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71장소피의 시점운전사가 차를 세우고 내려와 문을 열어 주었다. 밖으로 나오자 눈앞에 펼쳐진 넓은 홀을 둘러보았다. 벽은 짙은 보라색 톤으로 칠해져 있었고, 깔끔한 흰색 포인트가 세련미를 더했다. 경비원들이 구석구석에 서 있었고, 또 다른 경비원들인지 안내원들인지가 들어오는 사람들을 검사하고 있었다.홀의 마감을 감상할 틈도 없이 기자 떼가 몰려들었다.“여기 뭐 하는 겁니까?” 한 기자가 카메라를 번쩍이며 소리쳤다.“블랙우드 씨의 결혼을 축하하러 온 건가요? 기뻐하는 건가요?” 다른 기자가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요?” 뒤에서 날카롭고 비난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대답하기도 전에 네 명의 경비원이 군중을 뚫고 들어와 나를 보호하는 원을 만들며 홀 안으로 안내했다.“랭글리 부인이 당신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빼앗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인가요?”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안으로 들어서자 홀의 웅장함이 드러났다. 높은 천장이 우리 위로 솟아 있었고, 우아한 샹들리에가 따뜻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한쪽에는 큰 창문이 늘어서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와 장식의 섬세한 디테일을 밝혀 주었다. 광택 나는 나무 바닥이 빛을 반사하며 홀의 넓이를 더 돋보이게 했다.중앙에는 깨끗한 흰색 테이블보가 깔린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고, 각각 보라색과 흰색 테마를 반영한 세련된 센터피스가 장식되어 있었다. 분위기는 설렘으로 가득했고, 기대와 긴장이 섞인 공기가 감돌았다.경비원들이 나를 중앙에 테이블을 둘러싼 네 개의 의자가 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식을 보기에 이상적인 위치였다. 이것이 모두 줄리안의 계획이라는 걸 알았다. 빅토리아와 약속하는 모습을 내가 볼 수 있도록 가까이 두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었다.막 앉으려던 찰나,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다가왔다. “부탁합니다. 저를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부드럽지만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당신을 따라야 하죠?”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그는 잘생겼고, 흐
70장 소피의 시점 오늘은 그 녀석의 빌어먹을 결혼식 날이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정말 힘들었지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사벨라와 엄마가 곁에 있어 주어 내가 그토록 절실히 필요로 했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내일이면 엄마가 퇴원하시고, 마침내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시지만 다시 함께 지낼 수 있게 된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포근한 담요처럼 김이 나를 감쌌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은 뒤 옷장을 뒤적거렸다. 결국 내가 고른 것은 파란색 드레스였다. 이 드레스는 줄리안과 마지막 데이트를 했을 때 그가 골라주었던 옷이라, 그 기억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졌지다. 안 돼, 이걸 입으면 안 돼. 그 사람 생각이 너무 많이 날 거야. 하지만 잠깐만... 결혼식에 아예 안 가는 것도 아니잖아. 그 사람 결혼식에 가고 있다고! 틀림없이 그를 보게 될 거야. 나는 침대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냥 평범한 여자도 아니고 — 온 세상에서 내가 가장 경멸하는 그 여자야! 그 빌어먹을 년 말이다! “젠장!” 나는 속으로 욕을 뱉었다. 소피, 너 정말 용감해져야 해.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으려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냥 다시 생각해보는 게 나을까? 안 가겠다고 할 수도 있잖아, 그지?” 혼자서 중얼거렸다. “아니, 소프.” 방 안으로 걸어들어온 이사벨라가 하얀 장미 모양 리본이 달린 커다란 빨간색 선물 상자를 들고는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가야지. 꼭 가야 해. 그 사람 없이도 네가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잖아.”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상자를 내 침대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이지, 너도 알잖아. 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어. 내겐 전부라고.”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터져 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얘기는 이제 그만하기로 했잖아, 소프.” 이사벨라가 가까이 다 와서 내 머리를 자신의 배에 기대게 한 채 품
