮았다.

그녀는 수갑을 흔들며 노발대발했다.

“하은철, 이거 놔! 할아버님한테 아시면, 너 죽었어?!”

하은철은 잔인하게 웃었다.

“할아버지가 알았을 때, 우리는 이미 결혼했겠지. 그때 나는 네가 신장을 가지고 내가 반드시 너와 결혼해야 한다고 위협했다고 말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불쌍한 수정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너와 결혼했고.”

말이 끝나자 그는 뒤에 있는 의사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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