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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좋은시절
강안형은 무의식적으로 내 손에 들린 신청서를 받아 가려 했지만 나는 몸을 살짝 틀어 그것을 피했다.

“어차피 연대장님께 제출해서 보관할 서류잖아. 너는 바쁘니까 내가 가져다드릴게.”

강안형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훑어봤다.

“오늘 왜 이래?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야?”

그러더니 곧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됐어. 마음대로 해.”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어쩌면 정말 미친 게 맞을지도 몰랐다.

다시 새로운 삶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놓아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차에 올라탄 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어색했던 걸까?

강안형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의외로 먼저 입을 열었다.

“듣기로는 오늘 저녁 공연이 있다던데, 저녁에 부대 일정 없으면 같이 보러 갈래?”

나는 놀란 눈으로 강안형을 바라봤다.

전생에는 내가 먼저 제안했었으나, 그때 강안형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부모님 성화 때문에 결혼하는 거야. 사랑하려고 결혼하는 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내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자 강안형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가기 싫으면 말...”

그러나 강안형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갈게. 당연히 가야지.”

내 입꼬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것을 본 강안형은 잠시 입을 달싹였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안형은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그럼 저녁 먹고 기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공연팀의 한 사람이 허겁지겁 차 앞으로 달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대위님! 하윤설 씨가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끼익-

소리와 함께 차가 급하게 멈춰 섰고, 강안형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

“가 볼 테니까 너는 먼저 들어가 있어.”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빨리 가 봐.”

강안형은 분명 급해 보였다.

그런데 내 대답을 들은 순간 몸이 잠시 굳어지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질투 안 해?”

그 질문에 난 가슴이 쓰렸다.

‘질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전생의 나는 질투와 집착 속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안형은 차갑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을 남긴 강안형은 내 눈에 스친 씁쓸함과 상실감은 보지 못한 채 서둘러 떠났다.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나는 단 한 번도 강안형이 하윤설을 챙기는 것을 막은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옆집 마당에 있던 한서라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내밀었다.

“시안아, 결과 나왔어?”

그러다 내 뒤를 살펴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안형이는? 왜 그 녀석이랑 같이 안 왔어?”

나는 부대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억지로 웃으며 둘러댔다.

그러자 한서라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저 녀석 정말...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어떻게 약혼녀보다 중요할 수 있어?”

“돌아오면 내가 단단히 혼내 줄 거야.”

옆에 있던 강준철도 고개를 저었다.

“안형이가 갈수록 철이 없어지는구나. 시안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따뜻한 풍경을 나는 10년 동안 보지 못했다.

전생에 강안형이 나 때문에 부모님과 등을 돌리기 전까지 두 분은 언제나 친딸처럼 나를 아껴 주셨다.

이번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강안형과 하윤설을 이어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 망설이다가 나는 한서라의 손을 꼭 잡고는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그동안 저 아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 은혜 꼭 보답할게요.”

그러자 한서라는 핀잔을 주듯 웃었다.

“얘도 참, 무슨 보답을 한다는 거니...”

“네가 우리 집 며느리가 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난 아주 고마워.”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그저 한서라의 손을 꼭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 생에서 나는 강안형의 아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강안형도 더 이상 억지로 참고 살 필요가 없게 될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강안형의 부모님 역시. 자식을 억지로 갈라놓았다는 이유로 평생 원망받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해가 저물 무렵, 나는 미리 사 둔 공연 티켓을 들고 공연이 열리는 극장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막이 내릴 때까지 강안형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강안형이 또다시 약속을 어겼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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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얽혀버린 악연의 끈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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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얽혀버린 악연의 끈   제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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