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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보아하니 입만 살았네요.”

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는 전혀 엄씨 가문 사람들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에게 그들은 단지 ‘가족’이라는 명분을 가진 원수일 뿐이다.

엄진우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엄씨 어르신과 겁에 질려버린 엄씨 가문 사람들을 무시한 채 엄비왕의 영정 사진을 로비에 걸더니 무릎을 꿇고 큰절을 세 번 올렸다.

그는 고개를 쳐들고 영정 사진 속의 엄비왕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집에 왔어요. 이번에는 몰래 들어온 게 아니라 당당하게 들어온 거예요.”

이때 겨우 몸에 기력이 돌아온 엄씨 어르신은 비틀거리며 달려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천박한 놈아! 난 네가 이 배은망덕한 자식의 영정 사진을 여기에 거는 걸 허락한 적 없다! 이건 조상님에 대한 모욕이고 불순이야!”

그러자 엄씨 가문 사람들도 이내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네가 아무리 힘으로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영원히 납득하지 못한다!”

“우리는 죽어도 엄비왕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엄진우가 짜증 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리자 방금까지도 아우성을 치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엄진우는 엄씨 어르신의 두 눈을 직시하며 물었다.

“눈깔 똑똑히 뜨고 보세요.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죠? 바로 당신 아들이잖아. 영감탱이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라고!”

엄진우는 두 눈을 부릅뜨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기 핏줄을 보는 게 그렇게 싫어? 아니면 너무 미안해서 피하는 건가?”

손자뻘 되는 젊은이에게 질책당하자 엄씨 어르신은 화가 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입 다물어!”

“싫은데?”

엄진우는 엄씨 어르신을 약 올리듯이 계속 말했다.

“사실 우리 아버지의 내력을 폐하고 집에서 쫓아낸 후 많이 후회했을 거야, 그렇지? 그래서 남은 두 아들을 보내서 우리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던 거 아니야?”

엄진우의 말은 가시가 되어 엄씨 어르신의 정곡을 정확히 찔렀다.

엄씨 어르신은 멈칫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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