제69장 소피의 시점 씨발! 두 시간도 안 돼서 밥을 다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프다. 이렇게 한 시간마다 먹어야 하는 건가? 부엌으로 가서 냄비에 남은 스파게티를 담았다. 음식이 충분할지 의심스러웠다. 접시를 테이블에 놓고 휴대폰을 집었다. 정말 심심했다! 앱들을 스크롤했지만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리모컨을 집어 TV를 켰다. 채널을 바꾸려던 찰나, 줄리안이 보이자 심장이 뛰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가슴에 익숙한 아픔이 느껴졌다. 볼륨을 높였고, 다음에 들은 말에 한입 먹던 것을 멈추게 되었다. 줄리안이 결혼한다고? 빅토리아와? 리모컨이 손에서 미끄러진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퍼부었지만 그는 침묵을 지켰다. 그냥 거짓말이었을까? 빅토리아의 소행이었을까? 처음부터 계획한 걸까? 응. 분명히 계획한 거야.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줄리안이 나에게 이럴 리가 없어. 다시 리모컨을 집어 채널을 바꾸며 모두 가짜 뉴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다음 채널은 기자회견이었다. 줄리안이 연단 뒤에 앉아 있었다. 젠장! 늘 그렇듯 맞춤 정장을 입은 모습이 멋졌다. 눈물이 떨어진 것도 몰랐다. 그가 그리웠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의 낮은 목소리가 TV를 통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오해를 풀고 몇 가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생각했다. 오해였어. 줄리안이 나를 이렇게 배신할 리 없어. 그가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제가 일주일 후에 결혼한다는 추측과 루머를 들으셨을 겁니다. 음… 그 루머는… 맞습니다.” 뭐라고?! “저는 정말로 빅토리아 랭글리와 결혼합니다. 지금 발표하는 건 죄송하지만, 우리는 급히 하고 싶고 함께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소피에 대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고, 어떤 질문에도—” TV를 껐다. 충분히 들었다! 줄리안이 결혼한다! 배를 만지며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줄리안이
제68장 줄리안의 시점 일주일 후 사무실에서 나왔다. 지난주는 정말 미친 듯이 정신없었다! 완전 혼돈 그 자체였다. 알렉스는 아직도 나와 협력하기로 동의하지 않았고, 지난번 방문 이후로 소피를 볼 수조차 없었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갈망이 나를 갉아먹었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녀가 그리웠다. 이사벨라가 생명줄이었다. 소피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었고, 하나하나가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웃음이 방을 밝히는 방식을 상기시켰다. 그 짧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겼지만, 직접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아픔만 더 깊어질 뿐이었다. 내가 만질 때마다 보이는 그녀의 반응이 그립다. 젠장! 그녀에 대한 모든 게 그립다! 분주한 사무실을 지나며 내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자 떼가 벌처럼 몰려들었다. 이런 미디어 광풍을 맞은 지 꽤 오래되었고, 갑작스러운 관심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 파도가 밀려왔다. “사실인가요?” 기자 중 한 명이 혼란을 뚫고 소리쳤다. “뭐에 대해서요?” 밀려오는 몸들을 버티며 대답했다. “전 애인과 결혼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다른 기자가 끼어들며 카메라를 내 얼굴에 들이댔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디서 들은 거야? 누가 이 거짓 정보를 흘린 거지? 뱃속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고, 즉시 빅토리아를 의심했다. 아직 어떤 결혼도 수락한 적 없는데! 마커스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이런 혼란을 관리하는 게 그의 일인데, 나를 여기에 빠져 죽게 두다니. “소피는요? 소피는 이제 없는 건가요?” 또 다른 목소리가 날카롭고 침입적으로 울렸다. 기자 떼를 헤치고 나가며 질문들이 총알처럼 머릿속을 튕겼다. 공황이 더 세게 나를 움켜쥐었다. “정말 대답해야 합니다!” 또 소리쳤다. “소피와 헤어지신 건가요?” 다른 이가 덧붙이며 사냥의 흥분에 눈이 반짝였다. “물러서요!” 혼란 속에서도 단호하게 소리쳤다. 다시 군중을 훑으며 마커스를 찾았다. 그가 나타나 이 광기에서 나를 구해 주
