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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리틀 피시
다음 날, 신유진은 유치원을 방문해 은서의 퇴소 절차를 밟았다.

유치원 선생님은 매우 놀랐다.

“갑자기 퇴소한다고요? 왜요?”

신유진이 설명했다.

“은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해외에 계시는데 은서를 데리고 그곳으로 이민을 가려고요.”

말을 마치자 뒤에서 송건호가 나타났다.

송건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민? 방금 이민이라고 했어?”

선생님이 대답하려는데 신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잘못 들은 거야. 은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해외에서 살고 계시는데 조만간 은서를 데리고 두 분을 뵈러 갈 거라고 선생님한테 미리 말씀드렸어.”

송건호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송건호는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

“이건 다민이 입학 서류예요.”

선생님은 웃으며 서류를 건네받더니 송건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정말 세심하시네요. 다민이가 친딸도 아닌데 이렇게 모든 걸 직접 챙기시다니, 정말 친딸보다도 더 살뜰하게 챙겨주시는 것 같네요.”

송건호는 은서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적이 없었다.

정하윤의 딸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송건호는 아마 은서가 어느 유치원에 다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신유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맞아요. 정말 훌륭한 아빠죠.”

신유진은 훌륭한 아빠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송건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뜻밖에도 화를 내지는 않고 그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오후에 신유진은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는 신유진의 그림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신유진은 그 그림들을 돌려받고 싶어 미술관을 찾았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자 송건호와 정하윤의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다. 정하윤은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있었고 옆에는 송건호의 업계 지인들이 몇 명 있었다.

“송 대표님이 비밀리에 결혼하셨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들었는데 지금 옆에 계신 분이 아내분이신 거죠?”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 너무 잘 어울리세요. 그동안 왜 그렇게 숨기나 했는데 이렇게 엄청난 미인이어서 그러셨던 거군요.”

송건호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웃는 얼굴로 정하윤의 손을 잡았다.

오해를 바로잡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뒤에 서 있던 신유진은 자조하듯 웃음을 흘렸다.

송건호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하윤이었다.

지금 사람들의 말을 묵인하고 정하윤을 각종 공식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송건호의 오랜 꿈은 이미 이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신유진은 송건호에게 어떤 존재였던 걸까?

지난 10년은 또 무엇이었을까?

짙은 실망과 함께 마음이 다시 아려왔다. 신유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건호야.”

송건호는 경고하려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신유진을 바라봤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선을 그으려는 듯 쌀쌀맞은 대꾸였다.

신유진은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다.

사실 신유진은 송건호에게 내일이 은서 생일이니 잊지 말고 꼭 돌아와 달라고 얘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듯했다.

정하윤은 신유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

“건호야, 둘이 아는 사이야?”

송건호는 곧바로 부정했다.

“별로 안 친해.”

송건호가 가볍게 내뱉은 말이 신유진의 가슴을 후벼팠다.

신유진이 씁쓸한 감정을 삼키고 있는데 정하윤이 말했다.

“건호 친구 맞죠? 저랑 건호 곧 결혼하는데 우리 결혼식에 참석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신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건호를 바라봤다.

송건호는 신유진의 시선을 피했다.

정하윤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

“저는 해외로 떠날 때 건호랑 약속을 하나 했어요. 10년 뒤 제가 귀국한다면 결혼하기로요.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한 약속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건호가 정말로 10년 동안 저를 기다렸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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