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직도 그녀야.” 그 세 마디에 지난 5년 동안 내가 쌓아 올린 세상이 무너졌다. 20년 동안 나는 조비엔의 그림자였다. 그녀가 떠난 뒤 상처받은 잔에게 마음을 고백했고, 우리는 결혼했다. 나는 그것이 나의 해피엔딩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조비엔이 돌아오자 모든 환상이 깨졌다. 내 남편에게 나는 사랑이 아니라 그녀의 대체품일 뿐이었다. 내 앞에 그녀의 남편, 밴스 블랙우드가 나타났다. 차갑고 강한 남자. 그의 눈에도 나와 같은 배신의 상처가 있었다. 밴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과거에 살고 있군요. 우리도 서로를 이용해 복수합시다. 어떻습니까, 네리사?” 나는 그를 피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내 대답은 “싫어요”가 아니었다. “그럼…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데요?”
View More마야는 샘의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다른 한 손에는 녹아내리기 시작한 분홍색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었다. 이미 절반이나 먹었지만, 남은 아이스크림이 옆으로 흘러내려 원피스를 더럽힐 듯 위태로웠다.“파파 샘, 우리 엄마는 정말 똑똑해요!”마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판사님한테 동영상을 보여 줬는데, 나쁜 사람들 얼굴이 전부 하얗게 질렸어요! 꼭 유령 같았어요!”샘이 웃었다.“우리 마마가 정말 똑똑하긴 하지.”“그리고 우리 아빠도요!”마야는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아빠는 눈 하나 깜짝 안 했어요! 정말 조금도요! 그냥 무서운 눈으로 그 사람들을 쳐다봤는데, 다들 겁먹었어요!”“네 아빠 눈이 무섭긴 하지.”샘이 맞장구쳤다.“그래도 좋은 일에 쓰시잖아.”마야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쁜 사람들을 물리칠 때요. 슈퍼히어로처럼요.”“맞아. 꼭 슈퍼히어로 같지.”두 사람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 샘은 한 손에 아이스크림 통과 과자, 초콜릿 바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든 채 어깨로 문을 밀어 열었다. 모두가 함께 먹을 축하 간식을 사야 한다고 고집한 건 마야였다.“에어리에 가면 영화 봐도 돼요? 팝콘도 잔뜩 먹으면서요.”“우리 꼬마 아가씨가 보고 싶은 영화라면 뭐든지.”“공주님이랑 용이 나오는 영화도요?”“그것도 물론이지.”마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은 로비로 들어섰다. 대리석 바닥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공간이었다. 몇몇 입주민이 오가고 있었지만, 마야의 관심은 온통 샘이 든 간식 봉지에 쏠려 있었다.그러다 샘이 한 여자를 발견했다.엘리베이터 앞에 모모의 목줄을 쥔 채 서 있는 셀레스트였다. 산책을 마치고 막 돌아온 모양이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져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평소처럼 차분하고 무심했다.그녀의 시선이 샘의 손으로 향했다. 마야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있는 손이었다. 이어서 아이의 얼굴을 살피더니 다시 샘을 바라보았다.샘이 평소처럼 따뜻하게 웃으며
그 질문이 두 사람 사이에 맴돌았다.네리사는 제인을 바라보았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 자신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남자, 그리고 이제는 산산이 부서진 삶을 다시 추슬러 보려 애쓰는 남자였다.그녀는 작게 미소 지었다. 어딘가 슬픔이 배어 있는 미소였다.밴스가 다가와 네리사의 등에 손을 얹었다. 제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미소 한 점 없었다.“난 행복해, 제인. 아주 오랜만에 진심으로 행복해. 이제 내게는 딸도 있어. 곧 여섯 살이 돼.”제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예전에 첫아이를 잃었던 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잘됐네.”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정말…… 잘됐어.”“쌍둥이들은 잘 지내?”네리사의 질문에 제인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가 셀레네와 오스틴의 안부를 물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잘 지내. 아빠 노릇이 쉽지는 않더라. 정말 지칠 때도 많지만, 아이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애들이 내게 힘을 줘.”그의 시선이 밴스에게로 향했다. 처음으로 두 남자 사이의 긴장이 조금 누그러졌다. 이제 두 사람 모두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서로에게 묘한 동질감을 안겨 주었다.네리사는 밴스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들은 서로에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시 제인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 집 말이야. 우리 둘이 함께 살려고 몇 년이나 돈을 모아서 산 집이잖아. 왜 이제 와서 나와 내 가족에게 주려는 거지? 예전에 나와 조비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도?”제인은 네리사의 표정을 살피듯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네리사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너희 둘은 한때 내게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아무리 많은 일이 있었어도, 다른 친구 하나 없던 어린 시절에 내 곁을 지켜 준 사람들이잖아.”제인은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우리가 배신했을 때 네가 받은 상처가 더 깊었겠지
