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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Kester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4 12:28:53

조니 의사와 약속한 대로, 안젤리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그의 진료실로 향했다.

흰 가운을 차려입은 남자와 마주 앉은 안젤리나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모님,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습니까? 얼굴이 너무 파리해 보이십니다만.”

의사가 안젤리나를 살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조니 선생님. 너무 서둘러 걸어오느라 얼굴에 핏기가 좀 가신 모양이에요.”

안젤리나가 대답했다.

조니 의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책상 서류함에서 흰 봉투 하나를 꺼냈다. 병원 로고와 검사 결과라는 문구가 찍힌 봉투였다.

“열어보시지요, 알메로 사모님.”

의사는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

순간 안젤리나는 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검사 결과지가 담긴 봉투를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조니 선생님...”

안젤리나는 말을 흐렸다. 나이 든 의사에게 무언가 물어보려 했지만, 이내 그 마음을 거두었다.

“네, 사모님. 무슨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조니 의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안젤리나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꼈다.

‘지난달에 있었던 일까지 조니 선생님한테 털어놓을 필요는 없겠지. 나 혼자 알아보고 조사하는 게 낫겠어.’

안젤리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봉투 끝을 찢어 안에 든 종이를 꺼냈다. 검사 결과지를 넓게 펼쳐 들고 오롯이 글자에 집중했다. 진료실 안은 순간 정적에 싸였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안젤리나의 반응이 눈에 띄게 변했다. 깜짝 놀라 벌어진 입을 오른손으로 턱 막아버린 것이다. ‘자궁 상태는 지극히 정상이며 건강함’이라는 결론이 적힌 문장을 발견한 그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사모님, 왜 그러십니까?”

조니 의사가 당황하며 물었다.

“혹시 진단서 내용 중 이해가 잘 안 가시는 부분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럼... 그동안 제 자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건가요, 선생님?”

안젤리나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여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서류에 적힌 내용 그대로입니다.”

조니 의사가 차분히 설명했다.

“그 말은...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인가요?”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저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요. 배란기에 맞춰 남편분과 잠자리를 가져보도록 하십시오.”

의사의 말에 안젤리나는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하지만이라니요, 사모님?”

“아니에요, 조니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젤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니 의사와 악수를 나누었다. 작별 인사를 건네며 지어 보인 미소에는 진심 어린 안도가 담겨 있었다.

병원을 나온 안젤리나는 택시를 잡아탔다. 악스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가꿔줄 만한 곳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택시에 탄 내내 그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아직은 평평한 자신의 아랫배를 살며시 문질렀다. 알메로 가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똑똑히 증명해 보일 터였다.

‘오늘 밤엔 악스톤과 데이트를 해야겠어. 예쁘고, 향기롭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그 사람 앞에 서는 거야. 악스톤이 다시 나를 사랑해 주면 좋겠는데...’

안젤리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임신에 성공하기만 하면, 모린의 입지는 위태로워지고 결국 알메로 가문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감히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 간 여자에게 절대 패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큰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조니 의사에게서 받은 진짜 검사 결과를 보여준다고 해서, 과연 악스톤이 믿어줄까? 자신의 자궁이 정말로 깨끗하고 정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밤 8시. 안젤리나는 뷰티 숍에서 무려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평소 자신을 가꾸는 일에 그다지 흥미가 없던 그녀였기에 지루함이 밀려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안젤리나는 완성된 결과물에 무척이나 만족했다. 부스스했던 머릿결은 윤기 흐르는 생머리로 변했고, 얼굴빛 역시 한층 밝고 화사해졌다.

“정말 완벽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젤리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때요, 악스톤? 나 이렇게 예뻐졌는데, 과연 내 매력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안젤리나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서둘러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악스톤’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행복한 미소를 지은 그녀는 즉시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 어디야, 안젤리나?

인사도 없이, 낮고 차가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아직 밖이에요, 여보.”

안젤리나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당장 집으로 돌아와!

악스톤이 명령하듯 말했다.

“왜요? 내가 보고 싶었어요?”

안젤리나가 애교 섞인 농담을 던졌다.

— 농담할 기분 아니야!

악스톤의 목소리가 한층 엄해졌다.

“당신을 위한 깜짝 선물이 있어요, 여보. 금방 갈 테니까 기다려요.”

안젤리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검사 결과를 보여줄 생각에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모린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

집에 들어서자마자 던진 악스톤의 첫 질문에 안젤리나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대체 왜 자신에게 모린의 행방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안젤리나의 질투심을 자극한 것은, 악스톤의 얼굴에 모린을 향한 걱정이 가득 차 있다는 점이었다.

안젤리나는 막 집에 돌아와 거실에 발을 디딘 참이었다.

“하루 종일 모린 연락이 안 돼. 오늘 아침에 너랑 싸우고 나가서 이런 게 분명하잖아!”

악스톤이 안젤리나를 추궁했다.

“당신은 왜 늘 나만 탓해요!”

안젤리나가 화를 내며 받아쳤다.

“잘못한 게 맞으니까 그렇지, 안젤리나! 모린이 네 태도 때문에 상처받은 게 틀림없어!”

“나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 여자는 내 남편을 빼앗아 갔다고요.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너 진짜...!”

악스톤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안젤리나의 뺨을 내리칠 듯 위협했다. 하지만 손은 공중에서 멈춰 섰다.

“왜요? 때리지 않고 뭐 해요? 어디 한번 때려봐요!”

악스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는커녕, 안젤리나는 오히려 그를 도발하듯 대들었다.

“더 할 말 없으면, 나 들어가서 쉴래요!”

말을 마친 안젤리나는 악스톤을 지나쳐 걸어갔다.

안젤리나의 길쭉한 다리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자신을 맞이하는 악스톤의 태도에 깊은 실망감이 밀려왔다. 애써 예쁘게 꾸미고 돌아왔건만, 남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결국 모린이었다. 뷰티 숍에서 보낸 하루가 악스톤의 증오를 돌려놓지는 못했던 것이다.

검사 결과지로 남편을 놀라게 해주려던 원래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악스톤의 감정이 이토록 불안정한 상황에서 결과를 건네며 분위기를 더 그르칠 수는 없었다.

방으로 들어온 안젤리나는 바디 피로우를 안은 채 침대에 모로 누웠다. 허공을 향해 멍한 시선을 던진 채 초점 없는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름답게 흘러갔어야 할 오늘 밤의 순간들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악스톤의 단단한 품에 안겨 있어야 했을 시간이었다. 남편과의 뜨거운 애정을 안젤리나는 너무나도 갈망하고 있었다.

그때, 방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안젤리나가 몸을 돌렸다. 악스톤이 급하게 걸어 들어와 차 키를 낚아채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 가요?”

안젤리나가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모린한테 가야 해!”

악스톤이 패닉에 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요? 그냥 혼자 들어오게 둬요, 악스톤. 그 여자 참 어지간히 징징대네요!”

안젤리나가 불만을 토로했다.

“모린이 납치당했어! 당장 구하러 가야 한다고!”

악스톤은 방 밖으로 튀어 나가며 소리쳤다. 넋이 나간 듯 멍해진 안젤리나의 표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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