67장줄리안의 시점"음... 당신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 방 안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내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내가 왜 네 뜻대로 움직여야 하지?" 알렉스가 반발하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알렉스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화염 속에서 구조된 지 사흘이 지났고, 오늘이 그와 마주하는 첫날이었다. 마커스는 그가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바로 내 저택으로 옮겨놓았다. 침대 모퉁이에 묶여 있는 그의 모습은 통쾌하면서도 묘한 불안감을 주었다. 그는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 눈빛 속의 불꽃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사실 선택의 여유는 없어," 내가 몸을 바짝 기울이며 받아쳤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든가, 아니면 경찰에 넘기든가." 내 어조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 그 결연함이 짙은 안개처럼 방안을 무겁게 짓눌렀다."내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주지도 않잖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가 침을 뱉듯 쏘아붙였다. "설령 말해준다고 해도 너랑 손은 안 잡아. 네가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가로채 갔으니까."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정면으로 가격했다. 코피가 터져 나와 핏방울이 침대 시트 위로 기괴한 무늬처럼 흩어졌다. "너는 그 애를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이 개자식아," 주먹을 꽉 쥐며 으르렁거렸다. "넌 그 애를 쓰레기처럼 다루었어. 그런 여자를 옆에 두고도 바람을 피울 감히 엄두를 냈지."그는 더러운 소매로 얼굴의 피를 닦아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손을 묶어두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우리 둘 사이에 뭐가 다르지? 넌 그 애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믿어주지 않았잖아. 잠깐—너 정말 그 애를 사랑하긴 하냐? 너희 결혼 계약 결혼이라고 들었는데." 그의 비웃음이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고, 내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조롱 섞인 소리였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더 세게 그의 턱을 가격했고, 주먹 뼈가 턱뼈에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가 났다. "닥쳐!" 심장이 터질 듯 뛰며 소리쳤다. "이게 게임으로 보이냐? 네가 저
66장소피의 시점"어디 가, 소프?" 이사벨라의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병원 가는 길은 저쪽이 아니잖아.""쉿!" 나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저 초록색 풀숲 뒤에 줄리안이 있어." 그를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렸다.다시 몸을 돌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움직이려 했지만, 내 구두 굽 소리는 원망스러울 정도로 요란했다."소프, 대체 뭐 하는 거야?" 이사벨라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시야를 가로막았다.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였다. "줄리안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임신 호르몬 때문에 환각이라도 보는 거 아니야?""내가 맞는지 틀린지 확인이라도 해보게 해줘," 나는 거의 속삭이듯 고집을 부렸다. "틀림없이 그 사람이었어. 날 보러 여기에 온 게 분명해." 내 확신은 위태로운 실낱같았지만, 나는 그 실낱을 악착같이 붙잡았다.이사벨라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걱정은 여전했다. "정말 줄리안이 너를 보러 왔다면 숨어 있었겠니? 여긴 없어, 소프. 이제 그만 잊어."그녀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지만, 줄리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서 전해지던 온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분명히 보았다—그는 다른 남자, 아마도 마커스였을 그와 함께 거기 있었다. 우리가 스치듯 눈이 마주쳤고, 그가 재빨리 상대 남자를 풀숲 뒤로 끌어당겼던 것이다."확인만 해볼게, 이사벨라," 내 안에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알았어, 마음대로 해," 마지못해 그녀가 비켜서며 말했다.쿵쾅거리는 심장을 움켜쥔 채 풀숲으로 다가갔다. 몸을 앞으로 숙여 줄리안의 흔적을 찾으려 눈을 가늘게 떴지만, 보이는 것은 텅 빈 공간뿐이었다—그의 흔적도,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더 가까이 다가사 그림자 속을 들여다보았지만 풀숲은 잠잠했다. 확실히 숨어 있었던 반대쪽으로 돌아가 보았지만, 그곳에도 아무것도 없었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뿐이었다.정말 임신 호르몬이 내 머릿속을 장난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