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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Author: 고요
“내가 관심을 가질 일이요?”

란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묻자, 석소는 여전히 공수하며 대답했다.

“신왕께서 무우 공자께 말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생일 연회에서 무우 공자를 보았을 때 낯이 익었지만 누군지 생각나지 않으셨답니다. 신왕전에 돌아가서야 이틀 전에 무우 공자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 기억이 났다고 하셨는데, 그 사람이 바로 지금 신왕전에 계십니다.”

이틀 전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온권승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면 온권승은 오늘에서야 흑석성에 도착했고, 온모와 그녀가 아무리 비슷하게 생겨도 역시 오늘에 악담라에게 넘겼다.

‘두 사람 외에 나를 닮은 사람이 또 있어? 설마 신왕이 일부러 함정에 끌어들이려고 유인하는 건가? 아니야. 잠깐만!’

란사는 그때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 그 녀석이?’

그녀는 석소에게 물었다.

“신왕께서 그분이 사내인지 여인인지 말씀하셨습니까?”

석소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젊은 공자입니다.”

그녀와 닮은 젊은 공자라는 말에 란사가 침묵하자, 북진연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가서 만나보자. 여기서 저것들과 실랑이 벌이지 말고 확실히 알아보는 게 낫겠어. 그보다 어떤 인간들은 확실히 해결해야 나중에 움직이기 편하잖아.”

큰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와 다정한 말투에 란사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걱정 마. 그곳이 호랑이 굴이라도 너 하나쯤은 지킬 수 있어.”

이 말은 란사에게 안전감을 주었다.

너무 안전감을 준 탓인지 란사가 바로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진연이 석소에게 말했다.

“우리 둘만 초대했다면 부하들은 성 밖으로 보내주시오.”

뜻밖의 요구에 석소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자 북진연이 냉소를 터트렸다.

“이것도 안 된다면 얼마든지 덤비시오. 오늘 우리를 막으려면 자네 부하가 몇 명이 죽어나갈지 궁금하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뒤에 있던 고양 일행이 바로 칼을 뽑아 들었다.

흑기군의 눈빛은 하나 같이 살신처럼 날카롭고 기세가 드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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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이어 거리에 술냄새가 퍼졌다.이족 병사들은 술냄새에 끌렸는지 란사 일행에서 한 사람이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란사와 북진연은 고양 일행이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석소와 함께 신왕전으로 향했다.현재 신왕전 내부.백월유와 바도엘은 이미 신왕전에 도착했다.방금 들어왔을 때, 바도엘은 신왕전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별 생각 없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부황께 인사를 드립니다.”그가 인사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는데 옆이 텅 비어서 고개를 돌려 보았다.백월유는 무슨 일인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월유, 무슨 일이에요?”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앞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바도엘은 괜히 신왕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는데 몸이 꿈쩍하지 않았다.그제야 수상한 것을 감지하고 예의를 차릴 겨를도 없이 백월유의 시선을 따라 대전을 쳐다보았다.신왕 외에 다섯 명이 있었는데 늙은 승려와 오늘 생일 연회에서 무우 낭자가 넘긴 온모 낭자가 있었다.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니 혼수상태에서 깨어났고, 마침 억울한 표정으로 늙은 승려와 중년 사내에게 울면서 하소연하고 있었다.그 중년은 대명의 옷을 입은 사내였다.본래 바도엘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얼떨떨했는데, 중년 사내의 얼굴이 온모와 똑같이 생긴 것을 보고 부녀라는 것을 확신했다.‘저놈이야! 그 당시 백초유와 손을 잡고 월유를 강간했던 사내야!’바도엘은 눈을 부릅뜨고 백월유의 손을 꼭 잡았다.“보지 마세요.”그는 질투심에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손을 꽉 잡힌 백월유는 그제야 부군의 목소리를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무슨 생각하세요? 방금 제 발로 찾아온 저놈을 보고 어떻게 하면 죽일까 생각했었어요.”백월유의 마음속에 백초유를 미워하는 것만큼 온권승도 미워했다.그때 자신을 해친 백초유를 갈갈이 찢어버리고, 위기를 틈타 자신을 강간한 온권승은 뼛가루로 만들고 싶었다.예전에 금지구역에서 나갈 수 없기에 찾아가지 못했던 것이다.지난번에 아들을 찾으러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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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여?”북진연은 앞길을 막은 병사들을 보고 살기를 드러냈다.뒤를 따라오던 고양 등 흑기군도 마찬가지로 당장 공격할 기세로 노려보았다.란사만 고개를 끄덕이면 북진연과 흑기군은 바로 돌진하여 성문을 막은 이족들을 모조리 제거할 것이다.그녀는 먼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성문을 지키던 독충을 통해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대략 200명이 되는 이족 병사들과 세 명의 고충사가 있었다.머릿수는 많아도 상대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지금 강제로 돌진한다면 쉽게 흑석성을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그런 생각에 란사가 결정을 내렸다.“그럼…”죽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뒤에서 급하게 뛰어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또 한 무리가 온 건가?’란사가 고개를 돌렸더니 세 명의 호위무사가 갑옷에 가면까지 쓰고 성문으로 돌진하는 것이었다.앞장선 신왕의 측근이 성문을 막은 병사들을 보고는 말을 돌려 란사 일행에게 성지 두루마리를 꺼내 보였다.“무우 공자와 은북 공자를 신왕전으로 모시라는 신왕의 명을 받았습니다.”북진연은 싸늘한 눈초리로 말을 탄 신왕의 측근인 석소를 노려보았다.“무엇 때문에 신왕전에 가야 하는 거요?”석소는 황금 두루마리를 거둔 후 공손하게 공수하며 대답했다.“신왕께서 두 공자가 최씨 상단의 소속인 것을 알아냈습니다. 지금 상단주가 신왕전에서 두 분과 합류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그 말에 란사와 북진연은 바로 눈치챘다.악담라의 입에서 란사 일행이 흑석성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온권승이 바로 불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지금쯤 신왕전 주변에 그들의 사람으로 배치했을 텐데, 만약 간다면 살아오지 못하니 절대 가면 안 되었다.란사가 고개를 돌려 북진연에게 눈길을 보냈다.석소가 이내 두 사람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신왕께서 그저 두 분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바도엘 친왕과 왕비도 초대했으니 한동안은 두 분 곁에 있을 겁니다.”대놓고 강요하자 란사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바도엘과 백월유로 우리를 협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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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06화