법정은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기자들이 방청석을 빼곡히 메웠고,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기자들은 휴대전화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취재 내용을 전했다. 법정 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법정 앞쪽, 재판장은 판사석에 앉아 있었다. 굳은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에서 조금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었다.피고인석에는 채드윅과 로렌스, 첸, 회계팀 직원 두 명, 기자 한 명, 그리고 로널드 싱클레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그들은 여유로워 보였다.특히 로널드의 태도는 당당하기까지 했다. 값비싼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눈가에는 조롱에 가까운 웃음까지 걸려 있었다.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방청석에는 조비엔이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꼭 맞잡은 그녀의 곁에는 얼굴이 창백한 제인이 자리했다. 반대편에서는 마거릿이 딸의 팔을 꽉 붙들고 있었다.그들 모두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이었다.검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힘이 있었다.“재판장님,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횡령, 사기, 공모, 자금 세탁 및 장물 취득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들은 7년에 걸쳐 아스테라 코퍼레이션에서 총 4,50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렸습니다.”방청석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검사는 말을 이어 갔다.“검찰은 로널드 싱클레어가 이 범죄를 총괄하고, 채드윅이 자금 이체를 승인했으며, 로렌스가 실제 송금 업무를 처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예정입니다. 리처드 첸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을 제공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증거를 감추는 데 가담했습니다.”검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피고인석을 차례로 훑어보았다.그러나 로널드의 미소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곧 변호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값비싼 정장을 입은 그는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고, 목소리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재판장님, 검찰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늦은 밤, 아스테라 스파이어 지하실은 축축하고 서늘했다.로렌스는 커다란 금속 드럼통 옆에 서서 불길이 오랜 세월 쌓인 증거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장 한 장, 한 해 한 해의 기록이 불길 속에서 사라졌다. 열기가 뜨거웠지만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도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첸이 그의 곁에서 서류 뭉치를 불 속에 던져 넣었다. 손놀림은 능숙하고 침착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사람이 아니었다. 셀 수 없이 반복해 온 듯했다.“서둘러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첸이 재촉했다.로렌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류 가장자리를 휘감는 불길만 바라보았다. 채드윅의 서명, 페이퍼 컴퍼니 계약서, 자금 이체 승인서. 모든 것이 한 줌의 재로 변하고 있었다.회계팀 직원 중 한 명인 피터스는 출입문 근처를 서성였다. 젊은 남자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정말 이게 전부 맞습니까? 혹시 누군가 복사본을 만들어 뒀다면요?”첸의 눈빛이 번뜩였다.“복사본은 없습니다. 내가 직접 확인했어요. 서버는 깨끗하고 백업 파일도 전부 삭제했습니다. 디지털 기록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어요.”“그럼 종이 문서는요?”첸이 드럼통을 가리켰다.“저기 있잖습니까.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죠.”마침내 로렌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우리가 이 일을 벌인 지도 벌써 7년이군요. 7년 동안 숨기고 빼돌렸는데, 이제는…….”“이제 끝내는 겁니다.”첸이 그의 말을 잘랐다.“깔끔하게, 완벽하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요.”그는 피터스를 돌아보았다.“드럼통도 치워요.”피터스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드럼통 손잡이를 붙잡고 서비스 엘리베이터 쪽으로 끌고 갔다. 불길이 마지막으로 일렁였고, 바닥에는 재가 흩날렸다.첸은 피터스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로렌스에게 시선을 돌렸다.“걱정이 많아 보이는군요.”로렌스의 턱이 굳었다.“걱정될 수밖에요.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잖습니까. 모든 증거를 통째로 없애는 건 처음입니다.”“그동안은 그럴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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