    심지어 란사도 온모를 건드리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상한아부터 바꿔야 했다.“당신이 원하는 물건이 여기 있어요. 이제 장소를 알려주시죠?”악담라는 산송장을 보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성문에서 동쪽으로 십 리 정도 가면 동굴이 있어요. 성녀의 시녀는 거기에 있습니다.”란사는 바로 온모를 넘기지 않고, 성 밖에 기다리는 독충들을 동쪽 방향으로 수색하라 지시했다.그러고 나서 온모를 뻥 차서 악담라의 앞에 던져주었다.“데려가세요.”보아하니 시녀를 찾은 모양이었다.악담라는 눈썹을 치켜들고 빙그레 웃었다.“과연 그랬군요. 다들 성녀 곁에 대단한 고충사가 있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 대단한 고충사가 성녀 전하 같습니다만.”란사는 당황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누가 내 곁에 고충사가 없다고 했어요?”악담라는 그녀가 거짓말한다고 확신했다.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옆에 실력이 막강한 고충사가 있는 것처럼 소문을 냈다고 말이다.어쨌든 일국의 성녀가 이족의 고충술을 배운 것이 알려지면 천하의 비난을 받고 죗값을 치러야 할 테니까.그때면 성녀 자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능지처참을 받을 수도 있었다.그러니 란사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오히려 비꼬았다.“그런가요? 한데 난 대단한 고충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성녀 전하의 곁에 있는 섭정왕 전하는 아니시겠죠?”북진연은 가볍게 흘려보며 오른손을 칼집에 가져가더니 검지로 탁탁하고 두드렸다.마치 상대방에게 경고하듯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을 주었다.악담라는 순간 멈칫했다.“급하지 않아요. 곧 만나게 될 겁니다. 내 고충사는 당신과 만나길 엄청 기대하니까요.”란사는 악담라의 말속에 담긴 위협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악담라가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는 게 아니고, 안타깝게도 란사는 정말 고충사가 아니었다.독술사와 고충사는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분야이기에 독충과 고충도 마찬가지로 차이가 있었다.모두 곤충을 통제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05화

    “한아는 어디 있어요?”란사는 악담라와 많은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악담라는 여전히 자상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란사의 신분을 까밝혔다.“성녀 전하, 걱정 마세요. 그 낭자는 흑석성 밖에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물건을 보여준다면 장소를 알려드리지요.”성녀 전하라는 호칭에 바도엘뿐만 아니라 방금 신왕을 배웅하고 돌아온 백월유마저 눈을 휘둥그레 떴다.‘성녀 전하?’란사가 여인인 건 알았지만 성녀 전하라는 신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얼마 전에 백월유가 대명에 갈 준비를 할 때, 그쪽 소식을 알아본 것을 회상해 보았다.그중에서 대명 황제가 직접 책봉한 성녀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었다.‘그럼 이 여인이 바로 복명성녀란 말인가? 그럼 은북은 어떤 신분이지? 빼어난 외모, 비범한 기품, 막강한 무공 실력을 갖춘 은발 사내라면…’바도엘은 저도 모르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터무니없는 추측이 머릿속에 감돌았다.‘설마… 그분은 아니겠지? 은북은… 대명의 그분이라고?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지?’‘아니야, 두 사람이 여기에 나타날 리가 없어! 여기가 어떤 곳인데, 백족 부락의 금지구역인 흑석성이란 말이야!’대명의 복명성녀와 대명의 섭정왕이 여기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흑석성에 큰 파동이 일어날 것이다.‘그때면 두 사람을 무슨 수를 써도 도망칠 수 없게 되겠지.’그러나 백월유와 바도엘이 당황하는 가운데, 란사와 북진연은 신분이 드러나도 괜찮은 것처럼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북진연에게 얘기했다.“데려오세요.”밖에서 이미 기다렸다는 듯, 고양이 아직 혼수상태에 빠진 온모를 어깨에 메고 들어오더니 툭 하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혼절한 온모가 바닥에 굴러 떨어지며 얼굴이 드러났다.“이 여인은…”온모의 얼굴을 본 백월유는 어리둥절하다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바도엘은 방금보다 눈을 더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다가 백월유를 바라보았다.“월유, 이… 이 여인이 당신을 많이 닮았어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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